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EPISODE.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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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 생겨 먹은 산이네.”
한 걸음만 잘못 내딛어도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내릴, 위태로운 산길.
그 산길의 끝에서 마주한 광경에 무야호가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수평으로 깎아낸 돌산 위에 작은 언덕을 하나 엎어 놓은 것처럼 생겼잖아?”
그녀의 말대로, 외길이 끝나는 곳에 위치한 것은 평탄하게 펼쳐진 바위의 평지라.
그리고 그 바위 평지의 끝에 새로운 봉우리 하나가 더 볼록하게 솟아 있었다.
마치 커다란 봉우리 위에 작은 봉우리 하나를 올려놓은 것만 같은 모습.
위에 올려진 작은 봉우리의 모습은 아래의 큰 봉우리와는 그 산세가 완전히 달랐다.
‘아래쪽은 바위산인데, 위쪽은 숲이 울창한 언덕이라…….’
게다가 평지의 위쪽으론 짙은 안개가 껴있기까지. 봉우리의 아래쪽이 구름에 휘감겨 있어 운해(雲海)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높은 봉우리에도 안개가 낄 줄이야.
이는 사전에 보고 온 책자에서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냥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안개인지…….’
그렇게 생각하며 러셀이 안개에 휘감긴 숲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무야호로부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 수컷!?”
“무야호 님?”
고개를 뒤로 돌리자 안개에 온몸이 엮여 버둥거리고 있는 무야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무야호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안개가 막아서는 것만 같은 모습.
‘설마……?’
러셀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고, 빠직-하는 소리와 함께 무야호의 이마 위로 힘줄이 돋았다.
“이까짓 안개 따위!”
설마 안개를 힘으로 찢어 버릴 생각은 아니겠지만, 무야호라면 또 몰랐다.
“무야호 님.”
단호한 러셀의 목소리가 그런 그녀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자신의 몸을 거미줄처럼 엮어댄 몽글거리는 것들을, 단숨에 찢어발기려던 무야호의 움직임이 일순 정지하고.
“어음?”
“괜찮다면 뒤로 몇 걸음만 물러나 보시겠습니까?”
“으음. 알겠다. 수컷.”
러셀의 말에 무야호는 일단 얌전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를 속박하고 있던 안개들 역시 눈 녹듯 사라졌다.
“역시나.”
“뭔가 짐작 가는 바라도 있는 거냐. 수컷?”
러셀의 중얼거림에 어리둥절한 눈으로 안개와 자신의 손발을 번갈아 보던 무야호가 물었다.
“예. 아마도 이 안개는 저 외에 다른 사람이 숲에 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인 듯합니다.”
“허-?”
“그러니……무야호 님께서는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흐음.”
러셀의 부탁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길 얼마간, 무야호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끙.”
앓는 소리와 함께였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러셀은 무야호를 산허리 즈음, 바위 평지에 내버려 두고 안개를 가르며 걸음을 재촉하길 얼마간.
스르륵-.
안개를 둘러싼 마력의 형질이 변했다.
‘이건……?’
그 낌새를 읽어낸 러셀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위협을 가해오는 종류의 마력은 아니었으나, 그 속에 내포하고 있는 마법의 형태 자체가 놀라웠기에.
‘워프 게이트를 안개의 형태로 변환시켜둔 거라고?’
마법의 형상 변환, 혹은 마력의 형질 변환이라면 탑주급 이상의 마법사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일부 재능있는 마법사들은 5써클부터 그와 같은 신기를 보이기도 했었고.
하지만 설마하니 워프 게이트 같은 종류의 마법 역시도 이런 식으로 형상 변환이 가능할 줄이야.
‘워프 게이트는 설치형 마법, 한 자리에 고정시켜 머물러두는 안개이기에 가능했던 건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마법적 세상이 존재하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그 경지의 편린이나마 체득하기 위해 러셀이 그 흐름을 찬찬히 관찰했고, 츠츠츠츳-.
그와 함께 그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씩 변해갔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러셀이 서 있었던 곳은…….
‘미궁?’
거대한 미궁(Labyrinthos), 한복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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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홀홀. 마침내 작은 주인께서 미궁에 들어오셨구려.]자신이 지켜보고 있는 광경이 재미있다는 양, 목소리의 주인이 웃음을 흘렸다.
이어 보석처럼 아름다운 두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과연, 작은 주인께서 그 시험을 통과하고 제가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을는지……홀홀홀.]마음 같아서는 시험 따위 모두 물리고 작은 주인을 맞이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
주인의 앞에 마련된 시련들은 그 모두가 전대의 주인이자, 큰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용신왕께서 마련해놓은 것들이었으니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직 완성되지 못한 작은 주인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
부디─.
[─부디, 바위처럼 단단하고 굳은 의지를 보여주소서. 홀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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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지…….’
좌우, 양쪽을 따라 길게 펼쳐진 석벽을 일견하며 러셀이 한숨을 내쉬었다.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시간 단위는 이미 한참 전에 넘어선 지 오래.
대충 열흘 정도가 지난 후부터는 날짜를 세는 것 자체를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런데, 그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궁이 끝나질 않고 있으니.
도대체 얼마나 넓은 미궁인 것인지.
그렇다고 해서 벽보다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미궁을 돌파할 수도 없었다.
러셀이라고 해서 시도를 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비행고도를 높이는 만큼 벽의 높이 역시 덩달아 높아졌지.’
아마도 편법으로 돌파하는 것을 금지해놓은 것일 터. 막아 놓은 편법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힘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종류의 벽도 아니었고-.’
게이볼그와 폴링 썬은 물론, 7써클 마법인 인페르노마저도 일점에 집중시켜 난사해 봤지만 벽에 닿는 순간 모든 마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증발해 버리니─.
‘신기한 건 시간의 흐름은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오지는 않는다는 점인데…….’
333법칙.
일반적인 사람은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식량 없이 3주가량을 버텨 낼 수 있다던가?
물론 초인의 경지에 오른 강자들은 공기나 물, 식량이 없어도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견뎌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허기나 갈증까지 느끼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었던바.
‘그런데 여기선 허기나 갈증이 느껴지지 않아.’
그리고 러셀은 전날 한 번, 이런 종류의 공간을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몇 년 전 발견되었던 신화시대의 유적.’
그 유적 속에서 경험했던 공간이 꼭 지금과 같았었다.
그 말인즉 이곳의 시간 또한 바깥쪽과는 완전히 다른 흐름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이 미궁이 언제까지 이어지냐는 거군.’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러셀은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도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미궁을 벗어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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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은 유수(流水)와도 같아 언제나 끊어짐 없이 도도하게 흐르는 법이었다.
그것은 이 알 수 없는 미궁 속의 시간 역시 마찬가지.
하루, 이틀, 사흘, 나흘……그리고 열흘.
그 열흘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아직도……끝이 나지 않는 건가?’
안쪽과 바깥쪽의 시간이 다르다고 추측하고 있지만, 이만큼이나 시간이 흐른다면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는 만큼, 바깥쪽에서 몇 날 며칠이 흘렀는지 역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주일, 어쩌면 보름.
‘아니 어쩌면……이미 한 달 이상이 흘렀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러셀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그를 더욱 지치게 하는 것은 바로 옆에서 깜빡거리는 녹색의 창이었다.
[미궁을 포기하시겠습니까. Y/N] [포기하신다면 미궁의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자신이 지쳐가는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정신적인 피로가 극에 달했을 무렵 나타난 알림창.
“후-.”
그 알림창을 보며 러셀이 고개를 흔들었다. 한순간 미혹이 찾아왔지만 그것을 빠르게 떨쳐낸 것.
‘아니.’
오래도록 미궁을 헤매는 동안, 러셀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면모에 대해 몇 가지 알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신은 뼛속 깊이 워 메이지(War Mage)이기에, 힘에 대한 자신의 갈망이 상상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힘을 원해야 하는 이유는 완전히 사라진 상황인데…….’
스스로가 생각해도 퍽 우스운 상황에 러셀이 피식, 실소했다.
과거의 그가 힘을 원했던 이유는 두 가지. 가문을 부흥시키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함이었다.
다시 말해 두 가지 목적이 어느 정도 이뤄진 지금 그가 더 이상 힘을 갈망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7써클의 대마도사라면 대륙 어딜 가더라도 대우를 받기에 충분한 경지였고.
그런데 웬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의 내면에 자리한, 워 메이지로서의 향상심은…… 힘에 대한 갈망은 잦아들기는커녕 더욱더 강해지고 있었으니.
더 높은 경지에 올라서고 싶다.
이왕 마법사의 길에 들어선 것, 8써클을 넘어 마법의 끝이라고 불리는 초월(超越)에까지 이르러보고 싶다.
마도(魔道).
그 길의 끝을 보고 싶다.
아니, 직접 다다르고 싶다.
그런 생각이 계속해서 고개를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생각을 원동력 삼아 러셀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유혹이라도 하듯 깜빡이는 녹색의 창을 무시했다.
‘어쩌면, 이 길의 끝에서 나는 또 다른 힘을 얻게 될지도 몰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말해 이 너머에 있는 힘을 얻기 위해선, 결국엔 이 미궁을 돌파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제 와서 포기하는 건 작금의 힘든 순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순간의 도피에 불과해.’
스멀스멀─, 마수를 뻗쳐오던 미혹을 떨쳐내고 다시 한번 각오를 굳힌 러셀이 한 걸음을 무겁게 내딛는 순간이었다.
쿵-!
일순 바위가 떨어진 것만 같은 무거운 감각이 발등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쩍, 쩌저적-.
그에 호응이라도 하듯 내디딘 구둣발 아래의 지표가 거미줄마냥 갈라지고.
쿠르르르르-!
바닥에서부터 미궁이 무너져 내리며 러셀의 몸이 그 아래쪽을 향해 떨어져 내린다.
‘갑자기 무슨?’
놀라는 것보다 먼저, 알림음이 들려왔다.
[바위처럼 단단한 의지를 증명하셨습니다.] [미궁의 시련을 종료, 암룡(巖龍)의 거처로 이동합니다.]‘암룡?’
뇌룡(雷龍)이 화룡(火龍)의 아종이고, 운정룡(雲征龍)이 뇌룡(雷龍)의 아종이듯.
암룡(巖龍) 또한 사룡(沙龍)의 아종에 속하는 용이었다.
일반적으로 바위나 모래와 비슷한 빛깔의 비늘을 가지고 있을 뿐인 사룡과는 달리 갖은 종류의 암석과 같은 형태의 비늘을 매달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라던가?
쿵!
무너져 내린 미궁의 아래쪽으로 자유낙하를 하던 러셀의 구둣발이 바닥에 닿는 것과 동시에 그 존재가 말을 걸어왔다.
[홀홀홀. 노쇠하여 다 죽어가는 할멈이 작은 주인을 배알하나이다.]살아온 삶이 적지 않음을 증명하듯 산악을 연상케 하는 거구.
그 위로 자라나 있는 것은 갖은 종류 암석의 형태를 한 비늘들이라.
‘현무암, 화강암, 조면암, 안산암, 응회암…….’
크게는 화성암에서부터 변성암과 퇴적암에 이르기까지.
책 속의 묘사와 한 치도 다름없는 형태의 비늘로 뒤덮인 용이 러셀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홀홀홀.]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