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33
▣ 133화. 설원을 달려라 (3)
“이게 대체 뭡니까?!”
니얼은 편지를 들고 눈을 부릅떴다.
“카이트 공자님… 이러시면 어떻게 하라고요!”
“푸르릉.”
편지를 전해 준 배달부… 바이콘이 콧소리를 냈다.
카이트와 함께 북동쪽으로 향했던 바이콘이지만, 조금 전에 혼자서 감찰기사대에 합류했다.
“대체 어떻게 우리를 쫓아온 거지? 발자국을 추적했나?”
“우리 생각보다 지능이 엄청나게 높은 걸지도 모르겠군.”
어윈과 슈데르츠가 바이콘을 보면서 감탄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카이트 공자님이 한동안 돌아오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게 문제죠.”
니얼이 답답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급한 일이 생겨서 한동안 단독 행동을 하겠다니……. 분명히 금방 다녀온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이게 뭡니까.”
“흠… 확실히 좀 이상한 일이긴 하군.”
듣고 있던 샤이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떻겠나.”
“네?”
“내가 보기에 카이트 공자는 그렇게 책임감 없는 사람은 아닐세.”
샤이흐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카이트 공자는 우리들의 지휘관이지. 카이트 공자가 단독 행동에 나섰다는 건, 그렇게 하는 편이 우리 부대 전체에 더 이득이 될 거라 판단했기 때문일 걸세.”
“우리 부대 전체에……?”
“예를 들어… 적군에 뭔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어서, 그걸 빨리 막아야 되는 상황이라던가.”
“……!”
니얼이 눈을 크게 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그렇다면 우리가 빨리 달려가서 가세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윈이 다급히 말하자, 샤이흐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들의 가세가 필요했다면 우리를 불렀겠지. 본인이 혼자서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혼자서 갔을 터… 우리가 쫓아갈 필요는 없네.”
“하지만…….”
“카이트 공자는 우리가 기존 작전 계획을 제대로 수행하는 걸 바라고 있을 걸세.”
그렇게 말하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이바르가 입을 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바르 님…….”
“형님은 우리만으로도 충분히 앞으로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러니 그 기대에 부응해야죠.”
이바르의 눈빛은 진지했다.
“돌아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라, 이런 말이 편지에 적혀 있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 작전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음… 이바르 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것 같네요.”
어윈과 모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생각에 잠겨 있던 니얼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바르 공자님.”
“네?”
“이바르 공자님이 카이트 공자님의 역할을 대행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임시 지휘관이 되어 주십시오.”
니얼의 말을 듣고, 이바르가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카이트 공자님은 우리 부대의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그 역할을 대신해 주실 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감찰기사대에서 평기사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임시 지휘관은…….”
“그 부분에 관해서입니다만, 카이트 공자님이 지난번에 말씀하셨습니다.”
“네?”
“비상사태에는 이바르 공자님에게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라고 말입니다.”
“……!”
이바르가 숨을 삼키자, 어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바르 님이 지휘관 대리 역할을 맡아 주신다면, 저희는 따르겠습니다.”
“어윈 경…….”
“청룡기사단을 지휘하시던 시절의 솜씨, 보여 주시죠.”
“…….”
이바르는 입을 다문 채 주위를 둘러봤다.
다들 이바르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요. 알겠습니다, 여러분.”
“오오……!”
“하지만 이번뿐입니다. 저는 빨리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는 검사가 되는 게 우선이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뒤, 이바르는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당초 계획대로, 서쪽의 웨어울프 군락을 치겠습니다. 다들 진군을 재개합시다.”
“네, 이바르 공자님!”
“알겠습니다!”
이바르의 지휘하에 연합 부대는 다시 진군을 시작했다.
카이트가 돌아왔을 때, 그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 * *
카이트 에인헤랴르라고 합니다.
후드를 벗으면서 대답한 남자 앞에서, 용공작 위드칼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농담을 하는 건가?”
“농담?”
흑발의 청년이 피식 웃었다.
“이해력이 떨어지는군, 위드칼트.”
“뭐라고?”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되나?”
“…….”
위드칼트는 일단 헤르브란데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녀는 경직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을 뿐이었다.
“헤르브란데, 자네…….”
“죄송합니다, 위드칼트 공…….”
“……!”
그제야 위드칼트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헤르브란데가 배신하여 카이트 에인헤랴르를 데려온 것이다.
“헤르브란데, 어째서……!”
“죄송합니다…….”
“크윽!”
위드칼트는 카이트의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확실히 그동안 들었던 카이트의 인상과 비슷했다.
“그렇다면, 네가 정말로 카이트 에인헤랴르랸 말이냐!”
“그렇지.”
“……!”
위드칼트는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여기는 무슨 용무로 나타난 거냐!”
“그것까지 말해 줘야 하나?”
카이트가 코웃음을 쳤다.
“너희들을 도륙하러 왔겠지.”
“뭐라고?!”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위드칼트, 네가 하겐보다 먼저 설원지대에 들어와 용귀족들을 소집하고 있다는 건 이미 들었다. 헤르브란데가 다 말해 줬지.”
“헤르브란데!”
위드칼트는 헤르브란데를 노려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하필이면 용살검가 에인헤랴르에게 붙어서 모든 걸 다 알려 주다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비난을 견디기 어려웠는지, 헤르브란데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도 거부하려 했단 말입니다! 하지만, 제 목숨을 뺏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니드호그 폐하의 별궁까지 파괴할 거라고 협박해서……!”
“젠장!”
파프니르 파벌과는 달리, 니드호그를 따르는 용귀족들은 충성심이 대단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맹목적인 충성심이 이런 식으로 작용할 줄이야.
“어, 어차피 당신들은 파프니르 파벌… 우리가 당신들에게 신의를 지켜 줄 필요는 없습니다!”
“헤르브란데!”
“생각보다 파벌 간의 갈등이 심했던 것 같군.”
카이트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위드칼트, 나는 네가 설원지대의 용귀족들을 규합하도록 내버려 둘 이유가 없다. 지금도 내 부하들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용귀족과 몬스터들을 소탕하고 있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위드칼트, 너도 처단해야겠지.”
“카이트 에인헤랴르, 네놈…….”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파프니르 파벌의 용공작들을 많이 저승으로 보내 줬다.”
카이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너도 뒤쫓아 가게 해 주지.”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구나, 에인헤랴르의 애송이!”
분노에 휩싸인 채, 위드칼트는 목소리를 높였다.
* * *
“헤르브란데, 뒤로 물러나라.”
“앗, 네.”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말고.”
“……!”
헤르브란데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위드칼트의 움직임을 살폈다.
당장이라도 나를 찢어 죽일 것처럼 소리친 것과는 달리, 위드칼트는 더 후방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그 대신 위드칼트와 함께 있던 용귀족들이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겁쟁이인 건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의문은 곧 풀렸다.
위드칼트가 손을 하늘로 치켜든 순간, 눈보라가 거세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법에 특화된 용공작인가!’
미친 듯이 휘몰아치던 눈이 한곳으로 집결되었다.
그리고 거대한 ‘눈의 거인(巨人)’이 되었다.
“쳐라!”
위드칼트의 호령과 함께, 눈의 거인이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잔챙이 용귀족들도 거인과 보조를 맞춰서 돌진해 왔다.
“그동안 많은 경험을 해 왔지만.”
거인의 거대한 주먹이 나에게로 날아오는 걸 보면서, 혼잣말을 했다.
“눈사람과 싸우는 건 처음이군.”
경공을 사용해 도약했다.
그리고 검강을 전개한 발뭉을 휘둘렀다.
거인의 팔을 절단할 생각이었다.
“……?”
하지만, 여기서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별다른 저항 없이 칼날이 거인의 팔을 파고든 것이다.
신속히 검을 거둬들이며 후퇴하자, 거인의 팔에 아무런 상처가 없는 모습이 보였다.
“재미있군.”
이건 정말로 눈사람이다.
칼로 쑤신다고 해서 상처를 입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런 게 가능한가?”
쿵!
거인의 주먹이 땅에 충돌하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뭔가 불공평하군.”
내 참격은 효과가 없다.
하지만 저 녀석의 타격은 효과가 있다.
“카이트 에인헤랴르를 해치워라!”
“위드칼트 공의 스노우 골렘과 함께 몰아붙여라!”
용귀족들까지 거인과 호흡을 맞추면서 나를 공격해 왔다.
거인이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나를 공격해 댔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네놈이 검을 휘둘러봤자 소용없다!”
위드칼트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검으로 스노우 골렘을 일도양단해 봤자, 금방 다시 달라붙을 것이다!”
“왠지 그럴 것 같더라.”
검으로 베거나 찌르는 건 소용없다.
평범한 검사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검사가 아니다.
“…….”
나는 발뭉을 던졌다.
이기어검으로 움직이는 발뭉으로 용귀족들을 상대하면서, 노퉁을 뽑았다.
“어디 보자.”
“잠깐, 그 붉은색 칼자루는…….”
노퉁을 뽑아 드는 모습을 보고, 위드칼트가 목소리를 높였다.
“엘드리트 공이 사용하던……!”
“그래.”
노퉁에 저장되어 있는 에테르의 힘을 8갑자 내공과 조화시켰다.
그것으로… 수라적염검을 펼쳤다.
“헉……!”
콰콰콰쾅!
폭발적인 화염이 방출되어, 눈의 거인을 덮쳤다.
마법적인 방어막이라도 존재하는지 거인은 한동안 버텼지만, 결국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칼로 벨 수 없으면 불로 녹이면 되는 거지.”
“네 녀석, 신화병장의 힘을 어떻게 그 정도로 자유자재로 이끌어 내는 거냐?! 엘드리트 공도 그렇게 신속하게 노퉁의 힘을 끌어내지는 못했는데……!”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위드칼트는 곧장 다음 마법을 사용했다.
눈으로 뒤덮인 산줄기에서 수없이 많은 얼음의 창이 솟구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 이것도 막아 봐라!”
“미안하지만.”
나는 노퉁에서 화염을 뿜지 않았다.
그 대신 발뭉을 조작했다.
“네가 시키는 대로 해 줄 필요가 없지.”
“……!”
파파팟!
이기어검에 의해 종횡무진 움직인 발뭉이 공중에서 얼음 창을 파괴했다.
수많은 얼음 조각이 바람에 휘날려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화염 공격을 연발하게 하여 에테르를 소진시킬 생각이었나?”
“……!”
“의외로 잔꾀를 부리는 성격이군, 위드칼트.”
에테르의 힘을 과도하게 끌어내면 한동안 그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에테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된다.
파프니르가 에테르를 추출한 신화병장은 빈껍데기가 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신화병장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너도 파프니르에게 명령받아 신화병장을 수집하고 있나?”
“……!”
위드칼트가 숨을 삼켰다.
정곡을 찔린 모양이다.
“파프니르는 신화병장을 모아서 에테르를 뽑아내고 있는 모양이던데,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군.”
“네놈, 어떻게…….”
“어쨌든, 위드칼트.”
나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잔꾀 부릴 생각은 하지 말고, 제대로 덤벼라.”
“……!”
“너도 용공작이라면 용공작의 긍지가 있을 텐데.”
내 말을 듣고, 위드칼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좋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이미 다른 용귀족들은 발뭉의 칼날에 다 쓰러진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그들 전부보다 홀로 남은 위드칼트가 더 강할 거라 생각했다.
“후회하게 해 주마!”
쿠쿠쿵!
눈 쌓인 산줄기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눈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눈의 용(龍)이군.”
산에서 떨어져 내리는 막대한 양의 눈이 한 곳으로 뭉쳐서 용 내지는 뱀 같은 모양이 되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십여 마리였다.
그렇게 많은 설룡(雪龍)을 거느린 채, 위드칼트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하겐 공이 도착하기 전에… 네놈을 제압해 주마.”
“미안하지만, 불가능할 거다.”
냉담하게 대꾸했다.
“도착한 이후에도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건방진……!”
십여 마리의 설룡과 함께 돌진해 오는 위드칼트를 보면서.
나는 발뭉과 노퉁을 동시에 들고 검강을 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