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EPISODE.142
.
.
꽈릉!
굉음과 함께 튕겨 나간 러셀의 신형이 섬전처럼 내리꽂혔다.
쿠구구구구-.
거대한 바위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장대하게 일어나는 충격파와 돌가루.
무너져 내린 바위산의 잔해는 수천 톤……아니, 수만 톤 이상에 달할 정도다.
범인(凡人)이었다면 깔리는 것만으로 압사당해 시체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했을 터.
“허억. 허억…….”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을 날려 버린 블라드는 안심하지 않았다.
안심하는 대신 입가로 흘러내리는 선혈을 훔치며 그대로 손을 뻗었다.
콰과과광!
검은 벼락과도 같은 마법들이 순식간에 지상으로 쇄도한다.
강력한 마법이 러셀이 떨어져 내린 바위산의 잔해를 다시 한번 헤집었다.
꽈르르르릉!
박살 나 무너져 내린 바위산의 잔해가 또다시 박살 나며 자갈 수준으로 변해 흩어져간다.
파드드득-.
광풍이 몰아치며 자갈과 모래 알갱이 따위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쿠르르르릉-.
장대하게 솟아난 먼지구름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 바위산의 흔적을 찾는 것은 이제 무리일 터다.
그 순간이었다.
“─?!”
모래 먼지 안쪽에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콰아아아-.
직후 거대한 용의 머리가 모래 먼지를 가르고 튀어나오며 입을 쩍 벌린다.
크게 벌려진 입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은.
─────────────!!!
유황 냄새 가득한 불꽃이 일직선으로 쏟아지며 그대로 블라드의 전신을 휘감았다.
‘큭, 드래곤 브레스를!’
블라드가 이를 악물었다.
숨을 들이쉬는 것만으로 폐부를 익혀 버릴지도 모를 열기, 순식간에 끓어오른 공기가 쉬지 않고 호흡기를 위협한다.
콰아아아아-!
열기에 더해 쏟아지는 불꽃의 압력으로 블라드의 몸을 밀어낸 러셀이 다시 용인(龍人)의 형태로 화하며 그대로 허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쾅!
섬전처럼 블라드를 향해 짓쳐 들었다.
콰드드득!
어둠을 뭉쳐 만들어낸 방어벽과 화첨창이 충돌하며 검고 붉은 마력광이 쉬지 않고 명멸한다.
쩍, 쩌저적-.
순식간에 수백에 달하는 마물과 언데드를 얼음 동상으로 만들어 버린 헤밍웨이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허!”
저도 모르게 장탄성을 내뱉었다.
두 사람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자리를 따라 하늘이 갈라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물론 실제로 하늘이 갈라지기야 했겠느냐만, 그런 착각이 일어날 수준의 싸움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마법사를 바라보는 기분이 이러할까.
8써클 마스터.
스스로 역시도 세상의 법칙에서 한 걸음 이상 벗어나 있는 강자였건만…….
‘도무지 낄 수 있는 싸움이 아니로구나.’
설혹 무리해 끼어든다고 해도 몇 분조차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고.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러셀이 손가락을 뻗었다.
뻗어진 손가락에서부터 흘러나온 불꽃이 해일로 변하며 블라드를 덮쳐드는 것과 동시에 러셀이 왼손을 떨쳐냈다.
구룡신화조(九龙神火罩).
크르르르르-!
불꽃의 새장을 박차고 뛰어나온 아홉 마리의 화룡이 홍염의 해일을 박차고 뛰쳐나가며 블라드의 전신을 짓씹는다.
콰적, 콰적, 콰저적!
불꽃의 송곳니가 블라드의 사지와 몸통을 물어뜯는 순간 붉은 안개가 치솟았다.
몸에 난 구멍을 따라 치솟은 핏물이 화룡의 열기에 증발하며 적색의 안개로 화(化)한 탓이었다.
그때였다.
“─감히!”
블라드를 짓씹고 있던 화룡의 몸이 머리에서부터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은.
놈과 연결된 아홉 마리의 화룡, 그 화룡들을 통해 사특한 마력이 노도처럼 밀려든다.
콰과과과과-!
화룡을 매개로 삼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흑마력과 저주를 역순으로 거슬러 올려보낸 것.
‘윽…….’
빠른 속도로 구룡신화조의 마법을 해제했지만 놈의 마력이 이미 몸속 깊은 곳까지 흘러든 후라.
푸화악-!
온몸의 살갗이 갈라지며 핏물이 분수처럼 치솟아 올랐다.
그 외에도 저주, 병마, 노화, 약화, 침식, 환각, 신경계 이상 등…….
그 짧은 시간에 전신을 파고든 열일곱 종의 저주가 러셀의 몸을 갉아 먹는다.
온몸의 혈맥과 마나로드를 따라 불개미가 물어뜯는 것만 같은 격통이 뇌리를 새하얗게 물들이고.
그런 가운데 러셀이 이를 악물었다.
이를 악물고 블라드와 거리를 좁히며 여섯 장의 날개를 펄럭였다.
홍월염천의 날갯짓에 따라 불꽃의 깃털이 섬전처럼 블라드를 향해 날아든다.
이어 전보다 배 이상 커진 불꽃의 날개가 블라드의 퇴로를 차단함과 동시에 녀석의 몸을 휘감았다.
화르르르륵!
“이놈!”
여섯 장의 날개에 더해 홍월(紅月)이 지닌 열기까지 한자리에 집중시킨 것.
“같이 죽자는 것이냐?”
용광로 속에 던져진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러셀의 날개에 휘감긴 녀석이 몸을 비틀어댔다.
그 순간, 놈의 몸을 따라 뻗어 나온 검은 화살이 러셀의 허벅다리를 관통한다.
부패의 저주가 걸린 화살.
“끄윽-.”
일순 눈앞이 흐릿해지는 격통에 러셀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고, 블라드가 그 틈을 이용해 몸을 뺐다.
이후 이어진 것은 마법과 마법을 이용해 벌이는, 난타전이었다.
카가가각-
격자무늬로 둘러싸인 어둠의 창살에 화첨창의 궤도가 가로막히는 것과 동시에 러셀이 몸을 뒤집었다.
여섯 장의 날개 중 왼편의 것을 펄럭이며 자신의 반신을 틀어막았다.
퍼버버벙!
절규의 화살과 불꽃의 날개가 충돌하며 쉬지 않고 폭음이 울리는 가운데 러셀의 몸이 회전했다.
허공에서 1m가량을 더 높게 날아오른 뒤 발을 들어 그대로 블라드의 가슴팍을 내리찍었다.
근접전에 대한 두려움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 도무지 마법사라고 느껴지지 않는 공격!
쾅!
그 공격에 폭음과 함께 블라드의 몸이 그대로 지면을 향해 내려꽂힌다.
“큭-!”
급히 제동을 거는 것으로 추락을 막아낸 블라드가 이를 악물었다.
뼈에 금이라도 간 듯 늑골이 아렸다.
공격을 당한 것이 이계구원자, 김현성의 육체라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더라면 부러진 뼛조각이 폐부를 찔렀을지도 모른다.
경지에 오른 자들의 싸움이기 때문일까.
한없이 응축된 집중력으로 인해 찰나와 찰나 사이의 간격이 수 분이라도 되는 것마냥 느껴지는 가운데 블라드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놈이……감히!’
추락하는 자신을 내려 보는 놈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보다 높게 서 있는 놈의 위치 역시.
그렇기에 블라드가 손가락 끝에 어둠을 그러모았다.
결집된 어둠을 이용해 순식간에 허공을 움켜쥐었고, 콰드득!
섬뜩한 괴성과 함께 공간이 통째로 잡아 비틀리며 중력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을 위로 올려보내며 동시에 상대의 몸을 아래로 끌어내려 처박는 술수!
내려가고 올라가던 두 초월자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처저적!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상대를 향해 숱한 마법을 쏟아냈다.
전면의 공간이 폭발하며 일그러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충격파가 사방으로 쏟아진다.
고작해야 몇 분 남짓한 시간, 그 속에서 두 마법사가 주고받은 합의 횟수는 수천이 아득하게 넘어갈 정도였다.
평범한 사람의 시선으론, 아니.
초인(超人)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라 해도 제대로 눈으로 좇을 수 없을 만큼 맹렬한 공방!
쾅쾅, 꽈르르릉!
천지가 무너져 내리기라도 할 듯 격동치는 가운데, 두 명의 초월자 모두 이 싸움이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누가 먼저 틈을 드러내고, 누가 먼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느냐의 싸움.
핏, 피비빗-.
격전이 지속될 때마다 러셀의 옷자락이 갈라지며 핏물이 치솟아 오른다.
전신을 뒤덮고 있던 염탑의 로브는 이미 넝마 더미가 되어 떨어져 나간 지 오래라.
치솟은 핏물이 몸을 따라 흘러내리는 것보다 빠르게 증발하고.
그 속에서 러셀이 사납게 눈을 빛냈다.
용안(龍眼)을 쉬지 않고 번득이며 놈을 압박해 들어갔다.
상처 자국을 따라 갖은 종류의 저주가 계속해서 갈마들었지만 괘념치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가 계속해서 늘어가는 자신과는 달리 블라드, 놈의 몸속에는 드러나지 않는 상처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으니까.
외상보다 더욱 치명적인 내상(內傷).
오십일 대 사십구.
오십이 대 사십팔.
오십이 점 삼 대 사십칠 점 칠.
“크윽…….”
근소한 차이로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블라드가 이를 악물었다.
‘새파랗게 젊은 애송이 놈에게 내가 밀리다니!’
이래서야, 같은 9써클이라도 차이가 있다고 자신했던 것을 역으로 돌려받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물론 그의 생각대로, 순수하게 9써클 마법사로서의 역량만 놓고 보자면 블라드가 러셀보다 반 수정도 위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완전한 용제(龍帝)가 되며 얻은 신격과 그로 인해 강화된 용의 육신은 그 반 수 차이를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였으니.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찰나.
그 순간만을 노리고 있던 러셀이 가지고 있던 패 중 하나를 꺼내 놓았다.
“선조님께서 전해 달라더라.”
“……!?”
“미안했다고. 성숙하지 못했던 자신을 용서하지 말라고.”
“그게 무슨……!?”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블라드의 감정이 격렬하게 들끓어 오른다.
일순간 일어난 감정의 소요, 바로 이 상황을 위해 러셀은 도박을 건 것이었다.
“본래는 허무(虛無)로 돌아가야 할 사악한 영혼이지만, 그래도 제자는 제자.”
그것도 꽤 확률이 높은 도박을.
“네 녀석의 혼을 정화하고 윤회의 고리로 넣기 위해 선조님께서는 그 어떤 대가도 감내하시겠다고 하더군.”
러셀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김현성은 그런 말을 했으니까.
물론 그를 위해 김현성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허나 주변의 신들이 놀랐던 것으로 보아 분명 만만치 않은 대가를 내놓게 될 것인즉.
“─!”
일순 생겨난 감정의 소요가 블라드의 눈동자를 따라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순간, 푸확!
화첨창의 창두가 블라드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근육과 근맥, 뼈와 내장, 심장으로 이어지는 혈맥을 따라 영겁멸화의 불꽃이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화르르륵-!
그러고도 남은 불꽃이 드래곤 브레스마냥 뒤쪽으로 뿜어지고.
그 불길에 직격당한 거대한 바위산 하나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암석이 끈적한 마그마로 변해 바닥을 따라 늘어졌다.
블라드의 몸 역시 마찬가지였다.
몸이 안쪽에서부터 타오르고 녹아내리는 고통.
“───────────!!!!”
익어 버린 폐부에선 제대로 된 비명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녹아내린 신경계의 고통을 따라 몸을 뒤틀어대는 것뿐.
잘못된 방법으로 힘을 탐해 스승의 유해를 도굴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국의 황제가 되어 스스로의 부활을 꾀했던…….
외신을 소환시켰던 사교도의 말로라고 보기에는 실로 보잘것없는 최후.
“……이…ㄱ…끝…라고…생…지마…ㄹㅏ…….”
사지 모두가 불꽃에 사그라지고, 전신이 숯과도 같이 변해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
그 순간에도 놈은 유언이나 반성 대신, 저주를 쏟아내고 있었다.
과연 저런 놈을 위해 대가를 뒤집어쓰겠다는 김현성의 결정이 옳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기까진 내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겠지.’
직후, 쿵-.
숯처럼 검게 변한 놈이 바닥에 떨어지며 묵직한 소리가 울린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몇몇이 소리쳤다.
“대공 전하, 대공 전하께서 마물들의 수괴를 쓰러뜨리셨다!”
“마왕(魔王)이 쓰러졌다!”
마왕이라니.
진짜 마왕이 들었다면 코웃음을 칠 소리였지만, 당대의 사람들 사이에서 블라드는 그렇게 불리고 있었던 모양.
“캬하하하. 역시 수컷이군!”
“러셀 님!”
캬오오오오-!
뺘아아아아-!
러셀의 승리를 확인한 네 마리의 용들이 저마다 환호성을 지른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전투가 다 끝난 것처럼 보이는 상황.
하지만 러셀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같이 환호하는 대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 역시 덩달아 고개를 들어 올리고.
“어, 어어…….”
“어째서, 마왕이 쓰러졌는데 하늘이…….”
이어 당황스런 음성들을 내뱉었다.
마왕이라 불리던 이가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랏빛인 하늘.
그리고 그런 하늘의 한 가운데를 꿰차고 지상을 굽어보는 불길한 눈동자.
“아직 끝난 것이 아니더냐?”
어느새 러셀의 옆으로 다가온 다리아가 걱정스럽게 물었고 러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기 저놈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세상의 이치를 훨씬 벗어난 듯 보이는 눈동자였다.
아마도 방금 쓰러진 사교도 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을 터.
그런데 지금 자신의 막내 제자는 그런 놈과 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도와줘야 할 것이 있느냐?”
다리아가 그렇게 물었고 러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도와주실 분들이라면 충분히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거대한 눈동자와 시선을 맞췄다.
“……?”
의문스러워하는 다리아를 뒤로 하고,
사념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외눈. 그 너머 어딘가에 있을 놈의 본신을 응시했다.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