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2722
02725 2725화
네 번째 병원?
휙휙!
멈칫한 모두가 서로서로를 바라봤다. 지금 자신의 귀에 들린 말들이 과연 사실인지에 대해서 확인하는 분위기였다.
“지금 최 팀장이…….”
“뭐, 뭐라는 거야?”
“진짜? 아니, 병원을 또 만든다고?”
웅성웅성.
황당함 가득한 얼굴로 서로서로 질문을 건넸다. 하지만 모두 처음 듣는 말인지 명쾌한 답은 들려오지 않고 의아함만이 가득했다.
이 자리에서 지금 태연한 건 석정현 회장, 황석찬 회장, 정용철 이사장과 석재봉 병원장뿐이었다.
동성종합병원의 한민웅 병원장과 대전 신속대응센터의 박완용 센터장도 금시초문인 표정들이었다.
다른 의과장들과 팀장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호종합병원 의료진들의 놀라움이 컸다.
휙!
모두의 시선이 하석준 팀장에게로 향했다. 강한 눈빛을 보내는 이들 중 박남일 외과장이 속삭이듯 물었다.
“하 팀장, 뭐 들은 거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하석준 팀장도 날벼락 맞은 얼굴이었다.
그 표정에 박남일 과장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제 직접 최 팀장에게 퇴원하라고 하셨다면서요. 그때도 별말 없었단 말입니까?”
“네. 저도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석준 팀장의 대답은 똑같았다.
거짓말이라고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눈빛이었다.
박남일 외과장은 시선을 돌려 백성현 흉부외과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다들 미어캣과 같이 그 시선을 쫓아갔다.
휙!
모두의 시선을 받은 백성현 흉부외과장은 고개부터 저었다.
절레절레.
그마저도 모른다면 극비리에 진행된 일이란 의미다.
도대체 왜?
같은 소속 의사들에게도 감춰가며 벌린 일이 무얼까?
의구심이 점점 깊어갔다.
그렇게 누각 내부는 어수선하게 변했다.
이런 반응을 예상한 태수는 소란이 가라앉길 기다리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병원 이름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정해질 때까진 임의대로 ‘희망’이라 칭하겠습니다.”
“…….”
태수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누각 내부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방금 그 소란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분위기 전환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태수를 향한 시선이었다.
호의적이던 여러 의과장들과 팀장들의 시선까지도 어느새 차갑게 돌변해 있었다.
다들 머리가 있다.
태수가 병원 개원을 언급한다는 건 주축이 된단 의미와 같았다.
그 사실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특히 머리카락이 반백으로 변한 장년층 의사들의 눈빛이 매서웠다.
“최태수……. 너무 앞서가네.”
“인정할 건 인정하지만, 이건 도가 지나친 일이야.”
“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네요.”
“혹시 병원장을 노리는 걸까요?”
누군가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였다.
흠칫!
장년층 의사들이 눈에 띌 정도로 격하게 몸을 떨었다.
괜한 가정이 아니다.
태수가 이 중요한 일을 내부적으로 공표한다는 건 최연소 병원장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단 의미다.
“끄음.”
“흠.”
장년층 의사들의 얼굴이 불쾌함으로 물들어 갔다.
다음엔 자신의 차례라고 내심 기대했기에 그 실망과 괘씸함이 더해졌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동성종합병원의 내과장이었다.
스윽.
그가 가볍게 손을 들며 말했다.
“최 팀장, 지금 그 말은…….”
“동성 내과장님, 죄송한데 제 말부터 마무리 지어도 되겠습니까?”
태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정중하게 고개숙였다.
그러나 장년층 의사들의 눈빛이 더욱 사나워졌다.
태수의 인지도는 현재 한국 최고다.
그 이유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실력도 최정상급이다.
모두 쉬쉬하고 겉으로 말하지 않을 뿐, 실력이 좋단 사실은 인정하고 있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병원장에 오르기에 충분한 요건이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무려 병원장이다.
그 직책에 대한 욕심이 머리를 굳히고 시야를 좁게 했다.
회장들과 정용철 이사장, 그리고 병원장들도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설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누각의 한쪽에 모여 느긋하게 찻잔만 기울였다.
“후릅. 차 맛은 수십 년째 그 맛이야.”
“이 맛이 변하면 이 집은 문을 닫아야지. 식사도 좋지만, 이 차를 마시러 오는 이들도 상당하니까.”
석정현 회장와 황석찬 회장은 소란도 개의치 않고 차 맛 타령을 했다. 그건 석재봉 병원장과 정용철 이사장도 마찬가지였다.
“다과 맛도 저 어렸을 때랑 똑같습니다.”
“저도 젊은 시절이 떠오릅니다.”
각자의 추억을 꺼내며 담소만 나누고 있었다.
그 옆에선 한민웅 병원장과 박완용 센터장이 함께했다. 그들은 뭔가 언질을 들은 모양인지 편안한 얼굴이었다.
“이런 구수한 차는 처음입니다.”
“그러게요. 서울에 좋은 게 많긴 한가 봅니다.”
오가는 대화에 여유가 가득했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직시하는 눈빛까지 무뎌지진 않았다.
태수가 어떻게 이겨 내는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이 정도 흐트러진 분위기도 정돈하지 못하면 태수가 세운 뜻은 여기까지란 의미이기도 했다.
태수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방관까지 모두 보고 있었다.
이 정도 반응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도움을 바랄 생각도 없었다.
이젠 스스로 우뚝 서야 할 때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신이 시작한 일은 스스로 마무리 짓고 싶었다.
태수의 입술이 일자로 변했다.
그만큼 무겁고 또 차갑게 마음을 다지니 자신을 향한 어떤 비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해야 할 말을 묵직하게 이어 갔다.
“희망 병원은 환자들에게 최후의 보루가 될 겁니다.”
고집스러운 태수의 발언과 동시였다.
비난하고 시기하던 의사들의 입이 딱 멈췄다.
“…….”
“…….”
장내가 조용해졌다.
지금 태수의 발언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계속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순간 누군가 손을 들었다.
척.
동성종합병원의 오재욱 외과장이었다.
태수의 치프 시절, 크고 작은 문제들을 몰고 다니던 그때부터 호기심을 느끼고 호의로 대해 준 인물이다.
그때 인연이 지금도 계속 이어져 간간이 술 한잔 기울이며 애로사항을 나눴다.
태수는 그 친분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절레절레.
아직 할 말이 남았단 의미였다.
불쾌할 법한 행동이다.
그러나 태수의 행동이 오히려 적절했다. 내과장의 입을 막고 그에게는 발언하라 한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오재욱 외과장도 그걸 의식했는지 이내 들었던 손을 조용히 내렸다.
“…….”
그의 얼굴엔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러나 동성종합병원 소속 의사들은 달랐다. 내과장에 이어 외과장까지 발언이 막히자 불쾌함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걱정을 보이는 이들도 상당했다. 태수의 행동과 태도가 너무 강하게만 느껴지자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태수야, 너 왜 그러냐…….”
“진짜 막 나가기로 한 거야? 아, 자식.”
“저 자식 캐릭터 막 바꾸네.”
강하면 부러지는 법.
그걸 알기에 자꾸만 신경 쓰였다.
태수는 개의치 않았다.
형평성 문제로 발언을 막은 거였지, 그 이상 의미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아직 할 말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한 말로 오해가 쌓이고 있단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오해를 풀려면 할 말부터 해야 했다.
그래서 태수는 꿋꿋하게 준비한 말부터 이어 갔다.
“희망 병원은 말기 암 환자, 치료법도 발견되지 않은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그리고 회생이 어려운 중증 외상 환자들을 위한 병원이 될 겁니다.”
“…….”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설령 보호자가 외면한다고 해도…… 단 1퍼센트의 가능성에 모든 걸 쏟아 부을 병원 말입니다.”
연거푸 쏟아 내는 태수의 발언에 모두 정신이 혼미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
“…….”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 채 혼란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태수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환자가 병원에 올 수 없다면 당연히 현장으로 달려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
“혹시나 말씀드립니다만,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에 설마 ‘최태수가 병원장을 하려나?’라고 생각한 분은 없으시겠죠?”
태수는 은근슬쩍 모두의 의표를 찔렀다.
그 순간 다들 슬쩍 고개를 돌려 헛기침을 억지로 내뱉었다.
“그……. 흠흠.”
“커흠.”
그 소리에도 태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이어서 말했다.
“물론 없으실 걸 알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그럴 역량이 부족하단 걸 제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
“그 과중한 직무를 수행할 분은 저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훌륭한 선배님의 자리라 생각합니다. 여기 자리하신 경험 많은 선배님들께서 한번 생각해 주십사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태수는 적당한 선에서 중장년층 의사들의 위신을 세워 줬다.
모두 계산된 말은 아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솔직한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한 거였다.
그렇게 태수가 오해의 싹을 자르자 중장년 의사들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속으로 지레짐작했음을 부끄러움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태수는 개의치 않고 현재까지 진행된 사항들을 이어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희망 병원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습니다.”
“결정된 게 없다고?”
누군가의 질문이 귀에 닿자 태수는 차분히 답했다.
“희망 병원의 의료진으로 내정된 건 저 혼자입니다. 개원이 결정된 것도 며칠 되지 않았고, 이 자리에서 처음 말하는 겁니다.”
“…….”
“즉, 저 외엔 모든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이번엔 당혹감이 누각 내부를 가득 메웠다.
“…….”
“…….”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누구도 감을 잡지 못했다.
그때였다.
태수가 먼저 동성 내과장을 향해 섰다. 할 말이 끝났으니 당연히 앞서 막아선 데 대한 사과를 건넸다.
“동성 내과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이 말들을 먼저 전하지 않으면 오해가 깊어질까 봐 부득이하게 실례했습니다.”
“아니야. 그건 최 팀장의 판단이 옳았어. 나도 오해를 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오해가 많이 풀렸으니까.”
“감사합니다.”
태수가 부드럽게 미소 짓는 순간이었다. 동성 내과장도 기분 나쁜 표정이 상당히 누그러졌다.
그렇게 차분한 얼굴로 태수에게 물었다.
“이제 궁금한 걸 좀 물어도 될까?”
“말씀하십시오.”
태수가 수락하자 동성 내과장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본격적으로 질문했다.
“흠! 우선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 병원이라고 했는데, 그 부분부터 다시 짚고 넘어갈까 해.”
“아직 이름도 없을 정도입니다.”
“희망이란 의미도 그래서 나왔겠지. 그리고 병원장부터 모든 자리가 공석이라고…… 했나?”
“네, 공석입니다. 좋은 기회겠지만 부디 심사숙고하시길 바랍니다.”
태수는 최대한 정중히 답했다.
이미 동성 내과장의 욕망을 파악한 탓이다.
그런데 그 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이미 병원장이란 직책으로 인해 머릿속이 가득했다. 특히 동성 내과장과 비슷한 연배의 의과장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내정된 의사가 없다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단 뜻이다.
병원장이란 자리는 의사들의 꿈과 같았다. 원내 무소불위의 권력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게다가 신생 병원이란 부담감은 없다.
태수의 발자취를 이들 모두가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외과 의사 중 최고 인기 좋은 의사를 곁에 둘 수 있다면 누구보다 든든한 우군이 될 터였다.
어쩌면 이미 보장된 성공일지 모른다.
아니, 지금 장년층 의사들은 그걸 기정사실화 해 강하게 믿고 있었다.
그때였다.
행복한 상상을 하는 그들에게 누군가가 얼음물을 끼얹었다.
“최 팀장, 심사숙고하란 의미가 뭐지?”
“앞서 말씀드린 대로 환자들에게 최후의 보루가 될 병원입니다.”
“그랬지. 그런데?”
“어떤 분들이 찾아올까요?”
태수는 일부러 질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