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23
▣ 23화. 뜻을 같이한다 (3)
“윽……!”
헤스테인의 눈빛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나를 깔보는 눈빛이었다. 내가 검강을 보여 줬을 때는 당혹스러워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력한 적을 만나, 잡념을 버리고 전력을 다하려 하는 눈빛이었다.
‘진작 이럴 것이지.’
검이 어울리는 사내라고 느꼈다.
이게 대련이라는 것도 잊었는지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식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압!”
파앙!
바람을 가르며 오러 블레이드가 다가왔다.
칼의 움직임이 거칠다. 거칠면서 기세가 있었다.
나는 검강을 실은 검을 움직여서 그 궤도를 흐트러뜨렸다.
거친 움직임이었기에 약간만 건드려줘도 전혀 엉뚱한 곳으로 칼끝이 향했다.
“으윽……!”
휘익!
헤스테인이 이를 악물고 찌르기를 펼쳤다.
원래 대련에서 찌르기는 자제하는 게 맞다. 특히 지금처럼 진검을 든 상황에서 찌르기를 펼친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한 것일까.
‘아니, 단순히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을 뿐이겠지.’
머릿속이 단순한 사내다. 그냥 필사적으로 공격해 대고 있을 뿐이다.
검을 부딪칠 때마다 헤스테인의 성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동생이 있었구나.’
나는 몸을 옆으로 틀면서 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두 사람의 검이 교차되면서 충격이 발생했다.
“윽!”
순간적으로 헤스테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손목에 큰 충격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상당히 아팠을 텐데, 헤스테인은 검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잘 참는군.’
내 검강이 헤스테인의 오러 블레이드보다 더 견고했다.
충돌하는 순간 오러 블레이드가 일그러지면서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스테인은 잘 참고 있다. 칭찬해 줄 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쉬익!
이번에는 아래에서 위로.
헤스테인의 검을 아래쪽에서 튕겨 냈다.
반대 방향에서 전해진 충격에 헤스테인의 자세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
헤스테인이 뒤로 물러서면서 급하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그 동작을 예상한 상태였다.
‘받아 봐라.’
3갑자 내공을 실어, 무게 있는 공격을 펼쳤다.
빈틈을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냥 정면에서 후려진 것이었다.
쿵!
검을 두 손으로 잡고 버티려고 했던 헤스테인이 뒤로 밀려나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비틀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은 뒤, 마침내 손에서 검을 떨어뜨렸다.
“……!”
주위는 조용했다.
호들갑을 떨던 기사들은 언제부터인가 숨을 삼키고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침묵을 깬 건, 모르트의 함성이었다.
“카이트 님의 승리다!”
“오오오오!”
열광적인 반응.
기사들도 설마 내가 정말로 헤스테인을 꺾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내가 갑자기 강해진 건 사실이지만, 헤스테인은 에인헤랴르 4형제 중에서 최고의 무용을 자랑하는 7서클의 검사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검강을 펼쳐 헤스테인처럼 오러 블레이드 수준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뿐만 아니라 헤스테인의 공격을 모조리 파훼한 뒤 여유롭게 제압해 냈다.
다들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헤스테인.”
하지만 나는 기사들의 환호에 보답하기 전에, 무릎을 꿇은 헤스테인에게 다가갔다.
내가 손을 내밀자 헤스테인의 눈동자가 떨렸다.
설마 내가 이렇게 자신에게 손을 내밀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모양이다.
“좋은 승부였다. 다음에 또 하자.”
“……!”
헤스테인은 그동안 상대했던 페루스나 리브라스 같은 인물들과는 달랐다.
무인의 자질을 가진 놈이니, 무인으로서 예의를 갖춰 줄 필요가 있었다.
“손목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무조건 힘만 준다고 능사가 아니야.”
“카, 카이트 형…….”
일으켜 세우며 조언해 주자, 헤스테인이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
나는 헤스테인에게서 등을 돌리고, 주위에서 구경하던 기사들을 훑어봤다.
“다들, 우리 대련을 지켜보며 응원해 줘서 고맙다.”
“……!”
기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인헤랴르의 망나니 카이트에게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기사들이 모여 줬으니, 이 기회에 한 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
“이미 소문을 들은 사람도 있겠지. 이번에 내가 새로 기사대를 조직하게 되었다.”
그렇다.
내가 이렇게 기사들을 모아놓고 헤스테인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 건, 전부 이 얘기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원래 에인헤랴르에는 18개 기사대가 있었고, 얼마 전 프리드레이프가 새로운 기사대를 만들었으니 이번 내 기사대가 20번째 기사대가 되겠지. 가장 말석의 기사대다.”
숨을 삼키는 기사들 앞에서,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석의 기사대가 무슨 일을 맡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배룡주의자들을 움직여 에인헤랴르를 위협해 온 드래곤들을 쓰러뜨리는 걸 일차 목표로 삼고 싶다.”
“……!”
“내 기사대는 그 어떤 기사대보다 치열한 싸움을 펼치는 기사대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각오가 되어 있는 기사만 들어와 줬으면 한다.”
그동안 카이트 인성이 더럽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기사대로 들어오려는 기사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프리드레이프가 말한 것처럼 인성 좋은 놈으로 보이려고 애쓰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 식으로 아양을 떨면서 내 기사대에 들어와 달라고 고개를 숙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와 함께하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 내일 나를 찾아와라.”
이미 나는 내 힘과 내 뜻을 보여줬다. 그걸로 충분하다.
나와 함께할 마음이 생긴 놈들만, 나한테로 와라.
* * *
대련이 끝난 뒤.
헤스테인은 방에서 홀로 손목에 붕대를 감았다.
손목이 살짝 삔 상태였기 때문이다.
‘카이트 형이… 저렇게나 강했다니.’
만약 카이트가 오러 사용을 터득하고 2서클이나 3서클 검사가 된 정도라면 그냥 납득했을 것이다.
카이트가 제대로 감만 잡으면 그 정도는 가능할 거라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카이트의 진짜 실력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줄 안다는 건, 적어도 6서클 이상이라는 뜻.’
원래 오러 블레이드는 6서클의 소드 엑스퍼트 이상이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6서클이어도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없다. 기껏해야 오러를 칼날 위에 흐르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동생인 프리드레이프는 6서클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이트 형은 오러 블레이드를 매우 능숙하게 사용했어. 그것도 나보다 훨씬 더.’
카이트의 오러 블레이드는 매우 견고했다.
충돌할 때마다 헤스테인의 오러 블레이드에 흠집이 나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단순히 마력이 많아서가 아니야. 마력 컨트롤을 아주 잘 하고 있다는 의미지.’
순수한 마력 자체가 헤스테인보다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 마력을 견고하게 압축하는 기술 자체가 헤스테인보다 훨씬 우월했다.
‘게다가 검술도 나보다 더 뛰어났어.’
헤스테인가 가장 큰 패배감을 느낀 부분은, 검술 실력 자체에 큰 격차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대련에서 헤스테인은 전력을 다해 카이트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카이트한테는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카이트는 그냥 방어하거나 회피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공격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라고 알려 주듯이 하나하나 철저하게 파훼해 버렸다.
그리고 간결한 동작 몇 번으로 헤스테인을 완전히 제압했다. 결국 헤스테인은 무릎을 꿇고 칼을 놓쳐 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카이트 형의 뜻대로 진행된 대련이었어.’
아마 카이트는 이번 대련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다한 헤스테인을 완전히 제압했다.
헤스테인보다 까마득하게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다는 증거였다.
‘나 자신이 부끄럽다.’
헤스테인은 울적해졌다.
저런 엄청난 실력자를 상대로 ‘미리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먼저 시비를 걸었다.
이렇게 꼴사나운 일이 있을까.
그동안 자신만만하게 살아왔던 만큼, 이번 일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형님.”
“프리드레이프?”
그때 프리드레이프가 문을 두드리고 얼굴을 내밀었다.
“오랜만에 술 한잔 어떻습니까?”
“술?”
“첫째 형님을 안주감 삼아서 말입니다.”
“…….”
헤스테인은 동생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프리드레이프는 그동안 고틀란드에 머물고 있었다.
카이트 상대로 패배감을 느낀 건 프리드레이프가 먼저였을 것이다.
“그래, 그러자.”
한숨을 내쉬면서 프리드레이프에게 손짓을 했다.
“오늘은 나도 한잔하고 싶은 기분이다.”
“하하, 그러시군요.”
프리드레이프가 방 안에 들어와 탁자 위에 술병을 올려놓았다.
“헤스테인 형님, 이건 제 생각인데… 카이트 형님이 특별한 비전서를 입수한 것 같지 않습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했냐? 하긴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지.”
갑자기 강해진 큰형님을 안주거리 삼아, 두 형제는 술자리를 벌이기 시작했다.
* * *
밤 시간에 운기조식을 하고 있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큰형님, 우리입니다!”
대답도 하기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얼굴이 벌개진 헤스테인과 프리드레이프가 어깨동무를 한 채 방으로 들어왔다.
“큰형님, 좋은 밤입니다!”
“얼씨구.”
헤스테인은 어느새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 무례하게 굴었던 거,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는 뭔 사과야.”
“됐어. 사과는 무슨.”
“아닙니다, 큰형님!”
술 냄새를 팍팍 풍기며 헤스테인이 나한테 허리를 숙였다.
“큰형님의 실력을 미처 못 알아봤습니다. 죄송합니다!”
“…….”
“못난 동생을 용서해 주십시오!”
헤스테인에 이어서 프리드레이프도 고개를 숙였다.
“저도 용서해 주십시오, 카이트 형님!”
“대체 이게 뭐야?”
“그런 의미에서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
프리드레이프가 비틀비틀 걸어오더니 술병 하나를 나한테 내밀었다.
“쭉, 들이켜십시오!”
“…….”
어이가 없었다.
“아니 큰형님, 막내가 주는 술잔을 못 받겠다는 겁니까?”
“이건 술잔이 아니라 술병인데.”
“막내야, 큰형님이 하루아침에 강해졌다고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헤스테인 형님.”
아무래도 둘이서 같이 술을 마시다가 너무 과음해서 제 정신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혈도를 짚어서 강제로 재워 버릴까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헤스테인이 나한테 얼굴을 확 내밀었다.
“큰형님,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뭔데?”
“큰형님은 대체 어떤 비전서를 얻으신 겁니까?”
“비전서?”
“시치미 떼지 마십시오!”
헤스테인이 사내다운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아무런 계기도 없이 그렇게 강해지실 수는 없습니다! 형님은 분명 비전서를 손에 넣으셨을 겁니다!”
“…….”
비전서는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특별한 책’이라고 한다.
검술이나 마법 등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는데, 이런 비전서를 읽으면 매우 큰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이 세계에서의 ‘무공 비급’이라 할 수 있었다.
“내가 기연을 얻어 강해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군.”
“아닙니까?”
“글쎄,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역시……!”
헤스테인의 눈빛이 달라졌다.
“큰형님, 저한테도 그 비전서를 보여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뭐?”
“부탁드리겠습니다!”
헤스테인이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옆에서 프리드레이프가 헤스테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허, 헤스테인 형님, 비전서의 존재는 부모형제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옛말도 못 들으셨습니까? 카이트 형님이 우리한테 비전서를 보여 주시겠냐고요.”
“우리끼리만 조용히 공유하면 되지 않나! 형제끼리 비밀을 지키면 되는 거지!”
“언제부터 카이트 형님과 형제답게 지냈다고.”
“그러는 너는 어떻고?”
헤스테인과 프리드레이프가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술 취한 형제들이 벌이는 촌극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미안한데, 비전서 같은 건 없다.”
“네?”
“그런 거 읽어 본 적 없으니까, 헛물켜지 마.”
무공 비급은 읽어 본 적이 있어도, 이쪽 세계의 비전서 같은 건 한번도 접해 본 적이 없다.
“아니, 큰형님! 이런 상황에서 동생에게 거짓말하시기입니까?”
“저도 동감입니다, 카이트 형님!”
“실제로 없는데 어쩌라고. 의심되면 방 안 뒤져 보던가.”
“와, 이거 안 되겠네.”
헤스테인이 프리드레이프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아 나한테 내밀었다.
“큰형님, 일단 한 잔 받으시고 얘기합시다.”
“나 참…….”
귀찮아져서 그냥 술병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대로 병나발을 불었다.
“오오, 원샷!”
“역시 유흥의 제왕, 잘 마시네요.”
“다 마셨으니 됐지? 이제 그만…….”
“막내야, 술 더 가져와라!”
“네!”
프리드레이프가 후다닥 방에서 나가더니 복도에서 커다란 술통을 들고 왔다.
“자, 큰형님! 우리 같이 마시면서 속 시원하게 얘기해 봅시다.”
“…….”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상대로 기선제압을 하겠다고 애쓰던 놈이, 지금은 큰형님 큰형님 하면서 나한테 술을 권하고 있다.
‘이 녀석, 정말 단순한 성격이군.’
그러고 보니 무림에서도 비슷한 놈이 있었다.
원래는 시장에서 자릿세를 받는 흑도들의 우두머리였는데, 강호를 방랑하던 나한테 두들겨 맞고 내 수하가 되었다.
형님 형님 하면서 마지막까지 졸졸 따라왔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 녀석도… 무림맹과 흑사련의 포위망 속에서 죽었지.’
지나간 일을 생각하니 살짝 울적해졌다.
평소 잊고 사는 일이어도, 문득 떠올리게 되면 감정이 자극되는 법이다.
“알겠다. 그럼 같이 마셔 보자.”
“오오, 역시 큰형님!”
“그럼 제가 안주거리도 들고 오겠습니다!”
결국 나는 두 동생들과 술자리를 가지기로 했다.
이쪽 세계에서 새롭게 맺게 될 인연들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 * *
다음 날, 이른 아침.
나는 술 냄새가 풀풀 풍기는 방에서 눈을 떴다.
“음냐, 큰형님, 그래서 비전서는 언제…….”
“형님들, 막내라고 무시하지 마십쇼…….”
헤스테인과 프리드레이프는 잠꼬대를 하면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에게 모포를 덮어 준 뒤, 하품을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
바깥이 어수선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공을 순환시켜 술기운을 몰아내면서 바깥으로 나갔다.
“카이트 님.”
대공궁 바깥에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숫자는 마흔 명 정도. 하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아침부터 왜 이리 모였냐.”
“어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기사대에 들어오고 싶으면 내일 찾아오라고.”
“그렇다고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어?”
“선착순일지도 모르니까요.”
어윈과 모르트 등 이미 본 적이 있는 얼굴도 있었고, 아예 처음 보는 얼굴들도 있었다.
그런 기사들이 새벽부터 모여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급한 녀석들.”
그렇게 중얼거리자 기사들도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다들 기대감이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
앞으로 나와 인연을 맺게 될 기사들.
그들을 향해 나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는 나와 뜻을 같이한다.”
카이트 에인헤랴르의 기사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