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EPISODE.56
손안에 든 마석을 굴리며 두 드워프가 쉬지 않고 입을 놀려댔다.
“그런데 기괴하군.”
“……뭐가 말인가?”
“도무지 어떤 용종의 심장인지를 알 수가 없어.”
용종의 심장이라 하더라도, 어떤 용종의 것이냐에 따라 그 특성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법.
하지만 눈앞에 들린 이 작은 마석은 특이해도 너무 특이했다.
“하위 용종의 심장이라고 보기에는 마력의 순도가 너무 높고.”
“상위 용종의 심장이라고 보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작다는 말이군.”
“용종 대백과라도 들여다봐야 하는 건가?”
“가져와 보겠나?”
하지만 정작 러셀의 귀에는 그들이 떠드는 소리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쿵-.
무거운 돌덩이가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 한켠이 철렁했다.
‘용종의 심장이라고?’
이름만 마석으로 불릴 뿐, 세간에 떠돌던 마석들과는 단 하나의 공통점도 없던 물건이다
그런 와중에 용이니 용신왕이니 하는 것들과 얽힘에 따라,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그런데 막상 그 추측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새삼 놀라운 마음이 들었던 것.
물론 두 드워프의 이야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쯤 되니 이 물건이 진짜 드래고닉 하트가 맞는지조차 모르겠군.”
“그러게 말일세. 설마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마석이 있을 줄이야. 역시나 세상은 넓구먼…….”
그렇게 말한 드워프 둘이 돌연 눈을 빛냈다.
“이보게 작은 인간!”
“도대체 이걸 어디서 얻었는가?”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눈동자를 빛내며 물어오는 그들의 모습에 러셀이 짤막하게 답변했다.
“어쩌다 보니 얻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얻었다라…….”
“표본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현재로선 이게 최선이라는 건가.”
저것이 러셀이 지닌 마석의 전부로 오해한 듯한 말투였다.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간에. 자신들끼리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미기가 말했다.
“작은 인간. 괜찮다면 자네가 돌아갈 때까지만 이라도 이것을 우리들에게 맡겨보겠는가?”
“맡겨보라는 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말 그대로일세. 아무래도 드래고닉 하트의 일종 같은데, 우리도 처음 보는 것인지라 어떤 종류의 물건인지 분석을 좀 해보려고 하는 거지. 만약 뭔가 알아내는 게 있다면 자네에게도 알려주겠네.”
“음…….”
러셀이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옆에 있던 피기가 냉큼 거들었다.
“허튼 곳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겠노라고, 불과 쇠에 대고 맹세하지.”
그 특유의 호방하고 호탕한 성정 때문이었을까.
엘프와 마찬가지로 드워프는 거짓말을 그리 즐기는 종족이 아니었다.
거기다 스스로가 신성시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불과 쇠에다까지 맹세를 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짧은 망설임은 있었지만, 러셀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맡기는 물건이 최하급 마석이라는 점 역시 한몫했다.
‘처음에야 대단한 물건이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리 많은 마력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물론 저것도 쌓이면 꽤 많은 양이 되겠지만, 하나쯤이야.
러셀의 동의가 떨어지자, 두 드워프가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을 터뜨렸다.
“오오. 탁월한 선택일세.”
두툼한 손아귀로 러셀의 손을 꼭 맞잡으며 소리쳤다.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알아보겠네!”
그 모습이 꼭…….
‘연구비를 잔뜩 지원받아 신난 마법사 같네.’
* * *
미기와 피기.
두 드워프가 연구를 어떤 식으로 하건 간에, 이미 러셀은 마석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십중팔구 드래곤 하트겠지.’
그것도 평범한 용의 것이 아닌, 용신왕의 심장일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한 가지 있다면, 그 드래곤 하트를 어떤 식으로 제련을 했느냐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지만.
‘그 부분은 미기와 피기가 해결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러셀이 걸음을 옮긴 곳은 언더월드의 대(大)도서관이었다.
이곳, 지하세계에 존재하는 몇 개의 도서관 중 문자 그대로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도서관.
미기와 피기의 언질이 있었던 탓에 위치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특이하게 지하로 향해 지어진 도서관이라…….’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입구를 내려 보며 러셀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이라고 하면, 작은 상아탑(象牙塔)과도 같은 취급을 받곤 하는 건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상아탑이나 마탑과 마찬가지로 위를 향해 지어지는 것이 보통.
‘물론 인간세계의 건물 대부분이 지하가 아닌 지상을 향해 지어져 있지만.’
허나 특이하게도 이곳 언더월드의 도서관은 모두가 지하를 파내 지어져 있었던 것이다.
‘소중한 지식은 위대한 땅속에 보관해야 한다던가?’
미기와 피기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도서관 안쪽으로 들어서자, 사서로 보이는 드워프가 나와 도서관의 규칙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으음? 외부에서 왔다는 인간이 자네로군. 대도서관에 온 것을 환영하네만-.”
외부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구역은 오로지 지하 1층뿐이며, 대여는 엄금한다는 등…….
그러나 그 규칙이 달라지는데 필요했던 것은, 단 한 장의 소개장이 전부라.
“으음, 이건?”
대도서관으로 향한다는 말에 마석을 맡겨준 답례로써 두 명의 드워프가 적어 주었던 소개장이었다.
“허. 이건 미기와 피기의 추천장이로군. 마이스터(Meister)의 추천장이라면 외부인이라도 지하 3층까지 이용할 수 있지.”
물론 대여는 여전히 불가능하지만-사서는 그렇게 말을 맺었다.
단숨에 뒤바뀌는 대우를 실감하며, 속으로 ‘마이스터’라는 단어를 되뇌었다.
언더월드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상이었지만, 마이스터라는 단어만큼은 러셀 역시 들어본 적이 있었다.
천명의 드워프 중에서도, 오직 한둘 정도만이 올라설 수 있는.
장인이 많기로 유명한 드워프 족 사이에서도 장인 중의 장인이라고 불리는 이들.
‘어쩐지 도제로 부리고 있던 드워프가 많더라니, 마이스터 급이었나?’
새삼 그들이 자신과 사형에게 호의를 보였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러셀이 걸음을 옮겼다.
우선 지하 1층의 서재를 간단하게 훑었다.
그가 언더월드에서 남은 일정을 도서관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이라면 지상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 책을 통해 쌓은 지식이 6써클의 벽을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광물과 제련, 보석은 어디에서 오는가, 더욱 단단한 강철을 만드는 법, 로맨틱 웨폰-.’
드워프들이 만든 도서관답다고 해야 할까.
쇠와 불의 신봉자들답게, 도서관에는 제련 기술이나 광물과 관련된 서적들이 대부분이었다.
흥미가 당기지 않는 건 아니었으나, 당장에는 패스.
‘크고 아름다운 불꽃, 열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두 권은 좀 괜찮아 보이는데?’
불꽃과 관련된 이론서가 많다는 사실에 러셀의 웃음이 진해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은 화염 계통 마법과 가장 좋은 상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물론 사용하고자 한다면 사원소는 물론, 그 외의 속성 마법들까지도 모두 쓸 수 있긴 했지만.
읽을 책 몇 권을 정한 직후, 러셀은 도서관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이어 무시무시한 집중력으로 책을 탐닉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락, 사락, 사락-.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서책의 페이지가 넘어갔다.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의 두 눈은 단 한 줄의 글귀조차 놓치지 않고 독파하고 있었다.
아니.
놓치지 않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속에 담긴 이론을 이해하고, 기억하며 스스로의 마법에 대조하고 조립하기까지.
‘이론서를 읽는 건 익숙해.’
이제는 까마득해질 정도의 과거라고는 하지만, 재능이 없던 시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 바로 책을 독파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쌓아 올려진 습관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 왔는가? 오늘도 늘 같은 시간이로군.”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도서관을 지키던 사서 드워프가 러셀을 향해 인사했다.
처음 며칠이야 허례허식이라도 추천서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 와선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이 지나고.
마침내 예정된 기한이 모두 소비되었을 때.
“끙.”
러셀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이걸 소득이 있다고 해야 하는 건지, 그렇지 않으면 없다고 해야 하는 건지…….’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대도서관에 비치된 모든 책을 둘러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십구 일 동안 러셀은 적지 않은 책을 읽었다.
그 속에서 지식을 얻었으며 작은 깨달음들을 얻어갔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깨달음과 같이 거창한 것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했다.
굳이 따지자면 깨달음의 편린(片鱗), ‘앎’이나 ‘깨우침’ 정도 되겠지.
여하간 그 ‘앎’들이 쌓여가며 그를 가로막고 있는 벽에 뭔가 변화가 생긴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지.’
짧은 한숨.
격량에 던져진 나뭇잎이 어지럽게 표류하듯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이내 멀리 보이는 대장간의 간판을 확인하며 러셀이 정신을 다잡았다.
“오, 왔는가?”
안으로 들어가자 러셀을 알아본 그가 큰 손을 흔들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던 것인지, 인사를 하는 손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고기의 기름이 번들거렸고,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잔 가득 술이 들어 있는 모습.
“예. 오늘이 마지막 날인지라, 뭔가 알아내신 게 있는가-해서 왔습니다.”
“음…….”
“흠…….”
러셀의 물음에 미기와 피기가 동시에 침음을 흘렸다.
난감하다는 듯 시선을 교환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작은 인간에게는 미안하네만, 그리 대단한 걸 알아내지는 못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게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지.”
“……그렇습니까.”
그들의 솔직 담백한 대답에 러셀이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물론 알아낸 게 전혀 없는 건 아니지.”
“……?”
“일단 우리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이건 자연적으로 발생한 물건이 아닐세. 누군가가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인공물이지.”
인공물, 그 말을 되뇌며 러셀이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라도 있습니까?”
“연금반응, 비슷한 것이 나왔거든.”
연금반응이란, 연금술로 어떤 물질을 만들어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을 보면, 진짜 연금반응과는 다른 무언가가 발견된 모양.
“그에 대한 상세한 기록은 여기 있네.”
미기가 손에 묻은 기름을 앞섶에 문질러 지우며, 대장간 한켠에 놓아두었던 문서를 그에게 건넸다.
“읽으면서 듣게.”
러셀의 눈이 그 위로 향하는 것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그 보고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우리가 몇 가지 추측을 해봤네만…….”
“이건 어떤 물품의 일부를 뜯어내고 희석해서 만들어낸 마그눔 오푸스(Magnum Opus)의 일종일 것 같아.”
마그눔 오푸스, 쉽게 말해 연금술에서 걸작(傑作)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연금술에 있어 그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 물건은 현자의 돌 정도.
다시 말해, 드워프들이 판단하기에 눈앞의 마석은 현자의 돌에 비견될 만한 물건이라는 말이었다.
“물론 마그눔 오푸스 중에서도 아주 낮은 단계에 속하는 것이겠지만 말이야.”
그렇겠지, 러셀이 그들에게 건네었던 것은 식용 마석 중에서도 최하급이었으니까.
“문제는 어떤 물건을 뜯어내 이 마그눔 오푸스를 만들어냈냐는 것인데…….”
“한순간 우리들이 드래고닉 하트라고 착각할 만한 물건이었으니, 그만한 물건을 만들기 위한 재료는 단 하나밖에 없지.”
.
.
‘드래곤 하트…….’
결국 드워프들이 내린 결론 역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쨌건 간에, 이 마석이라는 것은 드래곤 하트로 구성되어 있을 확률이 컸으므로.
‘결국 나는 드래곤 하트를 매일 같이 퍼먹고 있었던 셈인가?’
제대로 마력이 깃들어 있는 드래곤 하트의 가치가 천금으로도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면 자신은 식도락(食道樂)에 있어 인세에 다시 없는 호사(豪奢)를 누린 이가 되는 셈이었다.
마법적으로도 무한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 만큼, 다른 마법사들이 듣는다면 기함을 할 테지.
그리 생각하며 러셀이 고개를 들었다.
시선 저 멀리 언더월드의 출입구가 보였다.
언더월드를 떠나는 날인만큼, 저곳에서 사형인 버밀리온과 합류를 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지 않아도 크기가 작은 드워프들 사이로 거대한 기둥처럼 보이는 사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저건 또 무슨 기행이람?’
셔터 형태의 철문 앞에 서 있는 버밀리온 모습에 러셀의 몸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입을 떡 벌어졌다.
‘왜 사람 몸이 반짝여?’
이번엔 또 무슨 일인지.
버밀리온의 전신이 발광석의 빛을 받아 구릿빛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