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210
▣ 210화. 세 명의 에인헤랴르 (2)
예상했던 대로, 애시르 신족이 변이한 나가라자는 강력했다.
“오오오……!”
애시르 신족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는 비다르.
그가 뱀처럼 변한 하체를 꿈틀거리며 나한테 달려들었다.
그 속도는 티르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육탄전을 할 생각인가?’
자세히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자루의 심검을 만들었다.
심검을 날려 비다르의 접근을 저지하려 했지만, 비다르는 몸에 심검이 꽂힌 상태에서도 돌진해 왔다.
“오오오……!”
포효하면서 나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공간이 일그러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
공간을 왜곡시키는 공격.
이성을 잃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비다르는 신역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카이트, 조심해라! 놈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세계의 법칙을 왜곡하고 있다!”
시구르드가 다른 나가라자와 싸우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크프리트도 시구르드와 협력해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만만치 않군.’
빠르게 움직이면서 비다르의 공격을 피했다.
공간 자체를 왜곡시켜 버리기 때문에 호신강기 같은 건 아무 의미 없을 것이다.
‘이성을 잃은 상태인 것 같은데, 어떻게 세계의 법칙을 왜곡할 수 있는 거지?’
신족 고유의 능력이라 본능적으로 가능한 걸까?
내 지식만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평소와는 달리 파프니르도 자기 의견을 말해 주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파프니르, 어떻게 생각하지?’
‘흠… 글쎄다.’
말을 걸어 봐도 계속 대답을 회피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어쩔 수 없군.’
나는 파프니르의 도움을 받는 걸 포기한 채 혼자서 나가라자를 관찰하려 했다.
공격을 피하면서 계속 살펴보니, 메로베우스에서 싸웠던 나가라자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신역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의 격(格)이 더 높은 것 같은데.’
나가라자보다 한 단계, 아니 몇 단계 높은 개체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 가지 깨달을 수 있는 게 있었다.
‘이건 혹시… 드래곤에 가까워진 건가?’
그동안 나는 나가나 나가라자가 뱀의 하반신을 지닌 존재라 생각했다.
하지만 뱀도 용도 서로 비슷한 존재다.
에인션트 드래곤 중에도 뱀처럼 다리가 없는 개체들이 있었으니까.
나가나 나가라자는 인간을 드래곤에 가깝게 변이시킨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놈은… 신을 드래곤에 가깝게 변이시킨 존재인가?’
더 이상 눈으로 관찰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
수라무극진기를 끌어올려, 레바테인에 힘을 집중했다.
‘힘은 강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하지.’
비다르의 공격을 피하면서 신역절기를 펼쳤다.
티르처럼 치열한 공방을 펼치지 않아도, 쉽게 빈틈을 파고들 수 있었다.
파아악!
내 공격은 정확히 비다르의 몸통을 포착했고, 단번에 상반신과 하반신을 분리시켰다.
“오오오……!”
순식간에 하체를 잃은 비다르가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졌다.
하지만, 그 직후.
“……!”
나는 신속히 수라금강원벽(修羅金剛圓壁)을 펼쳤다.
그와 거의 동시에, 입을 크게 벌린 비다르에게서 빛이 번쩍였다.
드래곤들처럼 브레스를 날리려 한 것이다.
“오오오오……!”
쿠쿠쿠쿵!
격렬한 화염이 나를 향해 뿜어져 나왔다.
단순한 불꽃이 아니다. 에테르가 가득 담긴, 세계의 법칙을 왜곡하는 신역의 브레스였다.
“윽……!”
평범하게 버티려 했으면 온몸이 녹아 없어졌을 것이다.
나도 수라금강원벽을 전개했기에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수라건곤이법(修羅乾坤移法)으로…….’
수르트의 화염을 흡수했을 때처럼, 브레스의 기운을 레바테인으로 끌어모았다.
그리고 브레스 방출이 끝나는 순간에 맞춰서, 수라파천신검 염제를 펼쳤다.
“……!”
콰쾅!
비다르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불꽃의 검에 휩쓸렸다.
강렬한 불꽃이 사라졌을 때, 비다르의 육체는 완전히 숯덩이가 되어 있었다.
“오오오!”
비다르가 쓰러지자 다른 나가라자가 나한테 달려들었다.
나는 여러 자루의 심검을 동시에 날려 시야를 혼란스럽게 만든 뒤, 빠르게 움직여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목을 치는 게 낫겠군.’
브레스를 뿜으려는지 입을 크게 벌리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곧바로 목을 향해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결국 놈은 브레스를 뿜지 못한 채 목이 날아가고 말았다.
‘아무리 생명력이 강해도,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상태에서는 브레스를 뿜지 못하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리와 심장에 심검을 한번씩 꽂아 넣었다.
고개를 돌려보자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가 나머지 두 놈도 쓰러뜨려 놓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걸로 다 해치웠군요.”
“그래, 그런데…….”
시구르드가 지크프리트를 쳐다봤다.
“이놈들, 대체 뭐였을까요?”
“모르겠군…….”
지크프리트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신족은 모든 생물들 중에서 가장 개체 안정성이 뛰어난 종족이다. 이런 괴물로 변할 리가 없는데…….”
“방금 전에 카이트에게 브레스를 사용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 그것도 이상한 일이지.”
지크프리트의 시선이 비다르의 시체로 향했다.
“브레스는 원룡 티아매트의 후예인 드래곤들만 사용할 수 있는 힘이다.”
애시르 신족은 ‘태초의 거인’ 이미르의 후예다.
티아매트의 후예인 드래곤과는 육체 구조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어째서 애시르 신족이 브레스를 쓰는 건지 모르겠군.”
“겉모습만 브레스일 뿐, 실제로는 다른 힘일지도 모릅니다.”
“신역의 힘으로 브레스 같은 힘을 사용했다는 건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내가 끼어 들었다.
“아버지, 이건 브레스가 맞습니다.”
“뭐라고?”
“드래곤 브레스와 동일합니다. 지난번에 브리트라가 저를 상대로 브레스를 뿜었을 때와 유사한 감각이 느껴졌습니다.”
“브리트라의 브레스와 비슷했다고?”
“네, 신역의 힘을 사용한 브레스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애시르 신족은 브레스를 뿜을 수 없다는데.”
“애시르 신족의 육체를 드래곤에 가깝게 변이시킨 것 같습니다.”
“뭐라고?”
내 말을 듣고, 시구르드뿐만 아니라 지크프리트도 눈을 크게 떴다.
“브리트라는 카롤루스 황자 등 여러 사람에게 암리타라는 영약을 먹여 나가 및 나가라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드래곤들이 생명력을 흡수하기 좋은 개체가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 얘기는 지난번에 들었다만…….”
“드래곤들이 생명력을 흡수하기 좋다는 건, 곧 드래곤들에게 가까운 존재라는 의미 아닐까요?”
“……!”
“이놈들은 뱀 같은 하반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드래곤과 비슷하다고 말해도 됩니다. 그러니… 애시르 신족이 드래곤에 가깝게 변이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나는 비다르의 시체를 살피면서 계속 말했다.
“대체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놈들이 암리타를 먹어서 드래곤처럼 변했다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카이트, 놈들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본인 의지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군가가 강제로 먹였거나, 속여서 먹인 거겠죠.”
“……!”
내 말을 듣고 있던 지크프리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애시르 신족은 가장 자부심이 강한 종족이다. 스스로 드래곤에 가까운 몸으로 변할 이유가 없지.”
“그러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이미 우리는 대부분의 애시르 신족을 해치웠다. 잠들어 있던 오딘과 토르를 제외하면 이제 남은 건…….”
지크프리트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신(虛神) 로키뿐이군.”
“로키……!”
“로키는 애시르 신족의 책사다. 바니르 신족을 복속시킨 것도, 거인족과의 동맹을 체결한 것도 로키의 공적이라고 하지. 그놈이 꾸민 계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키가 대체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아까 티르는 로키가 우리들을 막을 거라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만…….”
“모르겠군. 예전에 프레이야가 말하길, 로키는 신족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발상력을 지닌 놈이라 했다. 항상 남들이 상상도 못 하는 짓을 한다고 하더군.”
지크프리트와 시구르드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나는 파프니르에게 말을 건넸다.
‘파프니르.’
‘뭐냐…….’
‘혹시 로키는 라그나로크 시절부터 에인션트 드래곤과 협력하고 있었나?’
‘그건 아니다.’
다른 질문과는 달리, 파프니르는 이 질문에는 바로 대답해 줬다.
‘만약 로키가 우리들의 협력자였다면 라그나로크는 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겠지.’
‘그런가?’
‘로키는 아우둠라를 만들어 애시르 신족과 거인족을 결합시켰다. 놈이 우리 드래곤들의 협력자였다면… 애시르 신족과 거인족을 분열시켜 공멸(共滅)시키려 했을 거다.’
일리 있는 얘기였다.
로키가 없었다면 애시르 신족은 거인족과의 싸움에서 멸망했을 거라 하니까.
그동안 로키는 애시르 신족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움직여 온 게 사실이다.
‘그러면 로키는 대체 왜 신들을 나가라자로 만든 걸까.’
‘글쎄…….’
파프니르가 다시 말꼬리를 흐리기 시작했다.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 안에 있는 파프니르를 족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지크프리트가 앞장서서 나선계단 쪽으로 다가갔고, 시구르드도 뒤를 따랐다.
“…….”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 나선계단을 올랐다.
아스가르드의 최상층부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 *
어두운 공간.
아스가르드의 가장 꼭대기층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니드호그는 로키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하하, 비다르 등도 죽어 버린 것 같군요.”
“…….”
“티르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습니다. 비다르 등 나머지 신들을 모아서 중층부에서 적들을 맞이했다면… 승산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로키 말대로, 티르와 비다르 등이 한꺼번에 중층부에서 적들과 싸웠다면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티르는 로키에게 비다르 등을 맡기고 혼자서 중층부에 남아 시간을 벌기로 했다.
결국 티르는 에인헤랴르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에 의해 죽었다. 비다르 등도 방금 목숨을 잃었다.
“제가 분명 경고했는데 말입니다. 전력을 다해서 인간들을 상대하자고.”
“…….”
“물론, 나름대로 전력을 다한 것이긴 했지만… 작전을 잘못 세운 것이죠.”
티르는 로키가 오딘과 토르를 깨워 비다르 등과 함께 에인헤랴르를 막아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결국 저밖에 남지 않았군요, 하하.”
아직 잠들어 있는 오딘과 토르를 제외하면, 현재 애시르 신족은 로키 하나만 남았다.
에인션트 드래곤이 니드호그 하나만 남은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니드호그,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쩌면 좋겠습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지?”
니드호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너는 계획을 다 정해 놓았잖아.”
“하하…….”
니드호그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로키가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에인헤랴르가 여기에 도달했군요.”
지크프리트, 시구르드, 카이트.
세 명의 에인헤랴르가 나선 계단을 올라와 모습을 드러냈다.
“라그나로크를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로키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더할 나위 없이 친근한 미소를 지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