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221
▣ 221화. 신들의 황혼 (2)
토르는 애시르 신족 최강의 전사다.
티르나 비다르 등도 토르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로키가 마법으로 토르를 골탕 먹인 적도 있었지만, 토르가 진지하게 싸우면 로키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강한 존재였기에, 라그나로크에서도 수많은 공적을 세웠다. 올림포스 신족의 주신(主神)을 비롯한 수많은 초월적 존재가 토르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토르는 라그나로크 도중에 큰 부상을 당해 싸울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로키의 제안을 받아들여 뒷일을 맡기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지만… 정신세계 속에서 로키의 함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옴짝달싹 못한 채 계속 정신세계 속에서 갇혀 있어야 했지만, 토르는 절망하지 않았다.
언젠가 지상을 다시 평정하여 애시르 신족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끝없는 고독을 견뎠다.
긴 시간이 흘러, 마침내 로키의 실수를 이용해 의식을 회복했다.
암리타를 활용해 부상까지 치료할 수 있었다.
그렇게 회복된 몸으로 다시금 전장에 나서려 했지만…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하로 삼아 주려 했던 인간들이 애시르 신족들을 몰살시켰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토르는 말 그대로 눈이 돌아갔다.
“네놈들… 전부 죽여주마!”
포효하면서 솟구쳤다.
토르는 최강의 뇌신(雷神)으로, 온몸에 번개를 두른 채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
인간들이 다급히 피하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토르가 더 빠르다.
“일단 미스틸테인을 들고 있는 너부터!”
쿠웅!
검은색 갑옷을 입은 남자가 토르의 주먹에 튕겨 나갔다.
이어서 다른 중년 남자를 향해 주먹을 뻗으려 했지만, 가장 젊은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토르.”
콰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앞을 가로막은 청년에 토르는 깜짝 놀랐다.
마치 자신처럼 번개를 몸에 두르고 전광석화처럼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놈이 감히……!”
토르는 다시금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청년의 검이 토르의 공격을 정확히 튕겨 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토르는 공격을 멈추고 청년의 모습을 다시 한번 살폈다.
“네놈, 이름이 뭐냐?”
“카이트 에인헤랴르.”
그가 자세를 잡으며 대답했다.
“용살검가 에인헤랴르의 검마(劍魔)다.”
“검마…….”
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이 우리 애시르 신족을 몰살시킨 주범이냐?”
“일단 티르는 내가 쓰러뜨렸지. 그밖에도 몇 명 더.”
“티르를?”
놀라운 일이었다.
검신 티르는 애시르 신족에서 토르 다음 가는 실력자였다.
한낱 인간이 티르를 쓰러뜨렸단 말인가.
“크하하……!”
토르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몸이 잠들어 있는 사이 인간들도 많이 발전했나 보구나! 하긴 그러니까 여기까지 온 거겠지!”
조금 전까지 느끼던 분노와는 별개로, 투쟁심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애시르 신족의 전사로서, 싸워 볼 만한 적을 만났다고 느낀 것이다.
“오딘! 이 녀석은 이 토르가 쓰러뜨리겠다! 당신은 다른 놈들을 상대해다오!”
“알겠다.”
오딘에게 나머지 놈들을 맡긴 뒤, 토르는 전신의 힘을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오른손에 ‘번개의 망치’를 출현시켰다.
“이것이 이 몸의 무기인 ‘묠니르’다.”
“엄청나군.”
“올림포스 신족의 주신까지 쓰러뜨렸던 힘이지.”
토르는 웃으면서 묠니르를 치켜들었다.
“이걸로 너를 죽이고 동족들의 원수를 갚아 주마, 카이트!”
격렬한 번개가 공간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 * *
‘위험하군.’
묠니르에게서 번개가 방출되는 걸 느끼고, 나는 즉각 ‘축지’를 사용해 거리를 벌렸다.
‘저건 평범한 신역의 힘이 아니야.’
토르의 묠니르에게서 방출된 번개는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었다.
내가 신화경의 힘을 이용해 번개의 신역절기를 펼쳐도 저런 공격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몸은 번개의 신, 토르!”
토르가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
“네 녀석이 어설프게 흉내 내봤자, 번개라는 자연 법칙 자체를 지배하는 이 몸과 맞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콰르릉!
묠니르를 휘두르면서 토르는 엄청난 번개를 계속 방출해 댔다.
결국 나는 축지를 사용해 공격 범위에서 계속 도망쳐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오딘이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 그리고 파프니르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나도 지금은 그들을 도와줄 여유가 없었다.
‘어쩔 수 없군. 버텨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묠니르의 번개 공격을 계속 피해 다녔다.
“계속 도망만 다닐 거냐! 반격을 해 봐라!”
아공간에 토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까의 패기는 어떻게 된 거냐!”
쿠르릉!
격렬한 번개가 나를 계속해서 쫓아왔다.
하지만 나는 대꾸하지 않고 도망치면서 번개를 관찰했다.
‘정말로… 궁극적인 뇌기(雷氣)다.’
수라창뢰검, 수라청벽검 등 뇌검(雷劍)을 사용해 왔기에 알 수 있다.
토르가 발생시키는 번개는 그야말로 궁극의 뇌기였다.
‘아마 토르의 체내에는 일반적인 에테르가 아니라 번개 속성의 기운이 흐르고 있을 거야.’
신화시대의 존재들은 무속성의 에테르를 사용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 싸웠던 수르트도 에테르를 불꽃으로 전환하여 싸웠다.
하지만 토르는 그렇지 않다. 번개 속성에 치우친 기운을 갖고 있고, 그 힘만을 사용한다.
아마 토르가 갖고 있는 기운은 특정 속성으로 치우쳐 있는데도 불구하고 에테르 이상으로 정순하고 효율적인 힘일 것이다.
‘분화되지 않은 무극, 즉 에테르가 더 강해야 할 텐데.’
내가 얻은 깨달음하고는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 깨달음에 결함이 있었던 걸까.
‘대체 어째서일까.’
토르의 공격을 계속 피하면서 사색에 잠겼다.
가설을 떠올리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신역의 힘인가?’
신역의 힘은 세계의 법칙을 조작하는 힘이다.
번개야말로 우주 근원을 관통하는 본질적인 힘이라고 세계의 법칙을 바꾼 것이 아닐까.
그러면 무속성의 에테르가 아니라 번개의 기운만을 사용해도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런 방식으로 신역의 힘을 쓸 수 있군.’
이건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애시르 신족 최강의 전사답게 배울 만한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이미 계속해서 피해 다니면서 토르의 번개는 충분히 관찰했다.
그러면 이제 내 나름대로 소화해 내면 된다.
‘수라건곤이법.’
수르트의 화염을 흡수했을 때처럼, 레바테인으로 토르의 번개를 끌어당겼다.
기운을 수렴시키는 수라건곤이법은 오행에서 금(金)에 해당된다. 한편 번개는 오행의 목(木)이다.
금극목(金克木)의 원리로, 토르의 번개를 수월하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뭐냐?!”
자신의 번개가 빨려 들어가는 걸 느끼고, 토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번개를 거둬들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질 수 없다는 듯이 번개의 출력을 더 높였다.
‘나한테는 반가운 일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 위력의 공격은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암리타의 기운을 흡수하여 수라무극진기 8성에 도달한 상태.
나 자신도 신역의 힘을 사용하여 대응한다면, 토르의 힘을 흡수할 수 있다.
“으윽, 이놈……!”
토르가 어떻게든 나를 이겨 보겠다는 듯이 번개를 더욱 극대화했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나무가 열매를 맺듯이 기운을 한곳으로 수렴시켜… 내 것으로 만든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걸까.
마침내 토르가 번개를 방출하는 걸 중단했다.
그 순간이야말로 기회였다.
‘수라무극신검… 뇌황(雷皇)!’
콰콰쾅!
굉음과 함께 레바테인이 사출되었다.
수라창뢰검 절기 뇌광(雷光)과 마찬가지로 번개를 두른 검을 날리는 기술이지만, 지금 이것은 뇌기의 질이 달랐다.
토르가 방출한 번개를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
토르가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번개의 검을 보고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한 걸음도 도망치지 않고, 묠니르를 치켜들며 기합을 질렀다.
“하아압!”
쿠웅!
레바테인이 토르의 묠니르와 격돌했다.
토르는 레바테인을 완전히 튕겨 내려 했지만, 수라파천신검 뇌황에 의해 궁극의 뇌기를 두르게 된 레바테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순간의 힘겨루기 끝에, 레바테인이 묠니르를 파고들었다.
“……!”
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레바테인은 튕겨져 나갔지만, 토르의 묠니르는 이미 파괴된 상태였다.
“이 몸의 묠니르가……!”
토르 자신의 뇌기로 만든 것이니 다시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토르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내 레바테인은 아직도 살아 있다.
‘다시 한번!’
아직 레바테인에 남아 있던 뇌기를 조종하여, 공중에서 방향을 바꿔 다시 토르를 덮치게 했다.
“……!”
쿠쿠쿠쿵!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번개의 검을 보고 토르가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타아압!”
콰르르릉!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막강한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번개의 브레스를 뿜어내는 것 같았다.
거대한 번개의 힘이 충돌하면서, 다시 한번 폭발이 발생했다.
“윽……!”
토르가 신음 소리를 내고 있을 때.
나는 이미 축지를 사용해 움직이고 있었다.
“……!”
내가 토르에게서 흡수한 뇌기는 레바테인에 부여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 몸에도 절반 가까이 되는 양이 남아 있었다.
그것을 수라무극진기와 어우러지게 하여, 다시 한번 수라파천신검 뇌황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레바테인에 의존하지 않은 순수한 심검이었다.
“이놈……!”
허를 찔린 토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검은, 마치 내 묠니르처럼……!”
자신의 묠니르처럼 번개의 기운만으로 무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얘기를 끝까지 들어 줄 여유가 없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면서, 번개의 심검을 휘둘렀다.
“크으윽!”
콰콰쾅!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번개의 심검이 토르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얕다. 치명상이라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이놈……!”
토르가 이를 악물고 나한테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그 주먹에는 이미 번개가 둘러져 있는 상태였다.
전광석화 같은 주먹질이었지만, 나한테는 이미 무엇보다 빠르게 받아칠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수라파천신검, 찰나.’
파파팟!
아까 로키를 제압했던, 물질세계의 한계를 초월한 심검.
그것이 토르의 주먹을 꿰뚫었다.
“크윽……!”
눈을 부릅뜨는 토르.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허공섭물로 다시 손에 잡은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아직 뇌기가 남은 검으로, 토르의 가슴을 향해…….
“……!”
나는 축지를 사용해 긴급히 후퇴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내가 있던 자리에 무시무시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창?’
한 자루의 창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평범한 창이 아니었다.
‘이건 심검, 아니… 심창(心槍)?’
무형의 기운에서 비롯된 창.
그것이 머리 위에서 나를 노렸던 것이다.
“실망스럽군, 토르. 잠들어 있느라 힘이 약해졌나?”
“오, 오딘!”
토르와 함께 고개를 치켜들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를 뒤로 하고, 오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교대하지, 토르.”
“……!”
토르가 굴욕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오딘의 눈빛은 냉정했다.
“내 궁니르로 네 목숨을 끊어 주마, 카이트 에인헤랴르.”
애시르 신족의 우두머리가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