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EPISODE.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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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용(墮落龍)의 뿔을 흡수하셨습니다.] [뿔 속의 마력을 흡수합니다.] [화룡(火龍), 은룡(銀龍), 빙룡(氷龍), 암룡(巖龍), 뇌룡(雷龍), 타락용(墮落龍). 여섯 개의 뿔이 서로 호응합니다.] [더욱 많은 양의 마력이 생성됩니다.] [잠재력 속에 가라앉아 있던 마력들이 깨어납니다.] [주의, 마력의 양이 너무 많습니다.] [주의, 마력의 양이 너무 많습니다.] [다시 흡수를 시작합니다.] [주의, 마력의 양이 너무 많습니다.] [다시 흡…….]알림음과 함께 반투명한 녹색의 창들이 쉬지 않고 눈앞을 채웠지만, 러셀은 그것들을 확인할 수 없었다.
‘뜨겁다.’
전신의 혈액이 녹인 납이라도 된 듯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심장 박동이 고조될 때마다, 강렬한 충동이 온몸을 휘감고 마력이 증기처럼 뿜어지며 러셀의 주변을 휘감았다.
화아아악-.
그 속에서 샛노란 눈동자가 금광을 발하고, 까드득-.
길게 자라난 송곳니가 서로 충돌하며 거친 마찰음을 발생시켰다.
그때였다.
“……이놈!”
다급하게 몸을 바로 세운 황제가 손가락을 내뻗은 것은.
황천살의 마력이 러셀을 향해 질주하고, 그 순간!
쾅-!
러셀의 손아귀에서 튀어나간 붉은 섬전이 황천살과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크르르르르-.
송곳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일대를 무겁게 찍어 누른다.
충격파가 동심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콰과과과과!
그 속에서 러셀이 신형을 가속시켰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음속의 몇 배에 달하는 움직임에 소닉붐이 일며 터져 나간다.
콰과과과!
공간을 통째로 가로지르며 날아든 러셀의 신형이 그대로 황제와 충돌했다.
벼락이 하늘을 갈랐고, 바닥에서부터 튀어나온 불꽃의 창이 허공을 꿰뚫는다.
퍼버버벅-.
그 마법을 방어하기 위해 황제 역시 연거푸 마력을 토해냈다.
흑마력을 거울처럼 펼치며 발치 아래에서 솟구쳐 오르는 화창(火槍)을 방어하는 동시에, 거대한 마력의 검을 소환해 일대를 내려그은 것.
서거걱!
일순간, 하늘이 통째로 베여 나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만약 황제가, 그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 사교도 놈이 전생의 실력을 완전히 회복했다면 천공(天空)의 일부조차 도려냈을지도 모르는 참격!
쾅!
마력을 두텁게 두르고, 양팔을 교차하는 것으로 그 참격을 막아낸 러셀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카드드드득-.
아니, 평범한 팔뚝이 아니다.
흑마력의 검을 막아내고 있는 것은 팔뚝을 따라 잘게 돋아난 용의 비늘이었다.
흑요석마냥 반짝이는 용의 비늘.
“그걸 막아……?!”
전투가 시작된 후 황제가 쏟아낸 감정은 대부분이 여유롭거나 냉소적인 것들이 전부였다.
몇 개나 되는 브레스에 직격당한 후에야 조금 짜증 섞인 감정을 토해냈을 뿐.
그런 황제의 음성이 경악으로 격랑하고 있었다.
말과 함께 내뱉어진 숨결을 따라 높게 치솟았던 모래 먼지의 일부가 흩어진다.
화아아악-.
불어오는 바람, 피어오르는 먼지 한 올, 비산하는 먼지 한 올 한 올, 튀어 오르는 돌 조각.
그 모든 것들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그려졌다.
인간을 초월한 무엇인가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은 감각.
러셀은 그 기이한 상태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 상태를 이해하기에는 전신을 갉아먹고 있는 고통이 너무 강했으므로.
크르르르르-.
몸이 당장에라도 녹아내릴 것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녹인 쇳물마냥 끓어오르는 핏물과 넘쳐나는 마력 때문이라.
크르르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정순하고 강력한 용(龍)의 마력이었다.
그중 러셀이 방금 받아들인 것은 타락한 용의 마력.
때문일까.
마력의 충만감.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양감과 함께 알 수 없는 폭력 충동이 뇌리를 엄습한다.
눈앞이 붉게 물들고 이성이 흐려지는 가운데 오로지 단 두 개의 생각만이 러셀의 뇌리를 강렬하게 지배했다.
그 중 첫 번째는─.
‘눈앞의 적을 쓰러뜨린다. 그리고…….’
내 사람들을 보호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눈앞의 적을 먼 곳까지 치워버려야 할 터.
‘그렇지 않았다간, 충돌의 여파에 쓰러진 사람들이 휘말려 버릴 테니까.’
생각과 함께 러셀의 몸이 거대화를 시작했다.
촤아악-.
꿈틀거리는 꼬리.
검은 피막(皮膜)을 지닌 날개가 넓게 펼쳐지며 거대한 그림자가 일대를 뒤덮었다.
완연한 용의 형상.
크르르르-.
입가를 따라 유황불이 흘러나오고, 거대한 용의 형상으로 화한 러셀의 뒷발이 바닥을 박차는 순간!
공기가 터져 나가며 몇 겹이나 되는 충격파가 타원형으로 겹쳐졌다.
초음속(超音速).
음속 정도는 가볍게 돌파해버린 수천 톤에 달하는 질량탄이 그대로 황제를 들이박았다.
충격파를 송곳마냥 일점으로 그러모아, 몇 겹이나 되는 방어 마법을 찢어발긴!
문자 그대로의 육탄돌격(肉彈突擊)!
콰르르르릉─────!
“─커헉!”
각혈과 함께 황제의 신형이 실 끊어진 진자처럼 튕겨 나갔다.
갈비뼈가 몇 대는 부러진 것만 같은 충격, 콰르릉!
그러고도 모자라 황제가 처박힌 지면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며 구덩이를 만들어냈다.
‘큭…….’
물론 그와 같은 공격을 성공시킨 러셀 역시 마냥 멀쩡하지만은 않았다.
다시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와 몸을 움직이는 러셀의 팔다리가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렸다.
몸속의 혈액은 여전히 쇳물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온몸을 휘도는 마력이 주인 없는 야생마같이 날뛰며 전신의 마나로드를 두드려 댄다.
그때마다 전신의 혈맥과 기맥이 당장에 폭발하기라도 할 것처럼 울룩불룩 치솟았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런 와중에 무리해 가며 용화까지 사용한 것이다.
만전 상태라면 모를까, 부담이 없을 리가 없다.
‘큭-.’
으득-.
입술을 깨물고, 흐려져 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으며 러셀이 중얼거렸다.
‘역시……좋지 않아.’
인간의 그것을 훨씬 초월한 용의 육신이지만,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형태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생겨난 거대한 꼬리와 날개의 무게 탓에 중심을 잡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은 희게 웃었다.
‘성공했나?’
고개를 돌리자 주변의 풍광이 대번에 바뀌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의 몸을 내던진 육탄돌격과 함께 황제를 수십 킬로미터 바깥쪽까지 내던진 덕이었다.
이곳이라면 적어도 다른 이들에게 충돌의 여파가 미치는 것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인즉.
까드득-.
으스러져라 이를 악물며 필사적으로 의식을 붙잡았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침내, 척.
두 다리로 대지를 다시 딛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황제 놈이 처박힌 구덩이를 노려봤다.
‘이 정도로 쓰러졌을 리가 없다.’
그 생각이 옳다고 말해주듯, 지면이 들썩거리더니 곧이어 황제가 구덩이 속에서 걸어 나온다.
저벅, 저벅, 저벅-.
녹아내렸던 한쪽 팔이 완전히 박살 나 뒤틀어지고, 오른쪽 다리 역시 기이하게 틀어져 있는 모습.
“질리언의 마력. 그렇군.”
그 상태로 황제가 입을 열었다.
“격은 부족할지언정, 마력의 양만큼은 초월자에 준할 정도구나.”
다만 그 힘을 어찌 다루어야 할지를 아직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쏟아내고 있을 뿐.
그리 말한 황제가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
우릉우릉-.
일대가 쩌렁쩌렁 울릴 법한 광소(狂笑). 한참 동안이나 웃음을 터뜨린 그가 싸늘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뇌까렸다.
“드래곤이란, 용(龍)이란. 대대로 이 세상을 수호해온 물질계의 수호자고, 용제는 그 모든 용들의 정점에 위치한 존재라.”
까드득-.
러셀과는 다른 의미로 부러져라 어금니를 짓씹으며 말을 이어갔다.
“전에는 용제와 그년의 반려인 이계구원자가 마계를 틀어막아 내 계획을 망치더니, 이번에는 그 후손이 살아남아 내 앞을 가로막으려 하는구나─────!”
쾅, 촤르르르륵-!
내딛는 걸음을 따라 대지가 무너져 내리고, 어둠이 수십 갈래로 갈라지며 쇠사슬의 형태로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오라!”
이 물질계에 종말을 고하기 전에, 네놈의 숨통부터 끊어주마!
그리 외치며 발치에서 솟아난 쇠사슬을 러셀을 향해 일제히 몰아쳤다.
촤르르르륵!
* * *
꽈르르르릉-!
폭음과 함께 거대한 불길이 하늘 전체를 뒤덮었다.
문자 그대로 천지를 모조리 불태워버리는 것만 같은 열기.
일대의 산소를 모조리 증발시켜 버릴 듯한 열기와 함께 구름과 대기가 비명을 내질렀다.
초월자급의 마력을 지닌 자와, 초월자의 격을 지닌 자의 싸움.
그야말로 신화(神話)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싸움이었다.
흩뿌려진 충격파만으로 일대의 바위산들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며 깎여 나갔다.
그로부터 다시 수 킬로미터 밖에 있는 도시 하나가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소멸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도시의 주민들이 이미 언데드가 되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거대한 용권풍이 지면을 내리찍었다.
콰르릉-.
그것으로도 모자라 땅에서 일어난 충돌이 하늘까지 치솟으며 반대로 용오름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충돌을 감당하지 못한 지면이 경기라도 일으키듯 덜덜 떨어댔다.
그러고도 남은 충격파가 새하얀 속살을 드러낸 맨틀 위로 누적되며 심상치 않은 지진의 전조를 예고한다.
쿠릉, 쿠르릉-.
산을 무너뜨리고, 쏟아지는 강물을 되돌려 솟구치게 하며, 하늘을 찢어발기고 지축을 뒤집어엎을 정도의 싸움.
그 광경은 멀찍이 떨어진 헤밍웨이의 눈에도 선명하게 비칠 정도였다.
쿠르르릉-.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굉음을 뒤로하며 헤밍웨이가 지친 노구를 움직였다.
“살아남은 이들은……이게 다인가.”
땅속에 처박히고, 무너져 내린 바위 파편에 깔렸던 초인들을 수습하며 일직선으로 눕혔다.
놈의 걸음을 막아섰던 초인의 숫자는 마법사와 오러 사용자를 합쳐 무려 열다섯.
그중 살아남은 것은 단 아홉뿐이다. 한순간 여섯이나 되는 초인급 전력이 명을 달리한 것이다.
물론 남은 살아남은 아홉 역시 마냥 멀쩡하지는 않았다.
아멜리아 머윈, 아레인, 무야호, 이오, 다리아 등…….
대부분이 인원들이 기절한 상태였고,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러셀과 자신 단 둘뿐이던 것이다.
그 강맹했던 다리아 역시 제자를 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토해낸 것인지, 의식을 잃고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마지막 마력을 쥐어짜 생존자들의 몸을 치유의 샘으로 뒤덮은 그가 덜덜 떨리는 손끝을 움직였다.
니콜로부터 시작해 사망한 자들의 눈을 하나하나 감겨주며 중얼거렸다.
“……편히 가시게.”
이어 고개를 돌렸다.
적(赤)과 흑(黑), 두 개의 색으로 나누어진 하늘이 쉬지 않고 영역 다툼을 이어 나간다.
마음 같아서는 가세하고 싶었지만, 방금 전 사용한 치유 마법으로 모든 마력을 소모한 지 오래다.
그 덕에 자신의 몸 역시 치료하지 못하고 있지 않던가.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다리아를 대신하여 신에게 기도하는 것뿐.
“허. 일평생 마법사로 살아오면서 신을 찾게 될 줄이야…….”
자조적으로 중얼거린 그가 두 손을 그러모으려는 찰나.
꽈릉-!
붉은색 벼락이 떨어져 내리며, 그 궤적이 하늘을 두 쪽으로 갈랐다.
러셀의 결전기(決戰技), 화첨창의 창두가 어둠의 정중앙을 꿰뚫었다.
콰과과과과!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