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EPISODE.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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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아-.
거세게 요동치며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물살.
그 소용돌이가 만들어내는 기다란 통로, 그리고 그 끝에 위치한 수중 동굴의 입구까지.
일련의 모든 것들을 확인한 러셀은 바로 돌입하는 대신, 가볍게 심호흡했다.
거세게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 정도에서 끝일 리가 없어.’
지금까지의 경험대로라면 이러한 미션에서는 자신을 시험하거나, 성장시키기 위한 관문이 있었던바.
그런데 아직 이번 미션에서는 그런 관문을 마주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역산을 통해 마력 패턴을 해제하는 것을 시험으로 삼기에는 그 수준이 너무 낮았다.
‘아마도 진짜 관문은 저 동굴 안에 있겠지.’
가볍게 호흡을 고르고 마력을 끌어올리며 만만의 태세를 갖추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몇 초 남짓.
“페퍼, 돌아가 있을래?”
갸륵.
페퍼를 정령계로 돌려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준비를 마친 러셀이 그대로 소용돌이 안으로 돌입했다.
콰과과과과과!
물이 거칠게 회전하는 소리가 세차게 귓전을 때린다.
그런 가운데 러셀이 수중 동굴의 안쪽으로 몸을 들이미는 순간!
콰과과과과과!
소용돌이가 순식간에 좁혀지며 사방을 에워싸고 회전하던 물들이 단숨에 러셀을 향해 달려들었다.
‘큭-!’
사나운 수룡이 물속에서 난동을 부리는 듯, 수십 개의 와류가 만들어지며 물의 회전이 발톱마냥 러셀의 전신을 후려친다.
수십 개의 거센 해류 한복판에 던져진 것만 같은 감각!
보통의 인간이라면 휩쓸리는 것만으로도 신체가 분쇄되어 갈려 나갔을 것이다.
어느 정도 수련을 마친 강자라 하더라도 균형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테고.
꽝, 꽈광-!
엇갈리게 배치한 쉴드를 통해 물의 흐름을 막아내고, 그사이에 틈을 만들어낸 러셀이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았다.
이어 날카로운 눈으로 달려드는 물의 흐름을 쫓았다.
깊은 물 속, 호흡조차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상관치 않는다.
동토 특유의, 뼛속까지 얼려 버릴 것만 같은 한기 또한 괘념치 않았다.
수중 호흡 마법을 유지하며 시시각각 변모하는 물의 흐름을 막아내기 위해 쉴드를 계속해 만들어내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도 러셀의 눈은 냉철하게 흐름을 읽어 들이고 있었다.
‘평범한 물이 아니야…….’
아무리 강력하고 특이한 해류라 하더라도 이만큼 다양한 패턴을 보유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흘러드는 물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마력의 잔향까지.
‘이게 진짜 시험, 혹은 관문이라는 건가…….’
이 흐름을 돌파하면서 수중 동굴의 안쪽까지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
‘이게 끝이라는 보장도 없지.’
이제 막 입구에 들어섰을 뿐, 동굴의 끝까지는 아직 상당히 많은 거리가 남아 있었으므로.
중간에 관문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 러셀의 예상대로, 콰과과과과!
‘얼음?’
안쪽으로 파고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물살의 흐름이 더욱 거세게 변모했다.
뿐만 아니라 물살 사이사이에 날카롭게 깎여 나간 얼음 조각이 섞여 있기까지.
평범한 얼음 조각이라면 모를까, 이만한 물살에 속도를 얻어 부딪치는 얼음이라면 그 자체로도 흉기와 다를 바 없었다.
‘수백 개의 흉기가 사방에서 날아오는 느낌이군.’
그야말로 살수(殺水)라.
대군 마법 중 하나인 블리자드(Blizzard)나 아발란체(Avalanche)의 일각을 마주한 것만 같았다.
카가가각-!
얼음 조각이 쉴드를 날카롭게 긁고 가는 모습에 러셀의 눈빛이 바뀌었다.
물살과 마찬가지로, 마력이 깃들어 있는 얼음 조각이다.
당장에야 괜찮지만, 계속해서 충격이 누적된다면 쉴드가 깨질 것이 분명한즉.
‘강도를 높이고 구조를 바꾼다.’
생각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마력이 반응했다.
화아악-.
한층 강대해진 마력이 쉴드를 휘감고, 이어 육각 구조로 형상을 변환하기까지.
한 호흡도 되지 않는 순간에 일련의 행위들을 모두 마무리 지으며 러셀이 수중 동굴 안쪽을 노려봤다.
‘이제 절반.’
앞으로 무슨 일이 또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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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나 다를까.
수중 동굴의 끝이 꽤 가까워진 순간, 다시 한번 변화가 일어났다.
샤아아아앗-!
급류와 얼음은 물론, 갑작스럽게 상어 무리까지 나타난 것이다.
나타난 상어 무리가 빠른 속도로 물살을 거스르는 것과 동시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이어 거센 피부를 이용해 러셀을 향해 육탄 돌격을 가해왔다.
쾅!
강렬한 충격에 엇갈리게 배치한 쉴드가 깨져 나갈 듯 크게 흔들리고-.
‘큭……!’
마력 장벽 너머까지 밀려드는 충격파에 러셀이 이를 악물었다.
‘그냥 상어가 아니야.’
거센 급류에 살을 에는 한기, 그것으로도 부족해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까지.
평범한 상어가 이와 같은 물길 속에서 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단순한 육탄 돌격만으로 쉴드를 뚫고 들어올 만큼의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상어라니!
샤아아앗-!
충돌을 거듭하던 상어 떼가 물살을 타며 방향을 선회한다.
어군을 이루어 거대한 벽을 형성하며 러셀의 앞을 틀어막았다.
‘쉽게 보내주지는 않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요격하는 수밖에.’
콰드드득-.
상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러셀의 주변을 따라 수십 개에 달하는 얼음의 창이 생겨난다.
단순히 얼음을 창의 형태로 구현한, 아이스 파르티잔(Ice Partisan)이 아닌 그보다 상위 격의 마법.
밀집장창의 고드름 보병대.
아이시클 팔랑크스.
(Icicle Phalanx).
‘가라-!’
손을 튕기는 것과 동시에 고드름의 군집이 상어 어군을 향해 짓쳐 들었다.
몰아치는 급류를 돌파하며 자신만의 궤적을 남길 만큼 빠른 속도!
한순간 물살이 헝클어지며 상어 떼와 고드름의 군집이 충돌하고.
쐐애액, 퍼버버벙!
몇 개의 얼음이 상어 무리를 꿰뚫는 것과 동시에, 몇 마리의 상어 무리가 고드름의 군집을 옆에서 들이박았다.
쩌저저저정-.
일어난 충격파로 상당수의 고드름이 터져 나간다.
‘이미 사용한 마력의 잔재를 이용해 다시 한번 마법의 불씨를 되살리고-.’
그 직후 러셀이 펼쳤던 손아귀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마법을 연계해 화력을 중첩시킨다.’
수중 동굴에 들어오기 직전 보았던, 스크롤에 기록된 마법을 통해 깨우친 마력 운용 방법을 시험 삼아 재현한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심상과 수식, 마법을 재현하기 위한 마력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마력사들이 깨져 나간 고드름의 파편에 가 닿았다.
이제는 고드름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너무도 작은 얼음 조각들.
의념이 전달되는 순간, 그 얼음들이 전혀 새로운 종류의 마법으로 화하며 재탄생한다.
‘살얼음 군무(Group Dance Of Thin Ice)!’
고드름의 군집에 의해 타격을 입은 상어 무리의 한 가운데에서 거대한 얼음의 폭풍이 일어났다.
카가가가각-!
크고 작은 얼음 조각들이 마구잡이로 날뛰며 상어 떼를 난자한다.
캬아아아악!
일순, 그 여파로 녀석들의 사이에 틈이 벌어지는 찰나!
‘지금!’
쾅!
러셀이 신형을 가속했다. 겹겹이 두른 쉴드로 몸을 보호한 채 물보라를 일으키며 녀석들의 사이를 가로질렀다.
이어 수중 동굴의 끝, 빛이 들어오는 수면 위를 향해 치솟았다.
푸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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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
물 밖으로 걸어 나온 러셀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젖은 옷이 물먹은 솜마냥 무겁게 늘어지며 걸음을 붙잡고.
“드라이.”
간단한 마법을 이용해 젖은 옷과 몸을 말리며 러셀이 주변을 살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길게 자라난 종유석과 빛을 내는 발광석이었다.
물속을 빠져나왔다곤 하나 여전히 수중 동굴의 안쪽이라.
아마도 수면 위로 치솟기 직전 보았던 빛은 저 발광석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이었을 테지.
그리 생각하며 러셀이 발광석의 빛을 쭉 쫓았다.
길게 이어진 동굴, 발광석은 그 안쪽으로 일정 거리마다 콕콕 박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건가?’
누군가의 손을 탄 것이 분명한 인공적인 구조, 러셀이 비로소 관문을 돌파하고 용의 둥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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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 가득하던 물속에서 빠져나왔기에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온도가 더 낮아지는 것 같은데?’
가볍게 내쉬는 숨결조차 하얗게 얼어붙어 흩어질 정도의 한기라.
가볍게 마력을 휘돌리는 것으로 체내에 침투하던 한기를 몰아낸 러셀이 아직은 꽤 많은 거리가 남아 있는 동굴의 안쪽을 노려봤다.
‘아마도 저 동굴의 안쪽에, 이런 한기를 만들어내는 무언가가 있는 걸 테지.’
용의 둥지. 그리고 한기라면 생각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빙룡(氷龍).
달리 씨 서펜트라고도 불리는, 수룡(水龍)의 아종. 물론 진짜 빙룡이 있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빙룡과 관련된 무엇인가가 남아 있을 것인즉.
‘……살아 있는 용이 아니라면, 뿔이겠지.’
앞선 경험들을 통해 추측해낸 결론이었다.
그런 러셀의 추론이 거짓이 아니라고 증명이라도 하듯, 동굴 깊은 곳에 들어서자 거대한 뿔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거대한 얼음을 조각해 만든 것만 같은 아름다운 외형의 뿔이라.
그 순간 알림음이 들려왔다.
[미션을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빙룡의 뿔을 지급합니다.]‘역시나.’
알림음을 뒤로하며 러셀이 뿔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쩍, 쩌저적-.
빙룡의 뿔에서 흘러나온 한기 때문인지, 얼어붙어 있던 바닥의 살얼음이 조금씩 깨져 나가고.
‘윽-!’
손가락 끝이 닿는 순간, 강렬한 마력이 몸속으로 흘러들었다.
빙룡의 뿔이기 때문인지, 한순간 온몸이 동사해 버리는 것 같은 착각을 선사할 만큼 차가운 마력이라!
‘그대로 받아들이면 큰일 나겠군.’
아마도 마나 로드는 물론 전신의 근육과 혈맥이 얼어 버리게 될 테지. 그리 판단한 러셀이 심장의 써클을 자극했다.
우우우웅-.
일곱 개의 써클이 일제히 반응하며 불꽃과도 같은 마력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이어 뜨겁게 달아오른 마력과, 한기를 품은 마력이 체내에서 충돌했다.
쾅!
서로 다른 속성의 마력이 충돌하며 일어나는 반발력에 러셀의 가슴팍이 크게 치솟았다 아래로 떨어지길 반복한다.
‘윽…….’
한순간 눈앞이 번쩍이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고통 속에서 러셀이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의식을 놓아선 안 된다.
야생마처럼 날뛰는 빙룡의 마력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선, 그와 상반되는 마력으로 고삐를 채우고 중화할 필요가 있었던바.
한쪽 손을 빙룡의 뿔에 붙인 채로 러셀이 서둘러 자세를 잡았다.
이어 두 눈을 감으며 빠르게 써클링 작업을 실시했다.
[빙룡의 뿔을 흡수합니다.] [흡수 가능한 한계를 초월한 마력은 당신의 잠재력 속에 깃들게 됩니다.] [당신의 기량은 현재 매우 높은 편입니다. 빙룡의 뿔 중 상당수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7써클에 올랐기 때문인지.
전과는 달라진 문구가 한 줄 더 추가되어 있었다. 허나 러셀은 그 알림에 신경 쓸 수 없었다.
이미 그의 몸속에서는 불꽃의 마력과 빙룡의 마력이 거칠게 충돌하기 시작한 상황이었으니까.
꽈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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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러셀의 몸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싸움이 일어나는 와중에.
변화가 발생한 것은 러셀의 체내만이 아니었다.
빙룡의 뿔 속에 깃들어 있던 마력이 점차 러셀에게 흡수됨에 따라 주변의 한기 역시 빠른 속도로 잦아들고 있었던바.
온도가 올라가고, 주변의 얼음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쿠구구궁-.
동굴의 한쪽을 틀어막고 있던 얼음벽이 무너져 내리며 그 너머로 어떤 공간 하나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것, 그것은 푸른빛을 띠는 거대한 알이었던 바…….
두근, 두근-.
러셀의 마력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푸른 마력광이 휘도는 알 속에서 무엇인가가 자신의 고동을 전해왔다.
물론 마력을 흡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던 러셀로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일이었지만.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