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1
▣ 11화. 전장을 질주하라 (4)
킹 리자드맨.
놈이 다른 리자드맨보다, 하이 리자드맨보다 강하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몸집뿐만 아니라 근력도 민첩성도 우월했다.
‘하지만, 쓰러뜨릴 수 없는 상대는 아니다.’
콰직!
킹 리자드맨이 휘두른 글레이브가 근처에 있던 목책을 부쉈다.
나를 향해 휘두른 것이었지만, 내가 간발의 차이로 피했기 때문에 애꿎은 목책만 부서졌다.
“크워워워……!”
킹 리자드맨이 기합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글레이브가 적색 기운으로 물들었다.
‘검기(劍氣), 아니, 오러인가?’
아까 킹 리자드맨은 마력을 실은 화살을 날렸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글레이브의 칼날에 마력을 전개한 것 같았다.
“너의 피와 살을 취하겠다, 하찮은 포유류여.”
붉게 빛나는 글레이브.
그 오러는 6서클의 소드 엑스퍼트인 프리드레이프의 것을 능가했다.
“너의 빈약한 오러는 내 오러 앞에서 산산이 흩어질 것이다.”
“글쎄, 과연 그럴까.”
나는 칼끝을 가볍게 흔들면서 대꾸했다.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건방진 것……!”
쿵!
땅을 박차며 킹 리자드맨이 나를 향해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이번에 나는 피하지 않았다.
정확한 자세를 잡은 채, 검을 휘둘렀을 뿐이다.
고작 30년 내공에 불과한 어기충검으로, 6서클을 능가하는 마력의 오러를 받아쳤다.
* * *
“알비스 경의 기사대를 도와라! 함정에서 벗어날 시간을 벌어야 한다!”
“네, 프리드레이프 님!”
프리드레이프의 임시 기사대는 중앙에서 함정에 빠져 있던 알비스 기사대를 구원하려 했다.
원래 알비스 기사대는 상당한 정예부대였지만, 리자드맨을 너무 얕본 나머지 위기에 처해 있었다.
‘카이트 형님이 뛰어들어 적진을 유린해 주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전멸했을 거다!’
카이트의 돌파 덕분에 리자드맨들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덕분에 프리드레이프가 알비스 기사대를 구원할 여유가 생겼다.
‘킹 리자드맨이 나타난 이상, 빨리 후퇴하는 게 최선이다.’
킹 리자드맨은 하이 리자드맨보다 훨씬 강력한 개체다.
6서클의 소드 엑스퍼트인 프리드레이프나 알비스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
빨리 여기서 후퇴한 뒤 원군을 불러야 한다.
‘기사단을 투입해야 해. 3개 기사대로는 어림도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프리드레이프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제는 카이트도 적진에서 이탈할 때가 되었다.
카이트를 돕기 위해 어윈과 모르트를 보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형님이 무사히 이탈할 수 있도록, 전방에도 원군을 보내 줘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프리드레이프는 마력으로 시력을 강화했다.
카이트가 어디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프리드레이프의 시야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
킹 리자드맨이 휘두르는 붉은색 오러의 글레이브.
그걸 카이트가… 백색의 오러를 전개한 검으로 당당히 받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뭐냐?!”
쿠쿵!
글레이브와 장검이 충돌했다.
충돌할 때마다 붉은 불꽃이 주위에 흩날렸다.
글레이브의 적색 오러가 흩날리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오러가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냐?!”
“그래, 오러가 서로 부딪혔을 때는 강한 오러가 약한 오러를 날려 버리는 모양이군.”
내 어기충검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있었다.
30년의 내공이 거의 균등하게 칼날 전체에 퍼져 있는 상태였으며, 킹 리자드맨의 글레이브와 부딪힐 때도 전혀 흩어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인간!”
“기(氣)를 다스리는 기술의 차이다.”
“뭐라고?!”
“설명해 줘도 모르겠지.”
딱 보니 알 수 있었다.
킹 리자드맨이 사용하는 오러는 매우 투박했다. 조잡하다고 말해도 됐다.
몇 갑자 내공을 갖고 무식하게 어기충검만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만약 저걸로 검강을 전개하거나, 하다못해 검기로 만들었다면 내가 상대할 수 없었겠지만… 그냥 무식하게 마력만 쏟아붓고 있는 것이니, 내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물론, 정면에서 충돌하면 내가 밀린다.’
무식하게 맞받아치면 내 검이 부러질 것이다. 내 팔까지 부러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칼날이 충돌하는 순간, 그 충격을 분산시켜 주위로 흩어 버릴 필요가 있었다.
킹 리자드맨이 검법에 조예가 있었다면 칼날이 부딪힐 때마다 내가 미세하게 손목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겠지만… 이 녀석의 안목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이 녀석의 오러 자체도 흐트러뜨린다.’
파앙!
칼날과 칼날이 충돌한 순간, 또다시 킹 리자드맨의 적색 오러가 주위로 흩어졌다.
그 덕택에 킹 리자드맨의 오러는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경악하는 킹 리자드맨.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무지 통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글레이브를 휘둘러 댔다.
“대체 이게 뭐냐! 왜 내 오러가 흩어지는 거냐!”
“궁금한가.”
쿠쿵!
강렬한 일격에 킹 리자드맨의 붉은색 오러가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글레이브에 쩍쩍 금까지 가는 걸 보고 킹 리자드맨이 눈을 크게 떴다.
“수라무산식(修羅霧散式)이라 한다.”
수라무산식.
그것은 본래 검강을 펼치는 고수를 상대하기 위한 무공이었다.
검강과 검강이 부딪치는 순간, 이쪽의 강기를 상대방의 강기 사이로 침투시켜 순간적으로 검강을 흐트러뜨려버리는… 흑사련의 비술(秘術).
지금 나도 킹 리자드맨도 검강을 쓰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원리는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다.
서로 어기충검 수준의 힘만 발휘하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경악하는 킹 리자드맨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오러를 잃은 글레이브를 쳐서 날려 버린 뒤, 그대로 도약.
“말했었지.”
허를 찔린 킹 리자드맨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내뱉었다.
“네가 나를 두 조각 내는 것보다, 네 머리통이 두 조각 나는 게 더 빠를 거라고.”
“……!”
콰직!
내공이 실린 칼날이 킹 리자드맨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 * *
“도마뱀들의 우두머리가 쓰러졌다!”
“놈들이 혼란에 빠졌다! 반격! 반격이다……!”
킹 리자드맨이 쓰러지자 리자드맨들은 크게 동요했다.
처음에는 기사들 못지않게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여 줬지만, 순식간에 오합지졸이 되어 버렸다.
“발레드 경이 하이 리자드맨 한 마리를 쓰러뜨렸다!”
“밀어붙여라! 우리가 이길 수 있다……!”
기사들이 리자드맨들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나는 천천히 운기조식을 했다.
‘아슬아슬했군.’
몸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킹 리자드맨은 지금의 내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강한 상태였다.
‘만약, 킹 리자드맨이 오러를 좀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면 내가 졌을 거다.’
킹 리자드맨은 누군가에게 정식으로 오러를 배운 게 아니다. 본능에 의거해 오러를 사용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러를 구축하는 기술이 조잡했고, 내가 오러를 흩트려 버리자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만약, 상대가 제대로 오러를 수련한 인간이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수라무산식으로 오러를 흩트려 봤자 금방 다시 오러를 더 견고하게 재구성하여 반격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대응하기 힘들다.
‘아직 멀었군.’
이서원 시절의 무공을 펼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이트 형님…….”
프리드레이프였다.
리자드맨의 피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로, 킹 리자드맨을 쓰러뜨리신 겁니까?”
프리드레이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킹 리자드맨의 시체를 쳐다봤다.
“킹 리자드맨은 하이 리자드맨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개체인데, 어떻게…….”
“운이 좋았지. 아슬아슬했어.”
“형님……!”
“나를 붙잡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프리드레이프.”
나는 프리드레이프를 향해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들을 지휘해서 리자드맨을 소탕해라. 공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
“……!”
내 지적에 프리드레이프가 흠칫 놀랐다.
“뭐 하고 있지?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움직여.”
“아, 알겠습니다!”
프리드레이프가 다급히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다시 리자드맨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잔챙이들은 프리드레이프에게 맡기고…….’
나는 다시 킹 리자드맨의 시체에 시선을 향했다.
아까부터 그 가슴 부근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킹 리자드맨의 마석이겠지.’
하이 리자드맨의 마석보다 훨씬 강렬한 기운.
나는 킹 리자드맨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이론이 맞다면, 아마도…….’
가슴에 손을 댄 순간.
킹 리자드맨의 심장 표면에 박혀 있는 마석이 느껴졌다.
‘정중선에 있군. 여기면… 전중혈 근처인가?’
칼로 가슴을 가르지 않아도 정확한 위치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손바닥을 킹 리자드맨의 가슴에 댄 채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마력을… 끌어들인다.’
허공섭물로 물건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킹 리자드맨의 가슴 속에 숨어 있는 마석에서 마력을 끌어당겼다.
“……!”
두근!
마치 킹 리자드맨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심장에 붙어있던 마석이 반응하면서 진동한 탓이다.
‘좋아.’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 안에 음침한 기운이 가득 흘러들어온 것을 느꼈다.
‘성공했군.’
가슴을 갈라 마석을 꺼내지 않고도 마력을 흡수했다.
수기(水氣)에 가까운 음침한 마력이 내 안에서 요동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걸 흑천수라심법으로 내 내공과 조화시키면… 1갑자다.’
검마 이서원 시절의 힘을 회복할 날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 * *
‘최북단 요새’ 프레이르.
드래곤들의 본거지인 영구동토와 가장 가까운 요새에서, 북부대공 시구르드 에인헤랴르는 주둔 기사단의 간부들과 함께 정기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대공 전하, 회의 도중에 죄송합니다! 방금 리자드맨 토벌군에게서 들어온 소식입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전령 기사의 말에 회의가 일시 중단되었다.
“리자드맨들의 본거지에 킹 리자드맨이 있었다고 합니다!”
“뭐라고? 킹 리자드맨?”
“킹 리자드맨이 나타났어?”
회의장에 있던 기사들이 놀라워했다.
여기 있는 기사들은 다들 쟁쟁한 베테랑들뿐이지만, 킹 리자드맨을 직접 본 기사는 거의 없었다.
“토벌군에는 알비스 등 6서클 소드 엑스퍼트밖에 없지 않나? 큰일이군!”
“대공 전하, 원군을 파견해야 합니다!”
“소란 떨지 마라.”
기사들을 진정시킨 뒤, 시구르드가 입을 열었다.
“보고는 그게 전부인가?”
“아, 아닙니다.”
전령 기사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 킹 리자드맨을… 카이트 에인헤랴르 님이 이미 쓰러뜨리셨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 카이트 도련님이?”
“말도 안 돼!”
킹 리자드맨이 나타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보다 더욱 당황해하는 기사들.
하지만 시구르드는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대, 대공 전하…….”
“흥미롭군.”
시구르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틀란드로 돌아간다. 그 녀석에게서 직접 보고를 듣고 싶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