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22
▣ 122화. 최고장로 (1)
“이스마일 장로까지 카이트 에인헤랴르에게 당했단 말인가!”
산중교단 총본산은 충격에 휩싸였다.
라시드에 이어서 교단의 2인자 이스마일까지 임무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카이트가 마치 드래곤 브레스 같은 화염을 뿜어서 이스마일 장로를 흔적도 없이 지워 버렸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스마일 장로는 블러드 스케일의 계승자… 웬만한 공격은 버틸 수 있을 텐데!”
고틀란드 방면의 창구원이었던 프레아가 보내 준 정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무래도 이스마일은 카이트에게 완패를 당한 것 같았다.
“게다가 최고장로님을 호출해?”
“만약 빨리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는 직접 총본산으로 쳐들어오겠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카이트는 협박까지 했다.
교섭을 하고 싶으니 최고장로가 직접 북부로 와라, 그러지 않을 경우 자신이 산중교단으로 쳐들어가서 죗값을 물을 것이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한 것이다.
“정말로 오만한 놈……!”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장로들이 잔뜩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교단의 1인자인 최고장로 샤이흐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최고장로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 장로가 샤이흐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샤이흐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저 가만히…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 * *
이스마일을 격퇴하고, 피신해 있던 부하들도 복귀한 뒤.
나는 본격적으로 부하들에게 내공을 획득시키기로 했다.
“다들 이바르를 봐라.”
“…….”
니얼, 어윈, 모르트, 슈데르츠, 이그니카, 루살카, 그리고 슈벤과 휴이엔까지.
파르피온의 서클 브레이크에 마력을 상실한 여덟 명이 내 말을 듣고 이바르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바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팡이 없이는 걷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두 다리로 나를 따라다니고 있지.”
“…….”
“영약을 먹어 내공을 획득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드래곤 하트로 만든 영약.
이바르는 그것을 먹고 1갑자의 내공을 회득했다.
1갑자 내공으로 금강역근공을 사용해 근육을 조정한 결과, 지팡이 없이도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내공의 힘, 무공의 힘이다.”
“…….”
그동안 내 얘기를 반신반의하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지팡이를 짚고 있던 이바르가 멀쩡히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다들 믿을 수밖에 없었다.
“너희는 내공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나를 믿고 따라와라.”
“네……!”
현재 영약은 여덟 병이 완성되어 있었다.
이 녀석들이 하나씩 먹는다면 각자 1갑자의 내공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나는 8갑자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거 한 병 먹어 봤자 큰 변화가 없지만… 이 녀석들에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다.’
니얼, 어윈, 모르트, 슈데르츠, 이그니카, 루살카, 슈벤, 휴이엔은 약병을 받아 단번에 들이켰다.
그리고 미리 지정해 둔 자리에서 각자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가르쳐 준 흑천수라심법을 활용하면서.
“부상이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 불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정도면 괜찮다. 너희가 내공을 획득하면 부상도 더 빨리 나아질 테니 안심해라.”
대답은 없었다.
다들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바르, 너는 내가 말해 준 대로 수련하면 된다.”
“네, 형님.”
이바르를 바깥으로 보낸 뒤, 나는 부하들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주화입마 등의 돌발 사태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바르와는 달리, 이 여덟 명은 이미 상당한 실력자다.’
이미 내 검법을 배운 사람도 있다.
슈벤과 휴이엔은 아직 별다른 무공을 쓰지 못하는 상태지만, 가르쳐 주면 이그니카나 루살카처럼 금방 숙달될 것이다.
‘금방 실전에 투입할 수 있겠지.’
열 명도 안 되는 숫자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이렇게 무공을 쓰는 기사들을 거느리고, 나는 머지않아 진격하게 될 것이다.
드래곤과 용귀족들의 본거지, 영구동토를 향해.
* * *
일단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넣어라.
그것이 카이트가 이바르에게 내린 명령이었다.
‘금강역근공으로 근육을 조정했다고 해서 그게 끝이 아니라고 했지.’
1갑자 내공으로 금강역근공을 사용한 결과, 뜀박질을 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제대로 싸울 수 있으려면 이바르가 직접 육체를 움직이면서 수련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 같았다.
‘금강역근공을 적용한 상태에서 몸을 한계까지 몰아넣어라…….’
일단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때까지 달려야 한다.
그 다음은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다. 역시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해야 한다.
그렇게 수련하면 평범한 인간은 한동안 근육통에 시달리겠지만, 1갑자 내공을 지니고 금강역근공을 익힌 상태이기 때문에 하룻밤 자면 멀쩡해질 거라는 것이 카이트의 설명이었다.
‘전투 기술을 배우는 건… 그 다음부터.’
카이트는 지금 당장 싸우는 법을 가르쳐 주지는 않을 거라 했다.
어느 정도 몸을 만든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라는 듯했다.
‘일단 형님을 믿고 해 보는 수밖에 없겠어.’
카이트는 이바르가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게 해 줬다.
자신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바르는 계속 카이트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형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겠습니다.’
일생일대의 은인이기도 한 카이트에게 무한한 신뢰를 느끼며.
이바르는 감찰기사대 본부 주위를 뛰기 시작했다.
* * *
차르노보그의 네 제자 중 맏이였던 슈벤은 마음이 복잡했다.
운기조식을 하면서 이러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꾸 잡념이 생겼다.
‘이게 옳은 걸까.’
한때 슈벤은 싸움에서 손을 씻으려고 생각했다. 사제(師弟)인 휴이엔과 함께 말이다.
스승이었던 차르노보그가 죽은 뒤, 슈벤은 허무함을 느꼈다. 9서클에 도달하는 것도 무의미한 짓인 것처럼 느껴졌다.
사매(師妹)인 이그니카와 루살카는 카이트의 부하가 되기로 했지만, 슈벤은 휴이엔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감찰기사대 본부의 관리인으로 청소나 빨래 등을 하면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여기서 일한 몇 달이… 내 인생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지.’
그러던 어느 날.
용공작들이 들이닥치면서 평화로운 나날도 끝났다.
슈벤과 휴이엔은 건물 안에 숨어 있었지만, 이그니카와 루살카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결국 뛰쳐나왔다.
하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실전에 거리를 두고 있었던 두 사람은 순식간에 용공작의 주먹에 쓰러졌으니까.
게다가 서클까지 파괴되어 그동안 쌓아 왔던 마력을 잃게 되었다.
‘이제는 완전히 싸울 수 없는 몸이 된 줄 알았는데…….’
사실 슈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손을 씻으려 했다.
마력도 잃었으니, 앞으로는 그냥 청소, 빨래나 하면서 여생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이트가 찾아와서 슈벤을 설득했다.
‘영약을 먹어 내공을 얻으면… 자신 같은 힘을 쓸 수 있게 될 거라 했지.’
카이트의 이야기를 들은 직후.
슈벤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체념하고 일반인으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했는데, 바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9서클에 도달하는 건 영영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공을 얻어 카이트의 무공을 배울 수 있다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문득 슈벤은 눈을 떴다.
그러자 카이트가 가부좌를 튼 채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운기조식을 할 때 딴 생각을 한 걸 눈치챈 걸까.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고 슈벤은 몸을 움츠렸지만, 카이트에게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깊이가 느껴지는 눈동자로 슈벤을 쳐다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아……!’
그 순간.
슈벤은 며칠 전에 카이트가 해 줬던 얘기를 떠올렸다.
그때 카이트는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너희들의 서클을 없애지 않았던 건, 너희들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희를 믿으셨다고요?’
‘일단 감찰기사대 본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너희가 나서 줄 거라고 믿었지.’
‘아…….’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
‘또 한 가지?’
‘나는 너희가 다시 무(武)의 길로 돌아올 거라 믿었다.’
‘……!’
‘슈벤, 차르노보그 밑에서의 나날들이 고통스러웠던 건 이해한다. 하지만 고통만 있었던 건 아니었겠지.’
‘카이트 님…….’
‘강해지는 것,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너에게 주었을 거다.’
‘…….’
‘내가 그걸 다시 너한테 주겠다, 슈벤.’
지난번 대화를 떠올리고.
슈벤은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어리석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카이트를 믿고 따라야 한다.
이 사람은… 차르노보그하고 다르다.
‘이 사람을 새로운 스승으로 여기면서… 무공을 배워 보겠다!’
마음을 굳히고, 슈벤은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잡념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생각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딱 한 가지.
아까 흡수한 영약의 기운을 제대로 단전에 갈무리하는 것뿐이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것은 오로지 동료들의 호흡 소리 뿐.
그 호흡에 자신의 호흡도 동기(同期)되는 것을 느끼며… 슈벤은 운기조식에 전념했다.
* * *
부하들의 운기조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가끔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는 녀석도 있었지만, 주화입마로 진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녀석들이 한 명씩 눈을 떴다.
그들의 단전에 1갑자 상당의 내공이 자리잡은 것을 확인한 뒤, 나는 한 명씩 손을 잡고 격려를 해 줬다.
“다들 수고 많았다.”
1갑자의 내공을 획득한 여덟 명의 부하들.
그들을 둘러보면서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될 거다. 오늘은 일단 푹 쉬어라.”
“네, 감사합니다!”
다들 아직 실감이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1갑자의 내공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걸 제대로 활용해 보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하면 다들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것을.
“…….”
그렇게 부하들을 숙소로 보내고 나니, 어느새 늦은 밤이 되어 있었다.
경비 담당을 제외하면 다들 잠들어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나는 조용히 부엌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가벼운 요깃거리를 챙긴 뒤, 술병 하나를 들고 본부 지붕 위로 올라갔다.
“어두운 밤이군.”
나는 굴뚝 근처에 걸터앉았다.
주위를 경계하는 순찰병들한테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접시와 술병도 적당한 위치에 내려놓은 뒤,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앉으시죠.”
그렇게 말하면서 뒤돌아봤다.
내 배후에 백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
호위 한명도 없이, 기척을 숨긴 채.
“그쪽에 앉으면 사각이라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을 겁니다.”
“…….”
내 말을 듣고, 노인이 천천히 지붕 위에 앉았다.
움직임에 절도가 있는 사람이었다.
“한잔 받으시죠, 어르신.”
“카이트 에인헤랴르.”
내가 내민 잔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노인이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
“네.”
노인에게는 9서클의 마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바로 근처까지 온 이후에서야 마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를 상대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이쪽 세계에 한 명뿐일 것이다.
“일단 대화부터 해 봅시다, 최고장로님.”
산중교단의 최고장로.
이쪽 세계 최고의 암살자에게, 나는 술잔을 내밀었다.
지붕 위에서의 비밀 회담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