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27
▣ 127화. 진격하라 (3)
“오랜만입니다, 카이트 님.”
최북단 요새 프레이르에 도착하자,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자가 우리를 맞이해 줬다.
백룡기사단을 맡고 있는 소드 마스터 에리크였다.
“몇 년 만에 뵙는 걸까요. 그동안 뵙지 못한 사이, 정말로 늠름해지셨군요.”
원래 백룡기사단과 황룡기사단은 평상시 계속 프레이르 요새에 주둔한다.
아그나르의 황룡기사단은 종종 다른 지역에 투입되기도 하지만, 그럴 때도 에리크의 백룡기사단은 계속 프레이르 요새를 지킨다는 것 같았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에리크 경.”
나는 에리크와 악수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슬쩍 에리크의 기도를 살폈다.
‘역시 9서클 마력을 지니고 있군. 아주 견고하고 치밀한 느낌이야.’
마력량 자체는 다른 9서클 마스터들과 별 차이가 없지만, 상당히 탄탄한 느낌을 주었다.
‘소문대로인가.’
원래 검사들은 소드 마스터가 되면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한다고 한다.
아그나르는 ‘속도’를 중점적으로 추구하였고… 에리크는 ‘방어’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에인헤랴르 최강의 방어력을 지닌 기사가 바로 에리크였다.
“이바르 님도 오랜만입니다.”
“1년 만이군요.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정말로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되셨군요.”
이바르를 보면서 에리크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청룡기사단을 포기하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아그나르가 많이 안타까워했었는데… 이렇게 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게 말한 뒤, 에리크가 샤이흐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그쪽이… 산중교단의 최고장로님이시군요.”
“음, 카이트 공자와 함께 행동하고 있네.”
“이미 대공 전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저희 백룡기사단은 산중교단을 최고의 동맹군으로 대우할 것입니다.”
샤이흐에게도 에리크는 공손한 태도를 보여 줬다.
겉으로 보기에는 흠잡을 곳 없는 중진 기사였다.
‘그런데…….’
우리를 응대하는 에리크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나를 보는 눈빛이 수상하단 말이지?’
딱히 적대적인 느낌인 건 아니지만…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볼 때가 있었다.
* * *
에리크는 작전실로 우리를 안내해 줬다.
그곳에는 탁자 위에 거대한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이것이 북쪽 설원지대의 지도입니다.”
“상당히 자세하군요.”
“수백 년 동안 계속 전투를 치러 왔으니까요.”
에리크가 지도에 그려진 요새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있는 프레이르 요새가 바로 여기입니다. 여기서 북쪽은 전부 드래곤들의 지배 영역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
요새 북쪽은 평야가 절반, 산이 절반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북쪽 끝은 상당히 험준해 보이는 산맥이 가로막고 있었다.
“저 너머에는 뭐가 있습니까?”
“산맥을 넘으면 거기서부터 영구동토입니다.”
“영구동토까지 그려진 지도는 없는 거군요.”
“네, 그렇지요. 저도 거기까지 가 본 적은 없습니다.”
에리크가 쓴웃음을 지었다.
“카이트 님, 일단 우리는 설원지대에 배치되어 있는 적들과 싸워야 합니다.”
“네,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일단…….”
지도에 그려진 표식을 가리키면서 에리크가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공략할 건 여기 있는 바나디스 요새입니다. 이 프레이르 요새와 거의 같은 규모의 요새지요.”
“놈들에게도 그런 요새가 있군요.”
“네, 사실 옛날에는 저 요새가 에인헤랴르의 최북단 요새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이바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전투에서 함락된 뒤, 그대로 놈들의 요새로 쓰이고 있죠.”
“맞습니다, 이바르 님.”
“지금은 어떤 자들이 주둔하고 있습니까?”
“원래는 독룡 니드호그 파벌의 용귀족들이 맡고 있었습니다.”
독룡 니드호그.
악룡 파프니르와 마찬가지로 에인션트 드래곤에 해당되는 존재로… 파프니르 정도는 아니지만 에인헤랴르가 자주 충돌하는 세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파프니르 파벌의 용후작이 차지한 상태라고 합니다.”
“파프니르 파벌이라면…….”
“유들라스 용후작입니다. 들어 본 적이 있으시겠죠.”
“네, 맞습니다.”
이바르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청룡기사단을 이끌고 있던 시절에 여러 번 충돌했던 용후작입니다. 놈이 이쪽에 와 있었군요.”
“최근 파프니르 파벌에 속한 용귀족들이 이곳저곳으로 재배치되는 것 같았습니다.”
베리타스투스 등 전선에 나와 있던 드래곤들이 사망하고, 용공작들까지 잔뜩 쓰러진 탓일 것이다.
“유들라스는 많은 숫자의 몬스터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우리 눈앞에서 군사훈련을 하기도 하더군요.”
“그런 도발을 하다니… 백룡기사단이 공격해 와도 막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걸까요?”
“아마 배후에 있는 드래곤을 믿고 있을 겁니다.”
“배후에 있는 드래곤이라면…….”
“바나디스 요새 북쪽에 있는 계곡에 숨어 있더군요. 최소 다섯 마리 있는 것 같았는데, 몸집이 큰 개체도 있었습니다.”
다섯 마리라면 제법 많은 숫자다.
그리고 몸집이 큰 개체라면… 베리타스투스처럼 나이가 많은 드래곤일까.
“말하자면 유들라스 용후작은 미끼인 겁니다.”
“유들라스가 도발하여 에인헤랴르의 기사들을 끌어내면… 드래곤들이 튀어나와서 급습할 계획인 거군요.”
“네, 이미 우리는 드래곤들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기 때문에 도발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요새를 함락시키려면 결국 드래곤들하고도 싸워야 한다는 얘기군요.”
“맞습니다.”
이바르에게 대답해 준 뒤, 에리크가 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래도 지금 우리에게는 카이트 님이 있습니다. 이미 카이트 님은 베리타스투스를 쓰러뜨렸고, 드래곤들이 원군으로 오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
“카이트 님,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에리크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저와 백룡기사단이 나서서 바나디스 요새를 공략하겠습니다. 카이트 님은 대기하면서 체력을 온존하고 계시다가…….”
“…….”
“루마샤리오스를 비롯한 드래곤들이 나타나면, 카이트 님이 나서서 상대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말하고 에리크가 샤이흐에게 시선을 향했다.
“최고장로님도 그때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흠… 나쁘지 않군.”
샤이흐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비록 암살자로서 한평생을 살아왔지만… 드래곤 한두 마리 정도는 상대할 수 있네.”
“역시 최고장로님이시군요.”
샤이흐의 대답을 확인한 뒤, 에리크가 다시 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카이트 님, 어떠시겠습니까?”
“…….”
“상황을 봐서 제가 지원을 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에리크의 작전은 얼핏 듣기에 합리적인 것처럼 보였다.
이 설원지대에서의 전투에 익숙한 백룡기사단이 앞장서서 공성전을 진행하고, 우리는 드래곤들의 습격에 대비한다.
정석적인 작전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리크 경, 작전을 좀 수정해도 되겠습니까?”
내가 불쑥 말을 꺼내자, 에리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카이트 님, 무슨 문제라도…….”
“조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드신다고요?”
에리크가 살짝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이런 작전이면 드래곤의 움직임에 휘둘리게 됩니다.”
“네?”
“드래곤이 요새 동쪽에서 나타나면 동쪽으로 우르르 몰려가야 하고, 요새 서쪽에서 나타나면 서쪽으로 우르르 몰려가야 하죠.”
나는 지도를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
“드래곤이 언제 나타날지 신경 쓰면서 계속 북쪽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야 할 겁니다. 만약 드래곤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냥 멍하니 시간만 죽이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죠.”
“카이트 님, 그런 건…….”
“말씀드렸듯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을 뿐입니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쨌든 나는 이 작전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놈들의 움직임에 따라 대처가 달라져야 하니, 이건 어떻게 보면 놈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작전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다른 방법이 있는데 상대편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이렇게 움직이면 어떨까요, 에리크 경.”
“……!”
놀란 표정을 짓는 에리크 앞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작전을 진행할지 설명했다.
* * *
“유들라스 용후작! 백룡기사단이 이쪽으로 진군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움직였군.”
바나디스 요새를 책임지고 있는 유들라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유들라스는 에인헤랴르의 프레이르 요새 쪽을 계속 도발해 왔다.
지금까지 도발에 응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백룡기사단이 출진한 것이다.
“황룡기사단은 이미 프레이르 요새를 떠난 게 확실한가?”
“네, 일주일 전에 남서쪽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역시 에인헤랴르는 얼스터 지방 쪽에서 서부 삼림지대를 공격할 생각이군.”
용살검가 에인헤랴르가 서쪽 삼림지대로 쳐들어올 것이다…….
이 소문은 이미 용귀족들 사이에서 많이 퍼져 있는 상태였다.
“황룡기사단이 없는 상태에서 백룡기사단 단독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절호의 기회다.”
유들라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놈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고 덤벼든다면, 큰코다치게 해 줘야지.”
백룡기사단에는 베테랑 소드 마스터인 에리크가 있다.
유들라스에게 에리크를 상대할 만한 힘은 없지만… 그 대신 드래곤들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다.
“루마샤리오스 님에게 연락을 취하겠다. 그동안 너희가 몬스터들을 지휘하면서 시간을 벌도록.”
“알겠습니다!”
오른팔인 용백작에게 지시를 내린 뒤, 유들라스는 ‘알현실’이라 이름을 붙인 방으로 들어갔다.
알현실 안쪽의 제단에는 사람 머리 크기의 수정 구슬이 안치되어 있었다.
실시간 통신 기술이 적용된 아티팩트였다.
“루마샤리오스 님.”
유들라스는 무릎을 꿇고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목소리는 북쪽 계곡에 있는 루마샤리오스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될 것이다.
“에인헤랴르의 백룡기사단이 움직였습니다. 아마 기사단장인 에리크도 함께일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유들라스는 머리를 깊게 숙였다.
“저희가 전력을 다해 놈들의 공격을 막고 있겠습니다. 그러니 루마샤리오스 님이 오셔서 놈들을 단죄(斷罪)해 주십시오.”
현재 북쪽 계곡에는 루마샤리오스를 포함해 다섯 마리의 드래곤이 잠복하고 있다.
유들라스는 그들만 믿고 있었다.
“지난번에 제안드린 대로, 브레스 공격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섯 마리의 드래곤이 날아와 일제히 브레스를 날린다면 백룡기사단은 괴멸될 것이다.
유들라스의 부하인 몬스터들도 휩쓸리게 되겠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몬스터들이야 부화장에서 저절로 태어나는 놈들이고, 별로 중요한 자원도 아니다.
“그러니… 루마샤리오스 님?”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평소와는 달리 루마샤리오스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루마샤리오스는 평소 얼어붙은 계곡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바로 답변이 돌아와야 했다.
“루마샤리오스 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
쿠쿠쿵!
갑자기 주위가 흔들려서 유들라스는 흠칫했다.
“무, 무슨 일이냐?!”
“백룡기사단의 공격이 예상보다 격렬합니다! 공성 병기가 요새의 외벽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벌써?!”
바깥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유들라스는 다급히 수정 구슬에 매달렸다.
“루마샤리오스 님! 한시가 급합니다! 빨리 응답해 주십시오! 자칫하면 요새가…….”
바로 그때.
수정 구슬에 루마샤리오스의 얼굴이 표시되었다.
“아, 드디어 연결이 되었군요! 루마샤리오스 님, 지금……!”
“유들라스…….”
하지만.
루마샤리오스의 목소리가 평소와 많이 달랐다.
언제나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였는데… 지금 목소리는 상당히 긴장되어 있었다.
“지금… 너희를 도우러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듣고, 유들라스는 눈을 크게 떴다.
“저희가 놈들을 끌어내면 루마샤리오스 님이 다른 드래곤들을 이끌고 기습하는 작전 아니었습니까?”
“놈들이… 우리 위치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네?!”
유들라스는 숨을 삼켰다.
에인헤랴르가… 드래곤들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단 말인가?
“그, 그러면 그걸 알면서 왜 백룡기사단만으로 습격을…….”
“참으로… 어리석은 놈.”
루마샤리오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의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다니… 내가 무능한 놈을 수하로 두고 있었구나.”
“루, 루마샤리오스 님? 대체 무슨…….”
그 직후, 통신이 끊겼다.
수정 구슬에서 루마샤리오스의 모습이 사라졌고, 아무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유들라스가 당황하면서 수정 구슬을 잡고 흔들고 있을 때.
갑자기 배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서늘한 기척이었다.
“누, 누구냐?!”
유들라스는 다급히 등 뒤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노인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뭐, 뭐하는 놈이냐! 여기는 어떻게 숨어들어 왔지?!”
“우리가 잘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일세, 용귀족.”
“뭐라고? 그게 무슨…….”
노인은 에인헤랴르의 기사들과는 달리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펄럭이는 로브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 소매에서… 단검 한 자루가 튀어나왔다.
“카이트 공자가 이곳을 맡겼으니, 우리 교단에서 책임지고 정리해야겠지.”
“……?!”
그 직후, 유들라스는 깨달았다.
복도에 부하들의 시체가 쓰러져 있다는 것을.
마치 암살이라도 당한 것처럼, 다들 저항도 못 하고 단번에 숨이 끊어진 것 같았다.
“이, 이게 대체…….”
“자, 그러면…….”
단검을 손에 든 채.
노인이 차갑게 말했다.
“목을 내놓게, 용귀족.”
* * *
얼어붙은 계곡.
그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루마샤리오스는 천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무능한 용후작 유들라스와의 통신은 이미 진작 끝냈다.
“그렇군. 네놈이 여기로 온 것인가…….”
흑발의 청년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루마샤리오스를 따르던 젊은 드래곤인 베르테리나구의 시체를 발로 밟으면서.
“카이트 에인헤랴르… 네놈이 이곳 설원지대로 진격하고 있었군.”
베리타스투스가 사망한 뒤, 카이트 에인헤랴르 문제는 용공작 하겐이 전담하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카이트 에인헤랴르가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정보는 루마샤리오스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하겐이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이쪽으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 것일까.
“하겐 놈… 대체 무슨 생각이냐.”
바로 그때.
카이트 에인헤랴르 옆에서 또 다른 인간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공적이군요, 카이트 님.”
“네, 에리크 경.”
백룡기사단장 에리크.
루마샤리오스가 해치우고 싶었던 소드 마스터가, 카이트 에인헤랴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드래곤들이 움직이기 전에 몰래 접근하여 우리가 먼저 기습한다… 확실히 절묘한 작전입니다.”
“에리크 경의 협력 없이는 성립할 수 없었던 작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 대화를 듣고, 루마샤리오스는 비로소 이해했다.
에인헤랴르는 이곳에 드래곤들이 잠복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백룡기사단이 바나디스 요새를 공략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카이트와 에리크가 함께 이곳을 기습한 것이다.
바나디스 요새의 용귀족들과 이곳에 있는 드래곤들을 동시에 소탕하기 위해.
“그러면… 에리크 경.”
카이트 에인헤랴르가 검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였다.
에인헤랴르를 대표하는 신화병장 중 하나… 수많은 드래곤의 목숨을 빼앗은 상흔검 발뭉이 분명했다.
“드래곤들을 소탕합시다.”
마치 잔챙이 몬스터를 소탕하자고 말하듯이.
카이트 에인헤랴르가 오만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