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EPISODE.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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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7써클 대마법사에, 또 그에 준하는 힘을 지닌 엘프가 둘.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초인(超人)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실력을 지닌 수왕 무야호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호화로운 파티가 또 있을까.
파티의 구성만 놓고 보자면, 붙어 있는 두 명의 6써클 마도사들은 단순히 덤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단순 전력만 감안해도, 소수의 인원으로 국가 단위 전쟁을 벌이고도 남을 만한 구성이다.
“으하하핫! 거기, 정지, 정지!”
파티의 구성을 놓고 봤을 때, 눈치 없는 산적 무리 하나가 길 앞을 막아섰던 것 정도는 그야말로 사소한 사건에 불과할 테지.
물론 당하는 산적들 입장에서야 난데없이 떨어진 벼락, 혹은 천재지변(天災地變)에 준하는 수준이었겠지만.
“쳇. 식후 소화거리도 안 되네.”
산적들을 늘씬하게 두드려 팬 무야호가 손바닥을 탈탈 털며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으, 으으으. 자, 잘못…….”
“히, 히이익…….”
난데없이 트라우마를 달고 살게 된 산적들을 생선마냥 엮어 인근의 시청에 넘겨준 후.
러셀 일행은 다시금 왕도를 향해 마차를 재촉했다.
달그락, 달그락-.
일행을 태운 마차가 왕도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며칠의 시간이 더 지난 후의 일이었다.
“으음. 귀여워…….”
토끼 인형을 꼭 껴안은 채, 꾸벅꾸벅 졸며 잠꼬대를 해대는 아멜리아 머윈을 대신해 러셀이 입을 열었다.
“곧 성벽이 보일 겁니다.”
그와 함께 창밖으로 비치는 풍경이 가파르게 바뀌어 간다.
드문드문 늘어져 있던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촘촘해지고, 관도 위를 오가는 사람의 수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던 것.
왕도로 올라온 지 벌써 몇 년.
지금의 러셀에겐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광경이었다.
그런 러셀의 중얼거림에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이오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런데 러셀 님.”
“예. 이오 님.”
“저희가 왕도를 방문한 후에 특별한 일정이 있을까요?”
“음…….”
아레인과 이오의 입장에선 국왕, 알폰소 라트모스를 만나 산림을 빌려주는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야호의 경우에는─.
‘왕국의 소속으로써 수인족을 대표하여 명예직이나마 작위를 수여 받으셔야 할 테지.’
여기까지는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가 알고 있는 일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말해주는 걸 잊었군.’
그리고, 그 외에도 하나의 일정이 더 잡혀있긴 했다.
“아마 예정된 일정의 와중에 궁정 무도회가 한 번 있을 겁니다.”
이야기를 듣던 무야호가 이오를 견제라도 하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끼어들었다.
“궁정 무도회?”
“예.”
잘 수습하고 있다곤 하지만, 얼마 전 일어난 대공의 역모로 왕국의 곳곳이 소란스러운 와중이었다.
엔디미온의 왕실 입장에서는 억지로라도 분위기의 반전을 꾀해 백성들을 안심시킬 만한 계기가 필요한 상황.
그런 와중에 엘프족의 므뇌르와 수인족의 왕이 동시에 왕도를 방문한다?
‘왕실 입장에선 놓치기 힘든 기회일 거야.’
화젯거리는 물론, 새롭게 증강된 왕국의 전력을 내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으므로.
“축제라……. 좋은 술과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겠어. 캬하하.”
그런 정치적인 사안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일차원적으로 생각을 마무리한 무야호가 좋다고 낄낄거렸다.
그녀를 향해 이오가 한쪽 입꼬리를 빼뚜름하게 올리며 작게 소곤거렸다. 물론 수인의 청력이 뛰어남을 알고 있는 그녀였지만.
“정말 단순하신 분이네요.”
아무래도 자신과 러셀이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야호가 끼어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
“뭐라고?”
왕도까지 올라오며 몇 번이나 거듭되었던 상황. 두 여인의 캣파이트가 반복되려는 찰나!
“보이는군요.”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러셀이 대수롭지 않게 화제를 전환했다.
지평선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도 그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성벽.
“대단하군요!”
왕도 외벽의 압도적인 규모에 아레인이 나직이 감탄했다.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엘프들이 보기에도 왕도의 외벽은 굉장해 보였다.
단순히 종족적인 취향이나 심미안 적인 부분을 넘어, 엔디미온이라는 국가가 가진 저력을 일부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
‘오는 길에도 몇 개나 되는 도시의 벽을 봤지만, 저토록 큰 도시는 처음이로구나.’
과연, 이것이 대륙을 양분하고 있는 열강 중 하나. 엔디미온의 힘이라는 것일 테지.
그때였다.
열린 창을 통해 창밖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무야호의 꼬리가 일순, 뻣뻣하게 뻗은 것은.
화악-.
“이봐 수컷.”
“네.”
“괜찮은 거냐?”
전신의 털이 일제히 곤두서며 부르르 떨린다.
“저쪽에서 굉장한 기척이 다가오고 있는데 말이야.”
경계의 기색이 가득한 목소리.
그럴 수밖에. 무야호의 몸속에 내재된, 짐승으로서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다가오고 있는 두 기척의 주인은 그야말로 괴물이라고. 전력을 드러낸 것도 아닌데 몸이 절로 긴장되고 근육이 뻣뻣해질 정도라니.
“한쪽은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무야호의 두 눈이 짙은 호승심으로 번들거렸다.
“다른 한쪽은 확실히 지겠는걸?”
무야호가 말하는 ‘저쪽’이란, 왕도의 외벽이 있는 방향을 의미했던바.
“괜찮습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러셀이 무야호를 진정시켰다. 그녀 정도 되는 강자가 경계할 만한 힘을 가진 인물들이라면, 어차피 정체가 뻔했기에.
러셀 또한 그들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기도 했고.
“두 분 모두 제가 알고 있는 분인데다가, 한 분은 제 스승님이시기도 하거든요.”
“아. 음. 그래? 수컷의 스승이란 말이……?!”
경계의 기색을 가라앉히며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던 무야호가 대경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쾅!
덜커덩!
그 바람에 머리가 천장에 찧으며 마차 전체가 크게 요동치고. 그녀가 깜짝 놀라라 하며 소리쳤다.
“왜, 왜 그걸 지금 말해주는 것이냐. 수컷!”
“……?”
이어 자신의 손바닥에 침을 발라가며 곤두섰던 머리털과 꼬리털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꼭 그루밍을 하는 동물과도 비슷해 보였다.
‘개……과 동물도 그루밍을 하던가?’
산발에 가깝던 머리와 꼬리의 털들이 조금씩 정리되어가고.
“음음. 이, 이 정도면 되겠지?”
그런 무야호를 의식이라도 한 것인지. 이오 역시 새침한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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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달그락-.
기척이 가까워짐에 따라 말(馬)도 없이 마력만으로 움직이던 마차가 찬찬히 멈춰 선다.
딸깍-.
마차의 문을 열고 내리며 러셀이 입을 열었다.
“스승님. 창탑주님.”
처음 예상했던 대로.
왕도의 바깥쪽까지 마중을 나와 있던 것은 자신의 스승인 다리아 스노우화이트와, 앨런의 스승인 헤밍웨이 멜빌이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뒤편으로 늘어서 있는 것은 왕실의 정복을 입은 기사와 병사들.
뒤이어 마차에서 내리던 앨런 역시 제 스승을 발견하곤 눈에서 이채를 흘렸다.
이어 러셀과 시선이 마주친 다리아가 낄낄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귀하신 손님들께서 왕도 인근까지 당도하셨단 소식에 국왕 폐하께서 우리들까지 마중을 보내셨지 뭐냐.”
뒤이어 그녀보다 한 걸음.
앞으로 나선 헤밍웨이가 마차에서 줄지어 내리는 인사들을 확인하며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귀빈들께서 엔디미온의 왕도에 도착한 것을 환영하는 바이오. 본인은 엔디미온의 창탑주, 헤밍웨이 멜빌이라고 하고…….”
“염탑주, 다리아 스노우화이트이올시다.”
두 대마법사의 인사에 아레인과 이오가 슬쩍 고개를 숙였다.
“엘프족의 므뇌르, 하얀 물푸레나무 부족의 아레인이라고 합니다. 엔디미온 측의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하얀 물푸레나무 부족의 센티넬, 이오입니다.”
은발에 은빛의 눈동자.
엘프족은 물론 인간치고도 상당히 특이한 외견이라. 단박에 이오를 알아본 다리아가 한쪽 눈을 찡긋이며 알은 채를 했다.
“그러고 보니 그쪽의 엘프 아가씨와는 구면이구려.”
“아, 그럼……!?”
구면이라는 말에 떠오르는 바가 있었던 것일까.
“딸아이가 은혜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은인께 인사가 늦었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는 아레인을 향해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다리아가 손사래를 쳤다.
“은혜는 무슨. 겁도 없이 거기서 인신매매를 하고 있던 놈들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뿐, 신경 쓰지 마시구려.”
엘프족과의 인사는 거기까지. 다리아의 시선이 이번엔 무야호에게로 향했다.
“그럼 그쪽의 분이…….”
다리아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무야호가 어색한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지금 말을 걸어오는 여인이 러셀의 스승이라는 것쯤은, 익숙한 마력의 기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러셀과 같은 뜨거운 마력이었지만, 푸른 옷을 입은 노인에게선 그와 상반되는 수분감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나, 나는 수왕 무야호다……?”
말해놓고도 뭔가 생각과는 달랐던 것일까. 말꼬리를 흐리며 살짝 올린 그녀가 황급히 자신의 어투를 수정했다.
“아, 아니. 저……는 수왕 무야호다.입니다.”
나고 자라기를 강자(强者)로서 성장해온 그녀였다. 어쩌면 그녀의 인생에 있어 처음이었을지도 모르는 존댓말.
무야호의 입에서 흘러나온, 어색하기 짝이 없는 존댓말에 분위기가 기묘하게 흘러가길 일순간.
“풉.”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린 다리아가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국왕 폐하도 아니고, 우리들에게까지 그리 억지로 격식을 지킬 필요는 없다오. 그러니 편하게 말씀하시구려.”
수왕 무야호는 어지간한 초인(超人)급 오러 수련자를 훨씬 웃도는 기량을 지닌 무인.
비록 명예직이라곤 하나 작위를 받게 된다면 그 위치는 염탑주나 창탑주인 자신들과도 대등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리아는 그리 말했고 무야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나는 괜찮다……입니다.”
다리아가 뭔가 미묘한 기류를 파악한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흐음.’
어색하게 말을 하면서도 미묘하게 상기된 얼굴로 러셀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는 모습이라니.
처음에는 단순히 긴장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모양.
‘오호라, 그렇게 된 게로구먼.’
대충 흘러가는 상황을 파악하며 다리아가 속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게다가 은발의 엘프 아가씨도 미묘하게 수왕을 의식하고 경계하는 듯하니…….’
이걸 파란(波瀾)이라고 불러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 파국(破局)이라고 해야 할지.
단순히 막내 제자가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것을 대견해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상황.
‘막내 녀석. 순진한 척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여난을 몰고 다니는구나. 몰고 다녀!’
왕녀에, 엘프에, 수왕이라니!
심지어 셋 모두 하나 같이 빼어난 미인이 아닌가. 전설적인 사랑꾼, ‘카사노바’도 이룩하지 못했을 위업이라.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엔디미온에 소속된 이로서 작금의 이 상황을 대놓고 즐길 수가 없다는 점일진대…….
“뭐, 그게 편하시다면야, 그렇게 하시구려.”
입술을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며 다리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낄낄, 그것참. 아주 볼만 하겠구나.’
그리고 결심했다.
이번 궁정 무도회에는 반드시 팝콘을 들고 가겠노라고.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