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EPISODE.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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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이어진 러셀의 말에 메이슨 후작이 어처구니가 없어 속으로 실소했다.
‘탐색전이라.’
고작해야 스물 중후반 남짓의 청년이었다. 그런 청년이 자신에게 그와 같은 말을 하다니.
일평생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몰라도 눈앞의 청년에게는 그와 같은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실제로 청년의 실력은 자신과 백중세였으므로. 자칫 실수라도 했다간, 그것이 패배와 직결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외줄 타기.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과 함께 오한이 내달리는 것을 느끼며 메이슨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탐색전은 그만해야겠지.’
일격으로 지형을 바꾸고 지도를 고쳐 쓰게 할 싸움이다.
남들이 보기엔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만한 싸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지에 오른 두 초인의 입장에서 그는 가벼운 몸풀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러셀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변모하지 않았던가.
화아아악-!
여덟 개의 써클이 회전하며 일어난 웅혼한 마력에 일대의 먼지가 훅 하고 밀려났다.
마력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며 발생한 중압감에 발아래가 억눌리며 기괴한 소리를 토해낸다.
콰득, 콰드득-!
그에 대응이라도 하듯 메이슨 후작의 몸에서 일어난 기세가 러셀의 기세를 밀어냈다.
파짓, 파지짓-.
두 개의 기세가 충돌하며 불똥이 튀어 올랐다.
스파크가 사방으로 번져 나가는 가운데 러셀과 마찬가지로 메이슨 후작 역시 지니고 있던 신기를 발동시켰다.
천궁 보레아스는 더 이상 그의 손에 있지 않았지만, 그 외에도 지닌 신기는 몇 가지 더 있었기에.
‘헤르메스의 가죽신.’
마력을 불어 넣기 무섭게 발뒤꿈치를 따라 녹색의 작은 날개가 돋아난다.
무려 올림피아의 전령신(傳令神)인 헤르메스가 사용하던 신발이다.
신는 것만으로도 질풍의 길을 내달릴 수 있고, 허공을 계단처럼 밟아 오를 수 있다고 하던가.
그 사실을 증명하듯 메이슨 후작의 신형이 한 뼘가량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어 그의 어깨선을 따라 환한 후광이 뿜어져 나오더니 빛의 고리를 형성했다.
화아악-!
태양광과 같이 환함을 뿜어내는 빛의 고리,
그 고리에서 러셀이 느낀 것은 작열하듯 끓어오른 열기와, 어딘지 익숙하기까지 한 신성이었다.
‘이건 올림피아 쪽의 신성인가. 그 중에서도 태양이라면…….’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내보이듯, 메이슨 후작이 손을 뻗었다.
화악-.
자신의 어깨선을 따라 흘러나오던 빛의 고리 중 일부를 움켜쥐었다.
등에 메고 있는 전동에서 화살을 꺼내는 것만 같은 행동.
직후 빛의 고리 중 일부가 쭉 늘어나더니 기다란 화살의 형상으로 화한다.
“태양신 아폴론의 화살일세.”
아폴론은 태양과 동시에 궁술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신이다.
그 전설 속의 신기를 내보이며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눈으로 메이슨 후작이 시위를 당겼다.
“어디 한 번 피해 보시게.”
백발백중을 자랑하던 신의 화살이 순식간에 러셀을 향해 달려들었다.
쐐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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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말려들지 마라!”
“정신 똑바로 차려!”
“휘말리지 말고 전열 유지해!”
전쟁의 양상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것은.
“죽고 싶은 거냐! 뒤로 물러서!”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수십만의 병력들이 맞부딪치는 것보다 소수인 초인들의 격돌이 더 넓은 전장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은.
기괴한 현상이었지만,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으로 폭풍을 부르며 벼락을 쏟아내고, 검으로 산을 깎아내며 강물을 되돌리는 괴물들.
말 그대로 초인이라 불리는 그들은 대륙의 문명이 시작된 이후로 쭉 그들과 함께였으니까.
도우려 하기보다는 전열을 유지하는 것이─.
휘말려 들기보다는 전장을 더욱 넓게 쓰는 것이 옳다는 것쯤은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저들의 승패에 따라서 이 싸움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사실 역시도.
“캬하하하하!”
“괴물 같은 년…….”
“이건 숫제 짐승이 아닌가.”
무야호를 상대하고 있던 제국 측 소드 마스터 둘이 연신 밀려나며 앓는 소리를 냈다.
초인급 전력이 무려 둘이나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버텨내는 것이 고작이라니.
이 얼마나 괴물 같은 무력이란 말인가!
쏴아아, 철썩!
다른 한쪽에선 쉬지 않고 해일이 일어났고, 땅이 갈라지며 끓어오르는 지하수가 간헐천마냥 하늘을 향해 높게 충천했다.
태양에서부터 떨어져 내린 빛살이 지면을 쪼개어 대고, 그에 호응이라도 하듯 엘프들의 화살이 제국군의 후방을 타격한다.
퍼버버벅-!
생명에 대한 존중 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천재지변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았다.
도리어 독기를 품고 더욱 득달같이 달려들기까지 했다.
“죽여, 죽여라!”
“밀어엇─! 전선을 올려붙이는 거다!”
두 국가 모두 병력의 대다수를 그러모아 치르는 전면전이었기에.
이곳에서 밀리는 순간, 승기가 적국에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국운 역시 크게 휘청거리게 될 터.
쿠우웅-.
그로부터 수 시간.
일대를 거칠게 찍어 누르던 마력 중 하나가 천천히 흐트러져 갔다.
거칠게 타오르던 화마(火魔)와도 같던 마력은 간데없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작은 바람에도 꺼질 듯 위태로운 잔불뿐.
양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대마법사.
아크 리치로 변해 버린 로드릭과, 다리아의 싸움이 마무리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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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aaaaa!
불꽃으로 된 거대한 나무에 전신이 얽매여진 채, 아크 리치가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댔다.
허나, 그때마다 놈의 몸을 관통하고 있는 나무뿌리와 가지들은 그 몸뚱이를 더욱 단단하게 옥죄어 오며 태워댈 뿐.
몸을 두르고 있던 로브는 격전으로 인해 넝마로 변해버린 지 오래라.
놈이 몸을 꿈틀댈 때마다 흑골로 이루어진 몸이 흉측하게 덜그럭거렸다.
사실상 최후의 발악이었다.
오래지 않아 몸 곳곳을 파고든 나무 덩굴이 놈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찾아 박살 낼 테니까.
아무리 대단한 리치라 해도, 존재를 유지시키던 마력의 핵이 사라지고서까지 움직이지는 못할 터.
그 광경을 눈에 담으며 다리아가 긴 숨을 내뱉었다.
“……죽겠구먼.”
그녀답지 않게 진심이 담긴 앓는 소리였다.
그럴 수밖에.
무려 수 시간이나 쉬지 않고 이어진 싸움이었으니까.
그것도 평범한 싸움이 아닌, 주변 수 킬로미터 일대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고 지각 변동을 일으킬 만큼의 싸움이지 않았던가.
쏟아져 나온 열기와 충격파에 일대의 하늘을 뒤덮고 있던 구름은 완전히 증발해 자취를 감춘 지 오래.
아무리 대해와 같이 넓은 마력을 자랑하는 그녀라 해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상대 역시 강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다리아의 몸 상태 역시 온전치 않았다.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댄 것인지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음은 물론, 오른쪽 옆구리는 무엇에 당했는지 흉측하게 뜯겨 나가 있기까지 했다.
마음 같아선 화염계 마법을 이용해 강제로 지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게야.’
아무리 8써클 대마법사라 해도 정신을 놓아 버린다면 무방비나 다름없었고, 눈먼 칼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이 전장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큰 상처는 뜯겨 나간 옆구리가 아닌, 완전히 뭉개지다시피 한 왼팔이었다.
팔에 존재하는 관절은 어깨까지 더해야 고작 셋일 텐데, 그녀의 팔은 이미 그 배 이상으로 꺾여 있었다.
부러진 뼈가 피륙 사이를 헤집고 나오며 그 끝을 따라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굽이 부러진 구두와, 그를 축축하게 적시는 피 웅덩이.
─Goa…….
죽어가던 로드릭이 내뱉은 마지막 단말마가 들려온 찰나.
“윽.”
강렬한 현기증과 함께 그녀의 몸이 크게 휘청댄다.
그때였다.
척-.
어디선가 나타난 빼빼 마른 팔뚝이 넘어지던 그녀를 떠받친 것은.
“안 도와줬어도 넘어지진 않았을 걸세.”
퉁명스럽게 중얼거리는 다리아의 음성에 나타난 노인, 헤밍웨이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네. 임자.”
“흥. 재미없기는.”
덤덤하기까지 한 그 음성에 다리아가 콧방귀를 껴댄다.
행동과 말을 그렇게 내뱉은 것과는 달리 헤밍웨이의 부축을 받은 것이 제법 편해 보이는 표정.
잠시간의 침묵 끝에 먼저 입을 연 것은 헤밍웨이였다.
“수고했네.”
뽀글뽀글-.
손바닥을 따라 흘러나온 샘물 같은 마력이 다리아의 상처 부위를 감싼다.
가장 많은 거품이 자리한 곳은 완전히 박살 나 버린 왼팔.
그의 오리지널리티 마법 중 하나인 치유의 샘이었다. 물론 이 정도 마법으로 완치할 수 있는 상처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상태가 악화되는 것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
그런 생각과 함께 펼친 마법이었다.
“수고는 무슨.”
“고생했으니, 돌아가면 내 임자에게 차와 과자를 대접하도록 하겠네. 얼마 전 탑의 신입들이 새로 생긴 카페의 과자가 맛있다며 떠들어 대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창탑의 인근에 새로 생긴 카페라면…….
이미 그를 섭렵하고 있던 다리아가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과자는 이제 싫네. 이 영감아.”
이어진 그녀의 한마디에 헤밍웨이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녀에게 있던 과자를 비롯한 스위트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다리아가 시선을 움직이며 전장의 곳곳을 응시한다.
버밀리온 울센, 휴버트, 그리고 러셀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제자들을 돌아보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저리도 장성하지 않았던가. 이제 그만 놓아 주어야겠지.”
그리고─.
“내가 놓아 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도 편히 떠나지는 못할 것 같아서 말이야.”
서글프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한 음성. 무어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이 다시금 다리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니 과자 말고, 평범하게 식사나 한 끼 사시게.”
“……?”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격렬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슥, 괜히 머리칼 사이로 얼굴을 숨기며 다리아가 화제를 바꿨다.
“그보다, 로드릭. 그 영감의 마력이 뭔가 이상했어.”
“그 영감은 원래 이상했지.”
“……아니, 그거 말고 이 화상 같은 영감아.”
슬쩍 짜증을 낸 그녀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헤밍웨이의 마법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자신의 상처를 응시하며 말했다.
“아크 리치가 되었기에 흑마력을 다루는 건 그렇다 치지만, 그 이질적이면서도 끔찍한 기운은…….”
“이질적이면서도 끔찍한 기운?”
“그렇네. 그 영감이 쏟아내는 마력 속에 아주 조금 깃들어 있는 것이었는데…… 마치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기운이었네.”
“음.”
대륙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는 마법사가 바로 다리아였다.
그런 그녀가 착각을 했다고는 볼 수 없을 터.
“단순히 사교도가 개입한 전쟁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네만…….”
“이젠 그 뒤에 무엇이 있을지 도통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며 두 명의 대마법사가 일제히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러셀을 둘러싼 마력이 광포하게 폭발했다.
러셀 레이먼드.
『결전기(決戰技), 제 3형』
“『구룡신화조(九龍神火罩)』”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