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80
▣ 180화. 신역의 힘 (3)
신역의 힘으로 가둬 놨던 카이트가 탈출했다.
그 사실에 브리트라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순간, 브리트라의 머릿속에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신화시대에 브리트라는 뇌신 인드라를 가둬 버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인드라도 신역의 힘을 사용하는 신이었기에, 자신의 금강저(金剛杵)로 어둠을 찢고 탈출했다.
지금 카이트의 모습은 그 인드라를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카이트가… 신역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단 말인가?’
지금까지 신역의 힘을 사용하는 인간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신화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역의 힘으로 신이나 거인들을 죽여 버리는 영웅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에테르가 흔했던 시기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현대의 인간은 신역의 힘을 사용하기 위한 에테르를 확보할 수 없다.
‘카이트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서 에테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신역의 힘을 사용할 만한 에테르를 갖고 있지는 않을 텐데!’
바로 그때.
브리트라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카이트 주변에서 네 자루의 검이 부유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부식된 것처럼 부스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건… 카이트가 보유하고 있던 신화병장!’
신화시대부터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신화병장이 부스러진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관리를 잘못하더라도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저렇게 신화병장이 부스러지고 있다는 건, 분명…….
‘신화병장에 내장되어 있는 에테르를 추출한 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파프니르가 신화병장을 수집하여 에테르를 보충했다.
하지만 인간이 그런 기술을 갖고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아,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화병장 네 자루에서 에테르를 추출했다고 해도, 신역의 힘을 사용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카이트 에인헤랴르……!’
믿을 수 없는 심정으로, 브리트라는 카이트를 노려봤다.
* * *
마음은 고요했다.
두 번째 환골탈태를 거친 육체도 평온했다.
그리고… 단전에 자리 잡은 기운도 안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파프니르…….’
이제 더 이상 파프니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 품 안에 있었던 드래곤 오브도 부스러져 가루가 되었다.
드래곤 오브에 남아 있던 파프니르의 잔류사념은… 내가 에테르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 뒤 사라졌을 것이다.
‘잔류사념이라고는 해도, 파프니르가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줄 줄이야.’
지금 내 몸에는 드래곤 오브에 저장되어 있던 에테르가 흡수된 상태다.
그리고 칼라드볼그, 발뭉, 노퉁, 그람의 에테르도 흡수하였다.
물론 에테르를 그대로 내 몸에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단전의 내공과 조화시켰다.
‘그냥 에테르를 내 내공으로 만든 것하고는 달라.’
에테르를 흑천수라심법으로 전환하여 내공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기껏 순수한 힘인 에테르를 받아들였는데 그걸 흑천수라심법으로 전환하면 의미가 퇴색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수라무극신공의 이치를 활용해 새로운 심법을 만들었다.
에테르가 가진 무극(無極)의 성질을 그대로 살리면서, 내 단전에 자리 잡아 내공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만드는 심법이었다.
‘그 결과, 나는 전혀 새로운 힘을 얻게 되었지.’
지금까지 나는 8갑자의 내공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제는 몇 갑자인지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
기존의 8갑자 내공도 에테르에 동화되어 같은 성질을 갖게 되었다.
지금 내 단전에 있는 건, 순수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무극의 기운이었다.
‘이것은 수라무극진기(修羅無極眞氣)의 1성이다.’
나는 이 기운을 수라무극진기라 이름 붙이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내 수준을 1성이라 하여 기준으로 삼았다.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수준의 내력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이걸로 끝이 아닐 것이다.
‘브리트라가 사람들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확보한 총량에는 못 미치겠지만… 질적으로는 내가 더 우세할 터.’
에인션트 드래곤들은 에테르를 대체하기 위한 힘을 확보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생명력을 흡수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확보한 힘은 드래곤 오브조차 혼탁해질 정도로 순도가 낮다.
파프니르의 드래곤 오브, 그리고 신화병장에서 순수한 에테르만을 받아들인 나하고는 다르다.
‘이미 나는 브리트라의 어둠에서 탈출하기 위해 신역의 힘을 쓴 상태야.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지.’
어차피 장기전이 되면 내가 불리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내 힘을 모조리 끌어내어, 브리트라를 쓰러뜨려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내 손에 있는 검에 의식을 집중했다.
내가 갖고 있던 네 자루의 신화병장은 에테르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부서졌다.
그렇기에 지금 내 손에 있는 건 실체가 존재하지 않은 무형검(無形劍)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氣)로 만드는 무형검하고는 다르다.’
이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검.
말하자면… 심검(心劍)이다.
‘그동안 내 마음속에 있었던 한 자루의 검… 그것을 구현한 거다.’
나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왔다.
검을 휘두르는 행위가 나를 더 높은 경지로, 더 나은 장소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으면서.
그런 마음이 한 자루의 검으로 구현된 게 바로 이 심검이다.
‘이것으로 브리트라를 쓰러뜨린다.’
이제 더 이상 상황에 따라 검을 바꾸며 싸울 필요도 없어졌다.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검 한 자루로, 브리트라를 쓰러뜨릴 것이다.
* * *
브리트라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확인하게 해 다오!’
카이트 에인헤랴르가 정말로 신역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브리트라도 전력을 다해야만 했다.
“카이트 에인헤랴르여!”
카이트를 노려보면서, 브리트라는 포효했다.
“내 전력을 다해 너를 제압해 주마!”
조금 전, 카이트를 어둠 속에 가두느라 브리트라는 기력을 많이 소모했다.
에테르를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가 이미 절반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신역의 힘을 사용하면 남아 있는 에너지까지 고갈될 테고, 브리트라는 현재의 드래곤 형태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카이트가 신역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니까.
“오오오……!”
세계의 법칙에 관여하기 위해, 남아 있던 에너지를 전부 끌어 올렸다.
브리트라가 사용하려 하는 건 브레스다. 하지만 평범한 드래곤의 브레스는 아니다.
강력한 화염으로 적을 불태우는 브레스가 아니라, 순수한 ‘소멸’의 법칙을 구현하는 브레스다.
아무리 두꺼운 방어막을 만들어도, 아무리 화염 저항력이 강해도, 이 브레스에 휩쓸리면 그대로 소멸하게 된다. 그런 법칙을 적용시킨 공격이기 때문이다.
“소멸해라, 카이트 에인헤랴르……!”
원래 브리트라는 카이트를 살려 놓은 뒤 세뇌하여 꼭두각시로 삼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런 계획은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눈앞에 있는 카이트가 신의 영역에 도달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만약 카이트가 그런 영역에 도달한 게 아니라면 브레스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소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너의 힘을… 내 앞에서 증명해 봐라!”
거칠게 외치면서, 브리트라는 입에서 전력을 다한 브레스를 방출했다.
* * *
쿠쿠쿵!
굉음과 함께 막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된 것이기에 회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남아 있는 힘을 모조리 끌어올린 브레스군.’
나는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저건 소멸의 법칙이 부여된 브레스다.
세계의 본질을 깊게 이해하게 된 상태이기 때문에, 저것이 어떤 식으로 세계의 법칙을 변화시킨 공격인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저것이 소멸의 법칙이 부여된 것이든, 다른 어떤 법칙이 부여된 것이든 상관없다.
내가 만든 마음의 검이 꺾을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똑같다.
‘나의 심검이 구현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법칙.’
지금 나는 그동안 해 왔던 것처럼 검을 휘두를 것이다.
그리고 나를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 버리려고 할 것이다.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검마의 검.’
이것이 내가 구현하려는 것이다.
내 마음의 검이 추구하는 것을… 절대적인 법칙으로 구현한다.
파앗!
심검에 거대한 기운이 깃들었다.
브리트라가 전력을 다한 브레스를 뿜으려 하고 있는 이상, 나 또한 전력을 다해야 한다.
단순히 내 단전에 있는 수라무극진기를 최대한 끌어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모든 존재 자체를 내던져야 한다.
‘이것이 내가 펼치는 신역의 힘, 아니…….’
한 줄기 빛을 손에 잡은 채.
나는 망설임 없는 일격을 펼쳤다.
‘나의 신역절기(神域絶技), 수라파천신검(修羅破天神劍)이다.’
* * *
브리트라는 보았다.
자신의 브레스가, 고작 인간이 휘두른 검에 의해 파훼되는 것을.
카이트를 완전히 소멸시켜야 했던 브레스는, 카이트의 검에 완전히 흩어져 버렸다.
세계의 법칙을 비틀어서 구현한 절대적 소멸의 현상이, 그것보다 더 뚜렷하고 강렬한 현상에 의해 파훼되는 순간이었다.
‘그래, 이것은…….’
눈부신 검이 엄습해 오는 것을 보면서, 브리트라는 느꼈다.
순수한 기운으로 만들어진 저 검이야말로, 모든 것을 베어 버리려는 카이트 에인헤랴르의 정신 그 자체라는 것을.
브리트라가 날린 소멸의 브레스가 파훼당한 것은, 브리트라의 정신보다 카이트의 정신이 더욱 견고하고 강인했다는 증거였다.
“하…….”
브리트라는 웃었다.
커다란 흥분에 휩싸였기 때문이었다.
“하하……!”
카이트 에인헤랴르는 정말로 엄청난 존재였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신역의 힘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존재를 또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똬리 틀고 있던 것을 풀고, 거대한 몸을 움직였다.
브레스가 파훼된 시점에서 브리트라의 체내에는 에너지가 거의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까지 쥐어짜서 기력을 만들어 냈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거대한 몸을 꿈틀거리며 카이트를 덮치려 했다.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검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은 이 충동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카이트를 공격하고 싶었다.
“실로… 훌륭하구나!”
파아아앗!
카이트의 검이 브리트라의 육체로 파고들었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방어력 같은 건 아무 의미 없었다.
모든 것을 베어 버리겠다는 카이트의 정신이 구현된 검이기에, 다시 신역의 힘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한 브리트라로서는 결코 막을 수 없다.
그걸 알면서도 브리트라는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너야말로……!”
촤아아악!
몸이 갈라지는 것을 느끼면서, 브리트라는 포효했다.
“너야말로 마침내 이 세상에 강림한… 검(劍)의 마(魔)다!”
눈부신 빛이 브리트라의 몸을 완전히 반으로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