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EPISOD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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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매직(Lost Magic).
그것은 이 시대의 마법사들이 잃어버린, 소실되고 망각된 신화시대의 잔재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주변 일대에 8써클 미만의 모든 마법을 금지시키는 안티 매직 쉘(Anti Magic Shell)부터 시작하여 글로리 오브 퓨리(Glory of Fury)에 이르기까지…….
헬파이어(Hell Fire)는 그 로스트 매직을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였다.
그런 헬파이어의 위력은 그 이름만큼이나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문자 그대로의 지옥 불…….’
구전에 의하면 고대의 한 초월자가 광범위하게 사용한 헬파이어는 일순 해수면의 높이마저 낮아지게 만들었다-던가.
다가서는 순간 전신의 수분이 말라붙는 것은 물론 근육과 뼈마저도 소멸해버릴 접근 불가의 고온.
이 시대 최고의 화염계 마법사인 다리아가 괜히 그 온도를 재현하지 못해 무스펠하임의 불꽃을 끌어다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헬파이어가 진정 무서운 것은 그 위력이 온도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생명은 물론 영혼까지 살라 먹는 불꽃.’
헬파이어의 불꽃은 한번 옮겨붙은 대상의 생명과 혼을 모조리 살라 버리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타오르는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를 막아 내기 위해선 불이 옮겨붙은 부위를 통째로 잘라 내거나…….
‘압도적인 마력으로 불꽃을 소멸시켜 버리는 것뿐.’
애초에 적중당하지 않는 것도 방법 중 한 가지겠지만, 어쨌든 간에.
슥-.
러셀이 제 손끝을 헬파이어가 기록된 스크롤 위에 올렸다.
이어 마력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화아악-.
스크롤에 깃든 마법이 발현되지 않을 만큼 미미한 마력.
지금 러셀이 하고자 하는 것은 헬파이어를 발동시키는 것이 아닌 그 마법의 구조와 회로를 분석하는 것이었으므로.
흘러든 마력이 마법진과 그 속에 깃든 마력 회로를 따라 흐르기 시작하고.
러셀의 집중력이 한껏 고무되었다.
마력이 흘러드는 경로를 따라 회로를 기억하며, 그 회로를 통해 수식을 이끌어내기 시작한다.
수식과 술식을 통해 회로를 짜고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회로를 통해 수식과 술식을 뽑아내는 역산(逆算)의 극치!
이는 작물을 이용해 면포를 짜는 것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면포를 올올히 분해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작물이 지닌 본래의 형태는 물론 성장 환경까지 유추해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기행이다.
그러한 난해한 일을 러셀은 아무렇지 않게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8써클의 로스트 매직을 대상으로.
평범한 마법사들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분명 입을 떡 벌리며 기함했을 터!
‘후─.’
하지만 정작 그러한 일을 해내고 있는 러셀의 숨소리는 고요하기만 했다.
지옥, 혹은 명계(冥界).
다른 세상의 불꽃을 빌려오는 방식이기 때문일까.
‘소환 마법과도 비슷한 면이 있어.’
정령을 다루는 러셀에겐 꽤나 익숙한 면이 있는 술식이었던바.
익숙함의 뒤쪽으로 새로운 수식들이 마구잡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나타난 수식들이 범람하는 강물마냥 러셀의 의식을 뒤덮었고, 곧이어.
쏴아아아-.
파도 소리를 뒤로하며 러셀의 의식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수식의 바다.
그 깊은 곳으로 침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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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다음 보고를 위해 막사로 들어서던 도노반 남작이 러셀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 멈칫했다.
‘헛-.’
당혹성이 튀어나오려는 입을 한 손으로 틀어막으며 발걸음 소리를 줄였다.
러셀의 상태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었다.
비록 마법을 익힌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의 눈치는 있었으므로.
조용히 두 눈을 감은 채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놀라운 집중력이로다.’
콧잔등을 따라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가운데 러셀의 어깨선을 따라 공간이 이지러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몸에서 피어오르는 열기 탓에, 아지랑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화르르륵-.
러셀의 등 뒤쪽을 따라 불꽃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싶더니, 붉은색 작은 용의 모습을 한 무엇인가가 뛰쳐나온 것은.
두 쌍, 네 장의 날개를 가진 어린 용.
뒤이어 러셀의 팔목 부근에서 푸른빛이 어리더니 이번엔 푸른색 사족보행의 용종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갸르륵-.
으르르르르릉-.
두 마리의 용들이 러셀을 보호하듯 둘러쌌다.
저마다의 자리를 고수하며 적의를 토해냈다.
가우우우우-.
그 모습이 마치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 경고하는 것 같았다.
‘전하께서 정령을 부리신다더니. 과연…….’
정령이라기보다는 이미 용에 가까운 존재들이었지만, 식견이 짧은 그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그르륵-.
가오오옹-.
두 마리 용들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도노반 남작이 슬그머니 막사를 빠져나왔다.
이어 주변의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당분간 아무도 막사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도록. 누가 묻는다면 내가 내린 지시라고 하고.”
처리해야 할 일 역시 전하가 아닌 나를 찾아오라 말하게, 그렇게 말하며 도노반 남작이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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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술식의 바다에 휘말린 러셀은 심상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구현해 내고 있었다.
너무 많은 술식 속에 휘말려 자신을 잃지 않도록.
또한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바라봄으로써, 이 많은 술식들 중 필요한 것만을 잡아챌 수 있도록.
‘러셀 레이먼드의 이름으로 명한다. 열려라, 명계의 문이여.’
심상으로 구현해 낸 공간 속에서 러셀의 자아가 영창을 내뱉길 시작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영겁의 불길일지니…….’
화륵-.
마침내 러셀의 눈앞으로 작은 불꽃 하나가 피어올랐다. 촛불 하나가 켜지듯, 작기만 한 불꽃.
헬파이어는 바로 이 작은 불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마력 순환구조를 짜 넣고, 순서에 따라 마력을 움직이며 불꽃의 크기를 부풀린다.’
그렇게 짜 넣는데 필요한 마력 순환구조가 정확하게 여덟 개,
헬파이어가 8써클 마법으로 분류되는 이유였다.
화륵-.
점차 덩치를 부풀려 나가던 불꽃이 일정 크기에 다다른 순간, 크게 흔들리며 사방으로 나부끼기 시작한다.
‘큭-.’
마구잡이로 날뛰며 불똥을 휘날리는 불길이라니.
너는 아직 이 불꽃을 다룰 수 없다.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은 감각에 러셀이 이를 악물었다.
‘─할 수 있다.’
현실의 경계를 넘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마법이 아니던가.
또한 러셀은 이보다 뛰어난 마법을 두 차례나 다뤄본 적이 있었던바.
‘할 수 있다.’
브라흐마스트라를 사용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러셀이 마법을 통제했다.
그에 대한 반발이 심상의 바깥쪽, 현실에 있는 육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다시 육체가 심상에 영향을 끼치길 반복한다.
‘크윽…….’
온몸의 마나로드가 혈관마냥 울룩불룩 치솟아 올랐다. 그를 통제하기 위해 러셀이 두 가지 마법을 더했다.
오버로드(Over Road), 그리고 위저드 바디(Wizard Body). 경지에 다다른 두 고대 마법이 호응하며 러셀의 몸과 정신을 보조하고.
마구잡이로 날뛰던 헬파이어의 불꽃이 점차 안정되어가던 찰나!
거대한 화마(火魔)가 폭발하듯 손아귀 안쪽에서 덩치를 부풀린다.
─────────화르르르륵!
‘이게 바로…….’
─헬파이어(Hell Fire).
삼라만상을 불태우고 잿더미로 만드는 겁화의 불꽃.
심상 속에서나마 잃어버린 마법(Lost Magic)을 재현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아직 보완할 점도 많은 데다가, 현실에서 발현하기 위해선 훨씬 많은 조정과 노력을 필요로 할 테지만.
어쨌든 간에.
천지를 불태울 듯 마구잡이로 날뛰어대면서도 자신의 손아귀 안에 갇혀 있는 불꽃.
그를 응시하던 러셀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이 강렬한 불꽃을 조금 더 잘 통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길 잠시간.
러셀의 생각이 다다른 곳은 자신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들이었다.
블레이즈 랜스와 게이볼그, 그리고 폴링 썬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있던 마법들을 자신의 심상으로 다듬고 개변하여 재현해 낸 것들을 이 시대 마법사들은 오리지널리티라고 이름 붙였던바.
‘만약 헬파이어로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헬파이어라는 마법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생각을 두고 혹자는 이렇게 말할 터였다.
기지도 못하면서 벌써부터 뛸 생각을 한다고. 하지만-.
‘이곳은 심상 세계.’
도전해 봐서 나쁠 것은 없겠지.
‘내 심상을 덧대어 가다듬는다.’
한 걸음, 욕심이 생겼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앞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욕망이 되어 일어났다.
‘더해서…… 브라흐마스트라의 힘도 담아낼 수 있다면?’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중 일부, 일면만이라도 자신의 심상과 함께 헬파이어 속에 담아낼 수 있다면─!
품었던 욕심이 손끝을 거쳐 마법에 깃드는 순간, 화아악!
러셀의 내면에서 눈부신 무언가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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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뭣?!”
가장 먼저 이변을 눈치챈 것은 군영 내에 위치한 마법사들이었다.
전투를 끝마치고, 저마다의 막사에서 다음 전투를 준비하던 그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어느 정도 경지에 달한 마법사라면, 느끼지 못할 리가 없는 강렬한 울림!
사위를 짓누르는 압도적인 마력에 그들이 빠른 속도로 막사를 박차고 나왔다.
이어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적습! 적습이 아닙니까?”
일거에 만 단위의 병사들을 소멸시킬 수 있을 것만 같은 대군마법의 전조.
그와도 견줄 수 있는 마력량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트리벤 성채를 점령당했다는 소식에, 제국이 마법사단과 함께 대마법사를 보내 급습했을 가능성 역시 있었으므로.
“외부로부터의 공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 이건 외부가 아니라 우리 쪽 진영의 안쪽에서…….”
침착한 표정으로 그리 중얼거리던 몇몇 고위 마법사들이 시선을 움직이고.
다음 순간, 그들의 말문이 일제히 멎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뒤이어 고개를 돌리려던 마법사들 역시 입을 떡하니 벌렸다.
아니, 마법사들만이 아니다.
장교와 병사들, 기사와 참모진들에 이르기까지.
군영 내를 거닐고 있던 모든 이들이 그 자리에 못이라도 박힌 듯,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굳어 있었으므로.
“저, 저기─!”
그중 하나가 손가락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은 진영의 정중앙, 사령관인 러셀의 막사가 있는 방향이었던 바.
“요……용(龍)?!”
하늘 위로 희미하게 깔리는 노을빛을 몰아내며 빛을 토해내는 금빛의 광채.
흑요석을 연상시키듯 아름다운 비늘.
호박색 눈을 지닌 반투명한 용의 형상이, 황금빛 서기(瑞氣)를 뿌리며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