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EPISODE.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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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순식간에 성큼 다가왔다. 손을 뻗으면 닿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가까운 거리.
파란 하늘.
한껏 낮아진 온도와 함께 서늘한 바람이 로브자락을 마구잡이로 뒤흔든다.
펄럭, 펄럭-.
눈보다 낮은 곳에서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한순간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의 부유감.
놀란 러셀이 눈을 치켜떴다.
단순히 드높은 창공을 향해 수직으로 치솟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클라우디 링의 새로운 능력을 파악했을 때부터,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이 놀란 이유. 그것은 바로-.
‘고작 그 정도 도약만으로…….’
그리 대수롭지 않은 도약으로 치솟아 오른 높이가 터무니없다는 점이었다.
높이 솟아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 높이에 달할 줄이야.
‘아마도 저 구름 덕분이겠지.’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리자, 새하얀 구름이 발을 단단히 받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정확하게는 구름을 밟고 서 있는 것만 같은 감각.
몸을 뒤집고 중심을 바로 세우자, 발치 아래에 놓인 세상이 명확하게 보였다.
높게 쌓인 왕도의 성벽과, 그런 왕도를 수호하듯 치솟아 있는 네 개의 마탑들.
그리고 잘 정리된 거리 위를 돌아다니는 왕도의 시민들까지.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러셀은 압도적인 고양감을 느꼈다.
게다가 클라우디 링의 진정한 능력은 도약력 따위가 아니었던바.
화아악-
신형이 마침내 정점까지 치솟는 순간, 지면에서부터 시작된 중력이 사슬처럼 그의 몸을 휘감는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분명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지면으로 추락하게 될 터!
‘그렇다면-.’
낙하가 시작된 찰나, 러셀이 발목을 움직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박차기라도 하듯, 발끝을 튕겼다.
그 순간
────────────!
공기가 터져 나갔다.
낙하하던 러셀의 몸이 다시 한번 치솟아 올랐다.
음속을 벗어난 속도에 소리보다 먼저 충격파가 터져 나오고.
콰과과과과!
러셀이 치솟은 궤도를 따라 새하얀 구름 자국이 아로새겨졌다.
처음 했을 때보다 훨씬 수월한 움직임, 단순히 비행 능력만 놓고 보자면 플라이나 레비테이션 마법보다도 한 수 위였다.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방향을 선회할 때도 기세를 줄일 필요가 없어.’
필요한 것은 그 순간의 압력을 견뎌 낼 만큼 강인한 몸뚱이였을 뿐.
이것이 써머솔트 폼, 클라우디 링이 가진 첫 번째 능력이었다.
‘물론 마력 소모가 만만치 않은 것이 흠이긴 한데.’
고작해야 두 번, 지면과 허공을 박차는 것만으로 이만큼의 마나가 소모될 줄이야.
실전에서의 마력 사용량을 고려한다면, 한 번.
혹은 잘해야 두 번 정도로 허를 찌르는 것 이상으로는 활용키 어려울 가능성이 컸다.
‘그럼 다음은-.’
클라우디 링(Cloudy Ring).
웨더 폼(Weather Form).
‘뇌운(雷雲)!’
웨더 폼은 운룡의 날개 파편, 구름옥이 지니고 있던 기후 통제 능력이 클라우디 링을 통해 발현된 것이었다.
쿠르르르르-.
하늘이 요동치며 의념과 함께 구름이 몰려든다.
이어 몰려든 구름이 발을 떠받들고 있던 것들과 합쳐졌다.
순식간에 덩치를 부풀리며 흉험한 기세와 함께 짙은 그림자를 일대에 드리우고.
“호오?”
아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리아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호수 전체를 뒤덮을 만한 크기로 구름이 생겨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일순간.
7써클 마스터가 기후 통제 마법을 펼치는 것보다도 그 속도가 배 이상 빨랐다.
이만한 속도로 대군 마법을 쏟아낼 수 있다면, 순식간에 군단 전체를 몰살시키는 것은 물론 일거에 성(城) 하나를 무너뜨리는 것 또한 가능할 테지.
게다가, 완성된 거운(巨雲)은 평범한 구름도 아니었다.
쿠릉, 쿠르르릉-.
벼락을 머금고 있는 뇌운(雷雲)이었지. 호수 위로 새파란 뇌광이 쉬지 않고 비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대로 발을 구르기만 한다면, 모여든 뇌격이 호수 위로 빗발칠 것이 분명했다.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뇌광이나 마력의 규모로 짐작할 때, 쏟아져 내린다면 호수의 물을 상당수 증발시켜 버릴 만한 위력!
허나.
‘─윽.’
러셀은 마법을 쏟아내지 못했다. 쏟아내는 것보다 먼저, 현기증과 함께 지독한 탈력감이 찾아든 것이다.
‘마력 소모가 너무 커.’
빠르게 바닥을 드러낸 마나에 러셀이 이를 악물었다.
발을 떠받치고 있던 뇌운 역시 순식간에 그 자취를 감췄다.
써머솔트 폼으로 허공을 박찰 때부터 마력 소비가 만만치 않다고 느끼긴 했지만, 설마 웨더 폼으로 바꾸자마자 이 정도일 줄이야.
‘기후를 통제한다는 게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니란 말이겠지.’
한숨을 내쉬며 러셀이 몸을 뒤집었다.
추락하는 몸을 바로 잡으며 마력을 긁어모았다.
조금 현기증이 일긴 했지만, ‘레비테이션’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턱-.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옆에서부터 러셀의 몸을 받치는 이가 있었다.
“괜찮더냐?”
다리아였다.
호수 위를 가득 뒤덮었던 뇌운이 사라지는 즉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그녀가 허공으로 몸을 날려 러셀을 부축한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스승의 부축에 러셀이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예. 스승님.”
츠츠츠츠츳-.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러셀을 부축한 채 다리아의 신형이 천천히 하강을 시작한다.
“공중 도약과 초가속. 그리고 기후 통제라……, 대략적인 능력은 알겠다만 아무래도 마력 소모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로구나.”
“예.”
그마저도 남들보다 배 이상 순도 높은 마력을 지닌 러셀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이였다면 뇌운조차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했을 터. 허나 그것이 결코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제 실력에 안도할 만한 근거는 되지 않았다.
‘결국 마법을 사용하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그런 생각과 함께 두 사람의 발이 바닥에 닿았다.
탁-.
제자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다리아가 웃으며 읊조렸다.
“가진바 능력을 상회하는 기물을 얻었으니, 다루기 위해선 부지런히 노력해야겠구나. 막내야.”
낄낄거리며 충고하는 스승의 모습에 러셀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 * *
박물관 지하 6층과 왕실 보물고.
두 개의 큰 일정을 마무리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셀의 일상은 조금도 여유로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다망(多忙)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지금 러셀이 해야 할 일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염탑의 워 메이지로서 크고 작은 임무가 내려졌던 것은 물론, 왕실의 일원이자 왕녀의 약혼자로서도 시간을 보내야 했음이니.
‘그래도 헤카테의 기분이 조금 풀려서 다행인가?’
무야호에게서 받은 목걸이 때문에 며칠간 기분이 틀어져 있던 헤카테였다.
그런 헤카테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를 찾아가 얼마나 노력을 했던지.
당시 했던 노력을 떠올리며 러셀이 가볍게 실소했다.
‘다른 이들의 앞에선 철혈의 왕녀 그 자체이면서, 유독 내 앞에서만 가끔 그런 모습을 보이신단 말이지.’
물론 러셀 본인 역시도 그런 헤카테의 모습이 퍽 나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지만.
‘아차.’
잠시간의 딴생각과 함께 집중력이 흐트러졌음을 느끼며 러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끙.”
앓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우득, 뚜드득-.
어깨를 풀고 허리를 돌릴 때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뼈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를 확인하며 러셀이 중얼거렸다.
‘조금 살겠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밤공기가 연구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화아악-!
밤의 어둠이 짙게 드리운 왕도 하늘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내려 보이는 왕도의 밤거리에는 술집으로 보이는 가게들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까지.
어느새 밤이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던 게 점심 무렵이었으니까-.’
거의 여덟 시간가량을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던 셈이라.
‘그런데도 고작해야 스무 페이지란 말이지.’
효율로 따지자면 대충 한 시간에 두 페이지가 조금 넘을까.
여전히 자신의 앞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종이 뭉치, 대지 마법의 정수를 보며 러셀이 탁한 숨결을 내뱉었다.
‘간략하게 핵심만 파악하고 넘어가는 정도라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을 테지만…….’
그 속에 깃든 이론과 정수를 모두 파악하려니 속도가 더딜 수밖에.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문제는 누구에게서 도움을 받느냐였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자신의 스승인 다리아 스노우화이트다.
염탑의 탑주인데다, 화염 마법의 정점으로 꼽히는 마법사이긴 했지만 8써클에 달하는 만큼 대지 마법에 역시 적지 않은 소양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허나-.
‘솔직히 쉽지는 않을 거야.’
만날 때마다 여유로워 보이는 것과는 달리, 염탑의 탑주라는 신분이 얼마나 바쁜 자리인지는 러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짬을 내어 매주 몇 시간씩 자신의 수련을 도와주고 있기까지 한 스승이었다.
‘스승님의 시간을 더 뺏을 수는 없어.’
물론 부탁한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테지만.
‘대지 속성 마법에 해박한 이해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6써클 이상의 수준을 지니고 있는 이.’
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왕도황탑(王都黃塔)의 탑주인 니콜로 마키아벨리였다.
엔디미온 최고의 대지 마법 전문가인 만큼, 그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더욱 빠르게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인즉.
이내 러셀이 고개를 흔들었다.
‘니콜로 님은 분명 좋은 분이지만, 그렇게까지 대단한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야.’
게다가 왕도황탑의 탑주라는 신분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스승인 다리아 스노우화이트와 비슷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터.
‘인맥이 넓지 않은 게 이럴 때 문제가 되네.’
스스로의 좁은 인맥에 실소하던 러셀은 곧 1층으로 내려갔다.
“러, 러셀 선배님?”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러셀의 모습에, 프론트를 담당하던 신입 마법사가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이제 막 염탑에 입탑한 그녀의 입장에서, 러셀은 까마득한 대선배였음은 물론 여러 소문을 몰고 다니는 풍운아(風雲兒)이기까지 했던 것이기에.
그러건 말건, 러셀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왕도황탑에 소속된 6써클 이상 마도사의 명단을 좀 받아 볼 수 있겠습니까?”
그녀에게 부탁했다.
어차피 아는 이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 잠시만요!”
황급히 고개를 숙인 그녀가 마탑의 인명부를 펼쳤다.
종이 한 장을 꺼내 그 위로 몇 명의 이름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아무리 왕도황탑이라 하더라도, 6써클 마법사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여, 여기 있습니다. 선배님.”
곧이어 부탁한 명단이 러셀의 손에 넘어오고.
‘어?’
빠르게 그 이름을 확인하던 러셀이 두 눈을 끔벅였다.
익숙한 이름 하나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