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EPISODE.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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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7써클 마스터.
그것도 경지에 오른 지 수십 년도 더 된, 완성된 초인(超人)이었다.
그런 그가 펼쳐내는 6써클 마법, 라그나 블레이드.
블레인의 오리지널리티로써 완성된 마법이었다.
이미 그 속에 담긴 힘은, 통상적인 6써클 마법의 범주를 한참 뛰어넘고 있었다.
────────콰드드드득!!!
음속을 초월하는 속도에 소리보다 먼저 파괴가 일어난다.
칼날이 내달린 여파만으로도 지면이 벗겨졌다.
화르르륵!
이어 패인 지면이 까맣게 그을리는 찰나의 순간!
번쩍!
이미 불꽃의 칼날은 러셀의 눈앞까지 도달하고 있었다. 눈이 깜짝이는 것보다 더한 빠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이 그 속도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 중 첫 번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솔로몬의 왕관.
(Solomon’s Crown).
‘─발동!’
허공이 일그러지며 황금색의 왕관 하나가 러셀의 왼쪽 어깨 위로 떠올랐다.
주먹만 한 정도 크기의, 작은 왕관.
화아악!
비축해두었던 정신력이 빠른 속도로 밀려들고.
‘큭…….’
뇌의 인지 범위가 기존의 틀을 깨고 한계를 넘어서까지 확장되었다.
츠츠츠츳-.
그와 함께 러셀의 눈이 비친 시계가 빠른 속도로 쪼개졌다.
찰나, 그보다 작은 단위로 나누어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러셀의 두 눈이 다섯 자루 불꽃 검의 움직임을 쫓았다.
────────!
‘흘려내는 것이 최선. 허나……!’
자신의 뒤쪽에는 아직 진형을 이루지 못한 로열 나이츠와 병사들이 있었다.
그런 그들의 너머에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1층의 생존자와 헤카테 역시 있었고.
자신이 피했다간 그 피해가 저들에게 끼칠 것이다.
‘그렇다면─!’
받아친다!
결정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다섯 자루에 달하는 불꽃의 창이 러셀의 어깨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화르르륵-!
게이볼그.
붉은 마창이 흉험한 열기를 토하며 빛을 뿜었다.
꽈르릉!
충돌이 일어났다.
다섯 자루의 게이볼그가 일제히 내달리며 라그나 블레이드와 맞부딪쳤다.
꽈릉, 쾅, 꽈르르릉, 콰과과광!
귀를 먹먹케 하는 굉음.
폭염이 하늘 높게 솟구쳐 올랐다.
본래라면 뒤로 터져나갔어야 할 여파가, 오롯이 위로만 솟구쳐 오른 것.
“끌끌.”
그 모습을 일견하며 블레인이 가볍게 혀를 찼다.
‘충돌의 순간, 피격 지점에서부터 쉴드를 조작하여 폭발의 여파를 위로 흘려낸 게로군.’
그런 일을 벌인 이유야 뻔하다.
뒤쪽의 인원들을 충격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하지만 알까.
그런 알량한 마음이야말로 죽음을 재촉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모른다면……알려 주는 수밖에.’
끌끌.
혀를 채는 것이 채 끝나는 것보다 먼저, 그의 지팡이 끝이 번쩍였다.
꽈르릉!
붉은 뇌광이 순식간에 러셀을 향해 짓쳐 들었다.
불꽃과 뇌광이 하나로 합쳐진 마법이라, 아직 모래 먼지가 채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
그때였다.
쾅!
지면에서부터 두터운 석벽이 솟구치며 붉은 뇌광의 진로를 방해한 것은!
돌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겹겹이 쌓인 석벽에 적뢰의 진격이 틀어막힌다.
‘허─!’
그 광경에 블레인이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 짧은 순간에 내 캐스팅 속도를 따라오다니…….’
마법사들에게 있어 써클 하나의 격차란, 고작해야 마력 양의 차이 따위가 아니었다.
하물며 6써클과 7써클임에야.
깨달음을 통해서밖에 넘어설 수 없는, 인간의 벽을 초월한 경지였다.
마법 자체의 숙련도와 위력은 물론 캐스팅 속도마저도 전과는 비교가 불허할 만한 차이가 있었던바.
그런데 그 속도를 쫓아 올 줄이야.
‘허허, 아무리 전심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라지만.’
어디 한 번 보자꾸나-그렇게 생각한 블레인이 조금씩 캐스팅 속도를 높여 나갔다.
여전히 전력을 다할 이유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 쫓아올 수 있는지.
그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땅이 갈라지고 용암과도 같이 불길이 솟구친다 싶더니 하늘에서부터 거대한 용권풍이 몰아쳤다.
쿠과과과과-!
불어온 바람에 솟구친 불길은 물론, 대지가 갈가리 찢겨 나간다.
쿠그그그긍!
빛이 번쩍한 순간, 밀려 나온 충격파가 마구잡이로 일대를 후려쳤다.
그 여파만으로도 일대의 건물들 몇 개가 골조만 남긴 채 무너져 내렸다.
아무리 값비싼 석재라 하더라도 그 충격을 견뎌내지는 못했다.
쿠르르, 쿵쿵-.
톤 단위의 석재가 떨어져 내리며 일대가 지진이라도 난 듯 거칠게 흔들린다.
돌먼지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모래 먼지, 아니 모래 폭풍이라 불러야 마땅할 규모의 안개가 높게 솟구치다 말고 광풍과 불길에 흩어지길 몇 번인가.
초인과, 그에 근접한 강자의 싸움은 그만큼이나 맹렬했다.
만약 계속해서 싸움을 벌인다면, 왕궁을 반파시켜버리는 것 또한 가능할 터.
인재(人災), 저것은 사람의 형상을 한 재앙이었다.
평범한 범인은 물론, 어지간한 오러 수련자들 또한 저들의 싸움에 휘말린다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찢겨 나갈 테지.
“전열을 유지하도록. 가능한 저 둘에게 접근하지 말고 다가서는 적들을 받아친다!”
빠른 속도로 전황을 읽어 들이며 헤카테가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신분으로 인해 전면에 나서 칼을 휘두르지는 못했으나, 그녀 역시 왕가의 일원.
병법 역시 검술 못지않게 익혀온 그녀였다.
“조를 넷으로 나누겠다! 1, 2, 3조는 전면을 보호, 4조는 인원들을 대피시키도록!”
“좌현의 진형이 무너진다! 3조가 원조하고, 그동안 전열을 재정비하라!”
“예, 전하!”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와 같은 여파가 꼭 아군에게만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적들…….
블레인을 따르는 마법사들에게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었다.
“끄르륵-!”
“파, 팔에 불이!”
“다리, 다리가 끼였어!”
심지어 피해의 규모는 왕실 측보다 더욱 거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헤카테의 지휘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로열 나이츠와 왕실 측의 병사들과는 달리, 그들에겐 지휘하는 자가 없었으므로.
“놓치지 마라!”
“이 틈을 이용해 역도의 무리들을 제압해!”
치열한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헤카테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눈으론 감히 쫓을 수도 없는 싸움을 일견하며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대여…….’
.
.
꽈르르릉─!
벼락이 화살처럼 빗발치며 눈앞에 내리꽂힌다.
지면이 터져나가며 녹아내렸다.
유리화된 알갱이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새파란 방전현상에 눈앞을 하얗게 물들이는 것을 확인하며 러셀이 침음을 흘렸다.
“큭…….”
한순간 중력을 가볍게 만들어 몸을 피했기에 망정이지, 정면으로 피격했다면 그대로 몸이 불타버렸을 것이다.
설혹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앞으로 사람 구실을 하긴 힘들 것이다.
망치에라도 얻어맞은 듯 왼팔이 짜르르했다.
직접적으로 휩쓸리는 것을 피해냈지만, 근거리에 떨어진 벼락의 여파가 몸에 미치는 것만큼은 어찌하지 못했던 탓이라.
마나를 휘돌려 통증을 몰아내던 러셀이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후우.”
처음에 비하면 한껏 거칠어진 숨소리. 게다가 몸 역시 그리 멀쩡하지만은 않았다.
불길이 스친 듯, 허리춤에는 이지러지는 화상자국이 남아 있었다.
바람의 칼날에 베인 허벅지. 깊지는 않으나 길게 난 상처에서는 연신 출혈이 멈추지 않았고.
“과연, 다리아. 그 원숭이 같은 년이 탐낼 만한 재능이로군.”
한껏 수세에 몰린 러셀의 모습과는 달리, 블레인의 목소리는 담담하기만 했다.
그럴 수밖에.
그와 자신 사이의 격차는 명확했으니까.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 역시, 그가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뿐.
‘만약 전력을 다한 블레인과 부딪친다면…….’
채 5분조차 버티지 못할 테지.
‘용인화를 사용해야 할까?’
러셀에게 있어 용인화는, 숨겨두고 있던 최후이자 최선의 수단이었다.
포커에 비교하자면 조커와도 같은 셈.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조커 카드를 내더라도 의미가 없다. 상대는 포커 테이블 자체를 박살 내버릴 힘을 가진 이였으니까.
‘한계가 명확한 도박수를 벌써부터 사용할 수는 없어.’
그 도박수를 보완하고, 확률을 끌어올릴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모를까. 아직은 수를 숨기고 아껴야 할 때다.
빠르게 상념을 마무리한 러셀이 다시 전투를 준비하며 허공을 그러쥐었다.
화르르륵-.
여전히 선명한 불길을 내뿜으며 게이볼그가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낸다.
‘흐음.’
그 광경에 블레인이 조금 놀란 듯 천천히 턱을 쓸어내렸다.
‘아직도 저만한 여력이 남았단 말이지…….’
같은 탑주급 마법사들 중에서도 단연 발군.
마력의 양과 정순함 역시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각종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한 사고와 캐스팅 속도였다.
‘벌써 몇 번이고 나가떨어졌어야 할 상황에서도, 한줄기 틈을 파고드는 능력은 바로 그 때문일 테지.’
보면 볼수록 탐이 난다.
다리아, 그 계집년의 손때가 묻지 않았다면 직접 키워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의 아버지인 전대 레이먼드 백작과 얽힌 비사가 있긴 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끌끌.’
아비의 죽음에 관련된 원수인 줄도 모르고, 스승으로 섬기는 모습도 꽤 볼만했을 텐데.
‘허나, 그럴 수는 없겠지.’
이미 원숭이 계집의 손을 탄 이상, 저 아해가 자신의 아래로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희번뜩.
‘차라리 지금 즐겨두는 것도 좋겠어.’
블레인의 두 눈이 본래의 목적도 잊고, 음흉하게 빛났다.
* * *
치열하게 이어진 접전이라곤 하나, 그 결과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였을 뿐.
꽈릉!
강렬한 충격파가 몸을 후려친다. 그와 함께 허공을 비행하던 러셀의 몸이 유성처럼 지면으로 추락했다.
쾅!
“커헉-!”
척추가 휘어지는 듯한 충격, 그것으로도 부족해 무너진 구덩이에서 튕겨 나온 러셀의 몸이 뒤쪽으로 주르륵 밀려났다.
쿠과과과과-!
길게 고랑을 만들어내며 튕겨 나가길 수십 미터.
“쿨럭, 컥…….”
간신히 몸을 멈춰 세운 러셀이 거친 숨과 함께 핏물을 토해냈다.
“웨에엑…….”
검게 죽은 핏물, 내장 조각이 섞여 있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늑골이 몇 개는 부러진 것 같은데…….’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폐부에서 시작된 고통이 연신 뇌리를 찔러댄다.
‘언제 여기까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며 러셀이 천천히 주변을 확인했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것인지, 연격을 쏟아내지 않는 블레인의 모습.
그보다 가깝게 보이는 것은…….
‘언제 여기까지?’
전열을 이루고 있는 왕실 측 병력과 헤카테였다. 튕겨져 나온 충격에 여기까지 밀려났던 것.
“러셀!”
비척거리며 일어나는 러셀을 향해 헤카테가 달려들며 소리친다.
척-!
자신을 부축하는 손길에 이어 블레인의 조롱 어린 음성이 들려왔다.
“끌끌. 두 사람은 연인이었던 만큼, 내 묫자리는 함께 쓰도록 해줌세.”
“개소리 집어치……웨에엑!!!”
소리치다 말고 러셀이 다시 한번 핏물을 토했다.
“괘, 괜찮은가?”
자신의 손과 앞섶을 축축하게 적시는 혈액에 헤카테가 당황하며 중얼거리고, 러셀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빈말로라도 괜찮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
‘더는 무리겠군.’
여기까지 밀린 상황에서도 용인화를 아껴두고 있을 수는 없었다.
뭐가 되었건 간에, 희박한 확률이라 해도 도박을 시도해야 할 때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용인화를 시작하려던 러셀의 두 눈에.
“어……?”
무엇인가가 비쳤다.
헤카테의 목에 걸려 있는 녹색 보석 목걸이.
“……헤. 카테.”
“……?”
헤카테가 그 부름에 고개를 갸웃하고, 러셀이 간신히 입술을 달싹였다.
“저……믿을 수 있죠?”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