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209
▣ 209화. 세 명의 에인헤랴르 (1)
“로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아스가르드의 복도를 걸으면서, 니드호그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옆에서 걷고 있던 로키가 어깨를 으쓱했다.
“불만이라도 있으십니까? 전리품 보관고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지금 처지가 나을 텐데요?”
“그러니까, 지금 나를 이렇게 데리고 나온 이유가 대체 뭐야?”
애시르 신족의 포로가 된 뒤, 니드호그는 줄곧 갇혀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로키가 나타나 니드호그를 데리고 나왔다.
여전히 니드호그의 팔다리는 신화시대 최강의 끈인 ‘글레이프니르’로 묶여 있었지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느슨하게 조정된 상태였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무슨 일… 네, 무슨 일이 생기긴 했죠.”
로키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스가르드 하층부가 뚫렸습니다. 헤임달 등이 죽었지요.”
“뭐라고?”
“지금 중층부를 티르 혼자서 지키고 있습니다. 뚫리는 건 시간문제겠지요.”
놀라운 얘기였다.
아공간에 위치한 아스가르드에 침입하여 애시르 신족을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있단 말인가?
“설마 바니르 신족의 프레이야가 배신한 건가?”
“하하, 프레이야는 이미 진작 죽었습니다. 인간들과의 싸움에서 전사했죠.”
“뭐? 설마…….”
니드호그는 카이트를 떠올렸다.
하지만 로키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
“시구르드 에인헤랴르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각성한 모양이더군요.”
“……!”
카이트뿐만 아니라 시구르드까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단 말인가.
게다가 프레이야까지 쓰러뜨렸다면… 신역의 힘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아스가르드에 침입한 것은 시구르드 에인헤랴르, 그리고 발할라의 전사장이었던 지크프리트입니다.”
“지크프리트?”
“파프니르의 숙적이었던 초대 시구르드죠.”
“자, 잠깐.”
너무 새로운 정보가 많아서 따라가기 어려웠다.
“제대로 된 설명을…….”
“그리고 방금 전에 감지한 건데… 카이트 에인헤랴르도 그들을 따라 아스가르드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
카이트도 아스가르드에 왔다.
그 사실을 알고 니드호그는 마음이 놓였다.
“카이트까지 왔다면 상당히 위험하겠네, 로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에인헤랴르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세 명이나 되잖아.”
계속 봉인되어 있던 애시르 신족과는 달리, 니드호그는 바깥 세상에서 에인헤랴르와 계속 싸워 왔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인지, 니드호그는 잘 알고 있었다.
“네가 오딘과 토르를 깨워도… 그들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오딘도, 토르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잖아.”
지난번에 니드호그는 로키한테서 오딘과 토르를 깨우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큰 부상을 입고 잠든 오딘과 토르를 깨워 봤자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흠,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무슨 소리지?”
“니드호그, 한 가지 의문을 느껴 본 적이 없습니까?”
로키가 웃으면서 말했다.
“오딘과 토르가 잠든 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무리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자연 치유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뭐……?”
“팔 하나를 잃은 티르도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오딘과 토르는 대체 얼마나 큰 부상을 입었기에 계속 잠들어 있어야 하는 걸까요? 왜 그 부상은 치유되지 않는 걸까요?”
“…….”
“그렇게 오랫동안 치유되지 않는 부상이라면, 앞으로도 치유되지 않겠죠. 언젠가 애시르 신족이 세상을 지배하면 치료법을 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허황된 얘기죠.”
그렇게 말하고 로키가 갑자기 자기 이마를 쳤다.
“아차, 그 얘기는 제가 다른 신족들한테 하던 얘기였군요.”
“……!”
니드호그는 눈을 크게 뜨고 로키를 쳐다봤다.
대체 이 허황된 신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로키, 너는 대체…….”
“자, 그러면 묻겠습니다, 니드호그.”
로키가 니드호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오딘과 토르는 대체 왜 잠들어 있는 걸까요?”
로키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니드호그는 섬뜩함을 느꼈다.
* * *
티르를 쓰러뜨리고, 나는 아스가르드 상층부로 향했다.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도 함께였다.
“카이트.”
아까보다 훨씬 혈색이 좋아진 시구르드가 딱딱한 목소리로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따라온 거냐.”
“또 그 얘기입니까?”
“이곳은 다른 전장과는 다르다. 돌아갈 수 없는 전장이란 말이다.”
그러자 지크프리트도 입을 열어 시구르드를 거들었다.
“카이트, 시구르드의 말이 맞다. 우리가 애시르 신족을 몰살시키고 요새의 기능을 정지시킨다면 우리는 아공간 속에서 미아가 되어 버린다. 영영 탈출하지 못하는 거다.”
“뭔가 방법이 있겠지.”
“…….”
지크프리트가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살짝 화가 난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애초에 여기로는 어떻게 들어온 거지?”
“신역의 힘으로 문을 강제로 열었지.”
“비프로스트를 강제로 파괴하여 그 틈을 이용한 모양이군. 그 방법은 두 번 다시 사용할 수 없을 거다.”
지크프리트의 의견은 파프니르하고 비슷했다.
“너는 장남으로서 미래의 에인헤랴르를 이끌 책임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 둘이서만 이곳에 온 거였단 말이다.”
“그렇다, 카이트.”
시구르드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내가 죽더라도 네가 에인헤랴르를 잘 이끌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의 혼란을 진정시키고, 사람들을 지키며 위대한 지도자가 될 거라 생각했단 말이다.”
“아버지…….”
“그런데… 네가 우리를 따라오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
시구르드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제가 없어도 이바르도 있고, 헤스테인도 있고, 프리드레이프도 있지 않습니까. 다 유능한 동생들입니다.”
“그 녀석들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네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비교하면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
“너는 여기로 오지 말아야 했다, 카이트.”
이런 소리를 자꾸 들으니… 살짝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계속 이런 소리나 듣다니.
‘크흐흐, 애비한테 잔소리를 듣는군.’
심지어 내 안에서 파프니르까지 나를 놀려 대기 시작했다.
‘기껏 달려와서 구해 줬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할망정 아들한테 잔소리나 하다니… 참 고약한 아버지를 뒀구나, 카이트.’
‘좀 닥쳐라.’
그렇게 파프니르에게 대꾸하고 있을 때, 시구르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아버지의 마음을 몰라주는 거냐, 카이트.”
“네?”
“나는 네가 죽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너를 데리고 오지 않았던 거다.”
“…….”
“정말로… 안타깝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나도 할 말이 없어진다.
시구르드를 진짜 친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시구르드가 아버지로서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결국 내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시구르드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제대로 너한테 말도 하지 않고 떠난 내 잘못도 있으니까.”
“…….”
“이미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지.”
여전히 아쉬워 하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더 이상 이 얘기는 안 할 분위기였다.
“그래도 카이트, 한 가지만 너한테 주의를 주겠다.”
“제가 또 뭐 잘못한 게 있습니까?”
“그렇다.”
시구르드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지크프리트는 우리들의 조상님이다.”
“네?”
“예의를 갖춰서 대해야 한다. 존댓말을 쓰거라.”
“…….”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어서, 완전히 허를 찔렸다.
“으음…….”
“…….”
지크프리트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표정이긴 했지만, 왠지 내가 존댓말을 쓰는 걸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내 육체의 조상이긴 하지만, 내 정신의 조상인 건 아니다.
한때 적대하던 사이이기도 하고, 이제 와서 존댓말을 하는 건… 상당히 어색할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카이트, 분노검 그람을 망가뜨린 것에 관해서도 사과를 드려라. 그건 초대 시구르드의 검이었으니까.”
“…….”
시구르드가 초대 시구르드를 존경한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런 잔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음, 그러니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입을 열었을 때.
계단 위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지?”
“살펴봐야겠군요.”
나는 기척을 없애며 앞장섰다.
기둥에 몸을 숨기고 전방을 살피자,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중앙에 나선형 계단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앞에 모여 있는 자들이 있었다.
‘신들인가?’
‘애시르 신족 중에서 손꼽히는 실력자였던 비다르가 있군.’
숫자는 네 명.
그 중에서 가장 큰 몸집을 지닌 남자가 비다르 같았다.
‘그런데 뭔가…….’
‘그래, 뭔가 이상하군.’
파프니르도 의문을 느낀 것 같았다.
‘다들 눈빛이 이상한데.’
네 명 다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상한 약물에 취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접근해 보는 수밖에 없겠군.’
나는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에게 눈짓을 한 뒤 앞으로 나섰다.
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내 걸어오고 있는데도, 신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모르겠군. 그래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그렇게 말하며 지크프리트가 앞으로 나섰다.
“비다르, 우리는 티르를 쓰러뜨리고 올라왔다.”
“…….”
“로키는 어디 있지? 상층부에 있다고 하던데.”
지크프리트의 질문에도 비다르 등에게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군. 해치우는 수밖에.”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크프리트가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윽, 으으으으…….”
“으어어어…….”
신들이 몸을 꿈틀거리며 신음 소리를 냈다.
우리가 허를 찔려 주춤하는 사이, 그들의 육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옷이 찢어질 정도로 몸집이 커진 뒤… 두 다리가 하나로 합쳐졌다.
“설마 저건…….”
두 다리가 합쳐져서, 마치 뱀 꼬리처럼 되었다.
나는 저런 모습을 이미 본 적이 있다.
“나가… 아니, 나가라자?”
“카이트, 저게 뭔지 아나?”
“네, 카롤루스 황자가 저런 모습이 되었습니다. 브리트라가 제공한 암리타라는 영약을 먹고 말입니다.”
“뭐라고?”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암리타는 에인션트 드래곤들의 것이 아니었나?
왜 애시르 신족들이 암리타를 먹고 나가라자가 된단 말인가?
‘파프니르, 뭔가 알고 있는 거 있나?’
‘글쎄다…….’
‘모르는 건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게다가 파프니르의 태도도 이상했다.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는 거지, 왜 이런 태도인 걸까.
“…….”
지크프리트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나가라자로 변모한 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오오……!”
네 명의 신들, 아니 네 마리의 나가라자가 갑자기 일제히 포효했다.
그리고 이성이 느껴지지 않는 움직임으로 우리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닌 것 같군요.”
인간이 아니라 신을 변모시켜 만든 존재다.
메로베우스에서 상대했던 나가라자하고는 차원이 다른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일단 다 쓰러뜨리고 나서 생각합시다.”
“알겠다!”
“그러지.”
나는 레바테인을 뽑았다.
시구르드도 고개를 끄덕이며 엑스칼리버를 뽑았고, 지크프리트도 이미 미스틸테인을 치켜든 상태였다.
세 명의 에인헤랴르가 동시에 전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