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206
▣ 206화. 검의 신 (1)
티르는 현재 애시르 신족의 지도자라 할 수 있다.
신들의 왕 오딘과 최강의 전사 토르는 긴 잠에 빠져 있었고, 인망이 높았던 발두르는 죽었다. 로키는 애초에 지도자의 그릇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티르가 지도자 역할을 맡았다.
비록 예전에 펜리르에게 한쪽 팔을 잃어 외팔이 되었어도, 티르는 애시르 신족 최강의 검사였으니까.
그런 위치에 있기에… 티르는 침통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헤임달이 쓰러졌군요. 스카디와 헤르모드 등 하층부를 담당하던 신들은 전부 목숨을 잃은 것 같습니다.”
“…….”
로키의 보고를 듣고 티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상황이 심각했다.
“로키, 사전에 파악했으면 네가 가서 도와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랬다가 저까지 죽으면 큰일 나지요.”
“…….”
얄미운 소리였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기서 로키가 죽으면 전력 손실이 크다.
“발할라의 전사장이었던 지크프리트, 그리고 에인헤랴르의 시구르드, 이렇게 두 명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침입한 것 같습니다. 신역의 힘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신역에 도달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두 명…….”
신역에 도달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면 충분히 신을 죽일 수 있다.
신화시대에도 적지 않은 숫자의 신, 거인, 드래곤들이 인간들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놈들은 이제 곧 중층부에 올라올 겁니다. 통로를 차단하고 있지만… 신역의 힘으로 뚫고 올라오겠죠.”
“…….”
“어떻게 할까요, 티르.”
로키는 별로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즐거워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로키.”
“네.”
“네 계획대로, 오딘과 토르를 깨워라.”
오딘과 토르를 깨운 뒤, 애시르 신족의 전력으로 인간들을 상대한다.
그것이 로키가 지난번 회의에서 제안한 것이었다.
“괜찮겠습니까?”
“전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아니, 제가 상층부로 빠져도 되냐는 얘기죠.”
오딘과 토르는 아스가르드 상층부에 잠들어 있다.
그리고 그들을 강제로 깨울 수 있는 건 로키뿐이다.
“이제 곧 놈들이 중층부로 올라옵니다. 당신과 비다르가 있다고 해도, 고작 여섯 명 정도로 놈들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여섯 명이 아니다.”
“네?”
“나 혼자 막는다. 나머지는 네가 데리고 상층부로 올라가라.”
“…….”
“내가 놈들을 막으며 시간을 끌 것이다.”
로키가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상층부에서 놈들을 해치우는 거다. 오딘과 토르, 그리고 너희들까지 힘을 합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겠지.”
“…….”
“준비가 끝날 때까지, 내가 중층부에서 시간을 번다.”
애시르 신족의 미래를 위해, 티르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할 각오를 했다.
“내가 목숨을 던져 싸운다면… 둘 중 하나 정도는 해치울 수 있을 테고 말이다.”
* * *
콰앙!
앞을 가로막은 문을 강제로 파괴한 뒤,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는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아스가르드 하층부에서 헤임달 등 다섯 신을 쓰러뜨린 뒤, 두 사람은 아직까지 적을 만나지 못했다.
“지크프리트, 애시르 신족이 몇 명 남아 있을까요?”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제 일곱 명 정도 남았을 거다.”
“일곱 명…….”
“그래도 다들 아까 쓰러뜨린 놈들보다 훨씬 강하다. 특히 티르와 비다르, 로키 등이 위험하다.”
그렇게 말한 뒤, 지크프리트가 덧붙였다.
“가장 위험한 건 주신 오딘와 뇌신 토르지만, 그들이 나타나지는 않을 거다.”
“큰 부상을 입고 잠들어 있다고 했죠.”
“그렇지. 프레이야도 그들이 멀쩡한 상태였다면 반역 같은 건 꿈꾸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티르, 비다르, 로키 등을 쓰러뜨리고, 잠들어 있는 오딘과 토르까지 숨통을 끊으면… 애시르 신족과의 싸움이 끝난다.
2차 라그나로크를 인류의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놈들이 서로 협동해서 덤벼든다면 위험하다. 만약 티르와 비다르가 다른 신들과 한꺼번에 덤벼든다면…….”
지크프리트가 작전을 설명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느껴지나?”
“네, 느껴집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전진했다.
그리고 바나헤임에 있었던 것과 비슷한 원형 투기장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티르…….”
검신 티르.
오른팔이 없는 외팔의 검사.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투기장 중심에 서 있었다.
‘다른 신은… 없는 건가?’
주위를 살펴도 다른 신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여기는 티르 혼자만 있는 것 같았다.
‘신들이 단체로 몰려나오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시구르드는 티르를 관찰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직접 검을 부딪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외팔의 검사는, 시구르드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는 검사였다.
“용케 여기까지 왔군, 지크프리트, 시구르드.”
티르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족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검사로서 너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하지만, 너희들의 전진도 여기서 끝이다.”
티르가 허리에서 검을 뽑았다.
“내가 여기서 너희를 막을 거니까.”
“…….”
“와라. 지크프리트, 시구르드.”
왼손으로 검을 든 채, 티르가 말했다.
“신과 인간, 어느 쪽의 검이 뛰어난지 확인해 보자.”
“…….”
시구르드는 지크프리트와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시구르드는 우측으로, 지크프리트는 좌측으로 움직였다.
“……!”
따로 신호를 보낼 필요도 없다.
두 명의 공격이 0.1초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티르를 향했다.
“소용없다.”
티르가 살짝 시구르드 쪽으로 움직였다.
그 덕분에 시구르드의 공격이 더 일찍 티르에게 도달하게 되었다.
티르는 시구르드의 공격을 튕겨 낸 뒤, 곧바로 몸을 회전시키면서 지크프리트의 공격도 막아 냈다.
“……!”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는 다시 티르를 협공하려 했지만, 이번에도 티르는 교묘한 몸놀림으로 두 사람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 냈다.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도달한 검술!’
복잡하고 현란한 기술을 펼치지는 않는다.
단순하지만 정확한 움직임으로 이쪽의 공격을 모조리 차단하고 있다.
그야말로 검술의 극치에 도달한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시구르드는 엑스칼리버의 에테르를 활성화시켰다.
아까 헤임달 등의 에테르를 흡수했기 때문에, 엑스칼리버는 한계 이상의 에테르 입자를 내포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에테르를 입자째로 방출하여, 칼날에 압축했다.
‘에테르 블레이드로……!’
쿠웅!
엑스칼리버와 티르의 검이 충돌한 순간, 강한 충격이 발생했다.
충격을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해 티르의 검이 잠시 흔들렸다.
지크프리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
지크프리트의 미스틸테인이 티르의 우측을 노렸다.
오른쪽 팔이 없기에 티르의 우측은 좌측보다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헤임달 등을 쓰러뜨린 찌르기가 티르의 우측 옆구리를 향해…….
“……!”
쿠웅!
지크프리트가 튕겨져 나갔다.
그대로 공중을 날아 투기장을 둘러싼 객석에 처박혔다.
그 모습을 보고 시구르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크프리트가 저렇게 당하는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된… 아!’
시구르드는 눈을 의심했다.
티르에게 오른팔이 생겨 있었기 때문이다.
지크프리트는 티르의 오른팔에 얻어맞아 날아간 것이다.
‘아니, 저건…….’
진짜 팔이 아니다.
에테르를 굳혀서 만든, 에테르의 팔이었다.
“계속해서 덤벼라, 그랜드 소드 마스터.”
티르의 오른손에 새로운 검이 출현했다.
오른팔과 마찬가지로 에테르로 만든 검으로 보였다.
“마지막까지 상대해 주마.”
티르가 양손에 검을 든 스타일로 전환했다.
아까보다 더 빈틈이 없어 보였다.
“…….”
그 모습을 보며, 시구르드는 정신을 집중했다.
프레이야에게 분노했을 때를 떠올리며, 신역의 힘을 발휘하려 했다.
그 직후, 엑스칼리버의 에테르가 반응하며 거대한 검의 형태가 형성되었다.
에테르로 만든, 시구르드만의 분노검 그람이었다.
“…….”
지크프리트도 몸을 일으키며 미스틸테인의 오러를 극대화시켰다.
신역의 힘이 적용되어 압도적인 파워를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덤벼라!”
티르가 소리친 순간,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는 동시에 움직였다.
이번에도 티르는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의 동시 공격을 정확히 막아 냈다.
하지만, 지금까지하고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
티르가 만든 에테르의 검.
그 검신에 시구르드의 검이 파고들었다.
신역에 도달한 시구르드의 의지가 티르의 의지를 능가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티르가 왼손에 들고 있던 실체검도 지크프리트의 미스틸테인에 의해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인간의 정신력이 이 정도로 훌륭했나!”
그 직후, 이변이 발생했다.
티르의 몸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더니, 두 자루의 검이 동시에 폭발한 것이다.
“윽……!”
“……!”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는 동시에 바닥을 굴렀다.
에테르가 가득 실린 산탄(散彈)이 두 사람에게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을 주었다.
“으윽!”
시구르드는 엑스칼리버를 지팡이 삼아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현기증이 나면서 몸을 가누기가 어려워졌다.
‘이럴 수가……!’
왜 이러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한계를 넘어선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한 탓이다.
시구르드는 얼마 전에야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도달했다. 신역의 힘을 사용하게 된 것도 엊그제의 일이다.
익숙하지 않은 힘을 연달아 사용했기 때문에, 육체와 정신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것이다.
“큭…….”
한편 티르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입가에서 피를 흘리는 걸 보면, 티르도 한계를 넘어선 상태인 것 같았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느라 힘을 과도하게 사용한 것이다.
“……!”
상황을 파악한 지크프리트가 다급히 일어서서 티르를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티르는 에너지의 검을 날려 지크프리트를 견제한 뒤, 곧바로 시구르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빨리, 몸을 움직여야…….’
시구르드는 전력을 다해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으로 육체를 제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멈춰라……!”
지크프리트가 목소리를 높이며 미스틸테인을 날렸다.
오러 매뉴버에 의해 뻗어 나간 미스틸테인이 티르의 어깨에 명중했지만, 티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적어도… 한 명은 죽여야지.”
“……!”
시구르드는 티르의 노림수를 깨달았다.
티르는 자기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 둘 중 한 명은 죽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싸움에 나섰던 것이다.
“죽어라……!”
티르의 손에서 발생한 에테르의 검이 시구르드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시구르드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려 했다.
눈을 질끈 감거나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볼 수 있었다.
“……!”
어둠 속에서 날아온, 독특한 형상의 검.
그것이 오러 매뉴버 이상의 움직임으로 끼어들어, 티르의 검을 튕겨 내는 모습을.
“어째서…….”
시구르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어째서 따라온 것이냐, 카이트……!”
어두운 복도 너머에서.
시구르드가 뒷일을 맡겼던 장남이, 당당한 발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