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37
37화
EPISODE.19
루브리엄 박물관.
왕도에 위치하고 있는 이 건축물은, 엔디미온 내에도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박물관이었다.
물론 9할 이상이 가품이라곤 하지만,
일부나마 진품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전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왕도 정도의 치안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이 박물관이 왕실의 비고와 이어지는 문이라는 이야기 역시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떠도는 낭설에 불과했지만.
여하간 러셀이 루브리엄 박물관으로 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내게 일어난 모든 일들의 시작점이 바로 저곳이었으니까.’
‘용종의 심장’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던 전시물과, 어머니의 유품이 만나 벌어진 일.
물론 그때 전시되어 있던 심장과 지금 전시된 심장이 반드시 같은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가품과 진품을 일정 시기마다 교체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도.
‘눈으로 한 번 봐 두는 것 정도야.’
어차피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일도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생각하고 박물관으로 들어갔거늘.
“…….”
막상 유리벽 너머 전시된 심장을 마주하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킨 러셀이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확신도 근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육감이 소리치고 있었다. 저 심장은 진짜라고.
회귀 전, 이곳에 보관되어 있던 것과 똑같은 물품이라고.
써클에 깃든 마나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만 같았다.
물론 그 외형이 회귀 전과 똑같았던 것은 아니다.
전날에도 말라비틀어진 감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회귀 전 보았던 모습이 더운 여름날의 고목 같은 모습이었다면 그에 비해 지금은-.
‘사과 같은 과일 열매를 미라화시켜 놓은 것 같은 모습이군.’
수분이 많은 열매가 미라화된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 없었기에, 러셀은 그렇게 말했다.
수분이 아닌 마나가 빠져나가도, 저와 같은 모습이 될까?
“후.”
그런 가운데 러셀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손아귀를 쥐락펴락하며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진정하자. 일단 진정해.’
당황은 사람의 시야를 좁게 만드는 법이고, 흥분은 사람의 생각을 편협하게 만드는 법.
둘 모두 마법사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자세. 러셀이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이어 한 손으로 팔짱을 끼고, 다른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속으로 내뱉었다.
‘만약 이 안에 정말로 마나가 깃들어 있었고, 그 마나와 어머니의 유품이 반응해 뭔가를 일으킨 거라면?’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하나뿐인 유품이었던 반지가 왜 그런 반응을 일으킨 것인지.
어머니께서 왜 그런 반지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결과로써 내가 과거로 돌아오고, 이 이상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라면?’
그렇다면 모든 아귀가 꼭 들어맞는다.
전보다 더욱 초라하게 변해 버린 몰골 역시도 그러했다.
“음.”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러셀이 턱에 괴고 있던 손을 풀었다.
“도대체 뭐냐. 넌.”
대답이 들려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손을 뻗었다.
툭-.
그 손끝이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용 유리에 닿기 무섭게, 키이잉!
“-뭣?”
두통이 밀려왔다.
러셀이 이를 악물었다.
저 심장과 호응하기라도 하듯, 심장의 마나가 격렬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정신의 영역을 바늘로 쑤시는 듯한 격통이 뇌리까지 치닫고.
“큭.”
침음과 함께 러셀이 유리에 닿았던 손가락을 뗐다.
두통이 점차 가시는 것을 느끼며 관자놀이를 눌러댔다.
새우처럼 굽혀졌던 허리를 바로 세웠다.
“도대체 이게 무슨 고통…….”
그런 러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앞으로.
반투명한 녹색의 창이 떠올랐다.
미션이었다.
[미션]심장의 확보.
왕도 엔디미온 박물관 내에 보관 중인 ‘용종의 심장’을 확보하세요.
확보유무(n)
[보상]중급 마석(식용)x2
???
.
.
???이라고 표기된 보상.
지금까지 그래왔듯, 아마도 보통의 보상이 아닐 것이다.
분명 어딘가로 이어지는 지도이거나,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얼마 전 섭취했던 불꽃의 뿔이나 클라우디 링에 준하는 보상이 주어지겠지.’
그렇게.
한참 동안 눈앞에 떠오른 미션의 내용을 응시하던 러셀이 이내 한숨을 내뱉었다.
“하-.”
아쉬움, 미련, 포기 등.
갖은 감정이 드러나는 한숨.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리 고민해본다고 한들, 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물품을 확보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무턱대고 가져갔다간, 도난죄…… 최악의 경우 왕실과 엮인 죄로 처벌받을지도 모르겠어.’
어디까지나 이 박물관의 주인은 왕실이었으므로.
아니, 그 전에 이 박물관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장담조차 할 수 없었다.
‘배치된 인원은 둘째로 치더라도, 곳곳이 마법 트랩이야.’
4써클에 올랐기 때문인지.
회귀 전 왔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마력의 존재들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만약 여기서 물건을 빼돌리려 한다면, 저 마법 트랩들이 발동할 것이 분명했다.
하나같이 은밀하면서도 효과적이고 위력적인 마법들.
지금 러셀의 수준으론 넘어설 수도, 파훼할 수도 없다.
짐작건대 마도사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라 할지라도 이곳에서 물건을 빼내는 것은 불가능할 듯했다.
그보다 위, 흔히 마스터라 불리는 초인(超人)들의 경우는 감히 러셀이 평가조차 내릴 수 없었고,
‘결국 합법적인 루트를 통해서 얻을 수밖에 없다는 건데.’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돈, 그게 아니라면 공.
어느 쪽이건 간에 지금의 러셀로서는 쉽지 않은 일지만, 굳이 가능성을 따지자면 공일 터다.
‘왕가의 물건을 돈에 팔아넘기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아.’
엔디미온 왕가가 돈에 궁핍한 편도 아니었고.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얼마만큼의 공을 세워야 왕가의 물건을 하나 얻을 수 있냐는 것인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조금 더 경력이 있는, 이를테면 사형이나 스승께 물어보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러셀은 박물관을 나섰다.
“돌아오셨습니까?”
박물관의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차 위로 올라타며, 마부에게 말했다.
“네. 볼일은 다 끝났으니,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 * *
“이게…….”
저택의 규모를 확인하는 순간.
말문이 절로 막히는 것을 느끼며 러셀이 마차에서 내렸다.
‘저택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3층 규모에 정원까지 딸려 있을 줄이야.’
이 정도라면 어중간한 작위를 지닌 수도 귀족들의 저택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어 보일 정도.
하긴.
‘5써클의 마도사라면, 그 자체만으로 왕도 자작이나, 명예 백작과도 비교할 수 있는 위치니까.’
안으로 들어서자, 고용인으로 보이는 이가 러셀을 발견하며 물어온다.
“어디서 오신 분이십니까?”
“아, 저는 러셀이라고 합니다. 휴버트 사형의 배려로 오늘부터 이 저택에 묵게 되었습니다.”
“곧 올라오신다는 마법사님이셨군요. 휴버트 님께 연락받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번잡한 절차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휴버트가 미리 서신을 통해 고용인에게 러셀의 존재를 알려둔 덕이었다.
“마법사님께서 사용하실 방은, 이곳입니다.”
그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방은 2층 중앙에 딸린 꽤 좋은 방이었다.
창을 여는 것만으로도 정원과 그 너머에 있는 대로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게다가 넓이 역시 사용하던 기숙사의 몇 배는 될 듯했다.
‘혼자서 쓰는 것 치곤 너무 넓은 것 같기도 한데.’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살아계실 당시 사용했던 자신의 방보다 넓은 느낌인지라 어색함을 느끼길 잠시.
이내 러셀이 아공간을 열었다.
가지고 온 짐들을 하나둘씩 풀어 놓았다.
갈아입을 로브 몇 벌과, 책 몇 권이 전부인 단출한 짐.
“음.”
그래도 제 물건을 몇 개 두었기 때문인지, 어색함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 러셀이 방에 비치된 의자 위로 털썩, 몸을 묻었다.
‘대충 정리도 끝나고, 모처럼 혼자가 되었으니-.’
이제는 지난 며칠간, 상상만 하던 일을 직접 해 볼 차례라.
“스으-.”
끌어들인 숨을 천천히 폐부 깊은 곳으로 인도하며 러셀이 정신을 집중했다.
한껏 집중력을 그러모으며 그때 그 상황과 감각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어-.
그어어어-.
귓가로 언데드들의 짐승 같은 울부짖음이 들려오는 듯하고, 오래지 않아.
심상 속에서, 수백 구에 달하는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참 동안이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이어가던 러셀이 묵은 숨을 탁, 뱉어냈다.
“하-.”
천천히 눈을 반개하며 작게 고소했다.
“역시, 마음먹은 것만큼 쉽게 되지는 않아.”
오랜 시간 집중해왔다는 것을 증명하듯, 머리칼은 물론이거니와 셔츠의 가슴께가 땀에 축축하게 젖어 있는 모습.
그럴 만도 했다.
심상 속에서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완전히 달랐으니까.
현실에서는 고작해야 한 시간 남짓이 지났을 뿐이지만,
러셀은 그 속에서 몇 날 밤이나 되는 순간을 언데드들과 치고 박다 돌아왔으니.
허나 고작 한 번 실패했다고 물러날 만큼, 러셀은 포기가 빠른 인간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한 번으로 안 될 건 알고 있었어.’
그렇다면 열 번이든 백 번이든.
하루건, 한 달이건, 일 년이건.
계속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수밖에.
‘자, 다시 집중하자.’
정신력이 조금 회복된 것을 느끼며, 러셀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눈을 감기 무섭게, 러셀의 의식이 언데드 무리들 속으로 떨어졌다.
그어-.
.
.
그로부터 몇 시간.
한껏 과열된 써클이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큭!”
그런 가운데 러셀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의 전신은 이미 상하의 가릴 것 없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무겁게 늘어진 지 오래.
게다가 많은 집중력을 소비했기 때문에 얼굴 역시 피폐하기 그지없었다.
눈두덩의 다크써클은 광대까지 내려와 있었고, 코끝에는 살짝 빨간 빛이 비치고 있는 모습.
게다가, 입술은 가뭄의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은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오늘은 이쯤하고 쉬자라는 말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고지를 눈앞에 둔 것만 같은 감각이 연이어 찾아왔기에.
그 순간.
“윽-.”
한껏 과열된 마나가 당장에라도 터져나갈 것처럼 격랑 친다.
이대로 두었다간 가진 마나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갈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여파만으로 저택 전체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었던바.
‘일단은 여기서 잠시 멈춰야…….’
다급하게 써클의 회전을 멈추려 했다.
그 순간, 화악!
당장 분출되어도 이상할 것 없던 마력이 그 자리에서 안정되기 시작한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마력양이 대폭 상승하기까지.
순수하게 마력양만 따지면 ‘5써클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의 마력.’
그 순간, 러셀은 확신했다.
몇 시간 아니, 심상 속에서 셀 수 없이 반복되는 전투 끝에.
비로소 성공했노라고.
그때의 그 감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이 감각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언젠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터.
그렇게 생각하며 러셀이 천천히 눈을 떴다.
일어난 변화의 상태를 유지하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맞은편에 놓인 거울에 비친 자신과 눈이 마주쳤고.
“……!?”
시간이 정지하기라도 한 듯, 러셀의 몸이 굳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기억하고 있던 외견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붉은색의 뿔과 호박색의 눈동자.
알림음이 들려왔다.
[자력으로 용인화(龍人化, Turn Dragonian)에 성공하셨습니다.] [현재의 수준에 맞춰, 용의 뿔이 발현됩니다.] [용인화가 유지되는 동안, 상급 화염 속성 이해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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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13]…….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