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EPISODE.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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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막사 내로 들어오는 것만으로 여덟 개의 써클이 일제히 가동에 들어가며 다섯 개의 감각이 고개를 들어 올린다.
‘무슨 놈의 마력 밀도가…….’
평소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마력을 물이라고 한다면, 이건 얼음이었다.
그것도 아주 꽝꽝 얼어붙어 쉽사리 깨지지 않는 얼음.
평범한 이들로서는 그냥 조금 갑갑하다 느끼는 정도겠지만, 러셀은 8써클의 대마법사.
누구보다도 마력의 흐름과 밀도에 민감한 이다.
그런 만큼 마력의 밀도 변화에 예리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저도 모르게 돋아났던 소름을 가라앉히고, 회전을 시작한 써클을 진정시키며 러셀이 고소했다.
‘그럴 만도 한가.’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마력 밀도가 훌쩍 높아지는 것도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다리아 스노우화이트.
헤밍웨이 멜빌.
그리고 자신.
8써클 마스터 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마법사만 무려 셋이다.
‘그리고 무야호 님과 아레인 님.’
거기에 더해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무려 둘이나 있었고.
그 외에도 초인(超人)이 여럿.
마력 밀도가 높아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초인들이 모여 앉은 테이블의 바깥쪽으로 각 군의 참모진들이 줄지어 둘러앉아 있었다.
그런 와중에 먼저 입을 여는 이가 있었다.
“왔느냐?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의 스승인 다리아 스노우화이트였다.
이어 박수를 짝 하고 쳤다.
“그럼 가장 중요한 인물이 왔으니, 슬슬 회의를 시작해 봅시다.”
그 말대로, 오늘 회의에 있어 러셀은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올빼미들이 목숨을 걸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적의 동태를 파악한다고 하지만, 페퍼를 통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러셀만은 못했으므로.
“이것이 적의 규모입니다.”
아공간을 열어 지도를 꺼내든 러셀이 앞에 놓여 있던 테이블 위에 그것을 펼쳤다.
촤르륵-.
일대의 지형을 기록한 지도 위로 적군을 나타내는 붉은 점이 빼곡하게 찍혀 있는 것이 보인다.
“점 하나당 2천, 그러니까…….”
빠른 속도로 지도위를 훑은 헤밍웨이가 못마땅하다는 투로 말했다.
“대충 세어도 백만은 되겠군. 많이도 긁어모았어.”
“색이 조금 진한 것이 언데드인 듯한데, 그것만 따로 계산하더라도 사십만…….”
한숨을 내쉬며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말을 보탰다. 저토록 많은 수의 언데드를 충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죽음이 필요했을지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일순 장내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그런 분위기를 환기한 것이 다리아였다.
“사내 녀석들이 죽상은─.”
핀잔을 주듯 한마디 뱉은 그녀가 자신의 앞 테이블을 두드리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탕탕-!
“자자! 침울해하는 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어서들 작전을 이야기해보라고!”
그 후 이어진 작전 회의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초인(超人)급 강자들이 모여 있다지만, 실질적으로 머리를 싸매고 작전을 수립하는 건 바깥쪽에 앉아 있던 참모진들이었기에.
초인들이 하는 일이라곤 그들이 물어오는 것에 답을 해주며 의견을 보태고 결정을 내리는 것뿐.
“군을 셋으로 나눠서 정면은 첨진(尖陣) 돌파 진형으로, 다른 둘은 좌현과 우현의 날개를 담당하는 방식이로군.”
정면을 담당하는 군이 적들을 돌파하며 혼란을 일으키는 사이, 좌현과 우현을 이용해 그들을 감싸고 격멸하는 방식의 진형이다.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엔디미온 연합군으로 제국군을 상대하기 위해 마련한 묘책이었다.
“정면은 내가, 우현은 영감이, 그리고 좌현의 담당은 막내라. 효율적이군.”
가장 화력이 뛰어난 8써클 마법사 셋을 분할 배치함으로써 효율을 살리기까지.
“수왕께서는 수인족들과 함께 정면에서 다리아 님께 힘을 보태주시고……, 므뇌르를 위시한 엘프족 분들께서는 궁수 부대와 함께 적진의 후방을 타격해 주시지요.”
각 종족의 장단점을 살려 역할을 배정한 것이다.
도노반 남작의 말에 아레인과 무야호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어요.”
“가장 선두에서 싸우면 강한 놈들을 마주칠 가능성도 크겠지!”
꼬리와 머리카락의 털이 빳빳하게 선 것이 투쟁본능이 깨어나는 모양.
“그럼 결행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
가장 먼저 다리아와 무야호가 전조를 감지했고, 뒤이어 러셀과 헤밍웨이가 반응했다.
“온다!”
소리치는 것보다 먼저 무야호의 손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콰가가각!
고작해야 콤마 몇 초, 발목에 걸려 있던 발찌가 짤랑거리며 그녀의 독문병기인 나선거창(螺旋巨槍)으로 화(化)하고, 거의 동시에 세 명의 대마법사들이 일제히 손을 뻗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일대의 지면을 모조리 짓이겨 버리는 듯한 충격, 흘러나온 충격파만으로도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
콰과과과!
“으아아악!”
“─끄아아악!”
막사 바깥쪽에서 연달아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충격파에 몸이 휩쓸린 병사들의 비명이었다.
다행인 점은 그만한 위력을 가진 마법이라도 세 명의 8써클 대마법사가 힘을 합쳐 펼쳐내는 마력 방어를 뚫어내지는 못했다는 점이겠지만.
쿠그그그그그-.
진동이 조금씩 가라앉고.
바닥에 납작 엎드리다시피 하여 살아남은 참모 중 하나가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이게 무슨……?”
그에 대한 대답이 들려 온 것은 바깥쪽에서였다.
“저, 적……적입니다!”
“제국의 공격이다!”
백만 단위의 병력이 맞부딪칠 대(大)전쟁, 그 포문을 연 것은 바로 제국의 선제공격이었다.
.
.
“당황하지 말고, 나가는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 작전대로 움직이세 나.”
다리아의 말에 러셀을 비롯해 자리에 있던 이들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직후 세 명의 대마법사가 반파된 막사 밖으로 섬전처럼 튀어 나가고-.
‘페퍼!’
화악!
러셀의 눈동자가 호박색으로 빛나며 파충류의 그것처럼 섬뜩하게 갈라졌다.
정령화룡의 눈을 빌려 하늘 높은 곳에서 전장을 확인했다.
러셀이 그렇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뭔가 이상해.’
대규모 병력이 움직였다면 페퍼가 감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랬다면 분명 경고를 해줬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적의 병력은 이제 막 이동을 시작한 참이었다. 페퍼의 경고나, 지축을 울리는 진동이 없었던 것 역시 바로 그 때문이었고.
“습격을 해온 건……. 적들의 초인들입니다!”
음성에 마력을 담아 러셀이 고래고래 소리쳤고, 즉시 다리아의 화답이 들려왔다.
“피해는 좀 입었다만, 진형을 펼칠 틈은 있겠다는 거구나.”
“참모진들은 지금 당장 병사들을 움직이게, 받아칠 준비를 해야지!”
헤밍웨이의 음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기 무섭게, 곳곳에서 참모진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1군단, 3군단, 7군단, 9군단은 정면을 사수한다!”
“2군단 6군단, 11군단은 좌현으로 이동하라!”
“4군단, 5군단……!!”
뿌우우우-!
둥, 둥, 둥, 둥, 둥-!
참모진들의 외침과 함께 심장을 고무시키듯 뿔피리 소리와 북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적들이 쏟아낸 대규모 포격에 혼란에 빠져 있던 것도 잠시간.
뿔피리와 북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전열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당황과 놀람을 주워 담고 그 대신 기치창검(旗幟槍劍)을 움켜쥔 것이다.
‘과연 훈련받은 정병이라는 건가.’
두두두두두-!
군홧발 소리에 대지가 힘차게 진감하고, 양측의 진형이 서로를 맞찌를 기세로 달려들었다.
군을 셋으로 나눈 탓에 적들을 향해 정면 돌격을 가하는 엔디미온 군의 숫자는 약 십오만가량.
제국군의 절반도 되지 않을 만큼 적은 숫자다.
하지만!
“캬하하하! 가자 이놈들아!”
엔디미온 군의 선봉을 맡고 있는 이는 터무니없이 강한 실력과 투쟁본능으로 무장한, 무야호를 비롯한 수인족들이었던바.
한 손으로 나선거창을 움켜쥐고 자세를 낮춘 무야호가 다른 손바닥으로 땅을 짚었다.
가르르륵-.
짐승과도 같은 음성이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그녀의 눈이 샛노랗게 번득였다.
손가락 사이로 짐승의 그것과 꼭 닮은 발톱이 드러났다.
암룡의 힘을 사용하는 용화(龍化)가 아닌, 수왕 펜리르에게서 물려받은 힘의 발현.
수화(獸化).
카드득!
한쪽 손톱만으로 바닥을 움켜쥐고, 날카롭게 송곳니가 자라나며 대퇴부가 크게 부풀어 오른다.
그 직후였다.
────────────!!!!!!!!
소리보다 먼저 공기가 폭발하며 몇 겹이나 되는 충격파가 타원형으로 폭발한 것은.
콰앙!
문자 그대로의 무식하기까지 한 육탄돌격(肉彈突擊)!
그에 직격당한 언데드들이 볼링핀마냥 쓰러지며 터져 나갔다.
그 수가 수백 이상!
아니, 볼링 핀이 아니다.
세상에 그 어떤 볼링 핀도 볼링공에 맞아서 산산조각이 나진 않으니까.
그것은 제국군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인의 형상을 한 재액이었던 바!
그륵, 그르륵…….
모두……죽인다. 그어어…….
살아 있는 자. 죽음을 경배…하…….
“시끄럽기는!”
쾅!
나선거창이 휘둘러지는 순간, 폭풍 같은 바람이 쏟아져 나오며 언데드들이 추풍낙엽이 되어 떨어져 나갔다.
후둑, 후두둑-.
그보다 반 박자 늦게 박살 난 언데드의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풍압에 의해 하늘 높게 치솟아 올랐던 것들이다.
“같이 좀 갑시다!”
“혼자서만 그렇게 재미 보시기 있깁니까?”
그런 무야호의 모습에 뒤늦게 합류한 수인족들이 뭐라고 한마디씩 보탰다.
“앙? 꼬우면 니들도 빨리 오던가!”
물론 무야호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오로지 러셀 한 사람뿐!
‘아니, 큰 언니까지 둘인가…….’
그때였다.
“……소문의 수왕인가?”
“포위해라! 둘러싸! 아무리 초인이라도 체력과 오러가 무한하지는 않을 터!”
열 명이 넘는 기사들이 사방에서 무야호를 향해 달려든 것은.
한 번의 도약으로 수 미터를 뛰어넘고, 움켜쥔 검을 따라 색색들이 오러가 치솟는다.
검기(劍氣).
소드 마스터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하나같이 대단한 성취를 쌓은 오러 수련자들이라.
“그래! 좀 박살 낼 맛이 있는 놈들이 오는구나!”
자신을 노리고 달려드는 창검을 마주하며 무야호가 선언했다.
“다 내거니까, 니들은 건들지 마라!”
그 목소리가 얼마나 호탕했는지, 좌현을 담당하고 있던 러셀에게까지 들렸을 정도.
‘무야호 님다운 선언이군.’
혀를 내두른 러셀이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대군 마법으로 기습을 가해왔다면─!’
이쪽 역시 대군 마법으로 맞받아 쳐주면 될 터.
세 명의 8써클 마법사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기라도 한 것인지, 평원 전체의 마나 농도가 급속도로 짙어졌다.
이어 마력의 일그러짐이 선명하게 눈에 보이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세 개의 마법이 하늘을 각자의 색으로 덧칠했다.
러셀 레이먼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폴링 썬(Falling Sun).
화아아악-!
태양이 떨어져 내리고.
다리아 스노우화이트.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콩 나무를 불태우는 거신.
그워어어어어어-!
하늘을 가득 채울 듯 몸을 일으킨 거신이 불꽃으로 된 팔을 휘둘렀으며─.
헤밍웨이 멜빌.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백마와 흰 거품(White Horse and Sea Bubble).
히이이잉!
여덟 마리에 달하는 백마가 내달린 길을 따라, 흰 거품과 함께 해일이 일어났다.
향후 대륙 역사 수십 년의 향방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대전쟁의 시작이었다.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