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71
71화
EPISODE.36
드래곤 피어를 거둬들이기 무섭게, 키메라 화(化)한 사교도가 포효를 토해냈다.
“□□□□□□-!!”
듣는 이의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대기가 요동칠 정도로 커다란 포효.
귓전을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에 러셀이 인상을 찌푸렸다.
‘자극 받은 건가?’
평범한 생물이라면, 드래곤 피어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사교도, 그것도 제 몸을 완전히 키메라로 개조한 사교도였다.
겁을 먹기는커녕 투지를 불태운다 한들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애당초 드래곤 피어에 노출된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았을뿐더러.
‘내가 가진 드래곤 피어는 진짜의 그것과는 비교조차 안 되겠지.’
어쩌면 키메라 화(化) 과정에서 몬스터의 세포가 일부 지능을 갉아먹었을지도 모르고.
“□□-!”
러셀의 추측대로.
사실 자신의 몸을 전신 키메라로 개조하는 것은 사교도들 사이에서 그리 각광받는 방식이 아니었다.
설혹 개조한다하더라도 일부에서 그치는 정도가 대부분.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 개조를 통해 단기간에 압도적으로 강해지는 것은 가능했으나, 반대로 그 한계 또한 명확했던 것이다.
그리고 러셀의 눈앞에 있는 사교도 역시, 그 한계에 봉착한 사교도였다.
“□□□□!?”
몸에 이식한 몬스터의 인자들로 인해 지능이 떨어지게 되면서 5써클이라는 경지에 갇혀버리게 된 것.
마법사란 차가운 이성과 날카로운 본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존재다.
그런 마법사들의 입장에서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는 것은 분명 지양해야 할 일이었다.
“□□□□□-! □□!!”
하물며 그것이 본능 쪽이라면 더욱더.
알 수 없는 말을 소리친 녀석이 갖은 색의 근육으로 점철된 팔을 움직였다.
중력의 일부를 움켜쥐는 것과 동시에, 세차게 휘둘렀다.
후우웅-!
강력한 충격파와 함께 중력의 사슬이 러셀의 머리맡을 스치고 지나간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더라면, 머리통이 통째로 날아갔을지도 모르는 위력!
허나 러셀은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이, 대수롭지 않게 공격을 받아 흘렸다.
손가락을 튕겨냈다.
따다다당-!
열 개의 손가락이 빠르게 튕겨질 때마다, 바람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4써클 마법인 윈드 커터.
날카롭게 벼려진 바람의 칼날이 녀석의 왼팔, 두족류 촉수 더미를 갈라냈다.
서걱, 서거걱-!
잘려 나간 촉수 조각과 빨판 따위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후두두둑.
직후 러셀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충격파를 겹겹이 쌓은 것과 동시에 일점에 발출했다.
무려 오중첩에 달하는 충격 마법이 터져 나가며 녀석의 가슴팍을 그대로 후려친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충격과 함께 놈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풀 플레이트 메일로 무장한 기사라 하더라도 흉부를 뼈째 짓이겨 버릴 만한 충격.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은 몸을 일으켰다.
“……□□.”
입술을 꿰매고 있는 강철 실을 징그럽게 꿈틀거리며 두 눈을 흉흉하게 빛냈다.
저만한 마법을 맨몸으로 처맞은 마법사답지 않은 대처는 둘째로 치더라도, 저걸 맞고도 움직이는 녀석의 내구성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단순히 몸이 단단하다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무언가.
오래지 않아 러셀은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재생력인가?’
우득, 우드득.
함몰되다시피 무너져 내린 녀석의 가슴팍이 다시금 제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잘려 나간 촉수 역시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트롤의 인자…….’
평범한 트롤이 아니다.
재생 속도를 보면, 꽤 고위의 트롤을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고위 트롤이라고 해도, 방금 그 공격을 정면으로 맞고 이렇게 빨리 재생할 수 있을 리가 없어.’
분명 몇 가지 수를 더했을 터.
트롤과 같이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은 몇 가지나 있었다.
‘재생력이라는 것은 결국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소비해서 벌이는 행위야.’
반대로 말하면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은 이상 소비한 만큼 채워줘야, 나중에 다시 회복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말인즉.
‘재생할 에너지가 더 이상 없을 때까지 공격하면 그만.’
물론 트롤을 사냥할 때는 권장되지 않는 방법이다.
회복력이 강한 그 피는, 마법사들에게 있어 진귀한 연구 대상 중 하나였으므로.
하지만 상대는 트롤이 아닌 사교도.
뿐만 아니라 제 몸에 몬스터를 이식한 정신 나간 사교도였다.
망설일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러셀은 즉각 다음 행동을 개시했다.
“스으-.”
5써클 마법,
레비테이션(Levitation)을 통해 공중으로 떠오른 러셀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내뱉는 숨결을 따라 용의 기운이, 거둬들였던 드래곤 피어가 다시 한번 존재감을 발산했다.
차이가 있다면 넓게 방사시키는 것이 아닌 일점에 집중시키는 형태라는 점일까.
“□…….”
일점에 집중된 드래곤 피어에 놈의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아마도 녀석의 선택은 둘 중 하나일 테지.
공포감에 몸이 둔해지거나, 그렇지 않으면…….
‘완전하지 않은 드래곤 피어에 반항을 시도하거나.’
녀석의 선택은 후자였다.
“□□□□□-!!”
직후 녀석이 자세를 낮췄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몬스터의 그것으로 이루어진 대퇴부를 크게 부풀렸다.
‘도약하려는 건가?’
쾅!
폭음과 함께 녀석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쾅, 쾅, 쾅, 쾅, 쾅!
일대를 뒤흔들리는 충격파.
무수히 많은 잔상의 선들이 사방을 가로지르며 아로새겨지기 시작한다.
지그재그를 그려내며 움직이는 잔상들.
주변의 바위나 나무 따위를 박차며 상하좌우, 어지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범인의 눈으로는 좇을 수도 없을 만큼 재빠르고 난잡한 움직임.
‘위, 아래. 아니. 이번엔 왼쪽인가?’
허나, 러셀의 두 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녀석의 움직임을 뒤쫓고 있었다.
한껏 확장된 감각이 거미줄처럼 펼쳐지며 녀석의 움직임을 읽어 들였다.
쾅-!
그리고 마침내 녀석의 신형이 위로 솟구쳤다.
사각지대에서 의표를 찌르듯, 시야의 바깥쪽에서 러셀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 순간!
-!!
허공에서 날아든 충격마법이 녀석의 몸을 그대로 지면에 메다꽂았다.
꽈릉!
충격파로 지면이 무너져 내리며 수 미터에 달하는 구덩이가 생겨난다.
박살나며 무너져 내린 잔재가 녀석의 몸을 뒤덮으며 돌가루를 피워올리고-.
“■■■■■■■■-!!”
켜켜이 쌓인 돌 구덩이 바닥에서, 녀석이 괴성을 토해냈다.
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괴성이었다.
이번만큼은 그 의미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고통-.’
하기야, 달려들던 속도 그대로 튕겨져 나갔으니. 그 충격 역시 만만치 않을 테지.
‘척추가 박살 났을지도 모르고.’
허나 러셀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충격파로 녀석이 지면에 처박히기 무섭게 연격이 준비되고 있었으므로.
화르르륵-.
러셀의 손가락을 따라 거대한 불꽃의 창이 허공에 나타난다.
5써클이 되며 소환이 한결 편해진 블레이즈 랜스.
거기에 익스플로전의 수식을 더하고 불길을 압축시킨 개량형.
그 수가 무려 열 개에 달했다.
고온의 열기로 인해 대류현상이 일어나며 러셀의 옷자락이 크게 펄럭였다.
거기까지 펼쳐내는데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창졸지간, 약 반 호흡가량.
‘흡.’
러셀은 그 위로 반 호흡의 시간을 더 투자했다.
펼쳤던 손아귀를 움켜쥐었다.
압축, 회전 가속, 관통 강화, 날카로움 등.
그리고…….
파직-!
붉은 화염 위로, 푸른 전격이 블레이즈 랜스를 휘감는다.
화력에 폭발력은 물론 뇌격까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창의 힘을 느끼며 러셀이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러셀 레이먼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마창(魔槍), 게이볼그(Gáe Bulg)
‘가라!’
-홰애애액!
명령과 함께 열 개의 마창(Gáe Bulg)이 지상을 향해 수직 낙하했다.
음속의 영역마저 넘어서는 속도에 주변의 공기가 터져 나갔다.
뻐버버벙!
열 개의 마창이 일제히 일점을 꿰뚫었다.
―!!!!!!!!!!!!!!!!!!!
.
.
콰과과과과과!
산사태가 일어난 것 같은 강력한 충격파가 베이스캠프의 터를 타고 마구잡이로 퍼져나갔다.
콰과과과과!
일대의 지면이 물결처럼 출렁이고,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갈라지며 일그러진다.
그야말로 대(大)파괴의 한 장면!
가속된 속도에서 나오는 물리력만으로도, 인간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릴 만큼의 파괴력이었다.
아니, 인간이 아니라 말을 탄 기사단의 돌격이라고 해도 한 줌 핏물로 갈아 버릴 수 있을 터!
게다가 적중한다면 집채만 한 바위조차 증발시켜 버릴 수 있는 화력을 갖추고 있기까지.
아무리 몬스터의 육체를 덕지덕지 이식했다 하더라도 견뎌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죽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재생력을 발휘할 수 없을 때까지 파괴되었을 것인즉.
부글 부글.
그 말이 거짓이 아니듯, 열 발의 마창이 때려 박힌 구덩이가 뜨겁게 끓어올랐다.
구덩이를 뒤덮고 있던 바위들이 질펀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
“보버-.”
그 광경에 사교도 사내, 위가든이 대경하며 소리쳤다.
“-트!?”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닥에서 치솟아 오른 얼음이 그의 한쪽 팔과 다리를 결박했다.
어느새 일대를 장악한 빙판, 그를 통해 펼쳐낸 아이시클 리스트릭션(Icicle Restriction).
“동료에게 신경 쓸 틈도 있고, 여유로우시군요.”
앨런이 새하얀 숨결을 토해냈다. 한기 섞인 숨결이었다.
“이 애송이 놈이…….”
자신의 팔과 다리를 파묻은 채 꽝꽝 얼어붙은 고드름의 모습에 위가든이 이를 갈았다.
‘이까짓 얼음의 속박, 화염 마법으로 녹여 버리면…….’
그보다 먼저 주변의 온도가 내려갔다.
한쪽은 불길에 땅이 녹아내리고, 다른 한쪽은 바닥이 얼어붙어 빙판이 되다니.
이것이 바로 벽을 넘어섰다고 평가받는 5써클 워 메이지들의 전투다.
똑같은 익스퍼드 급의 검사라고 해도 수련과 노력의 정도에 따라 완성도가 다르듯, 마법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쩍, 쩌적-.
팔다리를 속박한 고드름을 따라 성에가 일기 시작하더니 한기가 몸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쩍, 쩌저적-.
정신이 흐트러지는 고통에 위가든이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사지가 급속도로 동결되는 고통은 쉬이 참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제로 팔을 빼내려 한다면, 이대로 박살 나버릴 테지.
“흐아아-!”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비명에 마음이 급해진 것은 사교도 여인, 힐라였다.
‘위가든 뿐만 아니라 보버트까지 당했다고?’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자신들이 궁지에 몰릴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던 그들이다.
앨런 페이지가 합류하는 상황까지는 예상했지만, 러셀에게서 유물을 빼앗고 도망가는 것까지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전부, 전부 저 꼬맹이 때문이야.’
러셀을 노려보던 그녀의 눈가를 따라 귀화가 타올랐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들의 계획이 일그러지기 시작한 모든 요소에 바로 저 꼬마 놈이 있었다.
4써클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5써클의 벽을 넘어선 마법 수준.
거기에 더해 갓 벽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압도할 정도의 완성도라니!
‘저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4써클이었던 꼬마의 실력이라고!?’
저도 모르게 손끝이 벌벌 떨렸다.
낭떠러지의 끝에 서, 천장단애의 아래쪽을 바라보는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다.
이 공포감이 재능의 차이에서 발호 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무엇인가에서 발호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상대가 저 둘이 아닌, 눈앞의 발굴 마법사라는 사실이 뼈저리도록 감사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 역시 저 둘과 같은 꼴이 되었을 터.
보버트와 위가든, 둘 중 하나가 무너지면 그다음은 자신의 차례일 것이 분명했다.
‘도망쳐야 해.’
더 이상 승산은 없었고, 동료애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리며 표독스럽게 소리쳤다.
“꺼져, 이 늙은 아저씨야!”
내뻗어진 양팔을 따라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박쥐 떼가 쏟아져 나온다.
푸드덕.
쯔쯔쯔쯔쯧-!
“헛!‘
수십, 수백에 달하는 박쥐 떼가 한순간 슈피겔만의 시선을 가렸고, 탓!
힐라가 몸을 틀었다.
일 초의 주저함도 없이 도주를 시작했다.
‘나 혼자……. 나 혼자만이라도 살아남아야 해!’
그로부터 채 스무 걸음도 멀어지기 전에, 새하얀 벼락이 그녀의 정수리를 관통했다.
번쩍!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