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212
▣ 212화. 음모의 신 (2)
어째서 로키의 기척은 느껴지는데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의 공격은 먹히지 않는 걸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나는 수라무극진기를 활성화시켰다.
“흐음, 저를 공격할 생각이십니까?”
로키가 웃으면서 두 팔을 벌렸다.
“좋습니다. 역시 검사면 검사답게 검을 휘둘러야지요. 얼마든지 베고 찌르고 해 보십시오.”
“아직 너에게 검을 휘두를 단계는 아니야.”
“네?”
“방금 말했잖아.”
그렇게 대꾸하면서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를 그곳에서 끌어내는 것이라고.”
그 순간.
나는 ‘축지’를 사용할 때처럼 공간을 왜곡시켰다.
한 걸음만 내딛어도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도록 세계의 법칙을 조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앞으로 걸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간 왜곡을 더욱 심하게 하여, 육안으로도 공간의 변화가 느껴지도록 했다.
“아니, 저건……!”
그 직후, 시구르드가 목소리를 높였다.
“로키의 몸이……!”
멀쩡히 서 있던 로키의 몸이 일그러져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깨져’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로키에게서 느껴졌던 에테르 등의 존재감도 이상하게 변화했다.
“어떤 원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략 무슨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있지.”
무표정으로 서 있는 로키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본체는 지금 아공간에 숨어 있는 거야.”
“…….”
내가 아공간을 떠올릴 수 있었던 건, 아까 아스가르드에 잠입하면서 강제로 아공간의 문을 열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시르 신족 중에 아공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지닌 신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공간에 숨어 있으면서 이곳에 분신만을 보내는 거면, 우리들한테 들킬 수밖에 없지. 그랜드 소드 마스터 수준의 실력자가 세 명이나 있으니 말이야.”
“…….”
“그래서 너는 아공간에서 이쪽으로 ‘정보’를 보냈지. 아니, ‘신호’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위장된 기척을 이쪽 공간으로 계속 발신하고 있었던 거야.”
로키라는 존재가 실제로 이곳에 있는 것처럼, 위장된 신호를 계속해서 이쪽 공간으로 보냈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척이 있는 것처럼, 막대한 에테르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체가 없는 정보에 속고 있었던 거군.”
“그렇습니다, 아버지.”
시구드르도 대충 이해한 듯했다.
“하지만 저놈이 아공간에 숨어 있다면, 이쪽에서는 저놈을 공격할 수 없는 건가?”
“평범하게 공격하면 아까처럼 그냥 통과해 버릴 뿐이지요. 하지만…….”
나는 신호가 흐트러지면서 이상하게 일그러진 로키를 향해 정신을 집중했다.
“끌어낼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수라파천신검을 펼쳤다.
수라파천신검은 모든 것을 베어 버리기 위한 신역절기이지만, 여기서 직접 감지할 수 없는 아공간 속의 로키를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공간에서 신호를 날리기 위해 로키가 만들어 놓은 ‘통로’를 공격하는 것은 가능할 터.
‘바깥에서 아스가르드가 있는 아공간으로 들어올 때 했던 것처럼 하면 되는 거지.’
우우웅!
수라파천신공이 허공을 스쳐 지나간 직후.
파직!
뭔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갈라졌다.
“물러서십시오.”
“……!”
파직! 파직! 파직……!
공간이 자꾸 깨져 나갔다.
그리고 공간의 틈새에서 녹색 빛이 흘러 나왔다.
“크윽!”
신음 소리와 함께, 녹색 빛으로 둘러싸인 로키가 굴러 나왔다.
그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까는 미안했다, 로키.”
“크윽…….”
고통과 굴욕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로키를 쳐다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내 검이 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듯이 말했는데, 아무래도 내 검이 닿았나 보군.”
“카이트 에인헤랴르……!”
로키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는, 방금 전까지하고는 달리 여유가 전혀 없었다.
* * *
로키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시구르드는 바로 움직였다.
엑스칼리버로 에테르 블레이드를 만들면서 로키한테 달려들었다.
“로키!”
로키를 향해 검을 휘두른 순간, 로키의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다시 아공간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로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이동이군.”
지크프리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미스틸테인을 들고 에테르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공간을 도약하여 이동하는 힘이다.”
쿠쿠쿵!
지크프리트가 날린 오러 샷이 로키에게 쏟아졌다.
로키는 이번에도 순간이동으로 위치를 바꿨지만, 다시 로키가 나타나자마자 지크프리트가 접근했다.
“에테르의 흐름을 읽어 내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지 알 수 있지.”
“……!”
쿠웅!
지크프리트가 휘두른 미스틸테인이 로키의 목을 노렸지만, 로키는 손을 치켜들어 막아 냈다.
다만 맨손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로키의 손에서 에테르의 방패가 전개되고 있었다.
“에테르 실드인가!”
원형의 녹색 방패는 에테르 블레이드가 전개된 미스틸테인도 완벽하게 막아 냈다.
단순히 에테르를 모아서 막아 낸 것이 아니라 신역의 힘으로 방어력을 끌어올린 방패라는 뜻이었다.
“크윽!”
쿠웅!
다시 한번 지크프리트의 미스틸테인과 로키의 에테르 실드가 충돌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시구르드는 곧장 달려들었다.
“……!”
콰앙!
시구르드가 휘두른 엑스칼리버가 다른 에테르 실드에 막혔다.
로키가 반대편 손으로도 에테르 실드를 전개한 것이다.
에테르 실드를 양손에 전개한 채, 로키가 양쪽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 내기 시작했다.
‘이 로키라는 남자, 상당히…….’
쿵! 콰앙! 콰쾅!
시구드르와 지크프리트, 두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연속 공격을 양손의 에테르 실드로 정확히 막아 내고 있었다.
로키가 공간을 다루는 마법만 잘 쓰는 게 아니라, 격투술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었다.
“흐음!”
하지만 로키의 모습이 다시 사라졌다.
카이트가 레바테인을 들고 가세하려고 했을 때였다.
“저쪽이다!”
지크프리트가 로키의 이동 방향을 가장 먼저 알아챘다.
오러 샷을 날려서 다시 나타난 로키를 공격하려 했지만, 로키가 또 다시 사라졌다.
“정말로… 끈질긴 분들이군요!”
팟! 팟! 팟!
로키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을 반복했다.
1초에 한 번 이상 위치를 바꾸는, 경이로운 공간 이동이었다.
“대단한 재주이긴 하다만.”
그때 카이트가 차갑게 내뱉었다.
“그냥 재롱떠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콰르릉!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검이 공중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실체 없이 에너지만으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그것들이 공간 전체에서 춤추기 시작하니, 어디서 나타나든 그 공격 범위 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크윽!”
마침내 로키가 순간이동을 멈추고 에테르 실드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카이트가 만든 에너지의 검이 로키를 향해 쏟아졌고, 로키는 에테르 실드로 그 공격을 방어하려 했다.
“……!”
파파파팟!
수십 자루의 검이 에테르 실드에 박혔다.
관통해서 로키를 상처 입히지는 못했지만, 에테르 실드는 다 깨져 버렸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이미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가 접근한 상태였다.
“으윽……!”
시구르드의 검이 로키의 왼쪽 어깨를 스쳤고, 지크프리트의 검은 로키의 오른쪽 손목을 절단했다.
피가 철철 흐르는 손목을 보면서 로키의 눈이 커졌다.
“내, 손목이……!”
부상을 입는 것에 익숙지 않은 걸까.
로키는 명백히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시구르드의 다음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목을 친다!’
시구르드는 전력을 다한 참격(斬擊)을 펼쳤다.
시구르드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쌓인 분노를 일제히 방출하는, 시구르드만의 분노검이었다.
“억……!”
에테르로 만들어진 거대한 칼날이 로키의 목을 그야말로 날려 버렸다.
목 부위 자체가 완전히 소멸하면서,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것이다.
물론, 이걸로 끝낼 생각은 누구한테도 없었다.
“내가 처리하지.”
로키의 머리가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지크프리트가 검을 휘둘렀다.
머리통이 완전히 분쇄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시구르드는 로키의 심장에도 검을 꽂았다.
“보통 놈이 아니니, 이렇게 확실히 죽이는 게 좋겠지.”
“그렇습니다.”
지크프리트와 대화를 나누며 시구르드는 로키의 시체… 아니, 잔해를 살폈다.
“완전히 죽었군요. 이런 상태에서 되살아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로키의 죽음을 확인한 뒤, 시구르드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니드호그, 너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싶군.”
오랜 적이었던 니드호그.
그녀는 로키의 속셈을 알고 있었던 것 같으니, 대화를 나누면 내막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니드호그?”
그런데 이상했다.
니드호그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거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다급히 주위를 살폈지만, 니드호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글레이프니르로 속박된 상태라서 멀리 가지는 못했을 텐데…….
“카이트! 니드호그를 보지 못했나?”
카이트를 불렀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카이트?”
다시금 주위를 둘러봤다.
카이트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시구르드는 경악했다.
“대체, 어디로…….”
그 직후.
시구르드는 지크프리트조차 사라졌다는 걸 느꼈다.
로키의 잔해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공간에 있는 건 시구르드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새카만 공간 속을 두리번거리면서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시구르드가 알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카이트! 지크프리트! 니드호그!”
목소리가 울리는 것으로 주위 공간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에 입술을 깨문 순간.
“시구르드.”
“……!”
다급히 뒤돌아 봤다.
그리고 한 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브륀힐다……?”
프레이야에 의해 완전히 소멸했을 터인, 시구르드의 아내.
그녀가 기억 속 모습 그대로 시구르드 앞에 서 있었다.
어느새 주위 광경 또한… 어느 봄날의 고틀란드로 바뀐 상태였다.
“브륀힐다…….”
“네, 시구르드.”
그녀가 시구르드를 보면서… 작게 미소 지었다.
“어째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건가요.”
기억하는 것과 똑같은 말투로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시구르드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 * *
“후우, 큰일 날 뻔 했군요.”
잘려 나간 손목을 재생시키면서, 로키가 떠들어 댔다.
“자칫하면 정말로 목숨을 잃을 뻔 했습니다.”
“호들갑을 떨기는.”
그 모습을 흘겨보며 니드호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까지 로키는 에인헤랴르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을 상태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더 이상 로키를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후후,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군요.”
바닥에 쓰러져서 잠들어 있는 시구르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로키가 웃음소리를 냈다.
그 옆에는 지크프리트도 쓰러져 있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고는 해도 결국은 인간… 영혼의 항마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
“애시르 신족 중에서 최고의 마법 능력을 지닌 저한테 걸리면, 결국 이렇게 아기처럼 잠들어 버리는 겁니다.”
로키는 티르 등하고는 다르다.
힘과 힘의 대결에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마법이나 계략으로 힘 있는 자를 굴복시키는 걸 즐긴다.
그러면서 본인의 힘도 결코 약하지 않으니… 무서운 존재인 것이다.
“흠, 그런데…….”
로키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검을 지팡이 삼아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하는 남자를 쳐다봤다.
“대체 당신은 어떻게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까, 카이트.”
로키의 최면 마법에 저항하면서, 카이트 에인헤랴르가 눈을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