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60
▣ 160화. 거룡을 짓밟아라 (5)
쿠쿵!
요르문간드가 몸을 비틀며 지진을 발생시켰다.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지만, 디트리히는 오러 실드를 전개하여 방어했다.
디트리히 본인은 충격파를 견딜 수 있지만, 디트리히가 타고 있는 와이번은 충격파에 휩쓸리면 즉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트리히……!”
요르문간드가 포효하면서 꼬리를 휘둘렀다.
디트리히는 공중을 휘젓는 꼬리를 피하면서 요르문간드의 몸통을 노렸다.
거인이 사용했다는 신화병장 에케작스의 능력이 발동하여 칼날이 거대화되었다.
그것을 디트리히의 괴력으로 휘두르면…….
“하압!”
콰앙!
굉음과 함께 요르문간드의 몸이 밀려 나갔다.
용공작 최강의 괴력을 지닌 디트리히의 공격은 요르문간드의 거체를 움직일 정도의 파워가 있었다.
“귀찮게 하지 마라……!”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디트리히의 공격은 요르문간드의 육체에 상처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요르문간드는 단순히 거대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표피 자체가 두껍기 때문에 극강의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오러의 방어막을 두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디트리히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었다.
‘정말로 압도적인 방어력이군.’
혀를 차면서 디트리히는 와이번을 몰고 다시 하늘 높이 솟구쳤다.
하지만 너무 거리를 벌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 요르문간드가 다시 고틀란드로 전진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시간을 끄는 것.’
지금처럼 디트리히가 계속 공격해 봤자 요르문간드를 쓰러뜨릴 수는 없다.
디트리히가 할 수 있는 건 요르문간드를 이 자리에 붙잡고 시간을 끄는 것뿐이다.
상처를 입힐 수는 없더라도 이렇게 계속해서 후려치면 요르문간드의 주의를 끌 수 있다.
‘지금 내 모든 힘을 사용할 수는 없으니, 이 정도만……!’
쿠웅!
하늘 높이 치솟은 요르문간드의 꼬리를 에케작스로 후려쳤다.
요르문간드가 크게 몸을 꿈틀거렸고, 사방으로 충격파가 퍼졌다.
오러 실드로 방어하며 위치를 이동하려 했을 때, 요르문간드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
콰콰쾅!
근처에 있던 야산을 후려친 것이다.
야산은 마치 과자처럼 산산조각 났고, 그 파편이 디트리히를 향해 날아왔다.
‘위험하군!’
오러 실드는 마법이나 브레스, 충격파 등에 강하다.
하지만 단순한 물리공격에는 약한 편이라, 저런 공격은 막기 어렵다.
결국 디트리히는 에케작스를 거대화시켜 공중으로 날아오는 암석들을 막아야 했다.
“이제야 겨우 빈틈이 생겼군.”
“……!”
그 순간.
배후에서 솟아오른 요르문간드의 머리가 디트리히를 덮쳤다.
물고기같이 생긴 요르문간드의 입에는 불규칙한 이빨이 빼곡하게 나 있었다.
“네 모든 것을 소화하여 에너지원으로 삼아 주마, 디트리히!”
“큭……!”
절체절명의 상황.
디트리히는 와이번 위에서 뛰어오르는 것으로 대응했다.
와이번은 요르문간드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디트리히는 공중에서 에케작스를 두 손으로 잡았다.
계속해서 디트리히를 노리는 요르문간드의 콧잔등을 향해 에케작스를 휘두르려 한 순간.
강렬한 충격파가 디트리히를 덮쳤다.
“컥……!”
요르문간드가 정면으로 충격파를 발생시킨 것이다.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정통으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전신에 통증을 느끼면서 디트리히는 아래로 추락했다.
‘몸을 가누기가……!’
이 상태에서 요르문간드가 덮친다면 방어하기 어렵다.
요르문간드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디트리히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
하지만.
요르문간드는 디트리히에게 시선을 향하지 않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채 다른 쪽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덕택에 디트리히는 공중에서 자세를 잡고 다른 곳으로 피할 수 있었다.
‘대체 왜…….’
그리고, 디트리히도 요르문간드가 무엇에 시선을 빼앗긴 건지 알게 되었다.
디트리히에게 요르문간드를 막아 달라고 부탁했던 카이트가… 찬란하게 빛나는 검을 들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이미 나는 와이번에서 내려온 상태였다.
와이번을 타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역시 두 발이 땅에 닿은 상태여야 안정감이 있었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산맥처럼 내 앞을 가로막은 요르문간드에게서 육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검은 무엇이냐?”
“분노검 그람이지. 알고 있을 텐데.”
시구르드가 사용하던 신화병장.
먼 옛날 초대 시구르드가 파프니르를 격퇴할 때 사용했고, 역대 에인헤랴르 대공이 계승해 온 검.
“현재 시구르드가 쓰러진 상태이기 때문에 임시로 내가 사용하고 있다.”
“그걸 묻는 것이 아니다.”
요르문간드가 다그치듯이 말했다.
“칼날에 부여한 에너지가 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뭐로 보이지?”
그람은 무형의 기운을 흡수하고 압축시키는 데 특화된 검이다.
드래곤 브레스조차 빨아들여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람에는 거대한 기운이 압축되어 있는 상태였다.
“네 검에 압축되어 있는 에너지에게서는 파프니르가 느껴진다.”
“그것도 느껴지나? 신기하군.”
“네놈…….”
요르문간드의 목소리에 분노가 깃들기 시작했다.
“파프니르의 드래곤 오브로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에인션트 드래곤의 마석은 드래곤 오브라고 하나? 지식이 하나 늘었군.”
그렇다.
내가 사용한 것은 파프니르를 쓰러뜨리고 얻은 마석이다.
시간이 없어서 내공으로 흡수하지는 못했지만, 에테르의 힘을 끌어내서 사용하는 건 가능하다.
“파프니르의 에테르 에너지를 끌어내서, 그람에 부여한 것인가!”
“그렇지.”
“참으로… 모독적이구나!”
요르문간드가 분노했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시선으로 보기에 용납하기 어려운 일인 걸까.
“네놈, 대체 어떻게 그 정도로 에테르를 제어할 수 있는 거냐! 아무리 그람을 사용했다고 해도 그렇게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건 불가능할 텐데!”
“불가능한가?”
“그렇다!”
거친 목소리로 요르문간드가 떠들어 댔다.
“너희 인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에테르는 신화병장의 에테르뿐이다! 신화병장 자체의 기능을 사용해 에테르를 활성화시키지 않고는 그 힘을 쓸 수 없다! 애초에 신화병장은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그런가? 지식이 또 하나 늘었군.”
이건 정말로 새로운 정보였다.
신화병장은 처음부터 에테르를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였던 건가?
에테르가 많았던 신화시대에 제작된 병장기여서 에테르를 내포하고 있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신화시대의 영웅들은 에테르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왜 신화병장을 따로 제작한 거지?’
인간들이 에테르를 써먹지 못하게 되고 에테르 자체도 고갈될 날을 대비해서 미리 만들어 놓았던 걸까.
무슨 이유였을지 궁금했다.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에테르를 그렇게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거냐! 설마, 네놈……!”
요르문간드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노려봤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것이냐!”
“결국, 그 얘기로 귀결되는군.”
신화시대의 영웅들처럼 에테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존재, 그랜드 소드 마스터.
그들은 신화병장에 내재된 에테르도 더욱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드래곤 오브에 저장된 에테르도 제어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말해 두지. 나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아니야.”
“뭐라고?”
“애초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거든.”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어디까지나 이쪽 세계 기준의 경지다.
무림에서 성장한 나는 다른 경지를 추구하고 있다.
“나는 나만의 경지를 추구하고 있다.”
“그게 무슨…….”
현재 나는 아직 현경에 머무르고 있다.
다음 단계인 신화경 내지는 자연경에 도달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중이다.
무림에서도 신화경이나 자연경에 도달한 사람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현시점에서는 내가 추구하는 경지에 살짝 발을 들여놓은 상태지.”
“…….”
하겐이 건네준 비전서 덕분에 실마리를 잡았다.
수라무극신공도 완성했고, 신화경 내지는 자연경에 더 가까워졌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조만간 목표로 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도 그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웅.
그람의 칼날에서 검명이 발생했다.
파프니르의 드래곤 오브에서 끌어낸 에테르의 힘이, 그람 자체의 기능과 어우러져 철저하게 압축되어 있는 상태였다.
“에테르를 사용한 수라백강검(修羅白鋼劍)이지.”
“수라백강검……?”
나는 무형의 기운을 수렴시키는 그람의 특성을 활용해, 검강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무공을 만들어 냈다.
거대한 기운을 철저하게 압축하여 극도의 절단력을 지닌 검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수라적염검처럼 광범위 공격에 특화된 무공과는 반대로, 그저 한 곳만을 베어 버리기 위한 무공이었다.
그것을 파프니르의 에테르와 조화시키면… 이렇게 압도적인 검이 된다.
“요르문간드.”
나는 요르문간드의 거체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는 이것으로 너를 벨 것이다.”
“…….”
요르문간드가 흠칫하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요르문간드는 몸을 꿈틀거리며 웃었다.
만약 인간 형태였으면 어깨를 들썩이며 웃어 댔을 것이다.
“웃기는군, 카이트 에인헤랴르!”
“…….”
“파프니르의 에테르를 제어하여 오러 블레이드처럼 만든 것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렇게 왜소한 검으로 나를 베겠다고? 기껏해야 작은 생채기만 낼 수 있을 텐데!”
사실 요르문간드의 거체를 생각하면 이 검은 터무니없이 작긴 했다.
장검 한 자루로 태산을 베어 버릴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러니 요르문간드의 지적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면 시험해 보겠나?”
“뭐라고?”
“내 검이 너를 벨 수 있을지, 시험해 보자는 거다.”
“…….”
나는 요르문간드를 보면서 자세를 취했다.
거대한 산맥을 앞에 두고, 오로지 공격만을 위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긍지를 걸고… 덤벼 봐라, 요르문간드.”
“…….”
“한낱 왜소한 인간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요르문간드의 안면이 꿈틀거렸다.
“정말로 주제를 모르고 까부는구나.”
주위가 흔들렸다.
요르문간드가 분노에 몸을 떨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좋다. 격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마.”
요르문간드의 몸에서 에테르가 활성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거대한 육체를 일제히 움직여 나를 짓뭉개려는 걸 알 수 있었다.
“흔적도 남지 않게 만들어 주마, 카이트 에인헤랴르……!”
쿠쿠쿠쿵!
산맥이 돌진해 왔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뒷걸음치지 않았다.
그람을 앞으로 내민 채, 거리를 가늠했을 뿐이다.
‘저쯤인가.’
돌진해 오는 요르문간드를 향해 도약했다.
요르문간드의 머리 위까지 떠올라서, 이마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으음……!”
스윽!
극강의 절단력을 지닌 수라백강검이 요르문간드의 이마를 파고들었다.
디트리히의 맹공에도 끄떡없었던 요르문간드가 처음으로 상처를 입은 순간이었다.
“겨우 그 정도냐!”
그래도 요르문간드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요르문간드한테 이 정도는 약간 긁힌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람에 압축되어 있는 기운을… 뻗는다.’
에테르의 힘을 해방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압축된 상태를 유지한 채, 길이만 늘린다.
두께는 얇아지지만 상관없다.
날카로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니까.
‘마치… 한 줄기의 빛과 같이.’
백색의 선이 뻗어 나갔다.
요르문간드의 이마를 뚫고, 두개골을 가르고… 두뇌에 닿는다.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수라백강검이 요르문간드의 머릿속을 끝없이 파고들었다.
“아…….”
요르문간드의 입에서 떨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면서 안전한 위치에 착지했다.
그리고, 그 직후.
쩌억.
머리가 반으로 갈라진 요르문간드가 쓰러졌고, 산사태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