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10
▣ 110화. 초월적 무공 (3)
발뭉의 에테르를 끌어내서 펼친 수라흑설검(修羅黑雪劍).
그 흑색의 냉기에 엘드리트를 제외한 용공작과 와이번들이 전멸했다.
현경에 도달한 내가 8갑자 내공과 조합하여 사용한 것이기에, 지난번에 시구르드가 발뭉을 휘둘렀을 때보다 더 강렬한 냉기를 발생시킬 수 있었다.
‘그래도 자주 쓰지는 못하겠군.’
발뭉이 한계에 도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정도 힘을 발생시키면 검 자체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모양이다.
‘자칫하면 검이 부서지겠어.’
나는 발뭉을 검집에 집어넣은 채, 칼라드볼그를 잡았다.
음(陰)의 기운이 느껴지는 발뭉과는 달리, 양(陽)의 기운이 느껴졌다.
칼라드볼그는 내재된 에테르가 양기에 가까운 형태로 발현되는 신화병장이니까.
‘발뭉은 음중지음(陰中之陰)… 오행(五行)에 배속하자면 수(水)였다.’
수행(水行)은 겨울, 추위, 흑색 등에 대응된다.
그렇기에 흑색의 냉기를 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칼라드볼그는 어떨까.
‘양중지음(陽中之陰)… 오행에서는 목(木)이다.’
오행의 목은 봄에 푸른 새싹이 돋아나듯이 뻗어 나가는 힘이며, 기후에서는 번개와 바람에 대응된다.
칼라드볼그의 성질은 이것에 가깝다.
‘감을 잡으면,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원래 내가 있던 세계도.
지금 내가 있는 세계도.
명칭이 다를 수는 있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근본적 원리는 같다.
나는 마력이니 에테르니 하는 건 잘 모르지만, 그 대신 기(氣)나 음양(陰陽)의 이치는 숙지하고 있었다.
그걸 바탕으로 이해하면 신화병장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 무공과 조화를 이루게 만들 수 있는 것이지.’
뇌전의 속성을 지닌 칼라드볼그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면서… 내 무학과 어우러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걸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높은 무공을 만들어 낸다.
‘기존에 사용하던 수라창뢰검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의 무공.’
칼라드볼그의 기운을 끌어내어 내가 가진 내공과 조화시킨다.
그 결과 펼쳐지는 것은, 뇌검(雷劍)을 넘어선 뇌검.
‘수라청벽검(修羅靑霹劍).’
쿠르릉!
벽력(霹靂)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 것과 동시에.
나 자신이 뇌전이 되었다.
* * *
엘드리트는 필연검 노퉁의 힘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노퉁은 불의 속성을 지닌 신화병장으로, 에테르 개방을 통해 브레스 이상의 화염을 뿜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에인헤랴르에 있었을 때부터 줄곧 노퉁을 사용해 왔기에, 엘드리트는 그 힘을 누구보다 잘 사용할 수 있었다.
엘드리트가 뿜어 대는 불꽃 앞에서는 누구도 대적하지 못했다. 드래곤도, 용귀족도, 소드 마스터도, 누구나 똑같이 불타 죽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카이트 에인헤랴르도 불태워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카이트의 전신이 푸른색의 뇌전에 휩싸였다.
‘칼라드볼그에서 발생한 번개가… 카이트 본인을 뒤덮은 건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칼날을 뇌전으로 코팅한다든가, 뇌전을 방출하여 공격한다든가, 그런 거라면 이해할 수 있다. 엘드리트도 칼라드볼그를 손에 들면 그런 기술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검사 본인의 몸에 뇌전을 흐르게 한다는 건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하는 거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짓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소드 마스터로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검의 이치를 깨달은 엘드리트조차, 카이트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파악할 수 없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을 펼치다니……!’
저게 정말로 서른도 안 된 애송이인가.
엘드리트는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카이트가 엘드리트보다 더 깊은 깨달음을 얻은 상태라는 걸 의미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엘드리트.”
청색의 뇌전에 휩싸인 채, 카이트가 말했다.
“결판을 내지.”
“……!”
이미 용공작들도 와이번들도 전멸한 상태다.
카이트의 부하들은 끼어들 실력이 안 된다.
그러니, 엘드리트와 카이트의 순수한 일대일 대결이 된다.
“윽……!”
그 순간.
엘드리트는 전력을 다해 화염을 펼쳤다.
노퉁의 에테르를 개방하여, 드래곤 브레스 이상의 화염을 방출한 것이다.
‘불타 죽어라……!’
여유가 없는 공격이었다.
한참 어린 후배를 상대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별로 명예롭지 않은 공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푸른 번개에 휩싸인 카이트 에인헤랴르가 움직이기 전에, 결판을 내고 싶었다.
“하압……!”
콰콰쾅!
폭음과 함께 뿜어져 나간 화염.
에테르의 막강한 에너지에 뒷받침된 것이기에, 그 위력은 절대적이다.
아무리 카이트라고 해도 이걸 정면에서 맞고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때.
“가겠다.”
파직!
전기가 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카이트가 움직였다.
화염을 향해 정면으로.
그야말로… 번개와 같은 속도로.
“아……!”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 속에서.
엘드리트는 이해했다.
카이트는 에테르의 에너지를 전신에 두르는 것으로, 마치 온몸이 번개가 된 것 같은 속도를 구현해 낸 것이다.
‘어떻게 이런……!’
초고속으로 돌진하는 카이트.
그는 엘드리트가 방출한 화염을 완전히 찢어발기면서 접근해 오고 있다.
거센 불꽃을 가르고 쇄도해 오는 푸른색 번개.
그 앞에서 엘드리트는 필사적으로 검을 치켜들었다.
“윽……!”
콰르릉!
벽력같은 공격이 엘드리트를 엄습했다.
단번에 엘드리트의 육체를 일도양단할 수 있는 공격이다.
초고속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엘드리트는 전력을 다해 노퉁을 휘둘렀다.
“크윽!”
간발의 차이로, 방어에 성공했다.
소드 마스터로서의 연륜이 없었다면 일격에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데미지는 있었다.
충격을 이겨 내지 못하고, 손목뼈에 금이 간 것이다.
“아직 제어가 쉽지 않군.”
어느새 카이트는 엘드리트를 지나쳐서 용공작들의 시체가 쓰러져 있는 곳까지 도달해 있었다.
초고속으로 접근하면서 엘드리트를 향해 검을 휘두른 뒤,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저기까지 가 버린 것이다.
“이 정도면 될까.”
“……!”
그 직후.
카이트의 온몸에서 번쩍이던 뇌전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효과가 끊긴 게 아니다. 제어하기 쉽도록 카이트가 뇌전의 출력을 조절한 것이다.
“그러면…….”
파직!
카이트가 허공에서 검을 휘둘렀다.
칼날에는 여전히 푸른색 번개가 번뜩이고 있는 상태였다.
“계속해 보지, 엘드리트.”
“카이트, 너는 대체 뭐냐.”
엘드리트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을 분석해 보면, 카이트가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랐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신화병장의 에테르를 다루는 기술조차 카이트 쪽이 월등했다.
“너는 아직 서른도 안 된 애송이다. 그런데…….”
“그러는 당신은 백 살도 더 먹은 할머니지.”
카이트의 목소리가 딱히 조롱하는 투인 건 아니었다.
그저 냉정하기만 했다.
“하지만, 나이가 중요한가?”
“뭐라고?”
“당신 주변에는 당신보다 나이가 많은 용귀족들도 있지 않았나?”
“…….”
“그들이 전부 당신보다 뛰어난 무용을 지녔던 건 아니었을 텐데.”
카이트의 냉정한 지적에, 엘드리트는 말문이 막혔다.
“엘드리트, 애송이니 어쩌니 그런 말은 더 이상 하지 마라.”
“카이트…….”
“선배라고 해서, 선조뻘이라고 해서, 본인이 더 윗사람인 것처럼 굴지 말란 말이다.”
“…….”
엘드리트는 수치심을 느꼈다.
카이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다, 카이트.”
방금, 카이트의 돌격을 받아 내느라 손목뼈에 금이 갔다.
하지만 엘드리트는 상관하지 않고 노퉁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나는 너를 ‘친척 아이’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세대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조카 같은 느낌이었다.”
“…….”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버리도록 하지. 너는 내가 오랜만에 본… ‘경의를 표할 가치가 있는’ 실력자다.”
상대는 드래곤도 용공작도 어려움 없이 베어 버리는 소드 마스터.
엘드리트에게는 동격 이상의 상대라 할 수 있다.
“다른 건 전부 머리에서 지우겠다. 한 명의 검사로서… 전력을 다해 너와 싸우는 것만을 생각하지.”
하겐의 계획 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여기서 카이트를 꺾지 못한다면 엘드리트는 죽게 될 테니까.
“그러니… 너 또한 전력을 다해 나를 상대해다오.”
“물론이다, 엘드리트.”
차분히 대답해 주는 카이트의 얼굴을 보면서, 엘드리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눈을 부릅떴다.
“간다, 카이트.”
전신의 마력을 끌어올리며, 엘드리트는 오러 블레이드를 전개했다.
* * *
콰쾅!
엘드리트의 신화병장인 필연검 노퉁에서 불꽃이 솟구쳤다.
단순히 칼날에서 불꽃을 방출한 것이 아니다.
마력과 에테르의 기운을 어우러지게 하여, 불꽃의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노퉁은 칼라드볼그보다도 양(陽)에 치우친 검… 화(火)의 속성을 지닌 신화병장이군.’
그동안 불타오르는 오러를 전개하는 배룡주의자 및 용귀족들과 여러 번 싸웠다.
하지만 저렇게 완성도 높은 화염의 오러 블레이드를 만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역시 엘드리트는 소드 마스터로서 최상급이다.’
같은 소드 마스터라도, 차르노보그나 아그나르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었다.
시구르드와 비교했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소드 마스터들보다는 훨씬 강할 것이다.
그러면서 용귀족이기 때문에 마력량도 어마어마했고, 신화병장인 노퉁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그동안 만나 온 적 중에서 그야말로 최강의 존재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대한 마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공격 자체의 위력을 무한히 끌어올리지는 못하는 것 같군.’
엘드리트는 인간 소드 마스터보다 몇 배나 많은 마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몇 배 더 강한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 대신 막대한 마력은 장기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내가 8갑자에 도달했다고 하나…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는 시간은 엘드리트 쪽이 더 길겠지.’
뿐만 아니라, 엘드리트는 신화병장을 사용해 온 시간이 길다.
어느 정도의 힘을 끌어내면 한계에 도달하는지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나는 이미 발뭉을 과도하게 사용한 상태다. 발뭉은 이번 전투에서 더 써먹지 못할 것 같고, 칼라드볼그만으로 싸워야 한다.
여기서 칼라드볼그까지 한계에 도달하면 내가 불리한 상황이 된다.
‘어느 정도에서 한계에 도달하는지도 아직 모르겠고 말이지.’
이런 점들을 감안했을 때.
싸움을 오래 끌면 끌수록 내가 불리하다.
그렇게 되면 엘드리트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엘드리트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싸움이 오래 이어질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방 끝날 것이다, 엘드리트.’
수라청벽검은 초고속의 뇌검.
뇌전의 속도를 획득한 나에게… 장기전은 없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 덤벼라.’
화염의 오러 블레이드를 전개한 그녀를 쳐다보면서, 마음속으로 말을 건넸다.
‘후회가 없도록 말이다.’
눈빛으로 내 뜻을 전하고,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한 줄기 뇌전이 되어, 용기사공 엘드리트를 쓰러뜨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