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12
▣ 112화. 카이트를 암살하라 (1)
대륙 북부 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곳.
외부인은 결코 들어올 수 없는 산맥 깊은 곳에, 산중교단(山中敎團)의 총본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정보가 모이는 이곳에, 오늘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파르피온이 죽었다는 게 사실인가.”
“사실로 보입니다, 최고장로님.”
산중교단의 우두머리인 ‘최고장로’ 샤이흐 앞에서 부관이 고개를 숙였다.
“다른 용공작들과 함께 카이트 에인헤랴르를 덮쳤다가… 역공을 당해 죽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군. 우리가 죽였어야 했는데.”
파르피온은 산중교단에서 이탈한 암살자였다.
배신자는 즉각 척살하는 게 산중교단의 규칙이지만, 파르피온이 영구동토로 도망치는 바람에 아직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산중교단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사회에서 활동하는 암살 집단이기 때문이다.
“최고장로님.”
“왜 그러나.”
“의견을 여쭙고 싶은 사안이 하나 있습니다.”
부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카이트 에인헤랴르의 ‘가격’을 얼마나 올려야 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가격이라.”
카이트 에인헤랴르의 암살 의뢰가 들어올 경우, 얼마를 요구해야 하는가.
현재 총본산에서는 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파르피온 뿐만 아니라 엘드리트 에인헤랴르도 쓰러뜨렸습니다. 다른 용공작들도 몰살시켰다고 합니다.”
“…….”
먼 북부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산중교단은 이미 상세한 전투 결과를 파악한 상태였다.
“더 검증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이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정말로 어마어마한 액수를 책정해야 합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카이트의 가격은 1만 골드도 안 되었다.
하지만 5만 골드, 100만 골드, 200만 골드, 1,200만 골드, 5,000만 골드로 높아지더니… 이제는 억 단위의 금액이 책정된 상태였다.
“현재 시구르드 에인헤랴르의 가격은 어느 정도지?”
“네? 에인헤랴르 대공이라면… 150억 골드입니다.”
150억 골드.
이건 암살이 아니라 전쟁 비용 수준이다.
이런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건 제국 황실이나 황제파 귀족의 최고위층 정도다.
“그러면 150억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책정하면 되겠군. 145억 정도면 어떻겠나.”
“네?! 아, 아무리 그래도 145억은…….”
“아버지와 동일한 150억을 책정해도 충분할 것이다. 아들이어서 5억 낮췄을 뿐이다.”
“……!”
145억.
그런 금액을 책정하는 건, 카이트가 시구드르에 필적하는 소드 마스터라고 인정하는 것과 똑같다.
“아, 아직 시구르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그동안 쌓아 온 실적을 생각하면…….”
“그동안 쌓아 온 실적은 시구르드가 압도적이지만, 현재 카이트의 활약은 젊은 시절의 시구르드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카이트가 앞으로 별 볼 일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145억에서 다시 하향하면 되는 거지.”
“아, 알겠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많이 놀라겠군요.”
산중교단의 정보력은 대륙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중교단에서 책정하는 가격은 공신력이 높다.
“황실이나 고위 귀족 등을 제외하면, 100억 이상의 가격이 책정된 인물은 열 명 안팎… 카이트가 그들과 동격의 실력자가 되는 거군요.”
“그런 것이지.”
“최고장로님, 만약…….”
부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카이트의 암살 의뢰가 들어올 경우, 우리 교단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샤이흐가 코웃음을 쳤다.
“의뢰를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안 그런가?”
“그, 그렇군요.”
얼핏 보기에 100억 이상은 ‘그냥 의뢰를 하지 마라.’라는 뜻에서 책정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교단은 의뢰비만 받으면 최선을 다해 표적을 제거한다.
만약 카이트의 암살을 의뢰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교단의 상위 장로나 최고장로가 움직여서 해치워 줄 것이다.
“그러면 145억으로 각 지부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라.”
이 정도로 큰 금액이 책정되면 여기저기 소문이 새어 나간다.
카이트가 145억의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세상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 한 가지 더…….”
부관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파르피온이 카이트의 부하들을 제압하면서 서클 브레이크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산중교단에서 배웠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 배신자는 마지막까지 민폐를 끼치는군.”
산중교단의 장로들은 서클을 파괴하는 암살술을 익힌다.
9서클의 마스터급 실력자들조차 암살할 수 있는 건 이 암살술 덕분이라 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우리가 그런 암살술을 쓴다는 건 이미 아는 사람은 알고 있으니까.”
“네…….”
“오히려 소문이 퍼지면 사람들이 우리를 더 두려워할 수 있지.”
최고장로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서클이 파괴되면 회복할 방법도 없고… 그동안 쌓아 온 모든 것을 잃게 되니 말이다.”
* * *
“서클이 파괴된 사람은 이게 전부인가?”
“네, 맞습니다.”
내 질문에 이바르가 착잡한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 감찰기사대 본부는 부상을 입은 기사들을 치료하느라 바쁜 상태였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상태에 놓인 건 서클을 잃은 녀석들이었다.
“목숨을 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사로서의 생명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죠.”
“…….”
일단 8서클에 도달해 있던 녀석들은 전부 서클을 잃었다.
니얼과 슈데르츠, 이그니카와 루살카… 게다가 저택 관리인으로 근무 중이던 슈벤과 휴이엔까지 당했다.
8서클은 아니지만 어윈과 모르트도 서클을 잃은 상태였다.
‘파르피온도 실력 있는 놈들 위주로 서클을 파괴했군.’
부하 중에서 상위권에 해당하는 놈들은 모조리 힘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이건 그 녀석들이 앞장서서 필사적으로 덤벼들었다는 증거인가.’
강대한 힘을 지닌 용공작 상대로,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다.
파르피온이 나와의 교섭을 고려하여 서클만 파괴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다들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형님… 상황이 안 좋습니다.”
이바르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평소 저택 관리만 하던 슈벤이나 휴이엔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는 감찰기사대의 주력 기사들입니다. 우리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죠.”
“…….”
“그런 기사들이 전부 서클을 잃고 무력화되었으니… 감찰기사대는 한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겁니다.”
이바르의 말대로, 그 녀석들이 복귀하지 못한다면 감찰기사대는 무력화된다.
그들 개인의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어윈과 슈데르츠 같은 분대장들까지 쓰러졌다는 점이 문제였다.
계도나후진 등도 그 녀석들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
“카이트 형님, 일단 고틀란드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바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용공작들이 다시 공격해 오기라도 하면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카이트 형님이 아무리 강해도… 적들의 어떤 작전을 펼치냐에 따라서는 혼자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고틀란드에는 흑룡기사단도 있고, 아버지도 계십니다. 일단 거기서 머무르면서 향후 계책도 의논하고, 보충 인원도 뽑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보충 인원은 안 뽑아도 괜찮아.”
“네?”
이바르가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보충 인원을 안 뽑는다니요?”
“지금 있는 녀석들로도 충분하니까.”
“카, 카이트 형님, 제 말 들으신 거 맞습니까?”
“제대로 들었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잃은 상태란 말입니다! 아무리 형님이 예전보다 더 강해지셨다고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전력을 충원해야…….”
“그러니까.”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지금 있는 녀석들로 충분하다고.”
“네?”
“니얼과 슈데르츠, 이그니카와 루살카, 어윈과 모르트, 그리고 슈벤과 휴이엔까지… 그 녀석들이 있으면 충분해.”
“…….”
이바르가 입을 다문 채 잠시 나를 쳐다봤다.
“형님, 혹시 부하들이 서클을 잃은 것에 충격을 받으셔서…….”
“내 머리가 돌아 버렸다는 거냐?”
“아얏.”
정강이를 걷어차자 이바르가 인상을 찡그렸다.
“하, 하지만 형님, 도무지 이해가…….”
“내가 했던 말도 까먹었어?”
“네?”
“지난번에 니얼이 있을 때 했던 말 있잖아.”
“니얼 경이 있을 때… 앗.”
내가 오마도천대법을 사용하기 전에 잠깐 나눴던 얘기.
그걸 떠올리고 이바르가 눈을 크게 떴다.
“그, 그러면 형님, 설마…….”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
녀석들은 서클을 잃었다.
이제 마력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힘을 쌓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라면…….”
그렇게 말하면서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본부 정문으로 들어오는 은발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카이트 님.”
“빨리 돌아왔군, 아나스타샤.”
“소식을 듣고, 마법을 사용하면서 최대한 빨리 왔습니다.”
아나스타샤가 쑥대밭이 된 본부를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크레스니크에 가 있던 동안, 정말로 처절한 싸움이 벌어졌던 모양이군요.”
“이제는 다 정리되었으니 괜찮아.”
그동안 아나스타샤는 크레스니크 가문의 본거지인 쿠드라크 성에 가 있었다.
내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그건 그렇고, 성과는 있었나?”
“네, 카이트 님.”
가장 궁금했던 걸 묻자, 아나스타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버지의 서고를 확인해 보는 게 정답이었습니다.”
“역시 그랬군.”
귀살마가 크레스니크.
마법적인 분야에 관해서는 북부에서 가장 많은 지식을 지닌 가문.
그 서고를 뒤져 보면… 분명 단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실험을 해 보면서 확인해 볼 부분이 몇 가지 남아 있긴 합니다만, 아마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나스타샤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카이트 님이 요구하신 대로… 드래곤 하트를 사용한 ‘영약’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드래곤들이 용귀족이나 배룡주의자들에게 나눠 주는 ‘불사의 영약’이 아니라… 무림에서 내공을 늘리기 위해 복용하던 영약.
예전부터 나는 그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내공은커녕 마력을 증진시키는 약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클의 마력을 타인에게 나눠 주는’ 기술을 지니고 있던 귀살마가 크레스니크에 협력을 요청했던 건데… 마침내 드래곤 하트를 사용한 영약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카이트 형님, 그렇다면……!”
“그래, 이바르.”
이바르도 이제는 무슨 얘기인지 다 이해한 듯했다.
“너도 이제 곧 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거야. 이번에 서클을 잃은 녀석들도… 내공을 얻어서 재기할 수 있겠지.”
“아……!”
이바르가 탄성을 질렀다.
현재 서클을 잃고 절망에 빠져 있는 내 부하들은… 이제 곧 내공을 지닌 무공 고수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