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3502
Chapter 270화.
그리고 도착한 음식점엔 20여명의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놀라고 또 정신적으로 지친 모습이었다.
태수는 샘 분대장과 구스피아 상병을 십분 활용했다.
“구스피아, 이거하고 이거를 하나 씩 복용하게 해주세요.”
“썰.”
사삭.
“샘, 우리는 환자에게.”
“보조하겠습니다.”
결정과 동시에 태수가 앞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NGO에서 왔습니다.”
“NGO요? 허어엉.”
“우리, 우리 이제 괜찮은 건가요?”
와글와글.
가라앉은 식당에 기대와 희망이 불었다.
태수는 서두르지 않고 눈에 띠는 환자들부터 찾아갔다.
“어디가 아프십니까?”
“여기 다리가…….”
“바로 응급처치 들어가겠습니다.”
태수는 날렵하게 자리를 잡고 신속하게 손을 움직였다.
지친 기색 따윈 전혀 없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만큼, 또 삶에 희망을 찾은 만큼 태수도 기운이 넘쳤다.
보조하는 샘 분대장도 그 활기에 의욕 가득 보조했다.
다행히 관광객들은 응급환자 비중이 적었다.
외상은 골절 환자의 고인 피를 빼내는 정도였다.
내상은 크게 놀라 소화 불량이 심해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다고 환자가 없는 건 아니었다.
엄연히 환자들은 존재했다.
응급처치의 기준으로 봤을 때 비중이 적다는 거였다.
태수와 군인들의 얼굴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갔다.
기껏 물 한 모금으로 수분을 보충하고 열을 식혔다.
외부에 환자들이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관광객들의 응급처치가 별다른 문제없이 마무리 되어갈 무렵이었다.
인이어에서 무전소리가 들려왔다.
– 띠릭. 닥터 최, 환자 입술이 퍼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청색증이라고요?”
– 빨리 와서 좀 봐봐요.
김혁권이 소리 높여 찾았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해도 병을 유추할 순 없었다.
그런데 태수를 찾는 건 김혁권만이 아니었다.
– 띠릭. 태수, 언제 오는데.
“그쪽 아직 마무리 안 됐어?”
– 마무리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수혈팩은 떨어져가고, 환자는 지쳤어.
그 소리에 태수의 표정이 싹 굳어졌다.
정민수의 실력부족이라고 할 순 없을 터였다.
상태가 호전되길 바란 건 사실 태수의 희망사항이었다.
현실이 냉혹한 거였다.
이렇게 되면 태수는 어디를 우선으로 가야할지 선택해야 했다.
한쪽은 흉부외과, 또 한쪽은 외과 증상이다.
태수는 바로 정리하고 무전을 보냈다.
띠릭.
“혁권씨, 갑니다.”
– 띠릭. 서둘러요.
“민수, 10분만 더 버텨. 선물 들고 갈게.”
– 띠릭. 후우. 진짜 10분이다. 10분안에 와야 된다.
“알았어……. 그럼 움직입니다.”
무전을 내린 태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샘 분대장과 구스피아 상병이 번개 같이 앞에 다가왔다.
척.
샘 분대장에게 무전기가 있어 같이 들은 모양이다.
그러나 둘 다 데려갈 순 없었다.
“구스피아, 남아주세요.”
“썰.”
“잘 지켜보고 계시다가 문제 생기면 바로 업고 뛰어오세요.”
태수는 다소 과격한 부탁을 전했다.
하지만 구스피아 상병의 체격과 체력이라면 가능했다.
또 관광객들을 모두 살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 정도 충격에 문제될 환자는 없었다.
구스피아 상병은 그래도 전면에 나서지 못해 어깨가 축 늘어졌다.
물론 의료와 관련된 일이라 태수는 눈 하나 꿈찍하지 않았다.
“샘 바로 가시죠.”
“알겠습니다.”
차자작.
태수와 샘 분대장은 서둘러 음식점을 나갔다.
바람처럼 들어와 번개처럼 응급처치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머문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책임자는 거저 되는 게 아니었다.
그 만큼 더 노력하고 더 뛰어다녀야 했다.
곧 태수와 샘 분대장은 하얀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환자는 거즈로 온몸을 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었다.
화상이 그 만큼 심각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의욕 넘치는 이들이 조금 과잉진료를 했다.
이건 과할수록 좋은 처치라 문제될 건 없었다.
환자를 눈에 담으며 태수는 김혁권의 옆에 자리했다.
“cyanosis(청색증)이라고요?”
“여기 얼굴 봐 봐요.”
김혁권의 권유대로 환자 얼굴을 바라봤다.
검은 얼굴색이 약간 퍼렇게 변한 느낌이었다. 두꺼운 입술을 보니 그 퍼런 느낌이 더 진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청색증 증세가 맞았다.
태수의 시선은 바로 엠부백을 든 안토니 일병에게로 향했다.
“안토니, 엠부백 어때요?”
“저항이 약간 있습니다.”
“저항이요?”
“네. 그때 설산에서 느꼈던 바로 그 느낌과 비슷합니다.”
“음?”
태수의 눈빛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때 정민수가 전담한 환자는 기흉이 있었다.
안토니 일병이 엠부백을 맡았기에 감각을 확실히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 진짜 기흉이나 혈흉이 있단 걸까?
확인해봐야 알 터였다.
“stethoscope(청진기).”
“여기……. 음?”
청진기를 건네주던 김혁권이 멈칫 했다.
태수도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들썩, 들썩.
환자의 몸이 조금씩 crisis(발작)증세를 일으키기 시작한 탓이다.
다들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닥터 최.”
“잠시.”
턱.
태수는 재빨리 청진기를 등에 대며 내부 소리를 들었다.
양쪽의 호흡 소리가 달랐다.
왼쪽 폐에서 숨이 들어가다 막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찰랑찰랑.
또 폐에서 들리면 안 되는 물소리도 귀를 자극했다.
그 순간 생각이란 게 무의미할 정도로 답이 번개 같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거칠게 청진기를 벗은 태수가 낮게 소리쳤다.
“이런, hydrothorax.”
“폐가 뭐요?”
“수흉이라고요. 폐 속에 물이 찼단 말입니다.”
태수가 날카롭게 반응했지만 김혁권은 오히려 이해를 못했다.
“무슨 소립니까. 조금 전까지 불구덩이 속에 계셨던 분 속에 무슨 물이 한 바가지 들어 있단 겁니까.”
“설명할 시간 없고, 주사기 최대한 큰 걸로.”
무턱대고 달라는 게 아니었다.
한 손으로는 벌써 거즈로 도배를 친 등을 쓸고 있었다.
엎드린 자세였기에 이대로 응급처치하는 게 옳았다.
날개뼈 아래쪽으로 쓸며 갈비뼈 사이를 찾기 시작했다.
스윽.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간 태수의 손끝이 멈췄다.
“여기.”
“주사기.”
턱.
김혁권의 목소리와 함께 굵직한 주사기가 쥐어졌다.
태수는 지체 없이 바로 밀어 넣었다.
굵고 기다란 바늘이 등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썩 보기 좋지 않았다.
“으으.”
“흐음.”
안토니 일병과 레이첼 일병은 고개까지 돌렸다.
군인이라고 끔찍함을 무조건 참을 순 없을 터였다.
태수는 그런 소리에도 꿈쩍하지 않고 바늘을 깊숙이 찔렀다.
거의 다 들어갔을 무렵이다.
“됐어.”
낮게 중얼거린 태수는 손을 옮겨 피스톤을 당겼다.
쭈주죽.
피스톤이 올라오자 불투명한 액체가 실린더를 채우기 시작했다.
약간의 피가 섞였는지 점점 탁한 붉은 색으로 변해갔다.
혈흉이나 기흉의 응급처치할 때와 전혀 달랐다.
증상이 다르니 처치방법도 다른 게 옳았다.
곧 불투명한 액체가 주사기를 가득 채웠다.
폐에 이렇게 많은 액체가 들어있단 게 놀라울 정도였다.
실제로 샘 분대장은 놀라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수는 다시 청진기를 귀에 걸고 내부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음. 안토니.”
태수가 부름과 동시였다.
쑥, 쑥.
엠부백을 누른 안토니 일병 표정이 바로 화사해졌다.
“저항이 줄어들었습니다.”
“호흡을 조금 얕고 빠르게 30회만 부탁합니다.”
“네.”
숙, 숙, 숙…….
안토니 일병은 태수 오더대로 엠부백을 짜며 계속 놀라워했다.
“신기하네. 이야.”
엠부백으로 생생하게 느껴졌던 저항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감탄이 계속 됐다.
그 사이 태수는 빠르게 눈을 굴렸다.
하나 끝인가?
그럼 다음으로 이동해야 할 터였다.
그런데 막상 움직이려니 뭔가 느낌이 찝찝했다.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뒤처리가 미진한 느낌과 같았다.
‘뭐지?’
생각해 봐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때 김혁권이 물었다.
“뭐가 내키지 않아요?”
“네.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들어봐요.”
척.
김혁권이 다시 청진기를 건넸다.
태수 생각에도 그게 확실했다.
청진기를 받아든 태수는 샘 분대장에게 부탁했다.
“먼저 가서 닥터 정 좀 도와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휙.
샘 분대장도 기다리는 게 불편했는지 빠르게 움직였다.
그 사이 태수는 청진기로 등을 차근차근 짚었다.
바세린과 거즈가 두툼하게 깔려 있지만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슥, 슥.
청진판을 여기저기 옮겼지만 딱히 문제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잘못 짚었나?’
태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하나가 빠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혹시 모를 일이라 레이첼 일병에게 부탁했다.
“레이첼 바이탈 확인 좀 요.”
“누릅니다.”
띡.
레이첼 일병이 바로 자동혈압계 버튼을 눌렀다.
그는 무표정한 인상답게 차갑고 철두철미한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수첩을 내밀었다.
“여기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계속 적어 놓으셨네요.”
“전에 닥터 최가 적는 게 훨씬 좋다고 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럼요. 저도 제 기억력을 못 믿는데요.”
태수는 대답하며 시선은 바이탈 기록을 훑었다.
수흉 진행 과정이 읽히는 거 같았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하다는 거였다.
그 외에 문제라면 맥박이 조금 빠르다는 정도일 터였다.
‘수흉이었으니까.’
생각해보니 수흉이 왜 생겼는지 원인을 몰랐다.
수흉은 보통 심장이나 신장 질환의 합병 중세로 삼출액이 폐에 쌓이는 현상을 뜻했다.
심장은 상당히 약해졌지만 제 일을 쉬지 않고 있었다.
그럼 신장일까?
하나 씩 지워가며 원인에 접근해하고 있었다.
그 시각 김혁권은 청진기를 꽂고 등으로 내부 소리를 듣고 있었다.
가끔 태수를 보며 따라하며 하나 씩 익히는 그의 학습법이었다.
그런데 김혁권이 의아한 표정으로 태수를 바라봤다.
“심장이 두두두두, 이런 느낌으로 뛰는 건 왜 그런 겁니까?”
“두두두?”
“네. 두두두.”
김혀권이 같은 표현을 반복하자 태수 표정이 싹 굳어졌다.
“청진기 주세요. 레이첼, 바이탈 한 번 더.”
“여기.”
휙.
“썰.”
띡.
두 사람은 재깍 반응했다.
청진기를 다시 귀에 건 태수가 청진판을 등에 올림과 동시였다.
두두두.
심장이 가늘게 격동하는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젠장. 부정맥.”
태수의 외침에 김혁권은 순간 당황했다.
“뭘 갑자기 arrhythmia이래.”
“레이첼.”
“맥박이…….”
레이첼 일병이 반사적으로 수치를 읊자 태수 눈에 힘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