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EPISODE.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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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애액, 퍼버버벅-!
염열(炎熱)의 마창, 게이볼그가 지면을 두부처럼 파고들며 짓쳐 들던 지아볼의 신형을 틀어막는다.
그렇게 나타난 마창의 숫자가 무려 다섯, 다섯 개에 달하는 마창이 일제히 공명을 일으키며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 높게 충천했다.
콰아아아아!
대지 속에 섞여 있던 석영 성분이 유리화하는 것과 동시에 지면이 녹아내리며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단 한 번의 마법으로 초열지옥에 가까운 형상을 재현해낸 것이다.
저만한 공격에 지근거리에서 휩싸였다면 어지간한 강자들 역시 멀쩡하지는 못했을 테지.
게다가 놀라운 점은 그렇게 뿜어진 불길과 화기가 완벽하게 컨트롤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화르르르륵-!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치솟아 오른 불꽃의 기둥과 열기는 아레크스가 아닌 오롯이 지아볼에게로만 향했으므로.
단순히 한 번 출수하고 그치는 마법으론 결코 보일 수 없는 광경.
‘흩어지고 소멸해가는 마력에도 의지를 담았단 말인가?’
그 광경에 윌터 피그렛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방금 전 한 수만으로도 새롭게 나타난 상대의 실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기 때문.
“빌어먹을!”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거대한 폭염의 해일 속에서 분분히 몸을 뺀 지아볼이 욕지거리를 토해냈다.
그 역시도 마냥 멀쩡하지만은 않았는지, 곳곳에 검댕이 묻고 가벼운 화상을 입은 모습.
짜증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함께 지아볼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뒤이어 지상의 다른 두 초인들 역시 일제히 시선을 높였다.
하늘 높은 곳.
까마득한 고도에서 자신들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는 이의 존재를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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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러셀을 바라보고 있을 때, 러셀 역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 높은 곳을 이용해 초고속 비행으로 날아와, 지금 막 페퍼를 역소환 시키고 떨어져 내리는 와중이었다.
페퍼의 힘을 빌려 드래곤 브레스를 한 발 쏴 줄까 싶기도 했지만…….
‘순순히 당해주진 않겠지.’
드래곤 브레스는 8써클 대군 마법 이상의 위력을 가진 용의 권능이었다.
때문일까.
완전히 성룡에 이른 용들조차 드래곤 브레스를 방출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준비 시간이 필요로 한 것이 사실.
아직 어린 페퍼로서는 그런 성룡들보다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로 했다.
‘그 시간 동안 고밀도의 마나가 집약되는 걸 지켜만 보고 있을 작자들이 아니지.’
그렇기에 페퍼를 역소환 시켰던 것이고. 그때였다.
러셀을 발견한 지아볼이 악의 가득한 음성으로 소리친 것은.
“웬 놈이냐!”
러셀은 그 외침에 대답해주는 대신─.
[미션]아레크스 카일렌 지원.
아레크스 카일렌과 힘을 합쳐 제국의 두 초인을 격퇴하세요.
[보상]최상급 마석(식용)…….
─눈앞에 떠오른 미션창을 뒤로 미뤘다.
지상에 착지하며 아레크스의 사각을 막아서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레크스 경.”
“자네는……?”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나이에 저도 모르게 하대가 흘러나오려는 찰나, 러셀의 자기소개가 이어진다.
“러셀 레이먼드. 국왕 폐하의 명을 받아 전선을 지원하러 왔습니다.”
“신성공(晨星公)!”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레크스에게서 장탄성이 흘러나왔다.
흑발에 붉은 눈, 왜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던 건지.
“설마 공과 이런 곳에서 안면을 트게 될 줄이야.”
자신의 눈썰미를 한탄하며 아레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존댓말은 하지 않았다. 러셀이 왕국 유일의 대공이라곤 하나, 아레크스가 훨씬 연장자였기에.
작위만 공작이 아닐 뿐, 사실상 왕국의 초인들은 후작 이상의 권력을 지니고 있다 해도 무방했고.
그때였다.
으르렁거리는 음성이 들려온 것은.
“인사는 다 끝나셨나?”
목소리 깊은 곳까지 범벅이 된 짐승 같은 적의와 살의, 음성의 주인은 바로 러셀에 의해 경로가 가로막혔던 지아볼이었다.
척척-.
지아볼과 윌터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두 사람을 포위하고, 아레크스가 자신의 전쟁 망치를 고쳐 잡았다.
꽈악-.
“후배 앞에서 이런 광경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네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도움을 좀 받도록 하겠네.”
“어느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서로 자신 있는 쪽으로 하도록 하지.”
마법사가 마법사를, 오러 수련자가 오러 수련자를 상대하겠다는 이야기.
각자 상대를 정한 두 사람이 등을 맞댄 채 몸을 빙글 돌렸다.
서로 바라보고 있는 상대가 달라서였다.
그제야 각자의 상대가 짝을 찾고, 러셀과 시선을 마주친 윌터가 기다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네가 바로 소문의 그 초신성이로군.”
고작 이십 대의 나이에 7써클, 초인의 벽을 돌파한 러셀의 이름은 엔디미온을 넘어 제국까지 그 이름이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높은 위험도로 판단했기 때문인지, 얼마 전 수정된 제국의 살생부 꽤 상단에 이름이 기록되어 있기도 했고.
“염탑주……그 늙은이의 제자라지?”
염탑이란, 적탑의 계보를 잇는 마탑 중 가장 강력한 마탑에 부여되는 이름이었다.
다시 말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적탑들이 염탑이라는 이름을 손에 넣고 싶어 한다는 말이라.
그리고 적탑의 계보는 엔디미온뿐만 아니라 제국에도 존재했고, 윌터 역시 바로 그러한 적탑의 탑주 중 한 사람.
염탑주의 제자라는 말에 그의 눈에서 투기와 함께 호승심이 끓어오르는 것 역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어디 한 번, 실력을 보여 보시게.”
말과 함께 윌터 피그렛의 몸에서 웅혼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밀도 높은 마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지막지한 중압갑을 발산하며 일대를 찍어 누른다.
그 무게감에 짓눌린 대지가 원형으로 움푹 패어 들고, 콱, 과과과과곽!
자신의 발치 아래까지 밀려든 마력을 확인하며 러셀 또한 써클을 휘돌렸다.
우우우우웅-.
벌떼가 날아오르는 소성과 함께 일곱 개의 써클이 일제히 힘을 토해냈다.
이어 러셀의 몸을 타고 일어난 기세가 윌터 피그렛의 마력과 엉켜 들었다.
일대에 아지랑이가 어물거린다. 공간이 마구잡이로 일그러지며. 그 중심에서 윌터가 팔을 움직였다.
슈슉- 빠르게 맺어지는 수인!
어깨가 내뻗어지는 순간부터 출수가 이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
찰나의 순간 한 손의 수인만으로 완성시킨 마법이 벼락불을 토해내고.
파지지짓-!
뇌격이 공간을 꿰뚫는 순간, 그 경로상의 공간이 얼어붙었다.
쩌적-.
얼음의 입방체가 나타나며 전격을 틀어막았다.
쩌저저정-.
깨져나간 얼음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가운데, 다음 마법을 준비하던 윌터 피그렛이 눈을 홉떴다.
‘허!’
고작해야 탐색전에 불과한 마법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설마 얼음이라니.
‘염탑 소속이라기에 불꽃이나 같은 전격 계열의 마법으로써 막아 낼 줄 알았거늘-.’
높은 수준의 마법은 아니었지만, 마력의 준동에서부터 구현까지.
매끄럽기 그지없는 마법의 발현이라.
‘과연, 어린 나이에 그 경지까지 올라온 재능이 거짓은 아니라는 말인가?’
단편적으로나마 러셀의 기량을 확인한 윌터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흥분하기는커녕 되려 침착해지는 점에서 윌터의 노련함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알지 못했다.
러셀의 마법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빙결 마법에 이어…….
쿠릉.
대지가 가볍게 진동했다.
쿠구구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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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크스와 지아볼이 격돌을 시작한 것은, 러셀과 윌터가 맞부딪치기 불과 몇 분 전의 일이었다.
거대한 전쟁 망치가 수직으로 휘둘러졌다. 일순 공간이 일그러지는 착각이 일 만한 일격!
압도적인 물리력에 충격파로 대지가 해일처럼 밀려들며 지아볼을 덮치고!
과과과과과!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토사를 확인하며 지아볼이 바닥을 박찼다.
“흥. 느리기만 한 공격 따위!”
강맹한 일격이지만 맞지 않으면 그만,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대지의 해일을 뛰어넘은 그가 쌍검을 교차하며 아레크스의 머리 위에서 뛰어내렸다.
“차핫!”
자신의 패배 따위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듯 자신감 넘치는 기합성!
초인으로써의 경험은 아레크스보다 십 년가량 부족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상성 상 우위였으므로.
윌터의 도움을 받은 것은 확실히 하기 위함이었지, 일 대 일로 붙는다고 해서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물며-.
‘얼마 전 입은 상처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작자 아닌가!’
파괴력만 높을 뿐, 파리보다 느린 전쟁 망치 따위야 맞지 않고 회피해 파고들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쾅!
육중한 충격파가 그의 전면을 강타했다.
“큭-!”
그와 함께 지아볼의 신형이 떨어지던 속도 그대로 튕겨 나가며 포물선을 그리고.
콰드드드득-.
바닥에 칼을 박아 넣는 것으로 속도를 줄인 그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뭐였지?’
흘러내리는 코피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며 아레크스를 노려봤다.
직후 눈에 들어온 것은 여전히 머리가 땅에 틀어박혀져 있는 거대한 전쟁 망치와, 앞으로 내뻗어져 있는 주먹이었다.
‘주먹?’
방금 전 자신의 얼굴을 후려친 충격파가 바로 저 주먹에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어안이 벙벙해 하는 그를 뒤로하고 바닥에 틀어박혀 있던 전쟁 망치를 뽑아 들었다.
“약점이 존재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보완조차 하지 않는 멍청이도 있던가?”
후두두둑-.
모래 알갱이가 요란스럽게 떨어져 나오는 망치를 어깨 위에 걸치며 아레크스가 조롱했다.
“적어도 우리 엔디미온에서 그런 멍청이가 초인이 되는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군.”
제국이라면 또 모를까-작게 중얼거리며 덧붙인 한마디.
그 한마디에 지아볼의 얼굴이 흉신악살마냥 일그러졌다.
“이 개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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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위력에 비해 공격과 공격 사이의 연계가 느리다는 단점.
한번 공격하면 다음 공격까지 틈이 생긴다는 약점.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체술(體術)과 더불어 아레크스가 익힌 것은 바로 폴 댄스(Pole Dance)……소위 봉 춤이라고 불리는 춤사위였다.
망치가 바닥에 틀어박히는 순간, 기다란 손잡이를 봉 삼아 몸을 움직이며 체술을 펼쳤던 것.
물론 검무(劍舞)처럼 전투에 적합하도록 기계 체조를 개량시킨, 아레크스류(流) 폴 댄스라고 보는 것이 정확했지만.
어쨌든 근육질 거구의 사내가 엉덩이와 허리, 어깨와 대흉근, 대퇴부를 씰룩, 꿈틀대며 봉 춤을 춰대는 모습이 아름답지만은 않았지만.
쐐애애애액-!
쌍검 중, 우수에 들린 검을 폴 댄스의 기술 중 하나인 구스넥 그립으로 흘려낸 그가 발끝으로 좌수의 검을 걷어냈다.
쩌엉-!
오러와 오러가 충돌하며 그 파편이 사방을 찢어발겼다.
쩍, 쩌저적-.
대지가 쩍 갈라지며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여파만으로 사람 여럿을 손쉽게 다져버릴 만한 충돌의 연속.
양측의 병사들은 이미 네 초인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멀찍이 거리를 벌린 후였다.
다만, 제대로 된 지성을 갖추지 못한 언데드들만이 아무 생각 없이 비척거리며 기어 왔다 충돌에 휘말려 소멸되었을 뿐.
어느 정도의 불사성을 지닌 놈들이라지만, 하급의 언데드들에게 초인들의 오러를 감당해낼 만한 힘은 없었으므로.
물론 지아볼 역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같은 수에 몇 번이나 당하고 있을 성싶더냐!”
쌍검을 빠르게 휘둘러 오러를 격자무늬로 방사, 벽을 치는 것과 동시에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벌린 것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지의 일부가 격렬하게 진동하며 창마냥 하늘을 꿰뚫는다!
콰과과과과!
이어 하늘이 심상치 않게 울어대며 먹구름 너머에서 푸른 뇌광이 번뜩였다.
그야말로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을 울리고, 지형을 뒤바꿔 지도를 새로 쓰게 할 초인들의 싸움은─.
쿠르르르르.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