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70
▣ 170화. 제국 수도 공략 (2)
“하압……!”
푸른 색 옷자락을 휘날리며, 슈벤이 커다란 도끼를 치켜든 채 도약했다.
2갑자 내공으로 펼쳐진 흑천파산부(黑天破山斧)의 일격이 어보미네이션의 심장을 짓이겼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슈벤 오라버니의 공격이 잘 먹히는군!”
“이그니카 누님, 제가 지원할 테니 루살카와 함께 우측을 담당해 주십시오!”
“속도를 더 올릴게요……!”
슈벤과 연계하여 이그니카, 휴이엔, 루살카가 어보미네이션들을 계속 몰아붙였다.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뒤, 이바르가 목소리를 높였다.
“어윈 경, 모르트 경, 슈데레츠 경! 함께 돌파구를 만들어 주십시오! 검기로 놈들의 심장을 노리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현재 에인헤랴르의 기사들은 메로베우스 앞을 지키고 있는 어보미네이션과 전투 중이었다.
이 어보미네이션들은 카롤루스의 부름을 기다리며 성벽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귀족들이 변이한 것이었다.
북쪽에서 싸웠을 때와는 달리 대형 개체가 없었지만, 그래도 머릿수가 상당히 많았다.
“헤스테인!”
“네, 작은 형님!”
이바르는 우측에서 싸우고 있던 헤스테인을 불렀다.
“여기서 우리가 더욱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랭커스터 가문과 토렌시아 가문에서 지원해 준 병력도 이대로 어보미네이션들에게 돌격시킬 거다! 저 고깃덩이들을 상대로는 전략 전술도 의미 없으니, 병력이 더 필요해!”
어보미네이션을 상대할 때는 체력 소모가 심하다.
팔다리를 자른다고 무력화되지 않고, 목을 베어도 숨통이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깃덩이 속에 숨어 있는 심장을 파괴해야 하는데, 숙련된 검사한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겠지만 계속해서 몰아붙여야 한다! 우리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큰형님의 체력이 소모된다는 거죠!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때.
바이콘을 탄 채 높이 도약하는 청년의 모습이 두 형제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큰형님!”
콰르릉!
전장에 번개가 떨어졌다.
번개는 그대로 땅에 흡수되는 일 없이 사방으로 퍼져, 수많은 어보미네이션을 감전시켰다.
심장이 멈춰 쓰러지는 어보미네이션들의 위로 바이콘이 질주했다.
“카이트 형님! 여기서 힘을 빼실 필요 없습니다!”
“걱정 마라. 조절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이바르가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지만, 카이트는 순식간에 이바르에게서 멀어졌다.
“젠장… 우리가 좀 더 강했다면 카이트 형님을 온존할 수 있었을 텐데!”
“저도 분통합니다, 작은 형님…….”
“지금 자괴감에 빠져 있으실 때입니까?”
그때 좌측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러 블레이드로 어보미네이션을 일도양단하고 있던 아그나르였다.
“카이트 님에게 도움이 되고 싶으시다면, 잡념을 버리고 계속 검을 휘두르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네……!”
베테랑 소드 마스터의 질책에 두 사람은 다급히 검을 치켜들었다.
이바르는 검기를, 헤스테인은 오러 블레이드를 전개한 채 앞으로 돌격했다.
카이트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기 위해, 전력을 다해 어보미네이션을 도륙해야 했다.
* * *
경비병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메로베우스의 성벽.
그 위에서 우아한 외모의 여자가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팔라딘 최강의 여기사로 이름 높은 에리나스였다.
“흐음, 에인헤랴르가 생각보다 강하군요.”
“에리나스 경.”
귀족 하나가 에리나스에게 다가왔다.
카롤루스에게 복종하여, 신체제에 봉사하는 것을 결심한 귀족 중 한 명이었다.
“상황이 어떤 것 같습니까?”
“어보미네이션으로는 다 막을 수 없을 것 같네요.”
“그, 그렇습니까?”
“네, 이대로라면 방어선이 완전히 뚫리겠죠. 특히 중앙… 카이트 에인헤랴르의 직속 부대로 추정되는 기사들의 돌파력이 대단하군요.”
“그러면 성문까지 뚫리는 것 아닙니까?!”
“그렇겠죠. 성문 정도는 간단히 부숴 버릴 수 있을 테고, 금방 성내로 들어올 겁니다.”
“크, 큰일이군요.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야…….”
그는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당연한 일이다. 그는 아직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힘은 있어도, 에인헤랴르의 기사들에게 맞설 힘은 지니고 있지 않다.
“파, 팔라딘 여러분이 나서시는 겁니까?”
“팔라딘?”
“메로베우스는 대대로 팔라딘 여러분이 지켜오지 않으셨습니까. 이렇게 된 이상, 팔라딘 여러분이 총출동하셔서…….”
“지금 팔라딘들은 전부 황궁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성문을 지키는 역할은 맡길 수 없죠.”
“네? 그, 그러면…….”
현재 메로메우스에는 성벽을 지키는 병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중에 용귀족이 될 일부 귀족들을 제외하고, 성내에 있던 인간들이 모조리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체 누가 놈들을 막는단 말입니까……?”
“제가 막는 수밖에요.”
“에, 에리나스 경이?”
그가 눈을 깜박였다.
“에리나스 경이 대단한 소드 마스터인 건 알고 있습니다만… 저쪽에도 소드 마스터들이 있습니다. 특히 그 중 하나는 카이트 에인헤랴르인데…….”
“어라, 제가 질 거라고 생각하시나 보군요.”
“그, 그게…….”
“후후, 그렇게 잘못된 판단은 아닙니다.”
에리나스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에리나스라는 팔라딘은 카이트 에인헤랴르는 물론이고 황룡기사단의 아그나르에게도 뒤지는 실력이니까요.”
“그, 그렇습니까?”
“네, 솔직히 말해서 팔라딘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에리나스 경이 팔라딘을 그렇게 평가하고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실전 경험도 별로 없고, 기사도 같은 허례허식에 집착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에인헤랴르의 기사들보다 약할 수밖에 없죠.”
“…….”
계속해서 독설을 내뱉은 뒤.
에리나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 에리나스로서 상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네?”
“본모습으로 싸우는 게 최선이라는 겁니다.”
“……?”
그 순간.
에리나스의 전신에서 강렬한 기운이 솟구쳤다.
“에, 에리나스 경?! 지금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아, 그러고 보니.”
막강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에리나스가 질문을 던졌다.
“당신, 이름이 뭐였죠?”
“……!”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거대한 질량에 짓눌려, 몸이 으스러지는 중이었으니까.
* * *
쿠쿠쿵!
메로베우스 쪽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다들 놀라서 고개를 치켜들었을 정도의 굉음이었다.
“카, 카이트 공자님, 저건……!”
“진정해라, 니얼.”
경공을 사용하며 따라오고 있던 니얼에게 대꾸했다.
“예상했던 일이니까.”
“……!”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드래곤이었다.
폴리모프를 사용해 모습을 숨기고 있던 에인션트 드래곤이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 모습은… 타라스크인가.’
날개가 없는 대신, 다리가 여섯 개인 드래곤.
니드호그에게서 들었던 오룡(汚龍) 타라스크가 분명했다.
“저, 저건…….”
“드래곤이다!”
“평범한 드래곤이 아니야! 에인션트 드래곤이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등장에 아군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에인헤랴르의 기사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지만, 원군으로 참전한 귀족들의 병사들은 완전히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
그때 차분한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타라스크가 우리들을 향해 입을 연 것이다.
“인사드리지요. 저는 카롤루스 전하를 섬기는 에인션트 드래곤… 타라스크입니다.”
카롤루스를 섬긴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었다.
“에인션트 드래곤이 인간을 섬긴단 말입니까?”
“뭔가 이상하군.”
니얼과 대화를 나누고 있자, 타라스크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흐음, 거기 있는 당신이… 카이트 에인헤랴르입니까?”
“용케도 알아봤군.”
“후후, 가장 돋보이는 존재이니 말입니다.”
다른 드래곤들하고는 달리, 예의 바른 목소리였다.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제안?”
“이대로 물러나시지요.”
“…….”
“전투를 중지하고 후퇴한다면, 쫓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접근하는 게 두려운가 보지?”
“두려운 게 아닙니다, 카이트.”
“그럼 뭐지? 너희들은 내가 메로베우스에 입성하는 걸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던데.”
“그건…….”
“요르문간드도, 아지다하카도 나를 막다가 목숨을 잃었지. 이번에는 네 차례인가 보군.”
“참으로… 자신만만하군요, 카이트.”
타라스크가 성벽 위에서 웃었다.
“저는 당신처럼 당당한 사람을 좋아한답니다.”
“호감을 표해 줘서 고맙군.”
“그러면 이런 제안은 어떻습니까? 제 밑에 들어와서 용귀족이 되는 겁니다.”
“무의미한 대화로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인가?”
“안타깝군요.”
타라스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좋습니다. 상대해 드리지요.”
그 순간, 타라스크의 전신에서 구멍이 열렸다.
예전에 듣기로, 타라스크는 전신의 구멍에서 불타오르는 오물을 방출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말씀드리지만… 카이트 님은 이 성벽을 결코 넘지 못할 겁니다.”
“글쎄, 과연 그럴까.”
그렇게 대꾸하면서 전진하려고 하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이트 공자님!”
니얼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잊으셨습니까? 카이트 공자님은 놈들의 우두머리인 브리트라를 상대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힘을 빼시면 안 됩니다!”
“니얼…….”
그때 등 뒤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맞는 말입니다.”
바람처럼 날아온 아그나르가 내 근처에서 착지했다.
그가 아홉 개의 서클에서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카이트 님, 저놈은 저희가 상대해 보겠습니다.”
“아그나르 경, 에인션트 드래곤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시구르드 전하도 파프니르를 쓰러뜨리지 못했으니까요.”
아그나르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승리를 위해서는 카이트 님의 체력을 온존해야 합니다.”
“아그나르 경.”
“저희가 타라스크를 상대하면서 시간을 끌겠습니다. 그사이 카이트 님은 성내로 들어가서 브리트라를 쓰러뜨리고 놈들의 음모를 저지해 주십시오.”
“…….”
아그나르 뿐만이 아니었다.
내 심복들도 이쪽으로 차례차례 모여들고 있었다.
다들 아그나르처럼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는 상태였다.
“후후, 정말로 재미있군요.”
타라스크가 다리로 성벽을 두드리며 웃었다.
“그렇게 미약한 힘으로 저를 상대하며 시간을 끌겠다? 좋습니다. 한번 해 보시죠.”
“타라스크…….”
“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10분? 5분? 1분? 어쩌면 10초도 안 되어서 전멸해 버릴지도?”
타라스크의 조롱에, 아그나르가 고함을 질렀다.
“닥쳐라, 추악한 드래곤!”
“추악? 지금 저한테 한 말인가요?”
“그렇다! 너 같은 추악한 드래곤은 카이트 님을 상대할 자격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상대해 줄 것이다! 어서 성벽에서 내려와라!”
“그런 수준 낮은 도발이라니…….”
타라스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여기서 한 발작도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저하고 싸우고 싶다면 여러분들이 이쪽으로 올라오시죠.”
“큭…….”
느긋한 태도로 도발하는 타라스크를 보면서 아그나르가 입술을 깨물었다.
“카이트 님, 저희가 성벽 쪽으로 돌격해서 타라스크의 주의를 끌겠습니다. 그사이에 성벽을 넘어 성내로 잠입해 주십시오.”
“아그나르 경, 괜찮습니다.”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그러니까 괜찮단 말입니다.”
“네?”
나는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원군이 도착했습니다.”
“……!”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하늘 높이… 한 여성이 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녹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저 신비한 여성은…….
“니드호그……!”
독룡 니드호그.
영구동토에서 만났던 에인션트 드래곤의 분신이 메로베우스 상공에 출현한 상태였다.
* * *
“어라…….”
타라스크는 고개를 갸웃했다.
공중에 출현한 건 틀림없이 니드호그의 분신이었다.
저 모습, 저 기척은 타라스크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별일이군요. 비록 분신이라고는 하나, 당신이 여기서 모습을 드러내다니.”
“…….”
“우리를 배신했다는 걸 이제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한 모양이군요.”
그동안 타라스크도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니드호그는 동족들을 배신하고 에인헤랴르와 손을 잡은 것이다.
“아무래도 불안해진 건가요? 이제 사실상 결전이니 말입니다.”
“…….”
“하지만 니드호그… 이게 의미 있는 일일까요?”
타라스크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본체가 날아왔다면 몰라도, 분신을 보냈다? 그것도 이렇게 거리가 먼 곳에?”
“…….”
“얼마 남지 않은 에테르의 힘을 끌어내서 분신을 날렸겠죠. 실체조차 없는 분신 상태로 싸워 봤자 대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10분? 5분? 1분?”
타라스크의 입가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본체가 직접 나타났다면 저도 긴장했겠지만… 고작 분신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군요.”
바로 그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니드호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착각하고 있구나, 타라스크.”
“네?”
“나는 딱히 분신 상태로 싸운다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
타라스크는 허를 찔렸다.
다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딱히 니드호그 본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디트리히?”
용공작 디트리히.
니드호그의 심복인 그 남자가 어느새 나타나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타라스크, 네 말대로 실체가 없는 분신 상태로 싸워 봤자 오래 못 버텨. 분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비가 격심하니까.”
어리둥절한 타라스크의 귀에 니드호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실체만 확보하면 문제될 게 없지.”
“……!”
쉬이익!
바람과 함께 니드호그의 분신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래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던 디트리히에게로.
“몸을 빌리겠다, 디트리히.”
“……!”
타라스크는 경악했다.
디트리히의 입에서 니드호그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니드호그, 설마……!”
니드호그가 무슨 짓을 한 건지, 타라스크는 바로 이해했다.
지금 니드호그의 분신은 디트리히와 일체화된 상태다.
디트리히라는 강력한 용공작의 육체를 ‘껍질’로 사용하는 것으로, 니드호그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
“정말로 미쳤군요! 어떻게 인간의 몸에 자신의 의식을 집어넣을 생각을 합니까?! 역시 당신은……!”
“말이 많네, 타라스크.”
디트리히의 육체를 이용하면서, 니드호그가 도약했다.
먼 옛날 거인이 사용했다는 신화병장 ‘에케작스’를 치켜들면서.
“아까 뭐라고 했더라? 거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했었나?”
“……!”
거대화된 에케작스가 타라스크의 몸통 위로 떨어졌다.
* * *
쿠쿵!
굉음과 함께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디트리히, 아니 니드호그가 휘두른 에케작스의 위력에 성벽이 견디지 못한 것이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니드호그가 디트리히의 얼굴로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네 요청대로 너를 도와주도록 하지. 타라스크는 내가 상대할 테니, 너는 부하들을 이끌고 성내로 진입해.”
“괜찮겠나?”
“걱정하지 마. 원래 디트리히 본인도 타라스크를 막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내 힘까지 더해지면…….”
바로 그때, 성벽 아래로 떨어져 내렸던 타라스크가 포효하면서 니드호그에게 달려들었다.
“니드호그! 이 더러운 배신자가……!”
타라스크가 휘두른 앞발을 에케작스로 막아 내면서, 니드호그가 다시 나한테 말을 건넸다.
“금방 쫓아가지. 먼저 성내로 진입해.”
“고맙군.”
니드호그의 참전으로 내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
나는 뒤돌아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향했다.
“다들 들었지?”
“아, 네…….”
비록 한쪽은 용귀족의 그릇을 빌렸다고 하나, 에인션트 드래곤과 에인션트 드래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들 완전히 얼이 빠져 있었다.
“니드호그가 만들어 준 기회다. 빨리 움직이도록 하지.”
나는 성벽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니드호그가 성벽을 무너뜨려 준 덕분에 진입하기가 쉬워졌다.
“패륜 황자 카롤루스,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에인션트 드래곤을 해치운다. 따라와라.”
“아, 알겠습니다!”
에인헤랴르의 정예들을 이끈 채, 나는 메로베우스 성내로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