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927
00930 930화
태수가 흉부 압박을 하고 이기준이 제세동기로 심장에 충격을 주는 게 몇 번 반복되었다.
그사이 수술실 온도는 급격하게 올라갔다.
후덥지근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심하게 몸을 움직이는데 덥기까지 하니 쉬면서 말랐던 땀이 다시 이마를 흠뻑 적시기 시작했다.
게다가 긴장감까지 더해져 땀이 나는 속도도 훨씬 빨랐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흘러내린 땀을 닦을 정신이 없었다.
아직 혈압과 맥박에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흉부 압박을 하던 태수의 눈빛이 점점 다급하게 변했다.
‘개흉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그러나 그럴 시간이 없었다.
지금은 잠깐이라도 흉부 압박을 멈추면 윤사라의 심장이 과부하를 이기지 못해 멈출 터였다.
그렇기에 개흉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그게 갑갑했다.
열어서 안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야 적절한 수술이나 응급처치를 할 터였다. 이건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격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어 더욱 초조했다.
그때 번뜩 스친 생각에 태수가 공우혁에게 물었다.
“헉헉. 출혈은 없습니까?”
태수의 물음에 여성현이 눈빛을 번뜩였다.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아. 거기, 놀고 있는 녀석들, 얼른 움직여!”
여성현의 자극적인 말에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조현민과 유병태의 눈빛이 돌변했다.
“가자.”
“갑시다.”
조현민과 유병태가 얼른 수술했던 복부에 자리를 잡았다. 제일 먼저 조현민이 청진기로 소리를 듣고, 유병태는 손으로 눌러 보며 이상 반응을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심실세동은 계속됐다.
태수는 더 기다리지 못하고 오더를 내렸다.
“vasodilator(혈관확장제), adrenalin(아드레날린).”
“좀 이른 거 같은데.”
“심장을 되돌리는 게 우선입니다. 그리고 최 중위는 urinary output(소변 배출량)부터 확인해 주세요.”
그렇게 오더를 내리는 사이에도 태수는 흉부 압박을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몇 번 더 흉부를 강하게 압박한 후였다. 태수가 허리를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낮게 소리쳤다.
“이 선생!”
“충전은요?”
이기준이 묻자 이선정 간호사가 싸늘하게 대답했다.
“됐어요.”
“최 선생, 간다. 샷!”
풀썩!
또 한 번 윤사라의 몸이 수술대에서 크게 들썩거렸다. 그사이에도 태수의 시선은 ECG(심전도 모니터)로 향해 있었다.
변화가 전혀 없었다.
‘젠장.’
실망할 틈도 없이 태수는 다시 허리를 숙여 압박을 이어 갔다.
수술대에 올라탄 상태였다. 게다가 제세동기로 심장에 충격을 줄 때면 조명을 잡고 발끝으로 서서 전기도 피해야 했다.
지친 체력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반복적으로 무리한 행동을 이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태수는 앓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윤사라의 심장만 생각하고 있었다.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아직 뛰고 있다.
곧 제대로 돌아올 거다!
그렇게 믿으며 계속 압박을 진행했다.
곧 조현민과 유병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출혈은 없는 거 같습니다.”
“몇 번을 확인했는데 진짜 이상할 정도입니다.”
뒤를 이어 최소현 중위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소변량은 적습니다만, 심실세동 상태인 걸 감안하면 아주 적은 양도 아닙니다.”
그들의 의아한 목소리만큼 다들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출혈이 없고 소변량도 나쁘지 않은데 심실세동이라면 최소한 간이나 신장의 문제는 아닐 터였다.
수술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도감과는 또 다른 마음이다.
도대체 왜?
태수는 이내 지독할 정도로 냉정하게 윤사라를 살폈다.
심장에 직접적인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높았다.
아직 심장이 멈추지 않았을 뿐.
격하게 뛰는 심장은 언제 과부하가 걸릴지 모른다. 그만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태수는 그런 건 관심을 두지 않았다.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건 느끼지도 못했다. 땀이 떨어져 윤사라의 얼굴을 적시고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더 버틸 수 있잖아.
아직 끝이 아니잖아.
태수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절규하며 압박을 이어 갔다.
그러던 중이었다.
삐빅. 삑.
ECG(심전도 모니터)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낮게 규칙적인 소리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여성현이 소리쳤다.
“돌아왔다!”
그 소리에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여성현 쪽을 바라봤다.
“돌아와?”
“진짜?”
다들 온몸에 땀이 가득했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지 ECG(심전도 모니터)로 시선을 향했다.
심장 박동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돌아왔다.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돌아왔다!”
다들 소리쳐 이 기쁨을 표현했다.
태수는?
수술대에서 힘겹게 내려오더니 수술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덥지근한 수술실에서 쉼 없이 흉부 압박을 해서 그런지 얼굴에 땀이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바짝 긴장했다가 풀려서 표정이 복잡했다.
“후우.”
“돌아왔어요!”
와락!
이선정 간호사가 번개같이 다가와 주저앉은 태수의 머리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머리가 조이는 느낌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태수의 얼굴에도 실실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러던 태수가 아차 싶었다. 지금 이렇게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태수는 머리를 감싼 이선정 간호사의 팔을 두드리며 말했다.
“놔주세요. 빨리요.”
“네?”
이선정 간호사가 얼떨결에 팔을 풀었다.
자유가 된 태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기뻐하는 의료진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바로 개흉에 들어갑니다. 조 선배와 이 선생은 즉각 수술 준비 하시고, 유 선생은 나가서 수혈팩 좀 들고 와 줘.”
태수가 빠르게 오더를 내린 순간이었다. 기뻐하던 의료진들의 표정도 빠르게 심각하게 돌아왔다.
그제야 다음 할 일을 깨달은 모양이다. 윤사라는 이제 막 원인 모를 심실세동에서 벗어났을 뿐이다.
이제 그 원인을 찾는 게 중요했다.
“자자, 움직입시다!”
“간호장교들은 수술 준비 좀 빨리 부탁해요.”
“나도 잠깐 나가서 필요한 약 좀 더 챙겨서 들어올게.”
다들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에 두 사람.
여성현과 박시은 중위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직 안정이 되었다고 장담할 수 없던 탓이다.
emergency surgery(응급수술) 준비가 어느 정도 갖춰질 때까지는 두 눈에 힘을 준 채 ECG(심전도 모니터)에 온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그런 여성현과 박시은 중위 덕분에 태수와 다른 의료진들은 신속하게 각자 할 일을 찾아갔다.
수술 준비는 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태수가 손을 소독하는 사이 이선정 간호사가 수술 가운을 들고 다가왔다.
아직 소독하는 중이라 수술 가운을 든 채로 이선정 간호사가 물었다.
“도대체 사라의 심장에 이상이 생긴 이유가 뭘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경험은 없으세요?”
“없습니다. 다만 개흉을 해 보면 뭔가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화를 하며 손 소독을 마친 태수가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사이 수술 가운을 넓게 펼친 이선정 간호사가 다가오며 말했다.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야죠.”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이 끈끈했다.
그렇게 태수가 수술 가운에 손을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삑삑.
갑자기 ECG(심전도 모니터)의 소리가 돌변했다. 그와 동시에 여성현의 절규가 수술실을 가득 울렸다.
“젠장! 또야?”
그 소리에 태수와 이선정 간호사의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했다.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의료진들의 눈빛도 날카롭게 변했다.
또라면?
심실세동!
왜?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태수는 수술 가운으로 향하던 몸을 틀어 곧장 수술대로 달려갔다. 뒤따라 이선정 간호사와 다른 의료진들도 서둘러 수술대로 다가왔다.
태수는 그사이 다시 수술대에 올라타서 윤사라의 흉부를 압박하며 소리쳤다.
“제세동기부터!”
“충전 중이에요!”
이선정 간호사도 어느새 제세동기로 다시 다가가 있었다.
그러는 사이 모두 수술대에 다가섰다.
ECG로 향한 시선이 격변하는 심전도 그래프와 같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도대체 왜?
조금 전에 안정을 찾았다는 게 거짓말 같았다.
그리고 이 상황도 거짓말같이 느껴졌다.
그사이 태수는 생각했다.
반복된 심실세동.
좋지 않은 징조였다.
태수는 솔직히 의아함을 느꼈다. 카프레네의 기억을 둘러봐도 이런 증세는 없었다.
제임스와 카프레네의 임상 기록에도 없었고, 스미스가 정리해서 건네준 수술 영상에도 없었다.
그래서 더 환장할 것 같았다.
최소한 이유라도 알면 그에 따른 응급처치를 할 터였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는 건 오직 흉부 압박밖에 없다는 게 태수를 초조하게 했다.
태수만 초조한 게 아니었다. 공우혁이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뭐 해! 다들 움직여!”
그 소리와 동시에 다들 움찔했다.
이렇게 ECG(심전도 모니터)만 쳐다볼 게 아니었다.
“위치 잡아!”
부산할 정도로 여러 의료진들이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그러던 중이었다.
“이런!”
여성현의 경악한 목소리가 수술실을 울린 직후였다.
삐이-.
ECG(심전도 모니터)에서 길고 긴 기계음이 수술실을 울렸다. 그 순간 수술에 참가한 모든 의료진들이 멈칫했다.
이 소리는?
이 순간 절대로 들려서는 안 될 소리다.
심정지.
그 말은 곧 죽음을 뜻했다.
어느새 다시 제세동기를 들고 있던 이기준의 팔이 아래로 축 처졌다. 공우혁은 눈을 감았고, 여성현은 수술실 바닥으로 고개를 떨궜다.
조현민과 유병태는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응급 상황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 심실세동으로 이만큼 버틴 게 기적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도 악착같이 버텨 왔는데.
ECG(심전도 모니터)에서 끊임없이 기계음이 들려온 순간 힘이 쭉 빠졌다.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눈을 둘 곳이 없었다.
…….
아무도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하아아.”
허탈함이 뒤섞인 기다란 한숨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적막한 수술실.
울리는 거라고는 ECG(심전도 모니터)의 기다란 소리뿐이었다.
그때였다.
“십칠, 십팔, 십구…….”
빠르게 숫자를 세는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칫한 모두의 시선이 그 소리 쪽으로 향했다.
그 시선 끝에는?
윤사라의 심장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태수 모습이 보였다. 교과서보다 더욱 교과서 같은 모습이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태수의 귀에 수술실 가득한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바라보는 눈빛이 착잡하게 변했다. 그런 시선도 모르는지 태수의 흉부 압박은 계속 이어졌다.
“스물아홉, 서른!”
흉부 압박을 마친 태수는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에 인상을 사정없이 찌푸리면서도 악착같이 일어났다.
턱.
“훅훅.”
조명을 잡은 그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때 이기준이 태수를 불렀다.
“태수야…… 최 선생.”
“…….”
“지금, 그러니까…….”
이기준의 목소리가 이어지기 직전이었다.
탁!
손에 든 제세동기를 가로챈 손길이 있었다. 움찔한 이기준이 바라보자 이선정 간호사의 뒷모습이 보였다.
양손에 충격기를 든 그녀는 윤사라의 심장에 대고 악을 썼다.
“샷!”
털썩!
윤사라의 몸이 한 번 더 수술대에서 들썩거렸다. 그러나 ECG의 반응은 똑같았다.
그때 태수는 말없이 다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같이 반복해서 심장을 압박했다.
“둘, 셋……. 여 선배, adrenalin(아드레날린, 강심제 일종)! ……일곱, 여덟…….”
태수는 그 말만 외치고 흉부 압박을 계속했다.
무리가 갈 것이다.
강한 압박에 갈비뼈가 부러진 느낌이다.
그래도.
죽음보단 삶이 낫다.
태수가 가진 한 가지 마음이다.
여성현은…….
착잡한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이선정 간호사가 또 한 번 움직였다.
이젠 익숙한 수술실이었기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빠삭했다. 바로 아드레날린을 주사기에 담은 이선정 간호사가 태수에게 내밀었다.
“선생님!”
“…….”
말없이 받아 든 태수는 곧장 윤사라의 심장을 향해 주삿바늘을 찔렀다.
한 번에 아드레날린을 모두 심장에 직접 주사했다. 그리고 빈 주사기를 뽑아 수술실 뒤쪽으로 던졌다.
달그락.
빈 주사기가 수술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사이에도 태수는 계속 심장 압박을 이어 갔다.
이선정 간호사는?
어느새 제세동기로 돌아와 충전 상황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