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63
▣ 163화. 우리가 역적을 토벌한다 (2)
“프리드레이프, 고틀란드는 너한테 맡기겠다.”
“네가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 아버지가 도착하시면 잘 보살펴드리고!”
“걱정 마십시오. 카이트 형님, 헤스테인 형님.”
막내인 프리드레이프에게 뒷일을 맡긴 뒤 나는 토벌군을 이끌고 남진을 시작했다.
토벌군의 주력은 아그나르의 황룡기사단과 헤스테인의 적룡기사단이었다.
‘황룡기사단과 적룡기사단은 영구동토까지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전력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 충분히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
또한 한발 앞서 고틀란드로 내려온 내 측근들도 동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니얼과 이바르가 내 옆에서 보좌하고 슈엔과 이그니카, 휴이엔, 루살카가 일종의 친위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어윈, 모르트, 슈데르츠도 내 수족이 되어서 움직여 줄 예정이다.
‘그리고 디트리히도 근처에서 움직여 줄 예정이니… 전력은 충분하겠지.’
디트리히는 우리와 동행하지 않는다.
용공작과 함께 움직이고 있으면 쓸데없는 의심을 받을 수가 있으니까.
다만 근처에서 움직이면서 필요할 때마다 우리를 도와주기로 되어 있었다.
* * *
고틀란드를 출발한 우리는 산맥을 넘어 구(舊) 루스베르그 후작령으로 들어섰다.
바르타니아 공작의 공격을 받아 무너져버린 감찰기사대 본부에 들르자, 익숙한 얼굴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카이트 님!”
“오케아스.”
폐허가 된 본부에는 카이트의 유흥 친구였던 오케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바르타니아 공작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서…….”
“됐어. 놈들이 워낙 빠르게 움직인 탓이지.”
아스타스 상단 소속인 오케아스한테는 예전부터 남부의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었다.
“그것보다 현재 동향은 어떻지?”
“아, 네.”
오케아스가 지도를 펴서 보여 줬다.
“이번 반란 때문에 여러 귀족이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다들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지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다는 얘기군. 바르타니아 가문 쪽은 어떤 상황이지? 얼마 전에 우리한테 항의 서한을 보냈던데.”
얼마 전, 가주를 잃은 바르타니아 가문에서 편지가 도착했다.
자기들 쪽에서 선제공격을 하긴 했지만, 한 명도 남김없이 몰살시킨 건 너무하지 않냐는 편지였다.
“아주 뻔뻔한 내용이었지.”
“그쪽 입장에서는 에인헤랴르를 원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남쪽 귀족들은 전쟁을 벌여도 일단 포로로 잡아서 몸값을 청구하는 게 관행이니까요.”
“드래곤으로 변해서 덤벼들었는데 어떻게 포로로 잡아?”
“드래곤으로? 카이트 님, 그럼 그 소문이 진짜입니까?”
오케아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그러니 너희 상단에서도 소문을 더 퍼뜨려 줘. 드래곤이 폴리모프를 해서 귀족 사회에 숨어든 상태라고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 되었군요.”
바르타니아 공작이 거룡 요르문간드가 폴리모프 한 존재였다고 에인헤랴르에서 공표해 봤자 효과가 약하다.
남쪽 귀족들이 ‘에인헤랴르가 허황된 소리로 분란을 일으킨다.’라고 반발할 수도 있으니까.
지금 시점에서는 이렇게 민간에서 소문을 퍼뜨리며 밑밥을 깔아 둬야 한다.
“현재 바르타니아 가문은 다른 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에인헤랴르를 혼내 달라고 말입니다.”
“반란이 일어나서 나라가 뒤집어지고 있는데, 참 태평한 소리군.”
“네, 그래서 대부분의 귀족들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귀족이 하나 있긴 합니다.”
“누구지?”
“크라시우스 후작입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죠.”
크라시우스 후작.
내가 처단한 루스베르그 후작과 친구 사이였다는 황제파 귀족이다.
“여기서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크라시우스 후작의 영지였지.”
“네, 이미 사병(私兵)들을 집결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하고 충돌할 수밖에 없겠군.”
“크라시우스 후작은 루스베르그 후작과 바르타니아 공작하고 친한 사이였습니다. 원수를 갚겠다면서 앞을 막아서겠죠.”
오케아스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카이트 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죠?”
“뭘 어떻게 해.”
나는 짤막하게 대꾸했다.
“앞길을 막아선다면, 짓밟고 지나가야지.”
* * *
우리는 계속 남하했다.
루스베르그 후작령의 남쪽 경계까지 오자, 높은 산맥이 우리를 막아섰다.
“이 산맥까지가 북부입니다.”
옆에서 이바르가 말했다.
“산맥 너머부터는 남부라 할 수 있죠.”
“사실 우리 기준으로 북부와 남부를 나누고 있을 뿐이고, 저쪽 사람들은 별로 그렇게 구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니얼이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인 대로, 남부 사람들은 자기들이 ‘남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쪽 사람들한테 우리는 어디까지나 북쪽 변방일 뿐이죠.”
“그 북쪽 변방에서 우리가 병력을 이끌고 내려오면 경계할 수밖에 없겠군.”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는 산길을 넘었다.
하지만 중간에 우리를 막아서는 자들이 있었다.
“에인헤랴르의 기사들이여!”
꽤 많은 숫자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선두에는 화려한 갑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나는 크라시우스 후작이다! 더 이상의 진군은 용납할 수 없다!”
오케아스가 알려 준 크라시우스 후작이 병사들을 이끌고 우리를 마중 나온 모양이었다.
“무슨 의도로 기사들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건가! 당장 물러서라!”
꽤나 목소리가 우렁찼다.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앞으로 나섰다.
“크라시우스 후작, 내가 설명하지.”
“너는…….”
“카이트 에인헤랴르다. 현재 내가 에인헤랴르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
“……!”
크라시우스 후작의 병사들이 동요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도 그동안 내 소문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남쪽에서 반란이 발생해 황제 폐하가 시해당한 것은 알고 있겠지.”
“음, 그건…….”
“이런 상황인데도 대부분의 귀족은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들었다.”
“……!”
“에인헤랴르는 황제 폐하에게 작위를 받은 ‘대공 가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황제 폐하를 시해하고 제국을 혼란에 빠뜨린 반역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이렇게 기사들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다.”
“우, 웃기지 마라!”
크라시우스 후작이 즉각 반발했다.
“너희 속셈을 모를 것 같으냐! 이번 기회에 북쪽 변방을 벗어나 남쪽 땅을 침략할 생각인 거겠지!”
“우리에게 그런 의도는 없다, 크라시우스 후작.”
“웃기는군! 이미 너는 루스베르그 후작을 참살하고 영지를 빼앗았다!”
“선제공격을 한 건 루스베르그 후작이었지. 에인헤랴르를 무너뜨리고 북부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드러냈기 때문에 처단했을 뿐이다.”
“닥쳐라! 너는 바르타니아 공작의 목숨까지 빼앗은 살인마! 어떤 명분을 입에 담아도 소용없다!”
역시 그는 오케아스의 말대로 개인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다.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 건 어려워 보였다.
“네놈의 사악한 야욕, 내가 반드시 막아 내고 말겠다!”
“상황 파악을 못 하는군, 크라시우스 후작.”
“뭐라고?!”
“네가 나를 막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헤스테인.”
“네, 큰형님!”
에인헤랴르의 든든한 셋째, 헤스테인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재 우리는 황제 폐하를 시해한 역적을 처단하기 위해 진군 중이다. 그런데 사사로운 판단으로 우리를 가로막는 놈이 있군.”
“도저히 용납할 수 없군요! 저에게 맡겨 주신다면, 제 기사들을 이끌고 길을 열겠습니다!”
거친 목소리로 외치며 헤스테인이 검을 뽑아 들자, 상대편 병사들의 얼굴이 굳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헤스테인, 한 가지 말해 둘 게 있다.”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편 병사들에게는 죄가 없다. 멍청한 주인에게 끌려 나와 우리의 앞을 막아서고 있을 뿐이지. 어떻게 보면 저들도 불쌍한 놈들이다.”
“흠,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철저하게 유린하되, 병장기를 내던지고 도망치는 놈들은 쫓지 마라. 멍청한 주인을 버리고 살길을 찾으려 한다면 존중해 줘야지.”
“알겠습니다!”
우리들의 대화를 들은 상대편이 동요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서 크라시우스 후작이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괴상한 수작을…….”
“닥쳐라, 크라시우스 후작.”
말을 끊으면서 선언했다.
“너하고 더 이상 나눌 대화는 없다.”
“……!”
그렇게 말하며 눈짓을 하자, 헤스테인이 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적룡기사단 전진! 선봉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헤스테인의 적룡기사단이 전진했다.
헤스테인이 지휘관인 기사단답게 적룡기사단은 거칠고 용맹한 분위기였다.
“마, 맞서 싸워라! 우리는 이미 대비를 해 놨다! 목책에 의지해서… 으악!”
크라시우스 후작이 비명을 지르며 낙마했다.
이바르가 날린 검풍(劍風)이 그가 타고 있던 말의 목을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카이트 형님, 크라시우스 후작은 제가 처단하겠습니다.”
“그래. 이바르, 네가 헤스테인을 도와줘라.”
거침없이 이바르가 전진했다.
그 모습을 보고 크라시우스 후작이 눈을 크게 떴다.
“에, 에인헤랴르의 둘째?! 다리를 못 쓰는 불구라고 하더니. 어느새 저런 힘을……!”
“후, 후작님, 물러서야 합니다! 위험합니다!”
적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무공 실력이 일취월장한 이바르, 그리고 적룡기사단을 이끄는 헤스테인의 돌격은 크라시우스 후작의 방어 진형을 완전히 와해시켰다.
“지, 지형의 우세를 살려서 막아 낼 생각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커헉!”
마침내 이바르의 검기에 크라시우스 후작의 목이 떨어졌다.
이미 적 중 상당수가 뿔뿔이 도망친 상태였고, 미처 도망치지 못한 병사들도 다급히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했다.
“빠르게 끝났군요, 카이트 님.”
“이런 곳에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겠죠.”
옆에서 웃으면서 말을 건네는 아그나르에게 대답하면서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바이콘을 타고 전진하는 내 모습을 보고, 크라시우스 측의 병사들이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바이콘이 저렇게 말을 잘 듣다니…….”
“악마다, 악마야……!”
“아니, 예전에 듣기로 검마(劍魔)를 자칭했다고…….”
“어쨌든 카이트 에인헤랴르가 나서지 않아서 다행이야! 저 남자가 검을 뽑았으면 우리는 다 죽었어!”
무기를 내던지면 살려 주라고 헤스테인에게 명령한 건 나인데, 억울한 얘기다.
“카이트 공자님, 제가 누누이 말했지만 바이콘은 공자님 이미지에 안 좋습니다.”
“잔소리하지 마라. 자꾸 그러면 아예 와이번을 타고 다니는 수가 있어.”
“너무하시는군요!”
니얼이 투덜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계속 전진했다.
이제 이 산길만 넘으면 북부를 벗어나게 된다.
황제파 귀족들이 지배하는 남부로 진입하여, 제국 수도 메로베우스로 진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크라시우스 후작은 사적인 감정으로 나를 막아선 거지만… 앞으로 우리를 막아설 귀족 중에는 에인션트 드래곤의 입김이 들어간 놈들도 있겠지.’
메로베우스에 가까워질수록, 에인션트 드래곤들도 나를 경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를 막기 위해 자기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놈들을 끌어내서… 모조리 처단한다.’
남쪽으로 숨어들어 간 에인션트 드래곤을 모조리 끌어내 해치우기 위해.
나는 앞을 가로막는 모든 적을 유린하며, 거침없이 진군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