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01
▣ 101화. 북부대공과의 싸움 (2)
“미치셨습니까, 형님?!”
시구르드가 반응하기도 전에, 이바르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와 싸우겠다니요? 정말로 미쳐 버리신 겁니까?!”
“그, 그렇습니다, 카이트 님.”
아그나르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카이트 님은 단순히 대련을 해 달라는 의미에서 말씀하신 거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공 전하를 상대로 그런 소리를 하시면 안 됩니다.”
“게다가 분노검 그람을 들고? 이건 카이트 형님 본인도 검을 들고 싸우겠다는 말씀이시겠죠? 그런 말을 꺼내는 시점에서 형님이 반역의 뜻이 있는 걸로 의심당하게 됩니다!”
두 사람 다 격한 반응을 보였다.
내가 시구르드에게 한번 싸워 달라고 부탁한 게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 다, 조용히 해라.”
“대공 전하, 하지만……!”
“아버지……!
“조용히 하라고 했다.”
시구르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카이트.”
“네, 아버지.”
“그게 네 대책이냐?”
“그렇습니다.”
엘드리트 등의 용공작들을 상대하기 위해.
나는 시구르드와 직접 부딪혀 봐야만 했다.
“…….”
시구르드는 잠시 내 얼굴을 응시했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카이트.”
“아버지!”
“대공 전하!”
경악하는 이바르와 아그나르 앞에서 시구르드가 천천히 일어섰다.
“따라와라.”
그렇게 짧게 내뱉고, 시구르드는 막사 바깥으로 나갔다.
* * *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황야.
그곳에서 나는 시구르드와 대치했다.
구경꾼은 없었다. 시구르드가 일부러 인적 없는 곳을 지정했기 때문이다.
내가 시구르드에게 도전했다는 걸 숨겨 주려는 배려심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충돌하는 모습 자체를 다른 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러면…….”
“카이트.”
허리에 찬 발뭉을 뽑으려 했을 때, 시구르드가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발뭉을 넘겨라.”
“네?”
발뭉은 내 소유물이 아니지만, 이바르에게 정식으로 빌린 것이다.
왜 발뭉을 내놓으라는 걸까.
“너는 나한테 그람을 들고 싸워 달라고 했지.”
“맞습니다.”
“하지만,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그람이 아니라 발뭉일 텐데.”
“…….”
그 말을 듣고.
나는 시구르드가 내 의도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맞는 말씀입니다.”
발뭉을 시구르드에게 넘기고, 그 대신 칼라드볼그를 뽑았다.
“그람, 발뭉, 노퉁… 이것들은 에인헤랴르의 역대 시구르드들이 입수했던 신화병장이다.”
시구르드는 그람을 허리에 찬 채 발뭉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평소 시구르드는 그람을 사용했고, 발뭉은 이바르에게 맡겨 두고 있었지만… 줄곧 발뭉을 사용해 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노퉁은 엘드리트가 에인헤랴르를 떠날 때 가져갔기 때문에, 현재는 그람과 발뭉만이 남은 상태다. 초대 시구르드의 검이었던 그람은 시구르드의 이름을 이어받은 사람이 항상 들고 다니도록 되어 있지만, 발뭉은 되도록 다른 사람이 들고 다니도록 하고 있지.”
“어째서입니까?”
“배신자 하겐이 당시의 시구르드를 죽일 때 발뭉을 빼앗아 사용했다는 일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시구르드가 발뭉을 직접 들고 다니면 가신에게 빼앗겨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미신이 생겼지.”
“그렇게 발뭉을 불길하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 자체도 꺼림칙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네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래도 전통이니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시구르드는 발뭉을 치켜들었다.
“원래 발뭉은 내가 젊었던 시절에 사용했던 검이다.”
“에인헤랴르 대공이 되기 전에 사용하셨던 거군요.”
“그렇지.”
그 순간.
발뭉의 칼날에 흑색의 오러가 전개되었다.
“아직이다.”
쉬이익!
일렁이던 오러가 단단히 응축되었다.
흑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된 것이다.
“…….”
차르노보그도 시커먼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긴 했다.
하지만 시구르드의 오러 블레이드하고는 분명 수준 차이가 있었다.
어쩌면 차르노보그도 시구르드의 오러 블레이드를 흉내 낸 거였을지도 모른다.
“오러를 한계 이상 응축시키면 색이 어두워진다. 특히 발뭉을 사용하면 이런 색이 되지.”
“빛을 완전히 빨아들이는 것 같은 흑색이군요.”
흑색, 아니 순흑(純黑)의 오러 블레이드.
그것은 음중지음(陰中之陰)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었다.
오행 이론에서 음중지음은 수(水)이며 흑(黑)이기 때문이다.
‘시구르드도 발뭉이 음(陰)의 성질을 띠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는 건가?’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닐 터.
나는 칼라드볼그를 든 채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뇌기(雷氣)를 발생시켰다.
“그것이 칼라드볼그의 힘인가.”
번개가 파직거리는 걸 보면서 시구르드가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힘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군.”
“맞습니다.”
“카이트.”
시구르드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네가 원하는 건 단순히 나와 대련을 하는 것이 아니다.”
“…….”
“내가 신화병장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겠지.”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내 생각을 시구르드가 모조리 이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직접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이해해 주니 편하긴 한데.’
예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나하고 시구르드는 좀 통하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성격 자체는 별로 비슷하지 않지만…….
“너는 신화병장의 힘을 제대로 끌어내서 써야 용공작들에게 대항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을 것이다.”
“네, 맞습니다.”
그렇다.
8갑자 내공을 달성하고 현경에 도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것도 나에게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엘드리트가 신화병장인 노퉁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어너 가문의 모리안 공녀가 극창(棘槍) 게 볼그를 사용하는 모습을 봤지만,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게 볼그는 에인헤랴르의 신화병장들하고는 계통이 달라서 도움이 안 됐을 거다. 검이 아니라 창이기도 하고.”
“그렇군요.”
“내가 너한테 발뭉의 힘을 끌어내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말로 전수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네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체험해 보는 게 가장 빠르겠지.”
그냥 시범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해 진지하게 공격하는 모습을 정면에서 보고 싶었다.
모리안은 게 볼그를 몇 년 동안 사용하면서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카이트, 신화병장에는 에테르가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에테르의 진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그렇습니까?”
“본래 에테르는 무속성의 힘이다. 하지만 신화병장이라는 형태에 속박된 탓에 특정 속성에 치우친 성질로 발현되는 경향이 생겼지. 칼라드볼그가 번개의 속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말이다.”
일리 있는 설명이었다.
지난번에 듣기로 에테르는 특별한 속성이 없는 힘이라 했는데, 칼라드볼그나 발뭉은 명백히 특정한 힘에 반응하고 있었으니까.
“발뭉은 얼음, 그리고 어둠의 속성을 지닌다.”
“얼음과 어둠…….”
“황금색 손잡이의 찬란한 검인 발뭉이 그런 속성을 지닌다는 게 의문스럽겠지. 하지만 발뭉을 만든 니벨룽 족은 추운 지하 세계에서 생활하는 난쟁이들이었다.”
그 순간.
순흑의 오러 블레이드에서 변화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주위에서 변화가 있었다.
칼날에 정교하게 응축된 오러 블레이드 주위에서…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카이트, 경고하겠다.”
공격을 예고하며, 시구르드가 말했다.
“힘 조절은 불가능하다.”
“…….”
“그러니, 네가 알아서 버텨야 한다.”
말을 하는 도중에도, 발뭉 주위의 공간이 계속 일그러지고 있었다.
“버티지 못한다면, 너는 죽을 것이다.”
부정(父情)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한 말.
“내 공격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 못 된다면, 어차피 나중에 용공작들에게 목숨을 잃게 될 터.”
“…….”
“네가 용공작들에 대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증명하려면… 버텨 봐라.”
그 직후.
시구르드가 발뭉을 휘둘렀다.
결코 검이 닿을 수 없는 거리였다. 그렇다고 해서 오러 블래스트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순흑의 참격(斬擊)이 세상을 갈랐다.
* * *
멀리서 느껴지는 기척에 아그나르는 숨을 삼켰다.
지금 아그나르가 있는 곳하고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기척만 느껴도 알 수 있었다.
‘대공 전하가 발뭉으로 순흑의 오러 블레이드를 펼치셨다!’
어쩌다가 그람이 아니라 발뭉을 사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건 발뭉의 진짜 힘을 발휘했을 때 들리는 소리였다.
카이트가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리 없으니, 시구르드가 한 게 분명하다.
‘대공 전하는 카이트 님을 죽이시려는 건가? 대체 무슨 생각이시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긴 했다.
하지만 설마 시구르드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가만있자… 혹시 용공작들에게 대적할 힘이 있는지 시험해 보시려는 건가?’
그런 거라면 그나마 납득이 된다.
시구르드의 일격을 받아 낼 수 있으면, 용공작들과의 싸움에도 승산이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카이트가 제대로 받아 내지 못한다면, 그냥 죽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시구르드가 발뭉의 힘을 제대로 끌어내서 쓴다면 정말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공 전하가 순흑의 오러 블레이드를 펼친 채 발뭉의 힘을 끌어내면…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흑빙(黑氷).
자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흑색의 냉기가 세상을 뒤덮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얼려, 정숙한 세계를 만든다.
‘강대한 육체를 지닌 드래곤조차…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해치울 수 있을 정도야.’
드래곤이 단단한 가죽 위에 오러를 전개해도 소용없다.
아무리 방어력을 끌어올려도, 순흑의 냉기가 모든 것을 얼려 버리니까.
‘아무리 카이트 님이 강하더라도, 그 공격을 막아 낼 수는…….’
아그나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전히 카이트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지만, 그 실력과 잠재력은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카이트가 시구르드의 공격을 막아 내다가 불구라도 되면… 에인헤랴르에게는 큰 손해가 된다.
‘젠장……!’
결국 아그나르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접근하지 말라고 시구르드가 경고했지만,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이바르 님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는데, 카이트 님 때문에 대공 전하를 거역하게 되다니……!’
이를 갈면서 전력을 다해 움직였다.
아그나르의 속도라면 시구르드가 카이트에게 공격을 펼치기 직전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공 전하! 제발 멈추십시오……!”
그렇게 소리치면서, 언덕을 뛰어넘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그나르의 눈앞에 예상 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
이미 시구르드는 공격을 펼친 뒤였다.
황야가 완전히 얼어붙어 있어, 발을 들이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카, 카이트 님!”
그 너머에서.
카이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칼라드볼그를 지팡이 삼아 버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주위 흔적을 보면 시구르드의 공격을 받은 게 분명한데… 상처 하나 없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카이트.”
시구르드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을 한 것이냐.”
“……?!”
“칼라드볼그로 뇌전의 힘을 발휘한 것 같은데, 구체적인 건 알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경악스러운 말이었다.
지금 시구르드의 질문은… 자기 공격을 어떻게 버텼냐고 카이트에게 물은 것이었다.
‘대, 대공 전하가, 상대방의 기술을 꿰뚫어 보지 못해서, 질문을 던진다고?!’
깊은 깨달음을 얻어 에인헤랴르 최강의 검사로 군림하고 있는 시구르드가… 서른도 안 된 애송이에게 가르침을 청한 것이다.
“아니, 알려 주지 않아도 된다.”
시구르드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나 스스로 탐구해 보겠다. 그게 더 의미 있는 일이겠지.”
“……!”
대체 여기서 얼마나 높은 수준의 공방이 이루어진 걸까.
아그나르도 소드 마스터로서 상당히 높은 경지에 올라 있었지만… 시구르드와 카이트 사이에서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높은 경지의 교감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남쪽으로 돌아가라, 카이트. 너에게 주어진 장소에서 용공작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해라.”
시구르드가 손에 들고 있던 발뭉을 땅에 꽂은 뒤, 카이트에게서 등을 돌렸다.
“놈들을 쓰러뜨리고…….”
뒷모습을 보인 채 걸어가며, 시구르드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에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자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해라.”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지탱하고 있던 카이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