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55
▣ 155화. 인룡대전 (2)
“아버지는 아직 잠들어 계신 건가?”
“네, 치료는 다 끝났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십니다. 아나스타샤 님의 진찰에 의하면 피로가 너무 누적되신 것 같다고…….”
“어쩔 수 없지. 그냥 쉬게 해드려야겠다.”
“형님, 그러면 회담은 어떻게 합니까?”
“우리가 맡아서 하는 수밖에.”
이바르와 대화를 나누며, 임시로 마련된 회담장에 발을 들였다.
그곳에는 이미 에리크와 니얼, 모리안, 아나스타샤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니드호그와 디트리히도 자리에 앉아 있는 상태였다.
‘에인션트 드래곤인 독룡 니드호그, 그리고 그 오른팔인 용공작 디트리히…….’
파프니르와 하겐이 동시에 앉아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니드호그는 본체가 아니라 분신이기 때문에 딱히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상한 수작을 부리면 바로 검을 뽑아 대응할 생각이었다.
“현재 에인헤랴르 대공이 회담에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장남인 내가 대리인으로서 회담을 진행해야 될 거 같군.”
이바르와 함께 자리에 앉으면서, 시구르드를 대신해 에인헤랴르의 대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근처에 앉아 있던 에리크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동조했다.
“현재 이 자리에는 피어너 가문과 크레스니크 가문의 대표도 참석하고 있다. 그러니 오늘 이 회담에서는 에인헤랴르 가문뿐만 아니라 북부 지역 전체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겠지.”
모리안과 아나스타샤를 한 번씩 쳐다보며 말했다.
“니드호그, 일단 그쪽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를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군.”
“그렇게 하지, 카이트.”
니드호그에게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전에, 다들 긴장을 풀어 줬으면 좋겠다. 내가 에인션트 드래곤이긴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건 실체가 아니라 분신에 불과하니까.”
진짜 니드호그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니드호그가 자신의 힘을 떼어내서 만든 분신이라고 한다.
“니드호그, 지금 그 모습은…….”
에리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니드호그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폴리모프를 사용해 인간의 모습이 된 것이지. 다른 생물로도 변신할 수 있지만, 인간의 모습을 취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야.”
“폴리모프…….”
“너희는 드래곤 형태가 더 익숙하겠지. 하지만 대화를 나누려면 이쪽이 더 적합할 거야.”
그렇게 말한 뒤 니드호그가 나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말이다.”
“니드호그.”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인션트 드래곤이 에테르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게 사실인가?”
“맞아.”
우리의 대화를 듣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카, 카이트 공자님, 그게 무슨 소리죠?”
“에인션트 드래곤은 에테르를 사용해 육체를 유지하고 있었어.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살아온 탓에 체내 에테르가 부족해지게 되었지. 그래서 에인션트 드래곤들은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야.”
“그, 그러면 설마……!”
모리안이 눈을 크게 떴다.
“아카샤니그두가 게 볼그와 칼라드볼그를 빼앗으러 왔던 건…….”
“신화병장의 에테르를 추출하기 위한 거였지. 그걸로도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지만 말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 니드호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에인션트 드래곤은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어. 그 대책으로 대부분 나처럼 폴리모프를 하여 인간 형태를 취하고 있지. 에테르의 에너지를 조금만 써도 되니까 말이야.”
파프니르는 폴리모프를 사용하는 걸 싫어했지만…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들이 인간으로 폴리모프하여 영구동토를 빠져나갔다는 거야.”
“……!”
니드호그의 얘기를 듣고, 다들 눈을 크게 떴다.
“지, 지금 뭐라고…….”
“에인션트 드래곤들이, 인간으로 폴리모프해서…….”
“영구동토를 빠져나갔다고?!”
당황하는 사람들에게, 니드호그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들은 휘하의 드래곤 및 용귀족들을 희생시켜 외부 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확보했어. 그리고 영구동토를 빠져나가 남하했지.”
“남하했다면…….”
“너희들의 지배 영역보다 훨씬 남쪽으로 말이지.”
“……!”
에인헤랴르가 지배하는 북부가 아니라, 황제파 귀족이 지배하는 남부로.
에인션트 드래곤들은 그렇게 우리들의 눈을 피해 남하했다.
“니드호그, 놈들의 목적은 인룡대전(人龍大戰)인가?”
“그렇지.”
파프니르와 마찬가지로, 니드호그는 인룡대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대체 인룡대전이 뭐지?”
“대부분의 인간들과 드래곤들은 인룡대전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
언젠가 시작될 인간과 드래곤의 결전.
우리는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인룡대전은 결국 에인션트 드래곤의 생존을 위한 전쟁이야.”
“생존을 위한 전쟁…….”
“에테르 부족으로 인해 에인션트 드래곤은 멸망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인류 문명을 멸망시키고 에인션트 드래곤이 지상을 완전히 지배하게 되면 멸종을 회피하는 것도 가능하지.”
“혹시 인간들을 희생시켜서 그 생명력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건가?”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
니드호그의 말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숨을 삼켰다.
“결국 에인션트 드래곤들이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다. 빨리 인간을 멸망시키고 우리들의 생존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결의한 순간… 인룡대전이 시작되도록 되어 있었던 거지.”
운명적인 결전의 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에인션트 드래곤들이 한계에 도달해 단체 행동에 나서면 그게 인룡대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니얼이 입을 열었다.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들이 남부로 침투한 건, 제국을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게 더 빠를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겠군요.”
“그렇지.”
니얼의 추리에 니드호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에인헤랴르와 정면에서 대결하는 건 비효율적이지.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서 전쟁을 벌이면 에인헤랴르 정도야 충분히 멸망시킬 수 있겠지만, 그쯤 되면 남쪽의 인간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모든 전력을 총동원할 거야.”
“그렇게 되면 전쟁이 길어지겠죠. 에테르가 부족한 에인션트 드래곤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상황일 겁니다.”
“그렇지. 그래서 인간 사회로 침투하는 작전을 세운 거야.”
“황실 및 황제파 귀족들을 무너뜨리면 인간들이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게 어려울 거라 생각한 거군요.”
니얼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카이트 공자님,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위험합니다. 놈들이 인간 사회에 침투해서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그렇겠지. 어쩌면 폴리모프로 인간 행세를 하면서 귀족들의 내분을 유도할지도 몰라.”
“네, 복잡한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빨리 움직여서 대처해야 합니다.”
니얼의 말대로,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너무 늦으면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조금 의문이 들었다.
인간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에인션트 드래곤들이 대대적으로 움직인다는 건 왠지 어색했다.
그 이면에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무림에서도 마교 세력이 무림맹에 침투한 적이 있었지.’
그때 마교는 무림맹 내부에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그것이 아니었고, 다른 음모를 진행하고 있었다.
무림맹 내부에서 사악한 대법(大法)을 진행해 모든 것을 뒤집어엎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 것처럼… 에인션트 드래곤들도 어떤 거대한 음모를 위해 남쪽으로 침투한 게 아닐까.
‘니드호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나는 니드호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니드호그, 한 가지 확인하고 싶군.”
“뭐지?”
“너는 왜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들과 함께하지 않은 거지?”
“…….”
“파프니르는 이유가 있어서 영구동토에 남아 있었지. 하지만 너는 그런 게 아닌 걸로 보이는데.”
파프니르는 에인헤랴르와의 정면 대결을 원했다. 그리고 인간으로 폴리모프하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과 함께 움직이는 걸 거부하고 영구동토에 남아 우리와 싸웠다.
하지만 니드호그는 그런 이유도 없으면서 영구동토에 남았고, 게다가 우리에게 동맹을 맺자고 제안하고 있다.
대체 어째서일까.
“너도 에테르가 부족한 상태 아닌가?”
“그렇지. 이대로 가면 나도 머지않아 수명을 맞이하게 될 거야.”
“그런데 왜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과 함께하지 않는 거지? 인류를 멸망시키지 않으면 너도 결국 죽게 될 텐데.”
“꼭 그렇지만도 않아.”
그 순간.
니드호그의 눈동자에 새겨져 있던 기묘한 문양이, 요사스러운 녹색 빛을 발했다.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이 전멸하고 오로지 나 하나만이 남아 있는 상태라면… 계속 수명을 연장하는 게 가능하거든.”
그것은 철저하게 타산적인 발언이었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그동안 나는 계산을 해왔어.”
“…….”
“모든 에인션트 드래곤이 생존하려면 인류 문명을 멸망시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 하지만… 나 혼자 살아남는다면 인간들과 공존하는 것도 가능해.”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을 몰살시키고, 혼자서 모든 자원을 독점한다.
그것이 니드호그의 작전이었다.
“카이트, 슬슬 눈치챘겠지만, 나는 인간을 좋아하는 편이야.”
“…….”
“인간 모습을 취하는 것도 좋아하지. 그래서 설원지대의 별궁도 인간 사이즈에 맞춰놨어. 인간 행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건 나한테 유일하게 즐거움을 주는 ‘유희’거든.”
설원지대의 별궁.
이것은 니드호그의 말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였다.
인간 모습을 취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면, 굳이 인간 크기의 별궁을 만들어 놓을 이유가 없으니까.
파프니르의 궁전처럼 에인션트 드래곤의 크기에 맞는 건물을 지어놓는 게 더 자연스럽다.
“드래곤의 유희…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아나스타샤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래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인간 행세를 하면서 다닌다고… 허황된 전설이 아니었던 거군요.”
“잘 알고 있네.”
니드호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쨌든 인간들을 멸망시킨다니,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야.”
“…….”
“먼 옛날, 인간과 드래곤이 서로 적대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던 시절이 있었지.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편이거든.”
니드호그 말대로, 옛날에는 인간과 드래곤 사이에 화평이 유지되고 있었다.
정말로 니드호그가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걸 원한다면 인룡대전에 참가하지 않는 게 맞다.
“게다가… 나는 지난번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들과 함께 움직여 봤자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지.”
“아, 그러고 보니…….”
에리크가 눈을 크게 떴다.
“지난번에 시구르드 전하와 함께 그쪽 전력을 대부분…….”
“그렇지. 덕분에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들처럼 부하들을 몰살시켜서 대체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졌어.”
얼마 전, 시구르드는 에리크 등과 함께 설원지대에서 니드호그 파벌을 상대로 전쟁을 치렀다.
드래곤의 시체가 무수히 쌓였다고 하니, 니드호그가 희생시킬 수 있는 부하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작전에 참가하지 않고, 파프니르처럼 영구동토에 남았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방침을 결정하려고 말이야.”
“만약 우리가 파프니르에게 패배하여 전멸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그때는 파프니르와 의논해서 다른 방법을 모색했겠지. 전리품으로 신화병장도 여유롭게 손에 들어왔을 테고, 그 에테르를 나눠받으면 나한테도 여유가 생기니까.”
니드호그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너희는 파프니르를 쓰러뜨렸지. 그 덕분에 나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
“…….”
“너희와 손을 잡아서 다른 에인션트 드래곤들을 모조리 쓰러뜨리는 것이… 나한테 가장 유리하다고 말이야.”
어떻게 보면 니드호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존재였다.
오로지 자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동족들을 배신하고 인간 측에 붙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너희 입장에서는 나를 신뢰하기 어렵겠지.”
“…….”
“말은 이렇게 하고 나중에 가서 뒤통수를 칠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이건 당연한 일이다.
니드호그를 무조건 믿어 줘야 할 이유가 우리한테는 없으니까.
“그러니 나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정보를 하나 주지.”
“정보?”
“그래, 너희들한테 매우 중요한 정보야.”
니드호그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쯤 요르문간드가 움직이고 있을 거야.”
요르문간드.
그 이름이 나온 순간, 사람들이 숨을 삼켰다.
“거룡 요르문간드……!”
“그 거대한 에인션트 드래곤이?!”
거룡 요르문간드.
에인션트 드래곤 중의 하나로, 이름대로 거대한 몸집을 지닌 존재.
파프니르와 니드호그만큼은 아니지만, 요르문간드 파벌도 에인헤랴르와 자주 충돌해 왔다.
“카이트, 몇 달 전에 루스베르그 후작과 충돌했었지?”
“그래, 내가 토벌했지.”
루스베르그 후작은 북부의 중소 귀족들을 규합하여 에인헤랴르를 치려 했던 귀족이다.
하지만 결국 내 손에 목숨을 잃었고, 그 영지는 에인헤랴르가 접수하게 되었다.
다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 설마……!”
무슨 얘기인지 눈치챈 니얼이 목소리를 높였다.
“루스베르그 후작은 남부의 황제파 귀족들과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황제파 귀족들이 루스베르그 후작의 복수를 하기 위해 움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루스베르그 후작을 처단하고 그 영지를 접수한 뒤, 우리는 황제파 귀족들의 개입을 경계했다.
그래서 카이트의 친구였던 오케아스 등 상인들을 통해 황제파 귀족들의 동향을 계속 살피고 있었다.
“그렇다면, 거룡 요르문간드가……!”
“그래, 거룡 요르문간드는 황제파 귀족의 일원으로 위장하여, 루스베르그 후작을 살해한 죄를 묻겠다는 명목으로 에인헤랴르를 선제공격할 거야.”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황제파 귀족이 에인헤랴르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실체는… 인룡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에인헤랴르를 무너뜨리려는 에인션트 드래곤들의 음모다.
“시구르드 에인헤랴르와 카이트 에인헤랴르가 이곳 영구동토에 와 있는 사이에 말이지. 일종의 빈집털이라 할 수 있겠네.”
“카, 카이트 형님!”
이바르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빨리 남쪽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자칫하면……!”
“그래, 다들 위험해지겠지.”
에인헤랴르의 주력 부대는 대부분 원정을 나간 상태다.
에인션트 드래곤을 막아 낼 수 있는 전력이 없다.
“그냥 내버려 둘 수 없겠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니드호그에게 시선을 향했다.
“니드호그.”
“…….”
“시구르드 에인헤랴르를 대신하여, 에인헤랴르 가문의 장남으로서 말하겠다.”
니드호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해준다면 너희와의 동맹을 수락하지.”
“적극적인 협력이라.”
내 말을 듣고, 니드호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을 원하지?”
“이동 수단.”
“좋아.”
고개를 끄덕이면서 니드호그가 디트리히에게 눈짓을 했다.
“훈련되어 있는 와이번을 제공하지. 하늘을 나는 용기병(龍騎兵)이 되면 육지를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다행이군.”
바이콘이 아무리 빨라도, 여기서 고틀란드까지 가려면 열흘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엘드리트처럼 와이번을 타고 날아갈 수 있다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와의 동맹, 받아들이지.”
“…….”
내가 손을 내밀자 니드호그가 잠시 눈을 깜박였다.
디트리히가 다급히 끼어들려 했지만, 니드호그는 손짓으로 제지했다.
“오랫동안 인간 흉내를 내왔지만, 이런 걸 하는 건 처음이야.”
우리는 악수를 했다.
기분 탓인지 니드호그는 살짝 멋쩍어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이걸로 니드호그와의 신뢰 관계가 성립된 것은 아니야.’
니드호그의 본심이 어떤 건지, 아직 알 수 없다.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중에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는 이상,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카이트, 요르문간드는 만만한 상대가 아닐 거야. 파프니르하고는 다른 타입이니까.”
내 손을 붙잡은 채, 니드호그가 우려하는 말을 했다.
“폴리모프를 한 상태에서는 그냥 평범한 인간 귀족 같겠지만, 폴리모프를 해제하면 거대한 몸집을 드러내겠지. 그 거체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군, 니드호그.”
나는 냉정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아. 나한테 요르문간드는 왜소하게 느껴지니까.”
“……!”
그렇다.
요르문간드는 에인션트 드래곤의 긍지 따위는 내팽개치고 빈집털이 같은 치졸한 짓을 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를 자기 앞마당으로 불러들여 상대로 당당하게 싸웠던 파프니르와 비교하면, 왜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거룡 요르문간드… 네가 우리 뒤통수를 치려고 한다면, 용서 없이 짓밟아 주마.’
에인션트 드래곤들과의 인룡대전.
그 선봉으로 나선 요르문간드의 목을 날려 주기 위해, 나는 남쪽으로 내려갈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