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EPISODE.104
.
.
휘오오오오-!
7써클, 초인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가 벼려낸 바람의 화살들이 저마다의 예기를 고고하게 뿜어댄다.
시위를 한껏 잡아당긴 듯 팽팽한 긴장감, 러셀이 당기고 있던 마력의 시위를 놓는 순간.
쐐애애액, 투두두두-!
의미 그대로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일격 일격이 아름드리나무는 물론 바위마저 박살 내고 꿰뚫을 수 있는 위력을 가진 바람의 화살이다.
이미 다 썩어버린 시체로 이루어진, 언데드들이 버틸 수 있을 리가.
날아간 쇼크 볼트가 마을을 가득 채우고 배회하던 망자들의 머리를 꿰뚫는다.
그르륵, 퍼억.
달그락, 퍼억─.
직격당한 언데드들이 마치 도미노마냥 줄지어 무너져 내렸다.
일격일살(一擊一殺).
반항은커녕 어찌 된 영문인지도 깨닫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마을 하나 규모의 언데드들을 정리한 러셀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신중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마을 안을 살폈다.
그럴 가능성이야 거의 없겠지만, 혹시라도 살아남은 언데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바스락-.
마른 나뭇가지 하나가 그의 구둣발에 밟혀 부러지고, 마침내 마을 곳곳을 모두 확인한 러셀이 입을 열었다.
“끝났군요.”
[미션을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하급 마석(식용)x2를 지급합니다.]알림이 들려오고.
“그래. 모두들 편하게 잠들었을 거다. 수……?!”
말을 하다 말고 무야호가 고개를 훽 틀었다.
이어 늑대마냥 입을 앞으로 툭 내밀고,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르르르르-.
“왜 그러십니까. 무야호 님.”
“수컷. 시체 냄새가 또 있다.”
“또 있다고요?”
이 마을에 있는 언데드들을 모두 쓰러뜨린 것이 불과 몇 분 전이었다.
그랬기에 망자들의 냄새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것 역시 당연한 이야기.
허나 무야호가 말하는 시체 냄새는 그것이 아닌 듯했다.
‘설마 또 다른 마을이?’
아니나 다를까. 무야호가 한쪽 방향을 계속 노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나는 냄새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와보니 확실히 알겠어. 이곳 말고도 또 시체가 있는 곳이 있다.”
무야호의 말에 러셀이 얼굴을 굳히며 시선을 돌렸다. 무야호가 바라보는 방향을 확인하며 펼쳐 들었다.
‘저 방향은……?!’
인근의 작은 남작령이 있는 방향이었다.
.
.
남작(男爵).
공후백자남(公侯伯子男) 중 가장 하위에 속하는 귀족을 말한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귀족과 평민 사이의 어딘가라고 해야 할 터.
그도 그럴 것이 대도시나 수도 인근의 남작들만이 귀족에 맞는 위신을 유지하고 있을 뿐.
변방이나 지방 작은 도시의 남작들은 사실상 귀족이라기보다는 촌락을 통솔하는 촌장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니까.
허나 확실한 것은, 남작령은 국가에 의해 관리되는 곳이고 그 규모가 촌이든 아니든 간에, 인근의 마을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이곳에 위치한 아트란 남작령 역시 다르지 않을 터.
팟, 파바밧-.
야트막한 산 하나를 뛰어넘자, 산 아래쪽으로 분명 남작령이었을 마을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앞서 토벌했던, 벌목꾼 마을의 몇 배는 되어 보이는 규모 촌락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꽤 규모가 있는 마을이었다.
아마도 살고 있는 영지민 수 역시 1천 정도는 되었을 터.
하지만.
그어어어, 절그럭, 절그럭-.
그 모든 영지민들은 언데드로 변해 버린 지 오래라.
악취와 죽음이 들끓는 영지를 마주하며 무야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나…….”
러셀의 표정은 그보다 더 심각했다.
‘아무리 큰 촌락 정도의 규모라고 해도 정부의 관리하에 있는 남작령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대륙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이 바로 사교도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은 대개 은밀하기 그지없다.
언데드를 대량으로 양산하더라도 산속에 있는 화전민 마을이나,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촌락을 습격하는 것 정도가 전부.
그런데 그런 사교도들의 마수가 남작령에까지 미친 것이다.
‘황제가 병상에 누운 후, 황위계승권 전쟁이 심각하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교도들을 묵인했을 리는 없어.’
이와 같이 대담하게 일을 벌이고도 수습하거나, 묵인할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러셀이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그 말인즉, 이 일을 덮을 만한 뒷배가 이번 일을 벌인 사교도 뒤에 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엔디미온 왕국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니까.
이제는 역적이 되어 처형된, 비스마르크 대공을 배후로 업은 사교도로 인해 일이 벌어졌던 적이.
어쩌면 죽어가던 사교도가 말하던 더 큰 어둠이 바로 이걸 말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제국의 고위직 중 누군가가, 사교도와 손을 잡았다.’
그것이 황제일지, 그렇지 않으면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황자들 중 한 명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들 모두가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일지도 몰랐다.
‘일단 아국에 보고는 해둬야겠어.’
그리 생각한 러셀이 이미지 프레임 마법을 이용해 해당 장면을 촬영했고, 미션이 떠올랐다.
[미션-Ⅱ]남작령의 어둠.
아트란 남작령의 영지민들은 모두 언데드화(化) 해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들을 소탕하고, 남작령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세요.
[보상]중급 마석(식용)x2
‘숨겨진 비밀이라.’
러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대규모 화염계 마법으로 영지 전체를 불살라 버린다면 어렵지 않게 저들을 토벌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랬다간 영지의 비밀이라는 것 역시 잿더미로 변해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했던바.
“좀 전의 마을에서처럼, 일단은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끌어올렸던 마력의 형질을 변환시키며 러셀이 언덕의 아래쪽을 향해 몸을 던졌다.
파밧-.
.
.
딱-.
손가락이 튕겨지며 부싯돌마냥 불똥이 튀어 올랐다.
그와 함께 번쩍!
새빨간 마력광이 비치며 붉은 번개가 여러 갈래로 산란하기 시작한다.
번개를 도화선 삼아 뻗어나가는 불길. 뇌(雷)와 화(火) 속성 마력을 절묘하게 조합시켜 발현시킨 마법, 적뢰(赤雷).
그것을 응용하여 만들어낸 적뢰편(赤雷片)이었다.
파짓, 화르륵-.
뻗어나간 벼락이 다섯 마리 언데드들의 몸을 훑기 무섭게 작은 불꽃이 옮겨붙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옮겨붙은 불티들이 감전을 일으키는 전기마냥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화르르르륵-!
불길이 주변 언데드들의 몸을 순식간에 뒤덮으며 살라 먹었다.
그어어, 쿵.
그르억, 쿵, 쿵-.
까맣게 탄 언데드들이 픽픽 쓰러져 나가는 것을 확인하며 러셀이 인근의 벽을 가볍게 훑었다.
‘거꾸로 적힌 룬 문자…….’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벌써 몇 개째였다. 거기다 지표를 따라 흐르는 이 기묘한 마력의 흐름.
이 흐름과 역으로 적힌 룬 문자 대로라면─.
그때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구잡이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던 무야호가 그의 곁으로 다가온 것은.
“캬하하하하!”
투─쾅!
단순히 주먹을 내지른 것뿐인데 공성 무기라도 쏘아진 듯한 굉음.
한눈에 봐도 주먹의 끝에서부터 공간이 이지러지고 공기가 터져나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그런데 그 여파는 일절 주변으로 미치지 않는다라.
‘아마도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모든 힘을 일점에 집약시키는 무야호 님만의 방식이 있는 거겠지.’
저만한 주먹에 직격당한다면 5써클 마법사의 쉴드조차 한낱 유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고작 하급 언데드 따위를 상대하기엔 지나치게 과격한 힘. 하지만 뭐, 저걸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면야.
‘저 정도 움직였다고 지치실 분도 아니고.’
쾅, 콰직!
스켈레톤 두 마리의 두개골을 움켜쥐고 힘껏 부딪혀 골통을 박살내 버린 무야호가 러셀을 향해 물었다.
“그래. 수컷. 뭔가 알아낸 건 좀 있고?”
손가락 사이로 뼛가루를 후두둑 떨어뜨리면서였다.
“예.”
무야호의 물음에 러셀이 고개를 끄덕이며 첨언했다.
“이 마을을 타고 흐르는 부자연스런 마력의 기척, 그리고 곳곳에 거꾸로 적힌 룬 문자들까지. 이건 마법진입니다.”
그 말대로, 남작령 전체에는 어떤 종류의 기묘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법진?”
“예. 언데드들의 힘을 집중시켜 누군가에게 공급하는……그런 종류의 마법진이요.”
설명을 돕기 위해 러셀이 말을 덧붙였다.
“마을을 둘러보시면서 무야호 님의 손에 쓰러지지 않은 언데드들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꼴을 몇 번 보셨을 겁니다.”
“음음. 상당히 많이 봤었지.”
“아마도 그것들은 이미 모든 사기(死氣)와 시기(屍氣)가 빨려져 나가쓰러진 것들일 겁니다.”
“그 말은─.”
“저곳이 마법진의 중심. 아마도 저 중심에 언데드들에게서 기운을 노획하고 있는 존재가 있을 겁니다.”
러셀의 손가락을 따라 무야호가 고개를 돌렸다.
“저건…….”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보이는 것은 마을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종루가 달린 첨탑이었다.
물론 대도시에 있는 것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였지만.
아마도 그 아래에는 영주의 관저가 있을 것이다.
‘영주의 관저에 있는 무언가라…….’
무야호가 러셀의 어깨를 툭 쳤다. 사나운 얼굴로 으르렁거렸다.
“뭐 하는 거냐 수컷. 알아냈으면 어서 박살 내러 가야지.”
“예……!?”
그때였다.
지표를 타고 흐르던 마력의 기척이 기묘하게 뒤틀어진 것은. 러셀은 물론 무야호마저도 느낄 수 있는 명확한 변화라.
“이, 이건 뭐냐. 수컷.”
갑작스럽게 달라진 마력의 흐름에 무야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고, 러셀이 첨탑이 있는 방향을 노려보며 말했다.
“진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동하고 있다고?”
“예. 마치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처럼…….”
얼마 후 임전태세를 마친 두 사람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 구의 언데드들이었다.
한눈에 봐도 여타의 언데드들과는 구별되는 범상치 않은 기척에 무야호가 거칠게 포효했다.
“캬하하. 이거야 원. 고철덩이들을 뒤집어쓴 걸 보아하니, 확실히! 두들기는 맛은 있어 보이는 놈들이구나. 수컷!”
“…사…기(死氣)…
공…급……저하….”
“…침…입…자.”
“죽…인…다.”
칠흑처럼 어두운 바이저 너머로 붉은색 흉흉한 안광이 쏟아져 나왔다.
사기로 점철된 검과, 시취로 범벅이 된 갑주를 두른 망령기사 셋.
초인(超人)의 경지에 다다른 언데드(Doom Knight)를 만들기 위한 부산물.
데스 나이트(Death Knight)가 바로 그곳에 있었다.
* * *
우중충한 구름으로 가리어진.
설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범인의 눈으론 확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하늘 위.
그 하늘 위에서 창백한 인상의 미남자 하나가 아래를 내려 보고 있었다.
“어쩐지,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진 다더라니…….”
쐐애액-!
높은 고도, 불어온 칼바람에 사내의 옷과 흑발이 거칠게 휘날리고.
그에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사내가 찬찬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 또 보게 되는군. 꼬마 용제.”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