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66
▣ 166화. 마룡을 토벌하라 (3)
도시 전체가 불타고 있었다.
이미 도시 주민들은 전부 부화장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희생된 상태였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배룡주의자로 추측되는 아지다하카의 부하들, 그리고 몬스터들이 불꽃에 휩쓸렸을 뿐이다.
“부화장 근처에 있던 놈들은 대부분 즉사했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아직도 살아 있으니, 섬멸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기사들이 좌우로 움직였다.
아그나르의 황룡기사단은 좌측으로, 헤스테인의 적룡기사단은 우측으로.
도시를 포위하듯이 감싸기 시작했다.
“이바르, 헤스테인 측을 지원해라.”
“알겠습니다!”
9서클 소드 마스터인 아그나르와는 달리, 헤스테인은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무공 실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바르에게 헤스테인을 보좌하게 한 뒤, 나는 바이콘의 속도를 올렸다.
“나는 중앙을 돌파한다. 너희는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와라.”
“네!”
나는 측근들과 함께 중앙으로 돌격했다.
숫자로 치자면 10명도 채 안 되지만, 내가 선두에 있기 때문에 돌파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꺄아아아!”
불꽃에 휩싸인 도마뱀 몬스터들이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대로 해치우면서, 불타는 도시를 주파했다.
“젠장! 저놈들……!”
“해치워!”
그때 우측에서 여러 명의 ‘인간’들이 달려 나왔다.
불타오르는 검을 치켜든 채 우리들을 습격하려 하고 있었다.
“불꽃의 오러… 불사의 영약을 복용한 배룡주의자인가? 저희가 맡겠습니다!”
어윈과 모르트, 슈데르츠가 검기를 펼치며 그들을 막았다.
잠시 뒤에는 좌측에서도 비슷한 배룡주의자들이 튀어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슈벤, 이그니카, 휴이엔, 루살카가 대처했다.
“카이트 공자님, 저쪽인 것 같습니다!”
따라오던 니얼이 손을 치켜들며 외쳤다.
“저쪽은 아직도 불길이 거센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수화불침이니까, 괜찮아. 너는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해라.”
그렇게 말한 뒤, 나는 바이콘 위에서 도약했다.
경공을 사용해 부화장 근처로 접근하자, 디트리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이트 님!”
“아지다하카는 어떻게 됐지?”
“그것이… 아!”
우우우우우!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에 의해 전방의 불길이 모조리 사라졌다.
아니… 모조리 압축되어 공중으로 떠올랐다.
“화염구입니다!”
구체 형태가 된 화염이 나에게로 날아왔다.
검을 휘둘러서 받아친 순간, 구체가 터지면서 격렬한 화염이 나를 집어삼켰다.
“카이트 님!”
“괜찮아.”
나는 멀쩡한 모습으로 화염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불길이 잦아든 부화장 옆에 한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
폭발에 휩쓸렸을 텐데도 불구하고, 겉모습은 멀쩡했다.
머리카락 하나 그을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방어 마법 같은 것으로 보호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폴리모프로 변신한 모습이기에 외형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걸까.
“아지다하카인가?”
“…….”
그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
불쾌감이 담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을 뿐이다.
“말을 못하나 보군. 배려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내 도발에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등한 인간 주제에 나하고 대화를 나눌 생각을 하지 마라.”
“웃기는군.”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 하등한 인간의 기습에 대응하지 못해서 기껏 만들어 놓은 부화장을 파괴당한 게 누구지?”
“…….”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있던 부화장도 모조리 파괴된 상태인데 말이다.”
아지다하카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네 목표는 제국 수도 메로베우스로 내려가는 길목에 방어선을 구축해, 북쪽에서 내려오는 에인헤랴르의 군세를 막는 것이었겠지.”
“…….”
“하등한 인간 운운하긴 했지만, 너희는 그 하등한 인간들이 나타나서 너희 계획을 방해하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뱉자, 아지다하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두려워한다고? 에인션트 드래곤이, 너희 인간들을?”
“표현이 마음에 안 드나?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미리 요르문간드를 보내서 기습하질 않나, 다급히 몬스터들을 생산하여 방어선을 구축하려 하지 않나……. 어떻게 봐도 우리 에인헤랴르를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닥쳐라, 카이트 에인헤랴르.”
아지다하카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계획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불확정 요소에 대처하기로 했을 뿐이다.”
“결국 우리가 너희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모양이군.”
나는 코웃음을 쳤다.
“아지다하카, 너희는 오만하다. 그 덕택에 빈틈이 생기는 거지.”
“뭐라고?”
“너희가 진정으로 계획에 만전을 기하려 했다면, 전력을 다해 에인헤랴르를 멸망시키는 것을 우선해야 했다. 에인션트 드래곤이 총출동해서 말이다.”
“……!”
“하지만 그건 자존심이 상하는 짓이겠지. 일반 드래곤도 아니고 초월적인 존재인 에인션트 드래곤이 고작 인간 가문 하나에 대처하기 위해 다 함께 움직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그래서 요르문간드는 혼자서 움직였다. 지금 여기에도 아지다하카 혼자만 있다.
만약 에인션트 드래곤이 두 마리 이상 한곳에 있었다면, 내 힘으로도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너희들은 에인헤랴르에 위협을 느끼고 있으면서, 최선의 방식으로 대처하지 않았지. 너희들의 오만에서 비롯된 실패다.”
“하등한 존재 주제에…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아지다하카가 불쾌감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실패라고? 그건 주제도 모르고 내 앞으로 달려 들어온 네 행동이 실패겠지.”
그렇게 말하며 아지다하카가 손을 치켜들었다.
“착각하지 마라. 나는 방어선을 구축한 뒤 메로베우스로 귀환할 예정이었다. 너 같은 하등한 인간을 직접 상대할 생각 따위는 없었단 말이다.”
“바쁘신 모양이군. 메로베우스에서 할 일이 많나 보지?”
“네가 알 바 아니다.”
그 순간.
폭발에 휩쓸려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아지다하카가 마법으로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정도의 공격이 통할 거라 생각하나?”
검풍을 발생시켜 날아오는 건물의 잔해를 파괴한 뒤, 그 사이로 날아올랐다.
경공을 사용하며 아지다하카에게 접근하려고 하자, 갑자기 무언가가 내 몸을 뒤로 끌어당기는 감각이 느껴졌다.
“허가 없이 나한테 접근하지 마라, 젖비린내 나는 하등 생물.”
“……!”
아지다하카가 있는 방향이 아니라, 반대 방향에서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검기를 뻗어 후방을 훑으니 정체불명의 힘이 파훼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그 직후 갑자기 시야가 어지러워졌다.
“네가 인간치고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건 인정해 주지. 하지만…….”
상하좌우를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아지다하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너는 어디까지나 하등한 존재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능력에 대응할 수는 없지.”
콰직, 콰직, 콰직.
기묘한 소리와 함께 주위의 공간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좁은 상자 같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시공의 상자에서 영원히 참회하도록 해라, 카이트 에인헤랴르.”
냉정한 목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어둠으로 뒤덮였다.
* * *
“카이트 님……!”
디트리히는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카이트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카이트의 모습 자체가 사라진 상태였다.
아지다하카가 사용한 미지의 마법에 의한 것이었다.
“나는 요르문간드와 다르다, 디트리히.”
“아지다하카 폐하…….”
“요르문간드는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대량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성기 시절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지다하카가 디트리히를 쳐다보며 말했다.
“막대한 양의 대체 에너지를 흡수했는데도 말이다.”
“…….”
“하지만 나는 다르다. 인간의 형태를 유지한 상태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지.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를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에인션트 드래곤들은 부하들을 몰살시켜 에테르를 대신할 에너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거대한 드래곤 형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폴리모프를 사용해서 인간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아무래도 인간 형태일 때는 전투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필요할 때는 다시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아지다하카는 인간의 형태를 유지한 상태에서도 다양한 마법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요르문간드 등에 비해 에너지에 여유가 있으며, 카이트 에인헤랴르조차 제압할 수 있는 고위 마법까지 사용 가능한 것이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같은 하등 생물 따위… 우리가 진정한 힘을 발휘하면 쉽게 제압할 수 있다.”
“…….”
“어쨌든…….”
아지다하카가 주위를 둘러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귀찮게 되었군. 내 수족 역할을 할 배룡주의자들이 다 몰살되었다.”
“…….”
현재 에인헤랴르의 기사들이 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상태다.
몬스터들을 다 해치우면 여기로 들이닥칠 것이다.
“디트리히, 명령을 내리겠다.”
아지다하카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도시에 우글대는 에인헤랴르의 기사들을 전멸시켜라.”
“…….”
“그러면 네 목숨은 일단 살려 주지. 훗날 니드호그와도 대화를 나눠 봐야 하니, 네가 전령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아지다하카의 관점에서, 에인헤랴르의 기사들은 직접 나서기에는 너무 하찮은 존재다.
하지만 지금 아지다하카의 부하들이 몰살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방금 전까지 적대하던 디트리히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등 생물들이 불타 죽는 악취 때문에 불쾌하군. 그러면 나는 이만 가겠다.”
“아지다하카 폐하, 제가 그런 명령에 복종할 것 같습니까?”
“번거롭게 만들지 마라.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을 맛본 뒤에나 명령을 수행할 생각인가?”
디트리히는 입술을 깨물었다.
허리에 차고 있는 에케작스에 손을 대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했다.
“아니, 굳이 이런 협박을 할 필요가 없겠군.”
“……!”
꾸욱!
디트리히의 목에 정체불명의 힘이 가해졌다.
목이 졸린 채 디트리히의 몸 전체가 공중에 떠올랐다.
“너는 다른 하등 생물과는 다르다. 제대로 굴복시켜서 더 이상 반항할 생각을 못하게 만들어 두는 편이 낫겠지.”
“크, 윽…….”
보이지 않는 손이 디트리히의 목을 잡고 하늘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물리적인 힘이라면 디트리히의 괴력으로 밀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디트리히가 아무리 손을 휘저어도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었다.
“일단 전신의 뼈를 분쇄하겠다. 너라면 그런 상태에서도 인간들을 몰살시킬 수 있겠지.”
“아지다하카, 폐하……!”
디트리히가 고통스러운 숨을 토해 내고 있었을 때.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뭐지?”
쩍, 쩍, 쩌억!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아지다하카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직후.
“……!”
쩌어억!
뭔가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그 속에서, 멀쩡한 모습의 카이트 에인헤랴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이트 님……!”
“시공의 상자에서 탈출했다고?”
허를 찔린 아지다하카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카이트에게 마법을 날리기 위해 손을 치켜든 순간.
아직도 불타고 있던 부화장 속에서 한 자루의 검이 솟구쳐 올라왔다.
‘화염의 신화병장… 노퉁!’
방금 전에 부화장을 폭발시킨 신화병장이 저절로 움직여서, 카이트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던 아지다하카의 배후를 덮쳤다.
“……!”
콰쾅!
격렬한 화염이 아지다하카의 전신을 뒤덮었다.
물론 이 정도의 기습으로 아지다하카의 육체에 상처를 입힐 수는 없다.
하지만, 온몸이 화염이 휩싸인 탓에 아지다하카는 주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카이트 에인헤랴르는 그걸 놓칠 남자가 아니었다.
“크윽……!”
전광석화처럼 움직인 카이트의 검이 아지다하카를 덮쳤다.
아지다하카가 미처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네놈……!”
“확실히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더군, 아지다하카.”
찬란하게 빛나는 분노검 그람이 아지다하카의 방어 마법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내 힘으로 충분히 파훼할 수 있다.”
“크아아악……!”
방어 마법을 꿰뚫은 신화병장이 아지다하카의 육체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