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25
▣ 125화. 진격하라 (1)
“하겐 공, 소식 들으셨소?”
“어떤 소식 말인가?”
백발노인의 모습을 한 용공작의 질문에 하겐은 냉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산중교단이 카이트와 손을 잡았다고 하더군.”
“아, 그 소식 말이군.”
“괜찮은 것이오? 놈들을 이용해 카이트의 자질을 새로운 측면에서 검증하려던 것이었을 텐데.”
백발노인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대체 카이트가 어떻게 산중교단을 설득했는지 모르겠군. 자기를 암살하려던 놈들을 오히려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다니…….”
“북부 지역에 있는 배룡주의자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별로 소득이 없더군.”
하겐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에인헤랴르가 배룡주의자 색출을 시작한 모양이다. 산중교단이 협력해 주고 있겠지.”
“허어, 그러면 우리한테도 타격이 있는 것 아니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사실 이게 가장 크다.”
용귀족들이 인간 세상의 정보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건 배룡주의자들 덕분이다.
그들에게서 정보가 전해지지 않는다면 인간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몬스터들은 정찰에 적합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용귀족들이 직접 정찰을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앞으로 놈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대충 예상이 된다.”
“그렇소?”
“산중교단의 협력을 얻게 되면 에인헤랴르도 상당히 여유가 생기니까.”
그렇게 말하며 하겐은 고개를 돌렸다.
벽에는 북부 일대의 지도가 걸려 있었다.
“이미 놈들은 베리타스투스를 토벌하는 등 국지적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다음에는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려 하겠지.”
“……!”
본격적인 전쟁.
그것은 지난번 베리타스투스의 수정 동굴을 습격했을 때처럼 기사대 규모의 병력이 쳐들어온다는 의미가 아니다.
훨씬 큰 규모의 ‘기사단’들이 본격적으로 침공해 올 것이다.
“하겐 공, 놈들이 방어가 아니라 공격에 나선다면… 위험한 거 아니오?”
“위험한가?”
“현재 에인헤랴르에는 소드 마스터가 네 명 있소. 북부대공 시구르드, 백룡기사단장 에리크, 황룡기사단장 아그나르, 그리고 엘드리트 공을 쓰러뜨린 카이트… 다들 여러 마리의 드래곤을 상대할 수 있는 강자들이오.”
“그렇지.”
“그런 놈들이 일제히 쳐들어오면 우리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소.”
백발의 용공작이 지도를 쳐다봤다.
“영구동토까지 들어오는 건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영구동토 바깥이 유린되는 건 피할 수 없을 텐데.”
영구동토는 드래곤들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용귀족들의 거주지도 이곳에 있다.
한편 영구동토 바깥은 주로 몬스터들의 서식지다. 드래곤이나 용귀족들이 그곳에 파견되어 몬스터들을 관리하거나 작전을 수행한다.
“특히 놈들이 서쪽 삼림지대로 쳐들어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오.”
“그렇겠지.”
“우리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소?”
“알고 있지 않나.”
하겐이 피식 웃었다.
“몬스터들이 괴멸되든, 말단 드래곤이나 용귀족들이 몰살되든, 파프니르 폐하는 신경 쓰지 않아.”
“하겐 공…….”
“폐하가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에인헤랴르에 의해 자신의 권위가 실추되는 것뿐이지. 게다가 지금은 카이트 에인헤랴르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니까.”
“그러면 그냥 내버려 둘 것이라는 얘기인가?”
“내가 나서지 않아도 다른 드래곤들이나 용귀족들이 알아서 하겠지.”
고개를 저은 뒤, 하겐은 다시 지도를 쳐다봤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카이트 에인헤랴르 포획을 준비하는 것뿐이다.”
“그러면…….”
“서쪽 삼림지대가 완전히 초토화되어도, 카이트 에인헤랴르만 생포하면 파프니르 폐하는 만족하실 것이다. 다른 드래곤들이 뭐라고 하든 내가 알 바 아니지.”
하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생포한다고 해도… 카이트 에인헤랴르를 바로 파프니르 폐하에게 넘기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 * *
“드래곤들의 지배 영역은 영구동토를 제외하면 세 구역으로 나뉩니다.”
감찰기사대의 주요 간부들 앞에서, 니얼이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서쪽의 삼림지대, 중앙의 설원지대, 동쪽의 산악지대입니다. 딱 구분되어 있는 건 아니고 서로 뒤섞여 있습니다만.”
서쪽 삼림지대는 피어너 공작령의 북쪽이다. 비교적 평탄한 지형이 많지만 숲이 우거져 있으며 몬스터들도 많다.
중앙 설원지대는 에인헤랴르 대공령의 북쪽이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몬스터들도 살기 어려운 곳이다.
동쪽 산악지대는 크레스니크 공작령의 북쪽이다. 지형이 가장 험난하며, 요새화된 전선 기지가 많다.
“세 구역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서쪽이나 중앙에도 험준한 산맥이 지나가고 있고, 북쪽으로 많이 올라가면 어느 구역이나 다 눈이 쌓여 있죠.”
“지난번에 우리가 동쪽 산악지대의 수정 동굴을 공격했을 때도 눈으로 뒤덮인 산줄기가 보이더군요.”
어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피어너나 크레스니크 방면이 비교적 온난하다고 해도, 결국 북쪽으로 올라가면 다 눈 덮인 땅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 올라가면… 드래곤들의 본거지인 영구동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지요.”
“영구동토…….”
슈데르츠가 턱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정말로 우리가 영구동토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
“쉽지는 않겠죠. 에인헤랴르의 역사 속에서도 영구동토에 도달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다고 합니다.”
영구동토는 드래곤들의 본거지다.
에인션트 드래곤도 그곳에 있고, 용귀족들의 거주지도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드래곤들도 영구동토에 인간이 침입하는 건 반드시 막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바깥 지역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긴… 우리가 수정 동굴에서 베리타스투스를 토벌한 이후 동쪽 몬스터들이 상당히 위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감찰기사대가 쓰러뜨린 베리타스투스는 동쪽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원로 드래곤이었다.
베리타스투스와 그 부하들을 토벌하자 크레스니크 방면에서 몬스터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번 전쟁에서 에인헤랴르는 서쪽을 주된 공격 루트로 삼게 될 겁니다.”
“니얼 경, 그건 어째서입니까?”
“군사적인 의미 이상의 타격을 적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니얼이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피어너 가문에 있을 때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서쪽 삼림지대는 놈들의 식량 공급처입니다.”
“식량 공급처……?”
“서쪽 삼림지대는 식량 자원이 풍부한 곳입니다.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짐승들도 많이 서식하고, 먹을 만한 열매가 열리는 유실수(有實樹)도 많죠.”
“아…….”
“특히 용귀족들한테는 서쪽 삼림지대의 식량 자원이 중요합니다. 드래곤이나 몬스터들은 대부분 육식이지만, 용귀족들은 인간 시절의 미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곡식 같은 건 배룡주의자들을 통해 밀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과일 등은 서쪽 삼림지대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쪽 삼림지대를 공격하면 놈들이 많이 동요하겠군요.”
현재 북부에서는 배룡주의자들의 활동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용귀족들이 선호하는 남쪽 지역의 식료품을 입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서쪽 삼림지대까지 초토화된다면… 식생활에 영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이나 몬스터들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용귀족들 입장에서는 꽤나 골치 아픈 상황이 될 겁니다. 자칫하면 냄새나는 몬스터 고기만 먹게 생겼으니까요.”
“자기들이 인간 귀족들보다 우아하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놈들이니, 참을 수 없겠죠.”
“용귀족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드래곤 사회 전체가 흔들리게 될 겁니다.”
지금 당장 드래곤들을 이 세상에서 섬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전으로 저쪽 진영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인간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에인헤랴르의 주력 부대가 할 일이고…….”
니얼이 웃으면서 말했다.
“카이트 공자님이 이끄는 우리 감찰기사대는, 별도의 역할을 맡게 될 겁니다.”
* * *
니얼 등에게 감찰기사대 본부를 맡긴 뒤.
나는 산중교단의 최고장로 샤이흐와 함께 고틀란드에 와 있었다.
“만나서 반갑군, 최고장로.”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네, 북부대공.”
시구르드와 샤이흐가 서로 악수를 했다.
한쪽은 북부를 대표하는 용살검가 에인헤랴르의 수장이고, 한쪽은 어둠 속에서 암살자들을 지휘하는 산중교단의 우두머리지만… 지금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마주 보고 있었다.
‘서로 9서클의 소드 마스터이기도 하고.’
나는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장본인으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들으셨겠지만, 최고장로님은 우리와 손을 잡고 용공작 하겐을 척살하는 것을 원하고 계십니다.”
“하겐은 우리에게 큰 모욕을 줬네. 마음만 같아서는 우리 단독으로 보복하고 싶지만 한계가 있지. 그렇기 때문에 에인헤랴르에 최대한 협력할 생각이네.”
샤이흐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 에인헤랴르 쪽에서도 우리를 신뢰하고 일을 맡겨 줬으면 좋겠군.”
“최고장로.”
시구르드의 눈빛이 잠시 날카로워졌다.
“25년 전, 우리 가문의 사람이 산중교단에 암살당한 적이 있었다.”
“비요른 에인헤랴르 말이군.”
비요른.
그는 시구르드의 숙부, 즉 내 종조부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9서클의 소드 마스터였으나, 산중교단의 이스마일 장로에게 암살당했다고 한다.
“이스마일 장로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했지. 이스마일 장로는 이미 카이트에게 처단되었지만… 그 원한이 완전히 청산된 것은 아니다.”
“…….”
“하지만, 과거는 잠시 덮어 두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시구르드는 잠시 눈을 감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들 앞의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군, 북부대공.”
시구르드를 보면서 샤이흐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교단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면 에인헤랴르 측도 더 다양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걸세.”
“그렇지. 특히… 산중교단의 최고장로가 아군이 되었다는 건 우리한테 큰 의미를 지닌다.”
그렇게 말하며 시구르드가 지도를 쳐다봤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번 작전에서는 서쪽 얼스터 방면에서 삼림지대로 진격할 것이다. 피어너 가문과의 조율도 이미 끝난 상태다.”
“얼스터 방면…….”
“내가 이끄는 흑룡기사단, 아그나르의 황룡기사단, 그리고 헤스테인의 적룡기사단이 투입된다.”
“3개 기사단을 동시에 투입하다니, 대단하군.”
샤이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게 전부인가?”
“그렇지는 않지.”
시구르드가 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카이트.”
“네, 아버지.”
“너는 북쪽 전선을 경험해 본 적이 없겠지.”
“북쪽 전선이라면…….”
“최북단 요새, 프레이르 방면이다.”
프레이르는 에인헤랴르의 요새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요새다.
몇 달 전 시구르드가 그쪽 전선에서 독룡 니드호그 휘하의 드래곤들과 격전을 벌였다.
“그쪽은 본래 니드호그 파벌의 지배 구역이었다. 하지만 니드호그 파벌이 최근 전투에서 큰 타격을 입으면서 파프니르 파벌이 진출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
“그러면 분위기가 어수선하겠군요.”
“우리가 진격하기에 좋은 기회인 것이지.”
시구르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카이트, 최고장로와 함께 프레이르 요새로 향해라.”
“…….”
“그곳에서 백룡기사단과 합류한 뒤, 설원지대로 진격하는 거다.”
백룡기사단.
프레이르 요새에 항상 주둔하고 있는 그 기사단에는… 에인헤랴르의 또 다른 소드 마스터인 에리크가 있다.
‘그렇다면… 나와 샤이흐, 에리크까지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투입되는 건가.’
세 명의 소드 마스터.
드래곤 진영에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진용일 것이다.
“카이트, 하겐은 너를 노리고 있다. 네가 설원지대를 통해 영구동토로 진격하려 하면, 하겐은 반드시 네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네, 저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겐은 이미 여러 번 실패했다.
엘드리트 등의 동료들을 잃었고, 산중교단을 이용하는 계획도 실패로 돌아갔다.
조만간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하겐이 직접 나서려 하지 않아도, 파프니르가 강제로 하겐에게 명령을 내릴 테니까.
“하겐은 에인헤랴르의 배신자이기도 하다. 그를 처단하는 건 역대 에인헤랴르 대공들의 숙원이었다.”
“…….”
시구르드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고장로 및 백룡기사단과 협력하여, 용공작 하겐을 처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