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EPISODE.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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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에 각인시켰던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 사막화는 수십-수백에 달하는 모래의 창과 가시를 꽃의 형태로 구현해 내는 것이었다.
────────────!!
마력이 내리찍어진 지점에서부터 모래가 격랑치기 시작한다.
치솟아 오른 모래가 날카로운 창의 형태로 허공을 향해 날카롭게 자라났다.
콱, 콰과곽!
콱-!
그렇게 생겨난 수십-수백의 모래창들이 꽃잎처럼 자리를 이루며 거대한 꽃의 형상으로 화(化)했다!
콰과과.
이것이 바로 앵갤 글로만의 오리지널리티 마법, 사막화(沙漠花, Desert Flower).
지면에서 치솟아 오른 모래의 창이, 겹겹이 꽃의 형태로 호르호이의 거구를 꿰뚫었다.
푸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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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로 구성된 창이라고 하나, 마력이 더해지는 순간 그 강도는 어지간한 강철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던 바.
길이 백 미터가 넘는 호르호이가 거대한 모래 창들에 꿰뚫려 죽은 모습은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진귀한 풍경임이 분명했다.
“허, 허어…….”
그 광경에 누군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토해냈다.
처음 경호성을 터뜨렸던 노(老)용병이었다.
“꼼짝 못 하고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그가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다른 용병과 상인들이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개중 일부는 경외감 어린 눈으로 러셀을 바라보고 있기까지 했다. 그럴 수밖에.
눈이 옹이구멍이 아닌 이상, 이것이 범상치 않은 마법이라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러셀의 정확한 수준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산성으로 이루어진 피나 독액이라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녹색의 끈끈한 체액이 모래창의 옆면을 따라 떨어져 내렸다.
체액이 흘러내린 자리와, 떨어져 내린 모래에서부터 진한 독연이 피어올랐다.
철푸덕, 푸쉬이이이이-.
“히익-.”
그러자 가까이 다가섰던 용병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선다.
이대도 갔다간 인근이 진한 독연으로 가득 차고 말 터.
“음.”
침음을 흘린 러셀이 마력을 거두어들였다.
사막화(沙漠花)를 해제하는 것과 동시에 그 아래를 모래 늪으로 바꾸어 호르호이의 거체를 빨아들였다.
쿠과과과과과-.
찰나의 순간 늪으로 변한 모랫바닥이 게걸스럽게 호르호이를 집어삼켰다.
녀석의 거구가 순식간에 유사(流沙, Quick Sand)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사막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모습치곤 지나치게 초라한 최후.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앤이 러셀을 향해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은공.”
조금 놀란 듯 보이는 얼굴.
그럴 수밖에.
유일하게 러셀의 정체를 알고 있는 그녀였지만, 설마 호르호이를 일격에 격퇴해 버릴 줄이야.
소문으로만 듣던 6써클 워 메이지의 전투력을 일부나마 눈으로 확인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작 그런 일을 행한 러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을 뿐이지만.
“낙타를 빌려 타고 있는 입장이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 후로도 이런저런 자잘한 사막 몬스터의 습격이 몇 차롄가 더 있긴 했지만, 굳이 러셀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마쉐린 상단에서 고용한 용병들 역시 사막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잔뼈가 굵은 이들이었으므로.
호르호이가 특별했을 뿐.
여타의 몬스터들은 베테랑 용병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약 사흘 정도가 더 흘러…….
‘슬슬 이로군.’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천문(天文)을 확인하던 러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닥, 타다닥-.
피어오르는 모닥불 가를 벗어나, 야영을 위해 설치한 천막 중 하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계십니까. 대행수님.”
말소리를 흘리자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오고, 곧이어 천막의 입구를 들치며 앤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뭔가 필요한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은공?”
“필요한 일은 아니고, 이제 슬슬 따로 행동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따로 행동해야 할 때라면…….”
“여기서부턴 길이 갈라지게 될 것 같거든요.”
사막 북서쪽의 국가들과 교역을 하기 위해 이동 중인 마쉐린 상단의 행렬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 러셀이 향해야 할 곳은 동쪽, 사막의 중심부.
“아-.”
그 의미를 깨달은 앤이 안타까움에 탄식을 흘렸다.
러셀에게 있어 남녀 간의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6써클 마법사가 상행에 함께 해주고 있다는 든든함. 그 든든함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들었을 뿐.
‘하지만 여기서 은공의 발걸음을 붙잡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지.’
그렇기에 앤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오늘 밤이 마지막이겠군요.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은공.”
“감사는요. 저 역시 덕분에 편하게 이동했습니다.”
양질의 식사와 잠자리를 누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편안하게 낙타를 타고 이동하기까지.
만약 혼자 사막을 횡단했다면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을 결코 불가능했을 터.
“상단주님께도 감사했다고 말씀 전해주시겠습니까?”
“아버지께서도 반기실 거예요.”
상단이 힘들었던 당시, 선뜻 투자를 제의해준 것이 바로 러셀이었다.
당시와 첫 만남을 떠올리며 앤이 희미하게 웃었다.
“아-!”
문득 떠올랐다는 듯,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괜찮으시다면 식수와 식량을 조금 싸드릴까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온 여분이 있는데…….”
고마운 말이었으나, 러셀은 고개를 흔들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그의 아공간 속에도 이미 꽤 많은 양의 식량과 식수가 들어 있었다.
잘 아껴 먹는다면, 넉 달 이상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터.
“알겠습니다.”
그 사실을 알지는 못했지만, 앤 역시 더는 권하지 않았다.
6써클 마도사인 만큼 무슨 방법이 있겠거니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과거 인연과의 만남에 이별을 고하고, 날이 밝기 무섭게 행렬에서 떨어져 나온 러셀이 사막의 중심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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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과 떨어져 나온 러셀은 그날부터 생활 패턴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동하는 시간을 밤중으로 바꾸고, 낮이 되면 간단한 천막을 설치해 휴식을 취했던 것.
밤낮이 완전히 뒤바뀐 생활이었지만, 불만은 없었다.
‘천문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데에는, 이쪽이 더 편해.’
상단과 함께일 때는 어쩔 수 없이 그쪽과 생활 패턴을 맞추었을 뿐.
밤이 되자, 낮의 무더위는 간 곳 없이 사라지고. 차가운 냉기가 바람결에 몸을 엄습했다.
화아악-.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과 로브가 마구잡이로 휘날리는 가운데 러셀이 고개를 들었다.
캄캄한 밤하늘을 응시했다.
불빛 하나 없이 어둠만이 짙은 사막이었기 때문일까.
화려한 도시에 있을 때보다 밤하늘의 별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새떼자리가 저쪽 방향인가?’
기준이 되는 성좌(星座, 별자리)를 두고 방향을 헤아림 하길 얼마간.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지도를 접으며 러셀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천문도만으로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려 했다면, 사막 한복판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의 수고를 들여야 했을 테지.
하지만 러셀에게는 천문도 외에도 또 다른 이정표가 있었다.
‘근처에 다가가면, 빛이 길을 알려준다고 했지.’
천문을 통해 어림짐작했을 때, 지도상의 위치까지는 며칠 가량의 거리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
그리고 그날 새벽.
어슴푸레하게 해가 밝아오는 가운데, 러셀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휴식을 취하긴 글렀군.’
양각천문도(陽刻天文圖)에서 시작된 빛줄기가 일직선으로 쭉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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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반나절 후.
“음.”
사막을 횡단하던 러셀이 낮게 침음했다. 양각천문도에서 뻗어 나온 빛줄기의 방향을 확인했다.
‘정말 여기라고?’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모래로 이루어진 평원과 언덕뿐.
나디아 사막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사막의 풍경이다.
빛줄기는 바로 그런 사막의 한복판에서 러셀의 발치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모래의 아래-.’
그 말인즉슨, 이 두터운 모래의 밑에 지룡의 거처가 있다는 말일까?
‘음.’
고민은 깊었을지언정 그리 길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상념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긴 했으나, 결국 해야 할 일은 하나였기에.
결정을 내린 러셀이 발치 아래로 마법을 시전했다.
“디그(Dig)-.”
그와 함께 모래가 푹 파여져 나오고…….
“디그, 디그, 디그, 디그, 디그-.”
고요한 사막 위로, 모래 파내는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 * *
“푸하-.”
두터운 모래를 해치고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러셀이 숨을 크게 뱉었다.
‘윽-.’
족히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사막을 헤집었기 때문일까.
러셀의 전신은 이미 모래로 가득 뒤덮여 있는 상태라. 찝찝함을 느끼며 러셀이 신발을 벗어 털었다.
솨아악-.
사막화 안쪽에서 한 줌가량의 모래가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퉤.”
이어 모래 가득 섞인 침을 뱉어내며 러셀이 읊조렸다.
“클린(Clean).”
마법을 이용해 머리칼과 어깨에 가득한 모래를 털어낸 직후, 빛을 밝혔다.
“-라이트(Light).”
화아악-.
손바닥에서 시작된 빛의 구체에 러셀을 둘러싸고 있던 어둠이 멀찍이 물러나고.
고개를 들어 올리자, 방금 전 자신이 떨어져 내린 통로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깊이는 약 수십 미터 가량.
단순히 모래를 파내는 것이었다면 한 시간씩이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파낸 모래가 다시 덮이지 않도록 굳히는 작업을 하다 보니 좀 걸렸지.’
불과 몇 분 전까지, 모래를 파내며 통로를 만들던 자신의 모습에 러셀이 쓰게 웃었다.
고개를 돌려 자신이 떨어져 내린 곳의 모습을 확인했다.
‘여기는…….’
러셀이 서 있는 곳은 어떤 통로의 한복판이었다.
방금 전까지 모래를 파내 도달한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끔한 통로.
‘석재가 깔린 바닥…….’
바닥뿐만이 아니다.
벽면과 천장은 물론, 그것들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 역시 석재로 이루어져 있었다.
고오오오오-
안이 꽤 깊은 것인지 공기가 울리는 소리가 퍽 웅장하게 들려오기까지 했다.
모래 아래로 파고 내려왔더니, 설마 이런 곳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인간의 손이 닿지 않고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장소, 러셀이 알기에 이런 장소는 단 한 곳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유적(遺跡), 그것도 아마-.
‘오래전 나디아 사막에 존재했다는 고대 왕국의 유적이겠지.’
그나마 다행히도, 러셀이 떨어져 내린 부분의 천장은 석재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며 그 부분의 석재가 부식되었던 것인지.
천장의 일부가 무너져 있었는데 러셀이 그 틈으로 떨어져 내렸던 것.
자신의 손으로 고대의 유적을 망가뜨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러셀이 시선을 움직였다.
다시 한번 양각천문도에서 흘러나온 빛을 확인했다.
화아악-.
원통형의 양각천문도에서 흘러나온 빛이 앞쪽의 통로를 향해 쭉 이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건 아무래도-.
‘안으로 들어가라는 말이겠지.’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