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EPISODE.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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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몽(超越夢).
레이먼드 가의 시조가 창안하고 완성시킨 이 마법은, 스스로의 몸을 마법으로 바꾸는……8써클의 끝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손에 쥘 수 있는 마법의 극치와도 다르지 않은 술수였다.
지금 러셀의 실력으론 손에 쥐기는커녕 닿는 것조차 요원했을,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은 기적적으로 초월몽에 닿았다.
자신의 몸을 마법의 탄환으로 바꾸어 내는 데 성공했다.
허공을 회전하는 바늘귀 사이로 실을 꿰어내는 것보다 힘든 일을 성공시킨 것이다.
러셀의 육신이 탄환으로 바뀌고, 탄환이 순식간에 섬전으로 화(和)한다.
─쾅!
바닥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치솟아 오르는 붉은 벼락!
우우우웅-
일곱 개에 달하는 써클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과열되었다.
폭주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
써클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온전히 깃드는 순간, 비로소 브라흐마스트라가 본연의 힘을 되찾는다.
쐐애애액-!
벼락의 궤도에 걸린 보랏빛 사념파가 갈가리 찢겨 나가며 분쇄되었다.
─■■■■■■■!
당황한 녀석이 괴성을 토해내며 마구잡이로 내뻗었던 촉수들을 회수했다.
그것들을 이용해 날아드는 섬광을 가로막아 보려 했지만 이미 늦은 후라.
푸화악-!
무언인가가 통째로 꿰뚫리는 소리에 제피로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저, 저-!”
암피트리테 역시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해, 해냈구나! 야호!”
처음의 도도함 따위는 컨셉이었다는 듯, 동심 가득해 보이는 제자리 뛰기.
두 화신들의 반응대로…….
촉수가 뻗어 나온 알 수 없는 어둠에 틀어 막혀, 보일 리 없는 하늘이 저 높은 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촉수와 입 외에는 모든 것이 허상처럼 보였던 녀석에게도 결국 본체는 존재했고, 브라흐마스트라는 마침내 그 본체를 뚫어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신살(神殺)의 살(虄).
파편이라곤 하나, 외신(外神)이기 때문에 브라흐마스트라가 그 신성을 꿰뚫어내며 만들어낸 광경이라.
놈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던 자전(紫電)의 폭풍이 점차 그 힘을 잃고 흩어져간다.
세상을 박살 내던 촉수와, 그것을 삼키던 입, 그리고 그로테스크함을 자아내던 눈까지도.
모든 것이 희미해지며 소멸하는 가운데 밝은 햇살과 함께 색색들이 빛나는 작은 무엇인가가 흘러들었다.
“저건…….”
“태초의 정령들이구나.”
손톱보다도 작은 크기의 슬라임 같은 녀석들이 바람을 타고, 땅을 기며 몰려들고 있었다.
망가지고 박살 난 정령계를 수복하기 위함이었다.
“태초의 정령들은 아무런 의지도 없다고 알고 있는데…….”
아레인이 중얼거렸고 데메텔이 대꾸했다.
“그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랍니다.”
“……?”
“태초라는 것은 근원과 맞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저 아이들은 저희 네 정령왕보다도 더욱 정령계의 의지를 대변하는 존재랍니다.”
아무런 의지와 생각조차 지니지 않았기에, 가장 근본적인 정령계의 의지가 깃들 수 있다는 설명.
“그렇군요.”
아레인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였다. 하늘 높은 곳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한 이오가 창백하게 굳은 낯빛으로 내달렸다.
“러셀 님!”
전투로 인해 부러진 늑골이 폐부를 찌르기라도 하는 것인지, 폐부가 욱신거렸지만 상관없다.
자신의 상태보다는 하늘 높은 곳에서 자유낙하하고 있는 러셀의 상태가 더욱 위험해 보였으므로.
단순히 의식을 잃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힘에 기적적으로 닿은 반동, 그 반동으로 인해 외부로 모두 소진되지 못한 브라흐마스트라의 힘이 오히려 러셀을 좀먹고 있었던 것.
“러셀 님, 러셀 님!”
꽉-!
하늘에서 받아 든 러셀의 몰골은 그야말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브라흐마스트라의 열기에 한쪽 다리는 숯이 되어 사라진 지 오래였고, 다른 한쪽 다리 역시 점차 탄화되고 있었다.
상반신과 얼굴 역시 절반 이상이 탄화된 상황, 그런 와중에도 과열된 써클은 온몸에 무리를 주고 있었으니.
“포션……포션을…….”
러셀을 바닥에 내려놓은 이오가 버둥거리며 말했다.
사지 중 일부가 탄화되어 날아가고, 남은 신체 역시 대부분이 숯검정이 되어 있는 상태다.
포션 따위로 치료가 될 리가 없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오는 허둥거리며 포션을 찾았다.
지금 그녀로서는 의지할 수 있는 것이 포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
“정령계를 구한 은인…….”
“이 정도 은혜를 입었다면…….”
당장 숨이 끊어지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러셀의 모습에 정령왕들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하는 찰나.
스슷, 스스슷-.
꼬물, 꾸물, 꼬물…….
사방에서 무엇인가가 몰려들었다. 색색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작은 젤리와도 같은 것들.
태초의 정령들이었다.
정령계를 수복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태초의 정령들이 어느 순간 러셀의 몸을 타고 기어오르더니 그의 전신을 빼곡하게 뒤덮은 것.
“이건……?”
아무런 의지조차 가지지 않았을 녀석들의 행동에 이오가 당황해 중얼거렸고, 데메텔이 앞으로 나섰다.
“이게 바로 정령계의 뜻이라는 거군요.”
외부에서부터 온 포식자로부터, 세상을 구원한 존재.
그 존재를 향해 지금 정령계가 감사를 표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아무리 많은 수가 모였다 한들 태초의 정령들이 가진 힘은 너무도 미약했다.
수만, 수십만 마리가 러셀의 몸을 촘촘하게 뒤덮었지만 간신히 악화되는 것을 막고 있는 정도에 불과했으므로.
“정령계의 뜻이 이러하다면…….”
“우리들이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지.”
“설혹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은인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데메텔과 제피로스, 그리고 아그니가 각자 손을 뻗었다.
저마다의 기운으로 러셀을 뒤덮었다.
“다들 같은 생각이라면, 나도 뭐.”
암피트리테가 쭈뼛거리며 새침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물의 정순함이 그대의 몸을 정화하기를.”
“대지의 강건함이 당신의 육신에 깃들기를.”
“바람의 자유로움이 그대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기를.”
“불꽃의 열기가 꺼져가는 생명을 다시 한번 불태우기를.”
화아악-.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 꺼져가던 러셀의 생명력이 마치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던 것.
뿐만 아니라 탄화되어 사라졌던 신체의 곳곳이 나무뿌리처럼 자라나며 재생하기 시작한다.
대지와 물이 지닌 치유 능력이 단순히 상처를 틀어막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소실되어 버린 육체마저 수복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 러셀의 주변으로 바람이 휘돌며 뜨거운 증기가 화악 뿜어졌다.
밖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안쪽에 가두어져 있던 브라흐마스트라의 열기.
그 잔재가 바람의 힘에 의해 밖으로 뿜어져 나와서였다.
태초의 정령들부터 시작하여 정령왕들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정령계의 의지 전체가 러셀에게 집중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셈이라.
다 죽어가던 심장이 조금씩 빠른 속도로 맥동하기 시작하고, 당장에라도 폭발할 듯 마구잡이로 날뛰어대던 심장의 써클이 차차 안정되어갔다.
그러고도 남은 마력들이 일곱 번째 써클의 바깥쪽을 향해 느린 속도로 모여들었다.
스읏, 스으읏-.
천천히,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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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정령왕의 아바타라 하더라도 이만큼이나 망가지고 소실되어 버린 육체를 완전히 재생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아…….”
수 시간가량이 흐른 끝에 한숨을 내쉰 암피트리테가 지친 기색으로 손을 뗐다.
다른 정령왕들 역시 마찬가지.
힘의 대부분을 소모했기 때문인지 그 크기가 전에 비하면 십분지 일 정도로 작아진 모습.
그 앙증맞은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데메텔이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했답니다. 남은 건 용제께서 스스로 극복하시는 것뿐.”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치료를 다 했으면 다 한 거지, 스스로 극복해야 할 일이 남았다니.
이오의 말에 데메텔이 빙긋 웃었다.
“의미 그대로의 말이랍니다. 외부와 내부의 상처는 모두 치료가 되었지만 그 스스로에게는 아직 큰 숙제가 남아 있는 듯 보이니까요.”
여전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이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러셀을 바라보았고, 데메텔이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정령계에 머무르는 게 나을 것 같군요.”
“……?”
이번에 설명을 해준 것은 제자리에 푹 주저앉아 있던 암피트리테였다.
“바보들아. 지금 용제의 몸속에는 정령계의 힘이 왕창 들어가 있다구. 받아들인 힘을 안정화시키고 온전히 하려면 여기보다 더 나은 땅은 없다는 거야.”
설명은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데메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파괴되지 않은 정령계의 한쪽 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손님께서 머무르실 공간을 준비해야겠군요.”
땅을 높여 벽을 세우고 집을 만드는 것은 그녀의 특기 중 하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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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
러셀은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그런 그를 옆에서 간호한 것은 바로 이오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죽은 듯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러셀이었지만, 간혹 몸이 불처럼 달아오르거나 혹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기를 반복했기에.
그때마다 이오가 나서 병간호에 나섰던 것이다.
지금 또한 그런 경우였다.
한바탕 치솟았던 열이 가라앉은 것인지, 러셀이 입고 있는 옷과 이불보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이 보였다.
새 옷으로 갈아입히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이겠지만…….
‘흠흠.’
차마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던바, 몇 번의 헛기침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던 망측한 상상을 떠올리며 이오가 입을 열었다.
“조금 도와줄래?”
그녀의 말에 창가에 앉아 이오와 러셀을 바라보고 있던 정령들 몇이 움직였다.
포롱, 포롱.
물의 정령이 러셀의 몸을 기어 다니며 땀을 비롯한 노폐물들을 빨아들였고 바람의 정령과 불의 정령이 힘을 합쳐 젖은 옷을 말린 것.
그렇게 하자 오염되고 젖었던 옷과 이불보가 금세 뽀송뽀송한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고마워.”
포롱!
이오의 인사에 하급 정령들이 창틀에서 퐁퐁 뛰어댔다.
지난 한 달, 그 한 달 동안 이오라고 해서 마냥 러셀을 돌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바.
정령계에서 머무르며 자연스럽게 정령 친화력이 올라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평소에 이오와 연이 없던 물과 불의 정령들 역시 그녀를 따르고 있었고.
“자, 그럼 이제…….”
이불보를 정리하는 것으로 일을 일단락 지은 그녀가 굽혔던 허리를 폈다.
데메텔이 만들어준 흙집의 내부를 간단히 둘러보다 말했다.
“향초가 벌써 다 되었구나. 새로 구하러 가야겠어.”
숲에서 발견한 심신 안정과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초를 그녀가 직접 정제하여 만든 향초였다.
정령계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인지, 그 효능은 물질계의 것보다 뛰어난 것 같았고.
그런 향초가 바닥이 났으니, 아무래도 오후에는 약초를 캐러 가는 일과를 추가해야 할 터.
그렇게 생각하며 흙집을 나서고 십수 미터가량을 걸었을까.
─────────!
돌연 일어난 거대한 마력의 폭풍에 이오의 걸음이 그 자리에 뚝 멈췄다.
“─러셀 님!”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느껴지는 곳, 그곳은 바로 러셀이 잠들어 있는 흙집이 있는 장소였다.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