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EPISODE.67
러셀이 입술을 달싹였다.
“신기(神器)…….”
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브라흐마스트라.”
그것은 신기(神器)인 동시에 마법(魔法)이었다.
──────!
손이 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격 높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또한 알 수 있었다.
이 물건은 지금의 자신으로썬 결코 감당할 수 없는 힘이라는 것을.
뭔가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본능에서 기인한 결론이었지만.
그때였다.
[취하소서.]화룡의 형상이 고개를 숙이는 것과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신기에서 상서로운 빛.
서광(瑞光)이 뿜어지기 시작한 것은!
화아악!
신기를 따라 실타래처럼 뿜어져 나온 빛살과 홍염이 순식간에 러셀의 전신을 덮쳤다.
거대한 불덩이로 화하며 그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큭-!”
전신의 마나로드가 불살라지는 듯한 격통이 쉬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
불개미, 혹은 고슴도치가 마나로드를 따라 난동이라도 부리는 것 같았다.
순간순간, 뇌리가 하얗게 물들어 버릴 만큼 강렬한 충격이 계속해서 몰려들고.
그런 가운데 러셀이 이를 악물었다.
‘기절해서는 안 된다.’
지금 마나로드를 따라 흘러드는 것이 단순한 마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채었기 때문.
이미 높은 수준의 화(火) 속성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 러셀이었다.
따라서, 단순히 화(火) 속성의 마력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격통이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느끼는 이유.
그것은 지금 마나로드를 휘돌고 있는 것의 정체가 마력의 형상을 한 언령인 동시에 수식이기 때문이었다.
전신을 질주한 마력이 뇌리로 치밀어 오를 때마다, 수준 높은 수식과 언령의 힘이 머릿속에 때려 박혔다.
이어 브라흐마스트라에 대한 이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아 올랐다.
‘9써클…….’
어쩌면 그것마저도 초월했을지도 모르는 힘이다.
처음 예상했던 대로 지금의 자신은 결코 이 마법을 감당해낼 수 없었다.
아니.
‘굳이 사용하려 든다면 할 수는 있을 테지.’
다만 그리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마나를 9할 이상 사용하더라도 한 발이 최선.’
그마저도 십 수 분, 그 이상 공을 들여야 완성할 수 있는 마법이라니.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위험도가 너무 짙다.
‘물론 비장의 카드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러셀은 더 이상 사고를 잇지 못했다.
9써클을 뛰어넘는 마법.
그 마법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그의 뇌는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던 까닭이다.
“끄으-.”
맨손으로 뇌를 꺼내 주물러 대는 것 같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코피가 쏟아져 나오기까지.
푸확-!
흘러나온 핏물이 앞섶을 붉게 물들인다.
한계까지 뇌를 혹사한 결과라는 듯, 온몸을 따라 식은땀이 뻘뻘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러셀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
길어야 수 분이면 한계가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분명 이대로라면 그러했을 테지.
허나.
콰아아아앙!
머릿속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러셀의 뇌를 제한하고 있던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와 함께 뇌의 영역이 확장되며 재구축되기 시작하고.
덩달아 함께 성장한 ‘인지(認知)’, ‘이해(理解)’, ‘직관(直觀)’이 물에 닿은 솜마냥 남은 언령과 수식을 빨아들였다.
화아아악-!
써클이 상승하는 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성장.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은 그 순간의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이미 한계까지 혹사당한 러셀의 의식이었다.
뇌의 영역이 넓어지는 순간 일어났던 폭발, 그 폭발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
조금씩 의식이 흐려져 가는 것이 느껴지고, 그런 가운데 화룡의 음성이 귓가로 흘러들었다.
[브라흐마스트라.] [그것은 그분의 배필이자 작은 주인의 선조께서 만들어낸 신살(神殺)의 창.] [그 위력은 반신이라 할지라도 단숨에 거꾸러뜨리고, 설혹 완성된 신격이라 할지라도 깎아낼 수 있음이니…….] [우리들의 새로운 신으로서, 새롭게 태어날 아이들을 잘 이끌어주소서.] [새로운 주인, 용제(龍帝)시여.]부디 자신의 말이 쓰러진 작은 주인에게 모두 전해졌기를.
그렇게 바라며 화룡의 형상이 시선을 움직였다.
조금 애달픈 눈으로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알과 러셀의 곁에서 낑낑거리는 페퍼를 번갈아 응시했다.
-갸르륵, 끵끵…….
쓰러진 러셀이 걱정되는 것인지, 평소와는 달리 애달픈 울음소리라.
페퍼를 향해 화룡의 형상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작은 주인께선 피로로 인해 잠시 쓰러지셨을 뿐, 곧 정신을 차리실 테니.]이어 말했다.
[본래라면 나의 아이가 곁에서 이분을 모시길 바랐으나, 운명은 그를 허락하지 않았구나.]갸르르륵-?
[하여 부탁하노니, 괜찮다면 네가 이 힘을 이어 주겠느냐?]갸륵?
[정령이라곤 하나, 돌연변이. 용의 인자를 소량이나마 이어받은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인즉…….]용의 형상이 조금씩 흐릿해지기 시작하고.
[새로운 화룡이 되어, 작은 주인과 함께해 주기를. 또한 용의 혈통을 이어주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노라.]그 말을 끝으로 용의 형상이 불티로 변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화아악!
반딧불이 수십 마리가 동시에 날아오르는 듯, 허공을 향해 솟구친 불티가 점차 그 빛을 잃어갔다.
갸르륵-.
자리에 남아 고개를 갸웃하던 페퍼가 러셀과 알을 번갈아 바라봤다.
마침내 뭔가를 결정한 듯, 알이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파다닥!
* * *
의식이 몽롱했다.
꿈(夢).
이곳이 어디인지,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문자 그대로의 혼몽(混夢)이었다.
그 혼몽 속에서 러셀의 의식은 어떤 사내의 발자취를 좇고 있었다.
배경은 전장(戰場).
어떤 전장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인간과 인간이 벌이는 전쟁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거인(巨人).
하나하나가 수십 미터를 훌쩍 넘는 크기를 가진 거인들과 인간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
거인들이 포효를 내지를 때마다 인간들의 군기(軍氣)가 거칠게 요동쳤다.
사기가 푹푹 꺾여갔다. 개중 일부는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전의를 상실하고 오줌을 지리기까지.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을 발하는 이들이 있었다.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군기를 들끓게 하는 이들.
흑발의 사내 역시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흑발의 사내가 손에 들린 검을 휘두를 때마다, 빛살이 파도처럼 쏟아졌다.
쏟아진 빛의 파도에 난자당한 거인이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크워어어어어-!
문제는 거인들의 수였다.
하나하나가 초인(超人) 이상의 힘을 지닌 거인들의 수가 수백.
흑발의 사내 혼자 전황을 뒤집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었다.
그렇게 인간 진영 쪽으로 조금씩 절망이 드리우기 시작하고.
그 순간-!
작은 인영 하나가 하늘을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흑발의 사내 옆으로 착지했다.
탁-.
사내와 마찬가지로 흑발을 길게 늘어뜨린, 어딘지 고고해 보이는 인상의 여인이었다.
여인이 등장하는 순간, 마구잡이로 날뛰어대던 거인들이 일거에 분노를 쏟아냈다.
!!!!!!!!!!!!!!!!!
지축을 뒤흔들리고, 고막이 터져나갈 것 같은 굉음이라.
‘윽-!’
의식만 남아 있던 러셀 역시도 몸서리를 쳤을 정도.
허나 여인은 떨지 않았다. 두려움에 떠는 대신 오만한 시선으로 녀석들을 노려보며 숨을 들이켰다.
스으-!
일대의 마력이 남김없이 여인에게로 빨려드는 착각이 일고.
여인의 몸이 당장에라도 폭발할 듯 크게 부풀어 올랐다.
인간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거대한 용의 형상으로 화했다.
방금 보았던 화룡의 두 배는 될 법한 압도적인 크기.
흑요석을 깎아 만든 듯 아름다운 비늘. 그리고 머리를 따라 자라난, 수 개의 뿔들까지.
그 뿔의 개수를 확인하는 순간, 러셀은 여인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용신왕-!’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던 드래곤의 정체는 바로 용신왕이었다.
용신왕의 비늘이 마력광을 받아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환한 빛이 그녀의 입가를 따라 맴도는 순간!
그것이 뿜어졌다.
──────────────!!!!
폭굉(爆轟), 소리보다 빠르게 불꽃이 쏘아졌다.
직선으로 뿜어진 홍염이, 광선과 같이 내달리며 거인들 사이를 관통했다.
직격당한 거인 몇이 제대로 된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음은 물론, 그 복사열만으로 몇몇 거인들의 피부가 녹아내리기까지.
일격에 지형이 깎여나가는 것은 물론 그 궤도상에 위치하고 있던 산악 몇 개가 통째로 관통되었다.
물질계 최강의 위력을 지녔다는 드래곤 브레스, 그중에서도 강력한 용신왕의 브레스다.
저런 브레스를 몇 번이고 남발할 수 있다면, 전황을 바꾸는 것쯤이야 어린아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울 테지.
허나 안타깝게도.
아무리 용신왕이라 할지라도 브레스를 여러 번 남발하는 것은 무리인 듯했다.
용의 모습을 포기하고, 여인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 그 증거라.
일순 비틀거리는 여인의 허리를 흑발 사내가 받아 들었다.
용신왕이 희미하게 웃었다.
웃으며 아공간을 열어 기다란 무엇인가를 사내에게 건넸다.
[이제는 이 땅을 떠난 신들 중 여섯의 신성에 나의 뿔을 더해 만들었노라.] [이계에서 온 구원자이자 나의 반려여.] [새로운 신기로 거듭날 이것은, 가히 신살(神殺)이라 이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력을 지녔으니…….] [이것이 그대를 인도할 횃불이 되리라.]전날 들었던 것과 똑같은, 용신왕의 음성.
러셀이 눈 사이를 좁혔다.
‘저건…….’
스태프, 거창, 혹은 살(虄).
‘브라흐마스트라.’
그 이름을 인지한 순간, 러셀을 둘러싼 세상이 일변했다.
-!!
의식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며 현실로 떨어져 내렸다.
!!
* * *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뜬 러셀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쩐지 기분이 좀 찝찝하더라니.’
앞섶이 코피에 범벅이 된 것은 물론 온몸의 로브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와작-.
게다가 이곳은 화산지대.
땅 아래로 마그마가 흐르는 탓에 지열(地熱)이 다른 곳보다 훨씬 높은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증기목욕(Sauna)을 하고 있었으니.’
온몸이 땀에 찌들어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테지.
“후-.”
러셀이 짧게 숨을 뱉었다.
와삭, 와작-.
땀에 찌든 의복을 계속 입고 있으려니 조금 기분이 찝찝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돌아갈 때도 물속을 거슬러 가야 하니까.’
옷을 갈아입는 것은 그 후에 해야 할 터. 그렇게 생각한 러셀이 슬쩍 눈을 감았다.
와작-.
뇌의 영역이 향상된 탓일까.
전에 비해 차분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끼며 방금 전 꾸었던 꿈의 내용에 대해 생각했다.
‘도대체 그건 무슨 꿈이지?’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을, 꿈을 통해 받아들이게 되다니.
‘브라흐마스트라의 영향인가?’
와사삭-!
러셀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아까부터 왜 계속 와삭거리는 소리가-?’
갸륵?
고개를 돌리자 페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의 입가에 묻어 있는 것은 화산탄처럼 생긴 알의 잔재들.
“어-?”
페퍼가 화룡의 알을 베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하는 러셀을 향해 페퍼가 고개를 갸웃했다.
갸르르륵?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양, 순진무구한 눈망울이었다.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