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EPISODE.70
“허, 쿠릴 아일랜드에 있는 수인족의 이주라니. 크고 작은 수인족들을 모두 합치면 물경 20만이 넘는 숫자요. 그만한 수인들을 먹고 재울 장소를 어찌 마련한단 말이오!”
재정대신의 말에 행정대신이 힘을 실어주듯, 뒤이어 소리쳤다.
“맞소. 게다가 문화의 차이는 또 어떻게 극복할 것이오? 그만한 숫자의 수인족들이 왕국으로 유입된다면 분명 크고 작은 문제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터!”
물론 그에 대한 반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정대신과 행정대신의 말에 반박하듯, 군부대신이 목소리를 높였다.
“말 잘하셨소. 물경 20만? 그중 절반만 전투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10만에 달하는 병력을 거저 얻게 되는 것이오! 수인족들의 월등한 신체 능력을 생각한다면, 잘 훈련된 정규군 이상의 성과를 보일 수 있겠지!”
“이 나라가 오로지 전쟁으로만 굴러갈 만큼 싸구려로 보이는 것이오?”
“뭐, 뭣이? 싸구려? 예로부터 국방력은 나라의 근간이라고까지 불려왔거늘!”
질세라 서로 반박을 쏟아내는 대신들의 외침이 이리저리 섞여들며 불협화음을 이룬다.
아.
그 거슬리는 소음에 엔디미온의 국왕, 알폰소의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
더욱이 문제는 이들의 말 중 어느 한쪽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론과 정론을 가져와 토론을 벌이고 있으니,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부딪힐 수밖에.
그런 그의 양쪽에는 염탑과 백탑의 탑주, 그리고 길리언 펄슨이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황탑주와 창탑주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모양. 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 자리는 마스터 급 인물들의 필참을 요하는 자리가 아니었기에.
결국 알폰소가 침음을 흘린 것은 그로부터 약 수 분가량이 더 지난 후였다.
“일단 진정들 하지.”
말과 함께 마력이나 기세와는 다른 권위. 왕격이 테이블 위로 묵직하게 뻗어나가고.
국왕의 음성을 들은 대신들이 슬그머니 자세를 움츠렸다.
높였던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알폰소의 눈치를 살폈다.
“그대들의 의견은 잘 알겠네. 경들의 의견인즉, 수인족을 받아들인다면 좋은 군사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은 분명하나 의식주와 문화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 걱정된다는 점이로군.”
“예. 폐하.”
지금까지의 상황을 일거에 정리해 내는 국왕의 모습에 자리에 모인 대소신료들이 입을 모아 답변한다.
국왕이 말을 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하더라도, 지금 경들이 벌이고 있는 건 명확한 자료가 부족한 탁상공론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군.”
“명확한 자료라고 하옵시면…….”
내무대신의 중얼거림에 국왕은 자신의 앞에 쌓여 있는 서류 더미를 일견했다.
모두가 수인족에 관련된 것들.
하지만, 그중 깊이가 있는 것이라곤 그다지 존재하지 않았다.
애당초 쿠릴 아일랜드 깊숙이 들어가 보고서를 작성해온 경우가 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수박 겉핥기식의 자료들 보다는, 진정으로 그들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이를 불러 확인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는가?”
게다가 지금 엔디미온에는, 무려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은 수인족과 부대끼며 살다 돌아온 이가 있지 않은가.
물론 두 달이라는 세월이 감히 한 종족의 전체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닐 것이다.
허나, 적어도 겉만 확인하고 작성한 자료들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기에.
“부마도위(駙馬都尉) 예정자, 러셀 레이먼드 백작을 지금 당장 이곳으로 들라 하라.”
국왕, 알폰소 라트모스의 음성이 대전 가득 울려 퍼졌다.
.
.
국왕의 부름에 헤카테의 방에서 빠져나온 러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헤카테라 하더라도 국왕이 직접 부른 마당에 러셀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으므로.
물론 나서는 러셀을 향해 한 마디 남겨놓기는 했지만.
‘내 추후에라도 꼭, 그 목걸이의 출처에 대해 묻고 말 것이니라. 그리고-.’
그 목소리가 왠지 살인 예고(?)와도 같이 느껴졌기에, 러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러셀의 모습을 앞서 걸어가던 기사와 시종이 의아한 듯 바라봤지만, 어쨌건 간에.
‘당분간 헤카테 앞에서 이 목걸이를 차고 있는 일은 자제해야겠어.’
그리 생각하며 러셀은 목소리를 끌렀다.
아공간을 열어 그 속에 목걸이를 보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셀의 걸음이 회의실 앞에 당도하고. 러셀을 안내한 시종이 노크를 두 번 했다.
이어 목소리를 높였다.
“러셀 레이먼드 백작이 당도했습니다.”
“들라 하라.”
국왕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문이 양쪽으로 열렸다.
구그그그긍-.
안쪽에 앉아 있던 대소신료들이 일제히 러셀을 주목했다.
비록 이번 회의에서 왕도 인근의 대귀족들은 제외되었다곤 하지만, 왕국의 여러 대신들이었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면면의 주인들. 분명 예전이었다면, 부담스러움을 느끼거나 움츠러들었을 테지.
하지만 러셀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움츠러들기엔 그간 쌓아 올린 경험이 너무도 많았다.
게다가 방을 나서기 직전, 경고에 더해 이어 붙였던 헤카테의 한 마디가 귓전을 계속해서 맴돌기도 했다.
‘움츠러들지 말거라-였던가?’
‘그리고, 움츠러들지 말지어다. 러셀. 그대는 이제 당당한 왕실의 일원일지니, 본디 사자는 결코 이리와 승냥이 무리에게 움츠러드는 법이 없노라.’
어깨를 펴고 당당히 회의실 안으로 들어오는 제자의 모습에 다리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리고, 그런 러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국왕이자, 사적으론 예비 장인이라 할 수 있는 알폰소 라트모스가 그 미소의 주인이었다.
‘이젠 제법 왕실의 일원 태가 나.’
러셀의 모습에 희미하게 웃으며 턱을 주억이길 얼마간.
“왕국의 백작, 러셀 레이먼드. 국왕 폐하의 부름을 받고 방금 막 당도하였나이다.”
“고개를 들라.”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취하는 러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늘 이렇게 경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묻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사위를 바라보는 장인이 아닌, 다시금 국왕의 모습으로 돌아와 말을 꺼냈다.
“경의 답변이 아국(我國), 엔디미온의 향방을 결정짓는 대사(大事)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며 신중하고 진실하게 답변할지어다.”
“예. 폐하. 하문하소서.”
“흠.”
국왕이 시선을 흘리자, 테이블 아래쪽에 앉아 있던 여러 대신들이 차례대로 러셀을 향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쿠릴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수인족들의 수는 물경 이십만에 다다르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들의 의식주는…….”
“호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전사들이라고 들었는데, 그들이 아국의 영토 내로 들어오게 될 경우…….”
그제야 러셀은 국왕이 왜 자신을 이곳에 불렀는지를 눈치챌 수 있었다.
‘수인족들의 식생과 문화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았던 것이구나.’
큼큼-.
러셀은 목을 한번 풀고는 침착한 표정으로 그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변했다.
“수인(獸人)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소 호전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과 크게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호오?”
“약자를 억압하고 갈취하는 이들이 전혀 없냐면 그것은 아닐 것입니다. 허나 그게 그들의 호전적 성격 때문은 아닐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성격이 악한 자, 표독한 자, 비열한 자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었다.
그것은 수인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허나 그와 같은 성격이 그들의 호전성 때문에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러셀의 설명이 이어짐에 따라 많은 대소 신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먹이고 재울 공간에 관한 것이라면 굳이 그들이 살 만한 영지를 비울 필요 또한 없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그들이 살 수 있을 만한 넓은 삼림이나 숲을 제공하고, 1-2년 정도간만 국비를 들여 지원한다면 그 후에는 그들 스스로가 자생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테니까요.”
“1, 2년이라. 확실히 무리가 될 수준은 아니로군.”
“십만 이상의 정병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금액을 계산해보면, 이쪽이 오히려 이득일지도 모르겠어.”
각 부서의 대신들이 머릿속으로 저마다 셈을 했다.
확실히 걱정되는 점만을 제외한다면, 수인족을 엔디미온에 받아들이는 일 자체는 꽤 이점이 많은.
탐이 날 만한 일이었으므로.
다만, 한 가지.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수왕(獸王), 무야호에 대한 물음이 나온 시점이었다.
“추가로 알아보고 싶은 것은 수왕, 무야호라는 인물의 무력에 관한 것이오만. 보고서에 나와 있는 대로라면 백작이 약 사십여 일가량 그와 대결을 했다고 적혀 있구려.”
“그의 수준에 대해 소상히 설명이 가능하겠소?”
그가 아닌 그녀라고 불러야 할 테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러셀이 입을 열었다.
“감히 제 실력으로 초인(超人)의 경지에 오른 분들을 평가한다는 것이 외람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덧붙인다면…….”
자리에 앉은 두 사람, 백탑주와 길리언 펄슨을 슬쩍 일견하면서였다.
“맥라이 휴스보다 적어도 두, 세 단계는 윗줄의 강자라고 생각됩니다.”
찌릿-.
그 말에 하품을 하던 백탑주가 따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맥라이 휴스.
제국의 대검호인 그는 기실 초인(超人)들 중에서는 그리 강한 자로 취급되는 편이 아니었다.
마검(魔劍)을 제외하고, 그의 능력을 마법사에 비교한다면 7써클의 초입을 막 넘어서 간신히 중경(中境)을 바라보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 막 초인(超人)의 경지 안에서 걸음마를 뗀 수준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허나, 그보다 두세 단계 윗줄의 강자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최소로 잡아도 7써클 마스터, 어쩌면 8써클에 육박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으므로.
“그거 진짜야?”
답지않게 날카로운 시선을 해 보이며 백탑주가 뾰로통하게 되물었다.
정치적인 일에는 큰 관심이 없는 그녀라지만, 오래도록 쌓아 올려진 실력에까지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다리아 역시 그 속내를 알았기에 굳이 만류하지 않았다.
그녀는 허락을 구하는 듯 국왕을 한 번 바라보더니, 러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와 함께 무시무시한 마법의 격류가 러셀의 어깨를 찍어 누르기 시작한다.
‘큭.’
쿠과과과과과-!
회의장 전체가 아닌, 오롯이 러셀 한 사람에게만 쏟아지는 기세.
7써클 마스터가 작정하고 쏟아내는 기세였다.
결코 가벼울 리가 없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은 그 기세를 견뎌냈다.
‘확실히, 무야호님의 기세는 이것보다 윗줄이었어.’
조금 인상을 찌푸렸을 뿐, 생각보다 담담하게 자신의 기세를 받아내는 러셀의 모습에 백탑주가 볼을 부풀렸다.
‘거짓말이 아니었어?’
경험이 몇 번이고 있는 게 아닌 이상, 이와 같은 기세를 버텨 내는 것은 쉽지 않을 터.
그때였다.
척-.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자신을 가로막는 손길에 백탑주가 되물었다.
돌연 길리언 펄슨이 기세를 일으켰다.
“진정하시게. 꼬마 백탑주.”
백탑주의 마력을 차단하며 말했다.
“그대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대 같은 꼬마가 나설 때가 아닌 듯하군.”
“뭐라고? 이 덩치만 큰 근육 바보 무기 성애자가?!”
백탑주가 무어라 쏘아붙이려는 찰나, 길리언 펄슨이 말을 이었다.
“수왕 무야호는 마법사가 아닌 투사(鬪士), 그렇다면 마땅히 같은 오러 수련자인 내가 나서야 할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길리언 펄슨이 국왕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사실 확인을 위해, 자리에 맞지 않는 소란을 벌이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폐하.”
국왕, 알폰소 라트모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파아아악!
압도적인 투기가 폭사되었다. 고슴도치의 바늘과도 같이 자르라니 일어나며 러셀을 에워쌌다.
백탑주와 마찬가지로, 다른 곳에는 일절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오로지 러셀에게만 국한된 투기.
이어 수십, 수백에 달하는 창검(槍劍)이 사방에서 러셀을 겨눈다.
척척척-.
형태를 이루지 못한.
투기로 이루어진, 오로지 러셀만이 느낄 수 있는 창검(槍劍).
그 투기의 중심에서 웨펀 마스터, 길리언 펄슨이 오만하게 턱 끝을 치켜들었다.
과연 네가 이 기세를 언제까지 견뎌 낼 수 있는지 한번 보자는 듯, 러셀을 눈에 담았다.
“───!”
그 눈에 담긴 러셀은.
자신의 투기를 견뎌낼 만하다는 듯, 희미하게 웃고 있을 따름이었다.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