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EPISODE.122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하얀 사신의 막내, 브릭 보어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노기와 함께 끓어오른 마력이 순식간에 일대의 마력을 자극한다.
휘오오오오-.
단숨에 몸을 저며낼 듯 불어오는 칼바람, 예전이었으면 대단하다고 느꼈겠지만…….
‘대수롭지 않아.’
8써클의 경지에 오른 지금, 러셀에게 이 정도의 위협은 산들바람과도 다르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한 발짝 더해, 노기를 이기지 못하고 튀어나온다면 그대로 일격을 가해 거꾸러뜨려 줄 테지.
그때였다.
척-.
첫째인 스트로 보어가 손을 뻗어 성질 급한 막냇동생을 막아선 것은.
“어설픈 격장지계일 뿐.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그렇게 말하는 그의 시선은 러셀의 왼쪽 손을 향해 있었다. 브릭 보어가 튀어나오면 일격을 먹이기 위해 준비하던 바로 그 손이다.
‘같은 6써클이라고 해도 첫째에 탑주, 실력이 같지는 않다는 건가.’
러셀이 쓰게 웃으며 마력을 거둬들였고 성큼, 스트로 보어가 걸음을 움직였다.
대장전을 치름에 있어 자신이 러셀을 상대할 것이라는 듯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애송이. 네 놈이 뭘 궁금해하는지는 알겠지만 굳이 우리가 답을 알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구나.”
“……?”
“적어도 우리는 네놈 같은 애송이에게 짓밟힐 일이 없으니까 말이야.”
분명한 노림수가 있어 보이는 음성.
그에 발맞춰 뒤쪽에 서 있던 갈마니움 백탑의 마법사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일어났다.
스트로 보어가 앞으로 나서는 즉시 양옆으로 물러나더니 거대한 새의 날개처럼 늘어져 선 것.
이어 그들에게서부터 시작된 마력의 흐름이 한곳으로 집중되기 시작한다.
스트로 보어의 심장을 따라 흘러나오는 바람의 메아리가 더욱더 강렬해졌다.
콰과과과과과-.
거대한 폭풍을 마력 써클 속에 담아둔 것만 같은 존재감.
“진법(陣法)이라던가? 동방의 오래된 기술 중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것이 있더군.”
그 속에서 스트로 보어가 비릿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이 진법이라는 것은 참으로 특이해서 돌멩이 몇 개를 배치하는 것만으로 거대한 폭풍이나 해일과 같은 환영을 만들어내는가 하면……개중 일부는 여러 사람의 힘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게 가능한 종류의 것도 있더군.”
“아.”
그제야 러셀은 놈들의 노림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놈들은 그 ‘진법’이라는 것을 통해 수십 명분의 마력을 단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콰아아아아!
대기가 찢겨 나가는 굉음.
그가 지닌 마력의 양을 재현해낸 듯 거대한 바람의 기둥이 스트로 보어의 뒤쪽으로 내리꽂혔다.
거인이 고개를 들어 올리는 것마냥 몸을 출렁이는 용권풍 앞에 스트로 보어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 으하하하하핫!”
휘하의 마법사단은 물론 두 동생들의 것까지 더해진 마력량.
동방의 술수를 마법이라는 학문으로 재구현해 내었다는 성취감. 그리고 그를 통해 6써클의 곱절에 곱절을 넘는 마력량을 지니게 되었다는 자만심에 취해 스트로 보어가 오만하게 뇌까렸다.
“이게 바로 마법이란 학문이 지니고 있는 넓이란 거다. 애송아!”
.
.
먼저 공격을 시작한 것은 스트로 보어였다. 횡으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홰애애액!
한껏 압축된 바람, 검(劍)의 형태를 한 마력의 덩어리가 섬전이라도 된 듯 러셀의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회전력에 잘려져 나간 머리칼 몇 개가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서거거걱!
바람의 검이 떨어진 자리에서부터 날카로운 칼바람이 사방으로 쏟아져 나왔다.
오러 수련자가 만들어내는 검기(劍氣)를 방불케 할 만큼 날카로운 바람.
쩌저저적!
그 바람에 무엇인가에 할퀴어지기라도 한 듯 마구잡이로 난도질당한 대지가 속살을 드러내며 쩍쩍 갈라졌다.
그렇게 난자된 범위가 무려 수십 미터. 만약 직격당하기라도 한다면, 갈가리 찢겨 나가는 것은 대지가 아니라 러셀의 몸이 되었을 터.
위력은 평범한 6써클 마법사의 수준이었지만, 문제는 놈의 마력량이었다.
“흥. 쥐새끼처럼 잘도 피해대는구나!”
쐐애, 홰애애애액─!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금 전과 같은 바람의 검 수십 자루가 사방에서 러셀을 에워싸며 달려들었던 것이다.
벌써 몇 차례나 저만한 규모의 마법을 난사했음에도 숨결 하나 흐트러지지 않을 만큼 방대한 마력량.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바람의 검들을 향해 러셀이 손끝을 뻗었다.
화르르륵-.
같은 규모의 불꽃의 창을 역시 수십 자루 만들어내며 바람의 검을 요격했다.
퍼버버버벙-.
창과 검이 충돌하며 일어난 폭발과 뜨거운 열풍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콰아아아아!
불어온 바람에 나무로 만들어진 깃대가 부러지기라도 할 듯 크게 출렁였다.
“크윽-!”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도노반 남작을 비롯한 몇몇 인원들이 돌풍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몇 걸음 밀려났을 정도.
도노반 남작만이 아니다.
러셀의 명에 따라 몇 가지 준비를 하고 있던 병력들의 몸 역시 크게 휘청거린다.
“으, 으앗!”
“무슨 싸움의 여파가 여기까지!”
귓가를 울려대는 굉음과 대지에 희미하게 남은 떨림, 열풍과 함께 일어난 상승기류에 높게 솟은 모래 먼지가 눈앞을 자욱하게 가리우고.
그 속에서 러셀이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7써클 마법인 케라우노스의 5중첩.
꽈르릉-!
심상치 않은 먹구름 사이로 푸른 마력광이 깃들고 절벽조차 일격에 쪼개어버릴 거력이 집중되는 순간, 러셀이 손을 내리그었다.
하늘로부터 뇌신(雷神)의 창격을 떨어뜨렸다.
그 순간.
“흥, 어딜!”
대비하고 있었다는 듯 스트로 보어가 바람을 떨쳐냈다.
콰아아아아-!
대기가 통째로 울부짖으며 날카로운 나선의 형상으로 용권풍이 하늘을 향해 치밀어 올랐다.
대지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바람과,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내리는 낙뢰!
두 개의 마법이 충돌하는 순간, 플라즈마가 일어나며 선명한 마력광이 천지사방을 수놓았다.
─────────────!
힘과 힘의 격돌!
“으하하하하!”
그 대결에서 승리한 것은 놀랍게도 갈마니움 마탑의 탑주, 스트로 보어였다.
콰아아아아-!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폭풍이 벼락을 집어삼킨다. 그 순간 러셀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
망치가 정을 때리듯, 이차적으로 떨어져 내린 벼락이 처음의 벼락을 후려친 것.
꽈르릉-!
충돌과 함께 그 여파로써 벼락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지면을 후려친다.
산뢰(散雷), 그물처럼 흩어진 벼락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스트로 보어를 비롯한 갈마니움 마탑의 인원들을 통째로 둘러쌌다.
파짓, 파지짓-.
이어 회전과 함께 점점 그 범위를 좁혀오기 시작하고, 그을음과 함께 불똥이 쉬지 않고 튀어 올랐다.
“잔재주를……!”
일대를 좁혀오는 벼락에 스트로 보어가 이를 갈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콰아아아아-.
벼락과 바람의 벽이 충돌하고,
갈마니움 마탑의 진체가 흔들리며 여기저기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쿨럭…….”
“끄윽-.”
곳곳에서 들려오는 신음에 러셀의 눈동자가 빠르게 진체를 훑었다.
‘대충 어떤 방식인지 알겠군.’
진체 내부의 모든 마력은 스트로 보어,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었지만 그 외에 충격파는 여러 사람이 나눠서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6써클 마법으로도 7써클의 마법을 받아 낼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러셀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놈의 폭풍을 벼락으로 꿰뚫는 대신 산개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고.
‘구조는 알았으니 그렇다면…….’
진의 흐름을 분석하고 파악해 하나하나 낱낱이 분해하고 뜯어 버릴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이내 러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한다면, 저 오만방자한 늙은이에게 마법사로서 격의 차이는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전장.
격의 차이를 보여주기보다는 아군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적의 사기를 깎아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곳이었던 바.
‘그렇다면…….’
압도적인 힘으로 때려 부순다.
8써클 마법을 사용한다면 더욱 간편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도 없었다.
‘계속해서 7써클 마법을 때려 박다 보면, 진을 구성하는 개개인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
게다가, 격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꼭 그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스퀘이크(Earthquake).’
지면을 향해 방사된 마력이 순식간에 일대를 휘저었다.
콰과과과과과과-!
일전에 뻗어나간 산뢰로 인해, 지표 위로 나뭇가지처럼 퍼져 새겨진 그을음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대지가 마구잡이로 요동치며 어긋나기 시작하고-.
“으, 으아앗!”
갈라지고 어긋나는 지표.
자신을 덮쳐오는 바위 파편과 돌조각에 갈마니움 백탑의 마법사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진형을 유지해라!”
그런 그들을 향해 둘째인 우드 보어가 서슬 퍼런 목소리로 외쳤다.
자칫 그들 중 일부가 진형을 이탈하기라도 했다간, 첫째인 스트로 보에게 집중되는 마력이 끊어질지도 몰랐기에.
하지만 러셀의 마법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혹한의 주인이여, 내 앞에 그대의 숨결을 토하소서. 프로스트 아발란체(Frost Avalanche)─!”
7써클 대군 마법이 펼쳐지는 순간, 불꽃과 벼락으로 달아올랐던 대기가 거짓말처럼 싸늘하게 식었다.
콰아아아아-.
벼락을 불러오기 위해 그러모았던 하늘의 먹구름이 심상치 않게 요동치며 눈을 쏟아냈다.
쏟아진 눈이 서리 폭풍을 이루며 지면을 미끄러져 달려온다.
────────!!
7써클 빙(氷)계 마법인 프로스트 아발란체.
산을 타고 쏟아져 내리는 눈사태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지표면을 따라 내달리는 형태로 재현해낸 것이다!
“대체 무슨……!”
“화 속성에, 뇌 속성에, 대지 속성까지도 모자라 이번에는 빙결계의 마법이라고?!”
아니, 사용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만큼이나 빠른 캐스팅 속도와 완성도라니!
기함하는 그들을 향해 러셀이 손가락을 튕겼다.
“날뛰어라. 와일드 차지(Wild Charge).”
꽈르르릉!
밀려든 눈의 해일 사이로 푸른 마력광이 튀어 올랐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수십 다발의 번개가 그 사이를 누비며 활개쳤다.
서리와 벼락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폭풍이 한순간 스트로 보어를 비롯한 갈마니움 백탑의 마법사들을 휘감으며 사납게 울부짖는다.
“크으으윽-!”
고작해야 6써클 마법으로써 이만한 위력의 마법을 막아 내기 위해선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마력이 필요했던바!
“힘을……내게 마력을 더 다오!”
스트로 보어가 휘하 마법사들의 마력을 제 것이라도 되는 양 쥐어짰다.
“끄어어어어-!”
“타, 탑주님……!?”
엄청난 양의 마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가자, 저써클 마법사들이 자신의 가슴팍을 부여잡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순간 심장이 뜯겨 나가는 것만 같은 착각.
텅 비어버린 써클이 제멋대로 뒤틀어지며 비명을 질러댄다.
허나, 정작 그러한 일을 벌인 스트로 보어는 더욱 게걸스럽게 다른 이들의 마력을 쥐어짜고 있었을 뿐.
“으윽…….”
“혀, 형님!”
“더, 더. 더 많은 마력을 다오!”
동생들이 내지르는 비명마저도 무시하고 거대한 마력의 바람을 형성하며 러셀의 마법을 밀어내는 순간.
“그렇군.”
“─?!”
그의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계를 넘어서면 생명력까지 쥐어짜는 방식이라. 동방의 진법이라는 걸 참고한 것은 맞지만, 그 근원은 오히려 사교도들의 술수와 맞닿아 있다고 보는 게 맞겠어.”
하루 이틀 연구한다고 이룰 수 있는 성과가 아니었다.
이 정도 성과를 보이기까지 수백 명 이상의 마법사들이 놈의 손에 희생되었을 터.
“왜 사교도 따위와 손을 잡은 건지 궁금했는데-.”
“어, 언제 여기까지?”
화르르륵-.
손아귀를 거머쥐자 허공을 따라 불꽃의 창이 길게 자라나고.
“……너희들은 처음 뿌리부터 썩어 있었던 거야.”
죽음의 마창(魔槍), 게이볼그의 창끝이 방어가 무뎌진 스트로 보어의 가슴팍을 관통했다.
푸욱-.
“꺼, 꺼억…….”
그보다 반 박자 후.
놈이 버텨내며 막고 있던 서리와 번개의 폭풍이 거세게 밀려들었다.
순식간에 일대를 뒤덮었다.
콰과과과과과!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