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EPISODE.98
초인(超人) 중의 초인.
8써클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는 홀로 일국을 상대할 수 있다던가.
두 명의 8써클 마법사가 마구잡이로 날뛰어대자, 역적의 도당들.
대공 측의 인원들이 가을바람 앞의 낙엽마냥 쓸려나간다.
그와 함께 전세 또한 급격하게 역전되었다.
지금껏 수세에 몰려 방어에만 급급하던 왕실 측 병력들이, 두 명의 대마법사의 힘을 빌려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던 것.
문자 그대로 국가급 전력이라는, 어느 책의 기록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만 같은 모습.
그럴 수밖에.
염탑주(炎塔主), 다리아 스노우화이트.
그리고 창탑주(蒼塔主), 헤밍웨이 멜빌.
이 두 사람이야말로 지금까지 비스마르크 대공의 야욕을 짓누르던 가장 큰 억제력이었으므로.
때문이었다.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저 둘의 발을 묶어두기 위한 수단으로써 사교도들의 손을 빌려 봉마의 쐐기돌까지 준비한 것은.
그런데…….
콰과과과과과-!
지하수가 마치 간헐천이라도 된 것마냥 치솟아 올랐다.
하늘을 적실 듯 뿜어진 물줄기가 비처럼 방울지며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쏴아아아.
쌓이고 쌓인 물들이 일제히 격랑쳤다.
콰아아아아아-!
높이 십수 미터의 해일.
노도처럼 휘몰아치는 격류에 대공 측의 병력들이 일거에 쓸려나갔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한 차례 해일이 쓸어내린 후의 일이었다.
쏴아아아-.
곳곳으로 산개하는 물줄기가 건물과 건물 사이를 누비고, 왕국군을 제외한 역도들이 그 물에 다시 한번 밀려난 것이다.
마치 물줄기 자체가 의지라도 가진 듯한 움직임.
그럴 수밖에.
쏴아아아아아-.
지금 이 물줄기를 통제하고 있는 것은 바로 헤밍웨이 멜빌이었으므로.
수(水) 속성 마법에서만큼은 다리아마저도 한 수 접어 줄 수준의 강자.
마법으로 물을 다룸에 있어 왕국 내에서 그와 견줄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던가?
거대한 해일 위에 우뚝 선 채, 마에스트로마냥 물줄기를 조종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물의 대현자, 그 자체였다.
게다가 전장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는 하나가 아니었다.
화락, 화라락!
불꽃의 난쟁이들이,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쉬지 않고 몰려들었다.
성인 남성의 허리 정도밖에 오지 않는 크기의, 앙증맞은 난쟁이들.
하지만, 그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어지간한 기사급에 육박할 정도다.
다시 말해, 다리아는 무려 777명의 기사로 이루어진, 기사단을 거느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더욱이, 무엇보다 까다로운 것은 놈들이 가진 재생능력이었다.
진체가 망가지지 않고, 마력이 계속 공급되는 한 놈들은 베어 낸다 하더라도 몇 번이나 재생할 수 있었던바.
“큭-.”
단숨에 역전된 전세에 정신력이 흐트러지기라도 한 것일까. 대공 측의 대검호, 오거스트 울프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따당-!
그와 함께 불똥이 튀어 오르며 그의 왼손에 들려 있던 소드 브레이커가 튕겨져 나간다.
쩔그렁-!
묵직한 쇳덩이가 형편없이 바닥을 나뒹구는 소리와 함께 길리언 펄슨이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 잡아야 할 동앗줄을 잘못 고른 모양이로구나! 승냥이 놈아!”
전투가 시작된 지 어언 한나절.
수백 합, 그 이상 이어진 전투에 온몸이 피로 물들어 혈인(血人)이 된 모습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바닥에 처박혀 있던, 수십 개에 달하는 자신의 무구 중 하나를 움켜쥐었다.
스강-.
날의 일부가 활대 혹은 반월처럼 휘어진 기형검, 코피스(Khopesh).
뼈조차 갈라버릴 위력을 낼 수 있으나, 사용법이 까다로워 많은 검사들이 기피하는 검이라던가.
허나 상관없었다.
그의 이명은 다름 아닌 웨펀 마스터, 그가 다루지 못하는 무기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비슷한 경지에 오른 초인간의 싸움에 있어선 반 호흡의 실수마저도 공세가 뒤바뀌는 법.
까가가강-.
거칠게 튀어 오르는 불똥과, 단번에 역전된 형세를 확인하며 오거스트 울프의 뒤에 있던 비스마르크 대공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를 뿌드득 갈며 노호성을 쏟아냈다.
“블레인! 블레인과 히프노스는 어디에 있는 게냐! 분명 저 괴물들의 발을 붙잡아 놓겠다고 말했거……?!”
그 순간이었다.
퍼석-.
검은 빛깔의 무언가가 하늘에서부터 떨어지며 그의 발치 아래에서 박살 난 것은.
“무, 무슨…….”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대공이 눈을 홉떴다. 자신의 발아래에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이리저리 검게 변한 숯덩이에, 절반가량이 박살 나 날아간 모양이었지만 그 정체를 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람의 목.
“시체 냄새 풀풀 풍기던 놈은 핏물이 되어 버린 탓에 끌고 오지 못했지만…….”
이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쨌건 간에, 찾으시는 자를 대령했나이다.”
그와 함께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얀 드레스를 로브마냥 펄럭이며, 전신에 진한 홍염을 휘감은 여인이었던 바.
“개 빌어 처먹을 대공 전하 놈아.”
존대인지 욕설인지 알 수 없는 음성.
“──!!”
수십 년을 꿈꿔왔고 그와 같은 시간을 공들여 준비해온, 대공의 계획이 마침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 * *
그로부터 사흘.
역모가 진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뒤숭숭한 기운이 왕궁은 물론 왕도 곳곳을 감도는 가운데 엔디미온의 국왕, 알폰소 라트모스가 왕국의 중진들을 소집했다.
대소신료와 왕도마탑의 탑주들은 물론, 인근의 대귀족들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소집한 대회의(大會議).
침전과 대회의실을 포함하고 있던 본궁은 전날의 습격으로 흉물스럽게 무너져 내린 지 오래.
대회의장으로 결정된 것은, 왕궁의 후방에 위치한 탓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별궁 중 하나였다.
그럴 수밖에.
“국왕 폐하 드십니다.”
시종장의 음성과 함께 알폰소 라트모스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자리에 모인 중진들이 예를 표하기 무섭게, 국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착석했다.
지난 사흘간, 제대로 쉬지를 못했던 것인지 상당히 피로해 보이는 모습.
무사히 옥좌를 지켜내었다고는 하지만, 그 후처리라고 해야 할 만한 문제가 상당히 남아 있었으므로.
아마도 국가의 중진들을 소집한 것 역시 그 때문일 테지.
자리에 모인 면면들을 모두 확인한 국왕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건이 안건인 만큼, 불필요한 과정은 모두 생략하고 본론만 듣도록 하겠네. 일단 피해 보고부터 시작하지. 일단 국방대신, 그리고 재정대신. 보고 하게.”
국왕의 음성이 떨어지자, 국방대신과 재정대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순서대로 보고를 시작했다.
“먼저 왕도 수비군의 피해부터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사상자의 수는 총 ─, 그중 사망자는…….”
“반란군들이 날뛰어댄 탓에 곳곳의 피해가 막심하지만, 그중 가장 피해가 큰 곳을 꼽아보라면 왕궁과 왕도의 서쪽, 남쪽일 것입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숫자로 무너져 내린 궁의 수만 하더라도……. 또한 무너져 내린 가옥의 숫자는…….”
보고를 들은 국왕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내뱉었다.
“그날 피해를 입은 이들을 병사와 기사, 그리고 장교로 나누어 그 계급에 알맞게 보상하도록 하게. 경상자들에겐 보상과 치료를, 중상자들에겐 은퇴를 하고도 부족함이 없는 연금을 제공해야 할 테지.”
일반적인 전쟁이었다면, 협정을 통해 상대국에게서 배상을 받아냈을 것이다.
“사망자들 또한 그들 모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 한 달 안에 위령제와 국장을 준비하고 그 가족들에게도 적절한 배상을 해주도록 하게.”
하지만 내전인 이상, 이 피해는 오롯이 엔디미온 측이 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
“다음은 무너져 내린 궁과 가옥인데……궁은 조금 늦어도 상관없으니 민초들의 가옥부터 재건하는 걸로 하겠네.”
“하오나 폐하……!”
한 마디를 더하려던 어느 대신을, 국왕이 제지했다.
“그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고 있네. 허나, 내 백성이 집을 잃고 길가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것보단, 내 잠자리가 조금 불편한 것이 나아. 그까짓 왕실의 권위쯤이야……이미 역모로 낮아진 상황 아닌가.”
짧은 한숨.
“여기서 조금 더 낮아진다고 한들 대수로울 것도 없겠지.”
아랫사람이라 하여 소홀히 대하지 않고 아끼는, 헤카테의 성품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역모가 일어났을 무렵, 왕도의 신민들이 대공 측에 합류하지 않고 반발했던 이유 또한 바로 이런 모습들 때문이었고.
“황탑주. 가능하겠는가?”
“……알겠습니다.”
건축물의 재건은 땅과 석재에 익숙한 황탑에서 대부분 도맡고 있었던바. 국왕의 물음에 니콜로가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주요 전력의 손실인데…….”
말꼬리를 흐린 그가, 자리에 있는 네 명의 마탑주를 돌아보며 물었다.
“마탑과 학회 쪽의 상황은 어떤가?”
대표로 나서 보고한 것은 헤밍웨이였다.
“예. 폐하. 역적, 비스마르크 대공에게 합류한 마탑의 숫자는 총 여섯으로 그 중 적탑의 계열이…….”
제대로 된 통계를 기반으로 한 보고가 흘러나옴에 따라, 자리에 앉은 이들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져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일로 쳐내야 할 인원의 수가 결코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하물며 제국이라는 대적을 바로 이웃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만한 전력을 쳐낸다면…….”
“허어. 그렇다고 역모에 가담한 이들을 그대로 남겨 둘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분위기에 휩쓸린 평마법사들은 가벼운 형벌로 마무리한다 쳐도─.”
“직접적으로 관여한 상당수의 워 메이지들과 탑주들은 필히 벌을 해야 할 텐데.”
모두가 국왕의 눈치만을 슬금슬금 살피는 가운데, 외무대신을 향해 국왕이 하문했다.
“제국은, 제국 측의 상황은 어떠한가?”
평소라면 이런 상황을 가만히 넘길 제국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은 둘째치더라도, 국지전이라도 걸어 찔러볼 것이 분명했다.
“황제의 병환이 깊어간다고 들었다. 그에 따라 황자들의 황권 다툼 역시 거세지고 있다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근 1년 사이에, 황제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던 것.
“예. 폐하. 얼마 전 3황자가 2황자와 충돌을 시작했고 4황녀 역시 1황자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대치 중이라고 합니다.”
“제국 쪽에서 먼저 찔러 들어올 여유는 없겠군.”
제국의 문제는 그걸로 일단락. 잠시 안도의 눈길을 흘린 그가 이번에는 다리아를 응시했다.
“염탑주.”
“예. 폐하.”
“적들 중, 초인 급의 사교도가 하나 섞여 있었고 그자가 죽어가면서 보고서에 적힌 저주를 남겼다는 게 사실인가?”
“제 귀로 분명히 들은 사실이지요.”
그 외에도 놈의 최후를 목격한 이들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날 살아남은 기네비어 궁의 인원들 대다수가 그 음성을 들었던바.
“아직 끝나지 않은 어둠과 종언이라…….”
삼류 악당이나 늘어놓을 대사라고 빈축을 주긴 했으나 아무래도 뒤끝이 찝찝했다.
“염탑주. 경에게 모든 재량을 맡기도록 할 테니, 따로 조직을 하나 정비하여 사교도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도록 하게.”
“명대로 하겠습니다. 폐하.”
그 외에도 여러 안건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길 한참.
오늘의 안건이 대부분 끝나가는 가운데, 국왕이 앞에 놓인 문서의 페이지를 넘겼다.
“남은 것은 논공행상인가…….”
가장 상위에 있는 것은 이번 역모를 진압하는 데 있어 상당한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의 명단이었다.
1. 길리언 펄슨
2. 다리아 스노우화이트
3. 헤밍웨이 멜빌.
그렇게 찬찬히 명단을 살피던 국왕의 눈이 일순 한 자리에 고정되었다.
‘허허. 초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초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속으로 중얼거리다 말고, 생각을 정정했다.
‘아니. 이제는 초인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겠군.’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명단의 네 번째에 올라 있는 이는 명실상부한 초인이 된 인물이었으니까.
‘설마하니 대륙 최연소 초인이……우리 엔디미온에서, 그것도 내 대에서 나게 될 줄이야.’
국왕의 시선이 바로 아래의 명단을 다시 한번 훑었다.
4. 러셀 레이먼드.
…….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