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EPISODE.113
파바바밧-.
시간이 흐를수록 두 대마법사의 전투가 격렬해져 갔다.
점점 속도를 올려가기 시작하던 싸움이 거의 정점에 달한 것은, 두 마법사의 팔이 여럿이라도 된 듯 잔상을 일으켰을 무렵이었다.
한 번에 몇 개나 되는 마법을 캐스팅하고 수인으로 보조하며 위력을 돋우는 것인지.
자욱하게 일어난 잔상으로 인해 수인을 맺는 동작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
세 개, 네 개…….
한 번의 호흡에도 몇 개씩의 마법이 완성되며 허공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인다.
그렇다고 이렇게 완성해 뽑아내는 마법이 모두 고화력의 마법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산을 갈아버리고 강물을 되돌린다고 알려진 대마법사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고써클에서의 마법전은 화력보다는 치밀함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간을 선점하고, 마력을 장악하는 동시에 상대방이 자신의 것으로 삼은 영역과 마력을 강탈해오는 것이다.
순수하게 내부로 쌓아 올린 오러로 승부를 보는 오러 수련자들과는 달리, 마법사는 스스로의 마력을 이용해 외부의 마력을 통제해 마법을 발현시키는 자들.
그렇기에 이런 식의 전투 양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전격이 푸르스름한 뇌광을 흩뿌리며 수평으로 공간과 공간을 뛰어넘고, 그 순간 러셀의 전신을 따라 보라색 기운이 반구 형태로 일어났다.
일대의 중력을 그러모아 수십 배 이상 증폭시킨 중력의 구라.
거기에 닿는 순간 직선으로 날아들던 벼락이 포물선처럼 휘어지며 지면을 강타했다.
파지지짓-.
하지만 윌터의 공세는 집요했다.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공격을 가해 온 것.
이번에는 바로 머리 위쪽이었다.
7써클 마법인 케라우노스.
꽈르르릉-!
무려 다섯 번이나 중첩시킨 케라우노스의 전격에 일대가 새하얗게 백열하며 끓어올랐다.
공기 중의 수분은 물론 경로상의 구름마저도 모조리 증발시켜 버릴 열기!
우습게도 그런 열기의 진격을 막아낸 것은 똑같이 열기를 동반한 마력이었다.
다만, 뇌격과 불꽃이라는 차이만 있었을 뿐.
‘위력이 부족하다면 물량으로-!’
스무 발, 그 이상 중첩된 게이볼그가 지면에서 하늘을 향해 빠른 속도로 충천하며 짓쳐 들던 뇌격과 충돌한 것.
꽈르르르릉-!
굉음과 뇌광과 불꽃이 얽혀든다.
구름이 증발해 버린 하늘, 그 위로 붉은 광채가 진하게 덧칠되었다.
몇 번이나 오고 간 공방, 그 속에서 당혹감을 느낀 것은 다름 아닌 윌터였다.
‘어떻게…….’
수염 아래 숨겨진 입매가 꿈틀대는 것인지, 길게 길러 내린 수염이 파들파들 떨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여타의 마법에 비해 강력한 위력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대신, 다루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전격 마법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전격 마법에 일평생을 매진해온 이가 바로 그다.
그렇기에 전격 마법에서만큼은 동 위계의 마법사들보다 앞서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던바.
그런데, 오늘 그런 자신감이 이곳에서 만난 이십 대의 청년 앞에서 가로막히고 만 것이었다.
‘아니, 만약 화염 계통 마법을 이용해 막아냈다면 차라리 인정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이가 어리다곤 하나, 상대는 바로 그 다리아 스노우화이트의 제자였으므로.
그런데 적탑의 계보를 잇는 주제에 화(火)나 뇌(雷) 계열의 마법이 아닌 전혀 다른 계통의 마법으로 번번이 자신의 마법을 막아낼 줄이야!
그것도 하나도 아닌 여러 개의 계통을 바꾸어가면서!
얼음과 대지, 그리고 중력…….
자신의 마법을 막아내던 수법의 다양함에 윌터의 콧잔등 위로 진하게 주름이 잡혔다.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마법이 자신의 절반도 살지 못한 젊은 청년의 손에 막히는 날이 올 줄이야.
지금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몇 년만 더 흐르게 된다면 어디까지 성장할지.
괜히 제국의 살생부 윗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려 보낸다면 후에 큰 후환이 될 놈이로다.’
그 감정을 대변하듯 그의 전신을 따라 스파크가 튀었다.
작디작은 스파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그 덩치를 불려 나가고, 이윽고 그의 전신이 푸른 뇌광에 뒤덮였다.
파바바밧-.
사람 자체가 완전히 뇌격이 되어 버린 듯한 모습이나, 그렇게까지 대단한 수법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피와 살을 완전히 벼락으로 바꾸는 것은 윌터에게도 아직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다만, 뇌격의 힘을 전신에 두르고 몸에 흐르는 전기 신호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였을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던 바.
윌터 피그렛.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인드라 폼(Indra Form).
파지지짓-.
흘러나온 전류가 망토마냥 등 뒤로 빠져나가며 거대한 구체를 만들어낸다.
파짓, 파지지짓-.
그것은 또 하나의 태양이었다.
전격으로 이루어진 푸른 빛깔의 태양. 흑점의 폭발과 함께 코로나가 터져 나오듯, 한껏 응축된 벼락이 플라즈마로 화하며 사방으로 불똥을 튕겼다.
파짓, 콰과과과과-!
그 여파가 백여 미터 너머까지 닿으며 땅을 지져대고, 휘말린 언데드 몇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증발한다.
그런데 왜일까.
정작 그와 같은 광경을 마주하는 러셀의 두 눈에, 한 점의 두려움조차 깃들어 있지 않았던 것은.
그 시선을 고깝게 여기며 그의 입매가 뒤틀어졌다.
‘마음에 안 들어-.’
생각이 곧장 전기 신호로 화하고, 무조건 반사. 그 이상에 가까운 속도로 팔이 휘둘러지는 순간.
────────!!
플라즈마가 채찍마냥 늘어지며 러셀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콤마 몇 초. 여파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허벅지의 일부가 검게 타들어 갔다.
흑발의 일부가 태워지는 것보다 빠르게 증발하고, 러셀이 서 있던 자리 바로 옆의 대지가 쩍 갈라지며 유리화했다.
한 걸음, 러셀이 일보 옆으로 이동했기에 수포로 돌아간 공격.
하지만 윌터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된 와중이었다.
꽈릉 꽈릉, 꽈르릉-!
양팔을 휘두를 때마다 플라즈마가 채찍처럼 늘어지며 사방에서 러셀을 위협해 들어오고-.
러셀이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부분 용인화…….’
그리고-.
‘엑셀 헤이스트-!’
용의 힘을 일부나마 끌어내고, 용골과 용근을 이용해 육체를 강화시키는 동시에 초인적인 속도로 몸을 가속 시켰다.
쏟아지는 벼락과 벼락 사이를 누비기 위해선 러셀 역시 그에 걸맞은 대비를 해야 했던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세를 완전히 흘려내는 것은 무리였던 바!
스쳐 지나가는 열기에 손등과 팔뚝, 가슴팍과 허리춤에 흉물스런 화상자국이 새겨진다.
헤카테에게 선물 받았던 브로치는,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하고 빛을 잃은 후라!
7써클 대인 마법에 준하는 일격 일격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연계해 나갈 수 있다니.
그렇기에 오리지널리티 마법이라고 불리는 것일 테지!
플라즈마가 만들어낸 섬광이 눈앞을 새하얗게 물들이는 가운데, 어떤 감정 하나가 금빛으로 변한 안광과 함께 러셀의 눈가를 따라 번져나갔다.
‘이건─!’
그것은 바로 희열이었다.
높은 천장단애를 외줄 하나에 의지해 건너듯, 한 걸음만 실수하더라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긴커녕 희열을 느끼다니!
남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감정이었지만, 러셀만큼은 이 감정의 원인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초월몽(超越夢).’
레이먼드 가의 초대 가주가 만들었다는, 8써클을 너머 초월에 이르기 위한 마법.
그 마법의 단초가 바로 윌터의 마법 속에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야 할 길의 흔적을 발견했는데, 몸에 하나둘 늘어나는 상처 따위가 대수랴!
헤카테가 들었다면 질겁할 만한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며 러셀이 손가락을 뻗었다.
화륵-.
작은 불씨 하나가 검지 끝에서 피어오르더니 이내 느린 속도로 러셀의 손등을 뒤덮기 시작한다.
윌터와 마찬가지로 전신은 아니었지만, 러셀 또한 마법을 입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령의라는 개념도……이런 식이었구나.’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가 모르고 지나쳤던 길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까지.
‘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러셀의 모습에 경악한 표정을 지은 것은 오히려 윌터 쪽이었다.
‘설마하니 그 짧은 순간에 내 마법을 훔치고 있단 말이냐!’
자신의 마법이 초월몽의 하위 개념에 속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로서는, 그것이 온전히 러셀의 재능이라 판단할 수밖에.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 세상에 이런 재능을 가진 자가 존재할 리가!’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다간 완전히 개화한 재능에 자신의 마법을 빼앗기고 말 터.
이 자리에서 싹을 밟아 놓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최대한 빨리 숨통을 끊어야 한다.
그리 생각하자 그의 마법이 다시 한번 일변했다.
윌터 피그렛.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광천하(光天河, Thunder Of Milky Way)
플라즈마의 태양이 무수한 빛의 선으로 분화하며 하늘을 뒤덮는다.
태양보다도 밝은 빛에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하늘이 수백, 수천 갈래의 조각으로 나누어지기 시작하고.
하늘을 찢어발기던 빛의 흐름이 한곳에서 뭉쳐지며 거대한 흐름을 완성해 나갔다.
하늘 위를 흐르는 강이라 하여 은하를 달리 부르는 이름이 바로 천하(天河).
그것은 뇌격으로, 플라즈마로, 빛으로 이루어진 강이었다.
흐름이 합쳐지고 겹쳐지며 자아낸 격류, 시신경을 모두 불태워버리는 듯한 광량!
어지간한 산쯤은 아무렇지 않게 증발시키고, 전장 하나를 통째로 지워버릴 대 파괴의 이적이 비로소 윌터의 손에서 완성된 것이다!
본래라면 결코 완성시킬 수 없었던 마법이었다.
허나,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러셀이 지닌 재능에 대한 질투와 자격지심은 그로 하여금 아무렇지 않게 생명을 불태우게 만들었음이니!
족히 십 년 이상은 늙어 버린 얼굴로 윌터가 입을 열었다.
“지금 여, 기서…….”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죽어, 라!”
세상이 무너지며 사방이 온통 암흑으로 물들고, 빛의 격류가 러셀을 향해 몰려들었다.
───────────!!!
세상에 그 어떤 의성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굉음과 압도적 광채.
시시각각 다가오는 거력.
순수하게 파괴력만 놓고 보자면 블레인의 마법보다 위협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위기 속에서 러셀의 집중력이 압축되고 또 압축되었다.
극한으로 집중력이 압축되자 러셀의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 잘게 쪼개지기 시작한다.
의식의 시간이 찰나, 그 이하의 단위까지 쪼개지며 시간의 흐름이 느릿하게 변한 것!
그 속에서 지금껏 러셀이 익히고 공부했던 마법의 이치들이 빠른 속도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
수많은 이치들이 질서도, 순서도 없이 뒤죽박죽 격랑 치는 가운데 그사이를 어지럽게 표류하던 러셀의 의식이 이채를 발했다.
‘─!’
별이 태어나듯,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득이고!
의식과 의식 사이를 떠돌며 이합집산을 거듭하던 이치들이 마침내 하나의 구절을 완성해낸 것이다!
무아(無我)라.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채, 새로운 마법의 단초에 도달한 러셀이 거의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
“정령의-.”
그 순간, 갸오오오오오오!
포효와 함께 용의 형상을 한 거대한 불길이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새로운 정령의의 등장이었다.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