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78
78화
EPISODE.39
마력을 불어 넣으면 심장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그 알림에 러셀이 멈칫했다.
손이 닿는 순간 모습이 바뀌었더라면, 다리아에게 변명할 거리가 없었을 텐데.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건가.’
어쨌건 간에, 이 말라빠진 심장의 모습이 아닌 진짜 모습이 따로 있다는 말.
그 사실을 기억해두며 러셀이 용종의 심장을 챙겨 들었다.
‘으음.’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러셀이 저 심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녀로서도 알 도리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그녀가 보기에 저것은 쓰임이 다한 물건이라는 점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심장이 왕궁의 보물고에 보관되어있는 것은…….’
기록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상위 용종의 심장이라는 점에서였을 뿐.
혹시 모를 가능성을 고려해 보관해놓았을 뿐, 달리 이렇다 할 특별한 힘이 없다는 말이다.
“막내야.”
그렇기에 러셀을 향해 충고했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한번 결정한 물건은 추후 다른 것으로 교환할 수 없단다.”
이곳은 동네 구멍가게가 아닌, 왕궁의 보물고였으니까.
다시 한번 고민해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충고였다.
그 충고에 러셀이 답변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다른 여러 물건들 역시 탐이 나긴 했지만, 처음부터 목표로 했던 것은 이 심장이었기에.
확고하기까지 한 러셀의 답변에 다리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까지 아무도 그 쓰임새를 파악하지 못한 심장이거늘…….’
설마 저 아이가 쓰임새를 알고 있기라도 한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아도 많은 신비를 간직한 아이였으므로.
남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 한두 가지를 더 알고 있다 하여 이상할 것은 없을 터.
“그것이 막내, 네 결정이라면.”
왕궁에는 그렇게 보고하도록 하마, 그렇게 말하며 다리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마침내 러셀이, 용종의 심장을 손에 넣는 순간이었다.
* * *
왕궁을 빠져나와, 저택으로 돌아온 러셀은 그 길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5써클이 된 후, 마탑에서 아공간 주머니를 받았지만, 아무래도 이쪽이 좀 더 편했다.
오랫동안 사용해 손에 익은 탓이겠지.
‘보관 용량도 인벤토리 쪽이 더 넓기도 하고.’
달그락-.
인벤토리에서 꺼내 놓은 물건은 총 셋.
그중 심장을 제외한 둘은 같은 종류의 물건인, 마력 상승의 비약이었다.
세 개의 물건을 내려놓고 응시하길 얼마간.
러셀은 먼저 용종의 심장을 집어 들었다.
다 말라비틀어진 심장의 촉감을 느끼며 써클을 회전시켰다.
우우우웅-.
낮은 소성과 함께 웅혼한 마력이 손끝을 통해 심장 속으로 흘러들기 시작한다.
흘러든 마력의 양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워낙 약해진 심장이라, 한 번에 많은 양의 마력이 밀려들면 손상이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변화가 일어난 것은 잠시 후였다.
‘읏-!’
일정량의 마나가 흘러든 직후, 러셀의 손끝을 따라 방사되는 마력의 양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늘어나기 시작했다.
러셀의 의지가 아니었다.
‘심장이, 마력을 끌어당기는 건가?’
한 호흡도 되지 않는 순간에 대량의 마력이 빠져나갔다.
뒤이어 커다란 공복감과 함께 강렬한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그렇다고 손을 뗄 수도 없다.
아교로 붙여 놓은 것마냥, 심장과 맞닿아 있는 손끝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강제로 손을 뗐다간, 심장은 물론 스스로의 안위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심장은 러셀의 마력을 게걸스럽게 탐하는 와중이었으니.
‘큭-.’
러셀이 이를 악물며, 침음을 흘렸다.
어차피 떼어낼 수 없다면-!
‘끝까지 가는 수밖에!’
러셀의 두 눈이 형형한 빛을 발했다.
네가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어디 한 번 해보자.’
주인의 의지에 호응하듯, 러셀의 써클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콰우우우우-.
다섯 개의 써클이 일제히 포효했다.
그와 함께, 지금까지보다 훨씬 거대해진 양의 마력이 심장을 향해 쏟아져 들어간다.
대기에 섞인 마력이 거칠게 요동칠 만큼 사나우면서도 거침없는 모습.
화아아악!
이후 이어진 것은, 러셀과 심장 간의 줄다리기였다.
러셀의 마력이 소비되는 것이 먼저인지.
그렇지 않으면 심장이 마력 빨아들이길 멈추는 것이 먼저인지.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들이붓는 감각 속에서, 러셀이 정신을 붙잡았다.
‘흐읍!’
있는 힘을 다해 심장을 향해 마력을 불어 넣었다.
변화가 일어난 것은, 러셀의 마력이 바닥을 보이기 거의 직전의 순간이었다.
화악-.
환한 빛이 심장을 휘감는다 싶더니, 꼼짝도 하지 않던 손이 저절로 떨어져 나온다.
이제 끝인 건가?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이 스쳐갔고, 뒤이어 전격이 쏟아졌다.
파짓, 파지지짓.
환한 빛과 작은 스파크에 둘러싸인 심장의 외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모습을 드러낸 것, 그것은 푸른색으로 번쩍이는 거대한 뿔이었다.
[용종의 심장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잊혀진 왕의 뿔(벼락의 정화)]“잊혀진 왕의 뿔.”
러셀이 그 이름을 곱씹었다.
불의 정화에서, 벼락의 정화로 바뀌기는 했지만 분명 한 번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분명 폼페이오 산에서 봤던 뿔 역시 잊혀진 왕의 뿔이었지.’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용들의 왕이자 신, 용신왕.
그리고 잊혀진 왕의 뿔.
분명해 보이는 연관성을 확신하며 러셀이 손을 뻗었다.
‘지난번 얻었던 뿔은 몸속에 흡수가 되었었는데…….’
과연 이번에는 어떨지.
파짓, 손끝이 닿자 작은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살짝 따끔한 감각과 함께 미미하게나마 마력이 흘러드는 것이 느껴진다.
‘역시나.’
이번의 뿔 역시 흡수할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눈앞의 뿔은 벼락의 속성을 가진 영초나 영약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한 셈이 아닐까?
참 시답잖은 생각이라고 여기며, 러셀은 우선 인벤토리를 열었다.
뿔을 인벤토리 속에 집어넣었다.
당장 흡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이 녀석은 메인 디시.
그전에 먹어야 할 오르되브르(HORS-D’ŒUVRE)가 남아 있었다.
‘마력 상승의 비약.’
캬륵-?
뿔이 내뿜었던 환한 빛에 눈을 뜬 것인지,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페퍼가 슬그머니 러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척-.
책상 위에 내려서며 뿔이 있던 자리 부근을 맴돌 길 얼마간, 옆에 놓인 마력 상승의 비약을 향해 코를 킁킁거렸다.
“먹고 싶어?”
캬륵-.
러셀의 물음에 페퍼가 짧은 목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인다.
거절의 의사.
마력의 향이 느껴져 관심을 가졌을 뿐. 딱히 먹고 싶은 생각은 없는 듯했다.
갸르륵-.
그런 페퍼의 목덜미와 턱을 한 번 쓰다듬으며, 러셀이 단약 두 알을 집어 들었다.
메인 디시를 먹기 전, 입가심 요리를 대하듯 가볍게 입안에 털어 넣었다.
화아악.
* * *
파짓-.
손가락 마디 두어 개 정도로 작은 뇌전이 쉬지 않고 피어올랐다.
그때마다 러셀의 머리칼이나 옷자락 따위가 뇌전의 반동에 가볍게 튀어 오른다.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퍼져있는 전격.
허나 정작 그 그물망의 한복판에 앉아 있는 러셀의 상태는 편안하기 그지없다.
뇌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은 모습.
아니 오히려 전격이 러셀의 통제하에 있는 것만 같았다.
스읍.
숨을 들이쉴 때마다 뇌전의 크기와 양이 가라앉기 시작하고, 다시 내쉴 때마다 늘어나는 것이 그 증거라.
스으읏-.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잊혀진 왕의 뿔(벼락의 정화)를 한계치까지 흡수하셨습니다.] [흡수 가능한 한계를 넘어선 마력은 잠재력 속에 깃들 게 됩니다.] [이 잠재력은 언제고 각성의 순간 깨어나 당신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중급 전격 속성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중급 전격 속성 이해도가 한계치에 다다르며 상급 전격 속성 이해도로 변화합니다.]연달아 들려오는 알림의 내용을 확인하며 러셀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써클링 작업을 통해, 아직 갈무리되지 않은 마력을 마저 갈무리하며 생각했다.
‘확실히, 처음 뿔을 흡수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편하고 쉬워.’
처음 붉은 뿔을 흡수했을 때는,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에 까무러치기까지 했었는데.
그때와 비하면 자신이 가진 마력양이 배 이상 늘어난 덕이겠지.
어쩌면 벽을 넘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간에, 뿔 속에 깃든 마나를 흡수하는 것은 이걸로 끝.
우우웅-.
가볍게 마력을 휘돌리자, 전보다 훨씬 거대해진 다섯 번째 원의 존재가 느껴졌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거의 삼분지 일 정도가 채워졌을 정도.
5써클에 올라선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양이지.’
놀라운 점은 이 마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흡수 가능한 한계를 넘어선 마력은 잠재력 속에 깃들게 되고, 각성의 순간에 깨어난다-라.’
처음 이 알림을 확인했을 때만 해도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각성의 순간이란, 용인화를 사용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겠지.’
실제로 완전 용인화를 했을 땐 이마에서 붉고 반투명한 뿔이 자라나기도 했으니까.
‘이번엔 푸른색 뇌격의 뿔도 자라날지 모르겠어.’
거기에 눈동자와 송곳니까지 변한다면-.
‘적어도 얼굴만큼은 완벽한 반인반용의 모습이 되겠군.’
남들에게 쉬이 드러내기 어려운 모습에 한차례 쓰게 웃은 러셀이 천천히 눈을 떴다.
마지막 남아 있던 한 가닥의 마나까지도 완전히 정리가 끝난 참이었다.
츠츠츠츳-.
뇌광의 여파처럼 보이는 푸른빛이 눈가를 따라 흘러나오길 일순간.
이내 러셀의 두 눈이 본래의 색을 되찾고.
“음?”
자신의 방을 둘러보던 러셀이 의문성을 흘렸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방 내부지만, 한 가지가 이상했다.
책상 위에 올라가서 잠을 자고 있던 페퍼의 몸이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져 있었다.
본래가 작은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크기였으면 지금의 모습은 그야말로 황소…….
‘아니 외형이 용종이니, 와이번이라고 해야 하나?’
달라진 것은 크기만이 아니었다.
기존에 있던 둥글둥글함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전보다 훨씬 날렵해진 외견과 탄탄한 근육이라.
게다가 작기만 하던 두 쌍째의 날개는 어느새 완전히 자라나 있었다.
우즉-.
덩치가 커지며 무게 역시 함께 늘어난 것일까.
아래에 깔려 있는 목제 책상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삐걱거린다.
그 모습에 일순 혼란을 느낀 러셀이 곤히 자고 있던 페퍼를 깨웠다.
“페퍼?”
계약자의 부름에 잠에서 깨어난 페퍼가 앞발로 자신의 두 눈을 비볐다.
그것도 잠시.
갸륵?
어쩐지 달라진 것만 같은 자신의 눈높이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내 당황 어린 눈으로 제 몸과 러셀의 얼굴을 번갈아 보길 얼마간, 그보다 한 박자 늦게.
‘성장’과 ‘진화.’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페퍼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득, 우지직-.
간신히 버티고 있던 책상이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우지끈, 쾅!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