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EPISODE.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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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신계의 신들은 인간계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 러셀의 부탁에 김현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게 답했다.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신마대전 이후, 황폐해진 물질계를 바라보며 신들끼리 맺은 맹약이 있거든.”
말을 내뱉으며 김현성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에 비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신족.
그러한 신족 여럿이 마구잡이로 날뛰어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
기간토마키아와 신마대전 이후 황폐해진 물질계의 모습이 그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황금의 시대라고까지 불리었던 신화시대.
설마 신들 스스로가 그 시대에 종말을 고했을 줄이야.
“하지만 지금은 예외적인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은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그에게 있어 신들의 도움은 물질계를 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기에.
블라드 드라쿨레아.
단순히 그 사교도 하나라면 모를까, 놈이 세상의 바깥에서 불러들인 외신(外神)이 물질계에 강림하기 직전의 순간이지 않던가.
이런 상황이라면 예외를 두어야 한다. 그런 생각에 러셀이 물었고, 김현성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특별하다 해서 예외를 두지 않는 것이 신들의 법치(法治)이며 맹약(盟約)이다.”
눈치를 보던 기색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단호하기까지 한 음성.
그 음성에 러셀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설득을 한다고 해서 통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납득했기 때문이었다.
“뭐,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도 내가 싸지른 똥에 책임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야.”
러셀이 납득한 듯 보이자, 굳었던 표정을 풀며 그가 머리 뒤쪽으로 손을 모았다.
“그러니까 네게 신성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려고 하는 거고.”
턱 끝을 휙 하고 움직여 그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전에 일단 자리부터 좀 옮길까?”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
그 끝에 위치한 것은 바로 거대한 세계수 위에 놓인 세상, 아스가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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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파밧-.
두 사람의 신형이 빠른 속도로 세계수의 줄기를 타고 올랐다.
어지간한 산악보다 더욱 거대하고 가파른 형태를 지닌 세계수였지만, 상관없었다.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는 두 사람에게 있어 이 정도 경사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었으므로.
팟, 파바밧-.
높이 올라갈수록 칼같이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고, 머리칼이 휘날리는 것을 확인하며 러셀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앞에서 길을 이끌듯 줄기를 올라가고 있는 사내, 김현성의 몸놀림을 응시했다.
‘마법이나 마력을 사용한 것 같지도 않은데…….’
저런 몸놀림이라니.
그에 비해 자신은 엑셀 헤이스트를 기본으로 몇 가지 보조마법까지 사용한 상황.
‘순수한 몸놀림만으로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가?’
마법사가 아니라 육체를 극한까지 단련한 오러 수련자라 해도 쉬이 보일 수 없는 모습이 아니던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두 사람의 걸음은 어느새 아스가르드에 당도하고.
척-.
“여기가 아스가르드야. 용신계와는 꽤 다르지?”
그 말대로.
알록달록한 색상의 지붕과 이리저리 지어진 건물들, 그 사이로 뻗어 있는 잘 정돈된 도로까지.
높게 솟은 산에 신전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던 용신계와는 달리 아스가르드는 제법 근사한 도시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었다.
물론 그렇게 지어진 건물들 사이로 특별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인 듯했다.
하기야, 대충 보이는 가옥이 수백 채 이상.
도시의 규모까지 생각한다면 십만 채가 넘는 가옥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던바.
‘아무리 아스가르드의 신족이 많다고 해도 그 정도까지는 안 되겠지.’
러셀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김현성이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꽤 아스가르드 안쪽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목적지까지는 멀었다는 양 앞서 걸어가며 말했다.
“아스가르드의 신족들은 번듯하게 꾸며져 있는 도시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
각각의 신계가 서로 다른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은 거주하고 있는 신족들의 취향이 반영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얼마쯤 아스가르드의 거리를 거닐었을까.
김현성의 걸음이 느려진 것은 도시의 중앙, 거대한 콜로세움이 있는 곳에 다다라서였다.
“오!”
정확하게는 콜로세움의 안쪽에서 걸어 나오는 장대한 크기의 사내를 마주하고서라고 해야겠지만.
2미터는 가볍게 넘을 듯한 장대한 덩치에, 떡 벌어진 어깨.
그 위에 걸쳐진 것은 어지간한 바위 따위는 순식간에 박살 내 버릴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지닌 망치라.
‘공성 망치를……한 손으로?’
아레크스가 들고 있던 것보다도 몇 배 이상 거대해 보이는 망치다.
그것을 태연하게 들고 있는 사내의 모습에 러셀이 질린 표정을 지어 보이려는 찰나, 그를 알아본 김현성이 크게 소리쳤다.
“이봐, 토르!”
아스가르드의 뇌명신(雷鳴神), 토르(Thor). 마법사들에게는 천둥신의 망치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이름.
김현성을 알아본 토르가 눈을 크게 떴다. 이어 무쇠솥처럼 거대한 손을 흔들어댔다.
“오. 이계구원자로군! 그리고 뒤쪽은 못 보던 손님인데……자네와 꽤 닮았군.”
덩치만큼이나 걸걸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토르의 질문에 김현성이 방긋 웃었다.
이내 러셀의 어깨 위로 자신의 팔을 슬쩍 걸치며 말했다.
“잘 생겼지? 내 후손이야.”
“그대의 후손이라면…….”
토르가 말꼬리를 흐렸고 김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에인헤랴르(Einherier)를 좀 빌리고 싶은데, 오딘 할아범은 어디 있어?”
“오딘 님이라면 지금쯤……미미르에서 낚시를 즐기고 계실 텐데.”
“이런. 그런 줄 알았으면 올라오기 전에 뿌리에 한 번 들렀다 오는 건데.”
지혜의 샘이라 불리는 미미르는, 전설에 따르면 세계수 위그드라실의 뿌리 부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내용이 사실이었던 모양.
“내가 대신 전해주지.”
김현성이 혀를 차며 중얼거리자 토르가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말했다.
쿵, 쿵-.
그때마다 북을 두드리는 것 같은 울림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래 주면 고맙지. 대신 내가 나중에 우리 창고에서 술통 하나 훔쳐다 줄게.”
“드래곤이 빚은 술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만……그랬다간 자네가 또 그녀에게 등짝을 맞는 거 아닌가?”
“뭐, 어쩔 수 있나. 친구끼리 술 한 잔 나눠 마시겠다는데. 때리시면 맞아야지.”
“호탕한 성격만큼은 정말 최고로군!”
토르가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것도 잠시 이내 김현성이 토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면 부탁하는 김에, 하나 더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얼마든지 말하라. 형제여!”
슬쩍, 러셀의 눈치를 살핀 김현성이 낮은 목소리로 토르를 향해 무언가를 속삭였다.
‘음…….’
어쩐지 불안감을 느끼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길 얼마간.
토르의 눈동자가 화등잔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곧이어 그가 껄껄거리는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참 재밌는 생각이군!”
호탕하게 소리친 그가 김현성의 손을 꽉 잡았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네.”
“물론.”
뒤이어 한마디 말을 남기며 러셀을 지나쳐갔다.
“기대되는군.”
도대체 뭐가 기대된다는 말일까.
등줄기를 따라 번져 나가던 불안감이 한층 강렬해지는 것을 느끼며 러셀이 물었다.
“도대체 무슨 대화를 하신 겁니까?”
“글쎄. 지금은 비밀인데, 너를 위해 선조인 내가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고만 알아둬.”
설명은 그것으로 끝이라는 듯, 김현성이 콜로세움의 안쪽 통로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말을 돌린다.
“에인헤랴르. 그게 이 콜로세움의 이름이다.”
방금 전 토르와 김현성의 대화에서 들었던 이름이다.
“에인헤랴르.”
러셀이 그 이름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아스가르드의 신족이 자신들의 전사를 훈련시키기 위해 만든 수련장으로, 어지간한 신족의 격돌에도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준의 강도를 지니고 있지. 신성을 수련하기에 이만큼이나 알맞은 장소는 없어.”
저벅, 저벅-.
기다란 통로를 통과해 밖으로 나가자, 콜로세움 안쪽의 넓은 공간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 중앙에 선 김현성이 러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시작하기 전에, 네게도 신성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
러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끄덕이며 그날을 회상했다.
브라흐마스트라와 헬파이어를 이용해 자신만의 결전기를 만들어내고, 신성이 깃들게 된 그날을.
“신성이란 따르는 자들, 즉 신도들의 경외로부터 자라나는 힘이다. 일반적으로 대신(大神)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많은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지.”
“…….”
김현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용신왕이나 김현성이 지니고 있는 신성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신성이 신도들의 경외를 통해 자라나는 것이라면 김현성이나 용신왕이 다른 대신들과 맞먹을 만큼의 신성을 지니고 있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신도라고 해도 다 같지 않고 경외라고 해도 다 같지 않은 법이지.”
말을 하며 김현성이 씩 웃었다.
“우리들이 다른 대신들과 맞먹을 만큼의 신성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용(龍)들로부터 경외를 받고 있기 때문이지.”
마법의 종족이라고 불리며 일만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가는 용(龍)의 힘은 평범한 인간의 그것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렇기에 고룡(古龍)에 들어선 용들이 반신(半神)이라고까지 불리는 것이었고.
그런 만큼 용들이 보내오는 경외는 일반적인 경외보다 훨씬 더 순도 높고 특별하다.
지금 김현성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어 김현성이 손가락 끝으로 러셀의 심장 어림을 쿡 하고 짚었다.
“너 역시 용제, 우리와 같은 용들의 경외를 받는 존재인바.”
네가 가지고 있는 신성의 실제 크기는,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렇게 말한 그가 검지를 위로 쭉 뻗었다.
“일단 첫째 날의 수업은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신성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뒤이어 검지의 끝으로 러셀의 이마를 툭 하고 두드리는 순간─!
“눈을 감아. 눈을 감고, 네 속에 있는 신성을 마주하는 거다.”
─일순 안개라도 낀 듯 주변의 풍광이 흐려진다.
김현성의 목소리가 훌쩍 멀어졌다.
“지금까지 느꼈던……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 편린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근원을 말이야.”
저 먼 곳, 꿈결 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
러셀의 의식이 스스로의 심상 안쪽으로 침전했다.
내면 깊은 곳을 향해 가라앉았다.
화아아악-.
그런 러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김현성이 작게 중얼거렸다.
“부디 지지 말라고. 후손.”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