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198
▣ 198화 발하라의 전사 (1)
카이트 에인헤랴르와 시구르드 에인헤랴르를 넘겨라.
그 말은 우리들 중 누구도 예상 못 한 말이었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전면 항복을 권하는 것만 아니고, 두 분만 넘기라니…….”
에리크와 아그나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이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군.”
시구르드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카이트,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일단 대화를 나눠 보죠.”
“알겠다.”
내 의견을 수용하여 시구르드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프레이야라고 했나. 어째서 나와 카이트를 원하는 것이지?”
“그걸 너희가 굳이 알아야 할까?”
프레이야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순하게 생각해. 시구르드와 카이트 두 사람을 내놓고 다른 인간들은 무사히 살아남는 게 좋을지, 아니면 모조리 몰살당하는 게 좋을지.”
“…….”
“나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프레이야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얘기하는 내용은 극도로 일방적이었다.
“프레이야.”
시구르드를 대신해 내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너희는 인간을 다 몰살시키려는 것 아닌가? 나와 아버지가 나선다고 해도 결국 나머지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릴 텐데.”
“왜 그렇게 생각하지?”
“너희는 이미르의 후예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걸 위해 티아매트의 후예인 드래곤과 몬스터들도 멸종시키려 했을 텐데.”
그렇게 말하자, 망루 옆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던 니즈얼라그두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 저놈들은 신화시대부터 우리를 멸종시키려 했었지. 저 여신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그는 니드호그 파벌의 드래곤으로서 우리에게 협력해 주고 있었다.
실제로 영구동토에서 펜리르에게 동족들을 학살당한 경험이 있으니, 프레이야의 말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아우둠라의 방침이야.”
“무슨… 소리냐?”
“내 방침이 아니라는 거지.”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파프니르, 무슨 뜻일까.’
‘글쎄다, 설마 프레이야는… 아우둠라를 배신하고 독자 세력을 형성하려는 건가?’
‘독자 세력이라고?’
‘아우둠라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애시르 신족이다. 바니르 신족은 애시르 신족에게 패배한 이후로 종속되어 있었지.’
‘그러면 바니르 신족 출신인 프레이야가 애시르 신족을 배신하려 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고 봐야겠지. 흠,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파프니르와 대화를 나누고 있자, 다시 프레이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한테 목숨을 내놓으라는 소리가 아니야. 일단 이쪽으로 오라는 얘기지.”
“…….”
“자세한 건 그 다음에 얘기하자고.”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야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카이트, 시구르드. 이 공중 요새 바나헤임으로 올라와. 그러면 나는 일단 물러설게. 공격 같은 것도 전혀 하지 않을 테고 말이야.”
“그런 말을 어떻게 믿…….”
아그나르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내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프레이야, 네 제안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으음, 그래?”
“카이트 님……!”
“무슨……!”
프레이야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에리크와 아그나르는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뭐지?”
“네가 내려와라.”
“……?”
프레이야가 눈을 깜박였다.
“무슨 소리지?”
“나와 아버지한테 공중 요새로 올라오라는 얘기를 하지 말고, 네가 여기로 내려오란 말이다.”
“내가… 그쪽으로 가라고?”
“그래.”
나는 거침없이 말했다.
“네가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아우둠라의 애시르 신족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이겠지. 그러니 자세한 얘기는 요새 안에서 우리들끼리 하자는 것 아닌가?”
“…….”
“그런 거라면 우리 쪽에서도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우둠라 측에 알려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거고… 최종적으로 결렬되어도 우리 사이에 있었던 얘기를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니 네가 와라, 프레이야.”
“카이트 에인헤랴르…….”
공중에서 프레이야가 눈썹을 찌푸렸다.
“지금 나 보고 내려오라는 거야? 내 발로 바나헤임에서 내려서, 그쪽으로 가라고?”
“그래, 이쪽으로 와라.”
“아하, 아하하…….”
프레이야가 금색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웃었다.
“카이트, 지금 농담하는 거지? 여신인 나한테, 너희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라고?”
“그래, 그 정도 성의는 보여 줘야지.”
“성의라고? 아하하……!”
프레이야의 웃음소리가 황야에 울려 퍼졌다.
“아주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네, 카이트.”
“착각하고 있는 건 그쪽이겠지, 프레이야.”
나는 분명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상대편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성의 있는 태도가 필요해. 지금 상대편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게 어느 쪽이지? 네가 전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데, 우리가 네 약속을 어떻게 믿지?”
“카이트, 그런 건…….”
“애초에 본인이 직접 모습을 보여서 제안한 것도 아니고, 이런 환영이나 보여 주고 있으면서 말이야.”
프레이야의 말을 끊으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직접 나와서 우리들을 설득할 생각이 없으면, 그냥 꺼져.”
“꺼지라고?”
프레이야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한테, 바니르 신족의 여신인 나한테, 꺼지라고? 한낱 인간이?”
“여신이면 여신다운 모습을 보여야지, 프레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시구르드를 쳐다봤다.
“안 그렇습니까?”
“네 말이 맞다.”
시구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야, 나 시구르드는 에인헤랴르 대공으로서 정식으로 제안한다.”
“…….”
“네가 우리 상대로 교섭하는 걸 원한다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 지상으로 내려와라. 그렇게 해 준다면 우리는 네 말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줄 것이다.”
시구르드의 선언에 프레이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버지고 아들이고… 정말로 주제를 모르고 까부는 놈들이네.”
“내 말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나 보군.”
“내가 왜 너희 얘기를 들어줘야 하지?”
“그러면 결렬이다, 프레이야.”
시구르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든, 우리가 함께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 잘 알겠어.”
프레이야가 무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봤다.
“시체의 산을 보면서 네 아들하고 통곡할 준비나 해 둬, 시구르드.”
그 말을 끝으로, 하늘에 투영되어 있던 프레이야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나헤임 쪽에서 변화가 있었다.
“문이 열리는 것 같군요.”
에리크의 말대로, 바나헤임 하부에서 10여 개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거기서 흑색 검사들이 우르르 뛰어내렸다.
그들은 가볍게 착지한 뒤 대열을 맞춰서 진군하기 시작했다.
“숫자가…….”
“제법 많군요…….”
지난번에 나타난 거인들은 백여 명 정도였다.
하지만 흑색 검사들은 그 열 배 이상이었다.
“발할라에 저 정도의 병력이 있었다니… 방심할 수 없겠군요.”
“그렇지.”
고틀란드를 습격한 흑색 검사들은 한 명 한 명이 소드 마스터 수준의 실력이었다.
저들도 그 정도 수준은 된다고 봐야할 것이다.
소드 마스터 수준의 검사가 천여 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런 적이 나타나면 죽음을 각오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대비책이 있다.”
시구르드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나스타샤 공녀.”
“네, 대공 전하.”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아나스타샤가 마법으로 빛을 발생시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방어선 곳곳에 배치된 ‘포대’가 준비를 시작했다.
“전군… 일제 포격!”
아나스타샤의 호령이 울려 퍼지자, 천지가 뒤집어질 듯할 굉음이 연달아 발생했다.
거인의 시체를 재료로 사용한, 마력포(魔力砲)가 불을 뿜은 것이다.
‘거인은 드래곤 이상으로 강대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지. 그걸 사용해 마법적 공격을 시행한다면…….
콰콰콰콰콰쾅!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굉음과 함께 무수히 많은 마력 포탄이 날아갔다.
막대한 빛과 열이 흑색 검사들을 집어삼켰다.
“저들은 거인이나 드래곤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아나스타샤갸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하고 있다고 해도, 내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런 광범위 공격으로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콰콰콰콰콰쾅!
흑색 검사들이 한꺼번에 쓸려 나갔다.
검을 휘둘러 봤자 한 번에 한두 명밖에 쓰러뜨릴 수 없지만, 광범위 공격인 마력포는 한꺼번에 수많은 적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한때 거인들의 시체가 가득했던 황야는 이제 흑색 검사들의 시체로 뒤덮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슬슬 끝나겠군요.”
쿠쿵, 쿠웅…….
이제 더 이상 포성이 들리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 한 발까지 다 쏜 것이다.
거인들의 시체를 남김없이 소비해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쏠 수 없게 되었지만,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반의반도 안 남았군.”
시구르드가 황야를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천 명 이상으로 보였던 흑색 검사들이 이제 2백 명도 채 남지 않았다.
남아 있는 놈들도 대부분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저 정도라면…….”
“시구르드 전하와 카이트 님을 중심으로 맞서 싸우면 승산이 있습니다!”
에리크와 아그나르가 환호했다.
“가자.”
시구르드가 에리크, 아그나르와 함께 망루 우측으로 뛰어내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아나스타샤, 그리고 모리안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러면 우리들도 움직이지.”
“그러도록 하죠.”
“네!”
우리는 망루 좌측으로 뛰어내렸다.
시구르드가 우측을 맡는 동안 우리가 좌측을 맡을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후방에서 지원을 해 주고, 모리안은 아나스타샤를 지켜 줘.”
그렇게 지시하면서 앞장섰다.
살아남은 흑색의 검사들이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지만, 레바테인을 휘둘러 목을 베었다.
“시구르드 전하! 측면은 저와 아그나르 경이 맡겠습니다!”
“전하는 마음껏 돌격하시면 됩니다!”
“알겠다……!”
고개를 돌려보니 시구르드와 에리크, 아그나르가 신화병장을 휘두르면서 적들을 도륙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들이 나설 때가 되었다!”
“신족의 하수인들에게 죽음을!”
니즈얼라그두를 중심으로 한 니드호그의 부하들도 흑색 검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흑색 검사들이 아무리 소드 마스터 수준의 힘을 갖고 있다고 해도, 마력포 폭격에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아군의 정예 병력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카이트, 발할라의 잔챙이들을 상대하는 것에 너무 열을 올리지 마라.’
‘알고 있어.’
파프니르와 대화를 나누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지금 지크프리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프레이야와 함께 바나헤임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바나헤임에서… 놈들을 쓰러뜨려야지.’
앞을 가로막는 흑색 검사들을 도륙하면서, 나는 계속 전진했다.
공중 요새 바나헤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