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97
▣ 197화 새로운 검과 새로운 힘 (4)
나는 시구르드에게 브륀힐다가 발키리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해 줬다.
발할라의 전사인 지크프리트가 초대 시구르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제 생각이 맞다면, 발키리는 실력 있는 전사를 육성한 뒤 발할라에 영입하는 역할입니다.”
“…….”
“제 어머니인 브륀힐다는 아버지를 발할라의 전사로 만드는 게 목적이었을 겁니다. 아버지를 소드 마스터로 성장시킨 뒤, 적당한 시점에서 발할라로 데려갈 생각이었겠죠.”
시구르드는 말없이 내 얘기를 듣고 있었다.
표정은 평소처럼 딱딱해서, 어떤 심정으로 듣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발할라로 포섭할 때는 그 사람을 죽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건 그것 때문입니다.”
“…….”
“하지만, 어째서인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아마 아우둠라로 돌아갔겠죠.”
파프니르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추측한 거지만… 가능성이 높은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대로 아우둠라와 싸운다면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얘기는 이걸로 끝입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한 뒤, 나는 시구르드의 반응을 기다렸다.
5분 정도 기다린 뒤에야 시구르드가 입을 열었다.
“알겠다.”
“네?”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지.”
그런 대답을 한 뒤, 시구르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려 줘서 고맙다. 참고하도록 하지.”
“그게 끝입니까?”
“뭐가 말이냐?”
시구르드가 날 보면서 반문했다.
“네 말대로 계속 아우둠라와 싸우면 되는 거 아니냐?”
“그건…….”
“덕분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더 뚜렷해졌다.”
그렇게 말하며 시구르드가 나한테서 등을 돌렸다.
“카이트, 시간 여유가 있으면 나하고 대련을 해 줬으면 한다.”
“아버지…….”
“지금 내가 얻게 된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으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시구르드의 뒤를 따랐다.
무뚝뚝한 성격 때문에 쉽게 눈치채지 못했지만, 시구르드 나름대로 내 말에 큰 희망을 느낀 듯했다.
‘브륀힐다가 반드시 재회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구르드에게는 목표가 생겼다.’
원래 목표가 있는 사람이 더 강한 법.
나는 시구르드가 더 강해질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 * *
나와 시구르드는 대련장에서 마주 봤다.
시구르드는 알비온 가문에서 제공해 준 신화병장인 엑스칼리버를 들고 있는 상태였다.
“아버지, 그 신화병장에는 익숙해지셨습니까?”
“거인들과 싸울 때는 진정한 힘을 끌어내지 못했지.”
신화병장의 에테르를 활성화시켜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건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번에 시구르드가 거인들과 싸울 때는 그냥 오러 블레이드만 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에테르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것 같다.”
“한번 보여 주시죠.”
나는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시구르드도 자세를 잡고 나를 응시했다.
“그러면… 간다.”
“네.”
그 순간.
시구르드에게서 백색의 기운이 치솟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엑스칼리버를 든 시구르드에게서 백색의 기운이 치솟았다.
‘엑스칼리버가… 시구르드와 일체화되고 있는 건가?’
신검합일(身劍合一).
육체와 검이 하나가 된 상태.
이건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지금 시구르드와 엑스칼리버는…….
‘엑스칼리버의 에테르가 시구르드의 전신에도 흐르고 있는 상태야!’
그 직후.
백색의 기운을 몸에 두른 시구르드가 돌진해 왔다.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격렬한 돌진이었다.
“……!”
쿠웅!
레바테인으로 막아 내자 주위에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윽!”
“허억!”
어느새 구경을 온 에리크와 아그나르가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우리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 검을 부딪쳤다.
‘이 녀석…….’
내 안에서 파프니르가 감탄했다.
‘명백히 예전하고 다르군! 지금 에테르 자체를 사용해 오러 블레이드를 펼치고 있어!’
엑스칼리버에서 에테르를 끌어내서 그 자체로 칼날을 뒤덮고 있다.
이런 식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이건… 에테르 블레이드로군!’
에테르 블레이드.
이것이 시구르드의 새로운 기술인가.
“역시 너는 대단하군, 카이트.”
시구르드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정도 힘을 발휘해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니, 역시 너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중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에 있는 것 같다.”
“아버지도 대단하십니다.”
“아니, 이 정도로 그런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말한 뒤, 시구르드가 전신으로 백색 기운을 방출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카이트, 지금 나는 내 9서클 마력을 사용해 에테르의 힘을 제어하고 있다.”
“그런 것 같군요.”
“에테르가 과도하게 소모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 신화병장에는 그람처럼 적의 공격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도 없고 말이다.”
나도 신화병장에서 에테르의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다시 회복될 때까지 며칠 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중요한 순간에는 신화병장의 에테르를 최대한 끌어내야겠지.”
공중으로 치솟은 시구르드가 칼끝으로 나를 겨냥했다.
“일단 너를 상대로 해 보려고 했는데… 받아 낼 수 있겠나?”
“아버지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받아 낼 수 있다면, 제 영광이겠죠.”
“기특한 녀석이군.”
시구르드가 고개를 끄덕인 직후.
엑스칼리버에서 막대한 양의 에테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신화병장으로서 엑스칼리버가 갖고 있는 기능은…….’
지난번에 들었다.
엑스칼리버의 진정한 힘을 개방하면, 산조차 꿰뚫을 수 있다고.
그러니까…….
‘최고의 관통력을 자랑하는, 투척 공격!’
콰쾅!
굉음과 함께 엑스칼리버가 ‘사출’되었다.
팔의 힘으로 집어 던진 것이 아니다. 시구르드가 에테르를 사용해 발사한 것이다.
오러 매뉴버나 이기어검하고는 명백히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수라창뢰검 절기 ‘뇌광(雷光)’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제대로 막지 않으면 위험하겠군!’
‘그래, 에테르의 힘을 극대화시키고 있어.’
검을 휘둘러서 튕겨 내 버리면 훈련장이 박살 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검막을 만들기로 했다.
수라무극진기 5성으로 만드는, 거대한 성벽 같은 검막이 될 것이다.
‘그래, 신역의 힘으로…….’
최고의 관통력을 지닌 엑스칼리버를 막으려면, ‘무엇에도 뚫리지 않는’ 법칙을 구현하는 방패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내 의지로 세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수라금강원벽(修羅金剛圓壁).’
검으로 원형을 그렸다.
수라무극진기의 검막이 생성되어 나를 막아 주는 방패가 되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날아오던 엑스칼리버와 충돌했다.
“……!”
콰콰콰콰쾅!
엄청난 굉음과 섬광이 동시에 발생했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 버렸을 정도였다.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때, 엑스칼리버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내가 만든 수라금강원벽은 엑스칼리버를 막는 역할을 마치고 소멸한 상태였다.
‘예상 이상의 힘이군.’
‘그래, 자칫하면 내가 당할 수 있었어.’
시구르드는 이미 착지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예상했던 거지만, 막혔군.”
“처음 시도하시는 거니, 어쩔 수 없습니다.”
“겸손해하지 마라, 카이트.”
시구르드가 앞으로 손을 뻗자, 엑스칼리버가 저절로 날아가 그 손으로 돌아갔다.
“아버지.”
“뭐냐.”
나는 시구르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
시구르드는 에테르를 끌어내서 자기 몸에 흐르게 하는 등 에테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군.”
시구르드가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둔재였던 내가… 정말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된 건가.”
“그러니까, 둔재 아니라니까요.”
“아들보다 느렸지 않느냐.”
“그건…….”
내가 뭐라 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자, 시구르드가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다.”
“…….”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허를 찔려 있었을 때.
객석에 있던 에리크와 아그나르가 다급히 뛰어왔다.
“시구르드 전하!”
“전하……!”
두 사람이 시구르드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각성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전하라면 언젠가 반드시 그 경지에 도달하실 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고맙다.”
시구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너희들이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도달해야겠군.”
“아니, 그건 좀…….”
“아무리 그래도 저희들 실력으로는 어렵지요…….”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을 보면서, 시구르드가 쓴웃음을 지었다.
“농담이다.”
“…….”
“…….”
에리크와 아그나르가 ‘뭔가 잘못되신 거 아닙니까?’라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게 조금 우스워서 나는 피식 웃었다.
“아버지, 시장하실 텐데 식사나 하시죠.”
“생각해 보니 식사를 안 했군.”
“저도 식사를 안 해서 말입니다. 같이 드시죠.”
“그러도록 하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하고 있는 두 기사를 내버려 둔 채, 나는 시구르드와 함께 훈련장을 나섰다.
* * *
일주일 뒤.
공중 요새 ‘바나헤임’이 마침내 북쪽 방어선 근처까지 접근했다.
그 위용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저렇게 커다란 건조물이 하늘을 떠다니다니… 정말 놀랍군.”
“그나마 다행인 건 그다지 높게 날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군요. 전력을 다해 도약하면 하층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달하는 건 별문제 없을 것 같은데, 내부로는 어떻게 들어가면 좋을지…….”
시구르드와 에리크, 아그나르가 바나헤임을 관찰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기사들도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그래도 거인들을 처음 맞이할 때보다는 낫군.’
그때는 다들 불안해했다.
신화시대의 초월적 존재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우리는 거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그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있으니, 다들 지난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시구르드 전하, 공중 요새가 움직임을 멈춘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어느새 바나헤임은 전진을 멈추고 공중에서 정지해 있었다.
다들 바나헤임을 관찰하면서 긴장하고 있었을 때, 이변이 발생했다.
“저, 저기 하늘에……!”
한 여자의 모습이 하늘에 나타났다.
지난번에 나타났던 거인들보다 훨씬 컸다.
“마법으로 공중에 영상을 투영한 것 같습니다.”
옆에서 아나스타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식으로 술식을 구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화시대에 쓰던 마법 같군요.”
“신화시대의 마법…….”
금색 머리카락과 푸른색 눈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모리안이나 아나스타샤도 미인이긴 하지만, 솔직히 지금 하늘에 나타난 여성 쪽이 더 미모가 뛰어났다.
다만 별로 인간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림이나 조각 같은 인공미가 느껴질 정도여서,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
“만나서 반가워, 인간들.”
여성의 입술이 움직이면서,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이름은 프레이야… 아우둠라의 일원인 바니르 신족이지.”
“프레이야…….”
파프니르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신화시대에는 신족 최고의 미녀로 꼽히던 여신으로, 발할라의 관리자이자 발키리들의 수장이라는 것 같았다.
“나는 바니르 신족을 대표해서 너희들에게 제안을 하려고 해.”
프레이야가 우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카이트 에인헤랴르와 시구르드 에인헤랴르를 넘겨. 그러면 그 밖의 인간들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