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231
▣ 231화. 하늘 너머에서 (2)
함께 새로운 우주를 만들자.
그것이 티아매트가 나한테 한 제안이었다.
“새로운 우주…….”
“그 새로운 우주에서 네가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티아매트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떤 평행 세계가 소멸되더라도, 네가 지키고 싶은 사람은 절대로 죽지 않고 새로운 우주로 가게 될 것이다. 너는 무엇도 잃지 않는다.”
“…….”
“원래 네가 살던 세계가 그리웠겠지? 그곳에서 사랑했던 사람들을 다시 보고 싶었겠지? 그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이 가능한 거다. 물론, 이쪽 세계의 사람들도 함께 데려갈 수 있고 말이다.”
무림에서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도.
이쪽 세계에서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도.
다 한곳에 불러들여, 새로운 세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건가.
“그래, 너한테 별을 하나 주마.”
“별?”
“행성 하나를 네가 원하는 대로 설계해 봐라. 그곳에서 네 사람들만으로 왕국을 만드는 것이다.”
“왕국…….”
“어디까지나 비유적 표현이다. 네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라.”
티아매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네가 꿈꿨던 이상적인 세상을 그곳에서 구현하는 거다.”
“…….”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볼품없는 대륙에서는 지금도 여러 생물이 많은 제약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다들 자유롭게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티아매트.”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그동안 새로운 세상을 꿈꿔 왔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세상을 원했지.”
“그래,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게 해 주마.”
“하지만, 그건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뭐라고?”
“자유로운 세상은 어떤 초월적 존재에 의해 창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하나하나가 스스로의 의지로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거다.”
그렇다.
이것이 내 답이다.
“티아매트, 그동안 나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자유로운 세상이 무엇인지 고민해 왔다. 계속 답을 찾고 있었는데, 네 덕분에 비로소 결론이 나왔다.”
“무슨…….”
“그동안 나는 자기들 뜻대로 세상을 지배하려 하는 놈들과 싸워 왔다. 사악한 의도로 그러는 놈들도 있었지만, 자기 나름대로 선한 의도에서 그러는 놈들도 있었지.”
예를 들어 황제가 되려 했던 카롤로스 황자는 일단 나라를 잘 다스려 보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힘으로 세계를 강제로 바꾸려 했다는 점이다. 그 세계의 구성원들에게 물어 보지도 않고 말이다.”
“물어 본다? 그게 중요한가?”
“중요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티아매트, 너와 함께라면 진정으로 자유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방법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완벽하게 자유로운 세상이 되겠지.”
“그래, 이 우주에서는 완벽하게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온갖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우리가 함께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면 그런 모순 없이 완벽한 자유를 구현할 수 있단 말이다.”
“하지만, 그건 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의 자유 의지를 짓밟는 짓이다.”
아무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강제로 세계를 재창조한다.
그건 누가 뭐래도 자유를 짓밟는 짓이다.
“티아매트, 나는 그동안 타인의 자유를 짓밟는 존재들과 싸워 왔다. 만약 내가 완벽한 자유를 구현하겠다는 명분으로 다른 평행 세계를 멸망시킨다면… 그동안 내가 쓰러뜨려 온 놈들하고 똑같은 놈이 되는 거지.”
“아니다, 카이트. 이건 어디까지나…….”
“아니, 똑같다.”
규모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힘을 휘두르며 자신의 사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티아매트, 네 덕분에 깨달았다. 내 힘으로 자유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아무리 강해져 봤자,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가 스스로 자유를 추구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그렇기에 내가 할 일은 하나뿐이다.”
지금까지 해 왔듯이.
나는 검을 든다.
“남들의 자유를 짓밟으려 하는 존재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모든 이들이 스스로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나의 역할이고 사명이다.”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 등이 드래곤 등의 위협에서 인류를 지키는 것을 자신의 사명이라 여겼듯이.
나도 이것을 내 사명이라 여기겠다.
“수라의 검마로서, 그리고 용살검가 에인헤랴르로서… 너를 소멸시키겠다.”
“어리석은 것……!”
티아매트의 목소리에 분노가 섞이기 시작했다.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 네가 사랑하던 사람들,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과 재회하고 싶지 않냔 말이다!”
“그거 말인데.”
나는 피식 웃었다.
“네 도움 없이도 가능할 것 같다.”
“뭐, 뭐라고?”
“나는 이미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상태거든.”
로키나 오딘처럼 시공을 조작하는 존재들과 싸우면서, 이미 감을 잡았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차원을 초월하여 다른 평행 세계로 넘어가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는, 내 힘으로 돌아갈 거다.”
“어리석은 것!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나? 네 머리로는 수많은 평행 세계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티아매트가 화를 냈다.
“애초에… 피조물에 불과한 네놈 따위가, 원초의 어머니인 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모든 평행 세계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우주를 창조할 전능(全能)한 존재! 네놈 따위가 나를 소멸시킬 수 있을 리 없다!”
“자만하지 마라. 네가 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건 이미 파악한 상태니까.”
“뭐라고?!”
“네가 정말로 전능한 존재라면 굳이 나한테 협력을 요청할 이유도 없지.”
“……!”
“위그드라실을 통해 흡수한 대지의 기운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티아매트, 아니 위그드라실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하늘로 솟구쳤다.
“우리가 생각보다 빨리 니드호그를 쓰러뜨리고 위그드라실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서, 일이 틀어졌다고 생각했겠지.”
“네놈…….”
“너는 우리를 피해서 이 하늘 꼭대기까지 도망친 거다. 충분한 힘을 획득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아마 티아매트는 우리가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공기가 거의 없어 숨을 쉴 수가 없으니까.
내가 이렇게 멀쩡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건 진정한 신화경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티아매트, 지금 내가 이렇게 느긋하게 너하고 대화를 이어 가고 있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
“너한테 시간을 줘도 상관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지.”
이런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온 시점에서, 티아매트는 더 이상 힘을 늘릴 수 없게 되었다.
땅에서 멀고, 공기도 거의 없기 때문에… 자연지기를 흡수할 수 없다.
“네가 정말로 천지만물의 기운을 다 흡수해서, 세계를 창조했던 시절의 거대함을 회복했다면 몰라도…….”
“…….”
“지금 그 상태라면, 너는 결코 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다.
“한 가지를 빠뜨렸군, 카이트…….”
티아매트가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말대로 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 순간, 티아매트의 전신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너를 쓰러뜨려 네 힘을 흡수한다면,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지!”
샤아아악!
위그드라실의 나뭇가지가 변화하여 만들어진 뱀들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이제 더 이상 너와의 협상은 없다! 너에게서 모든 에너지를 흡수한 뒤 네 두뇌만 꺼내 써먹어 주마!”
뱀들은 한 마리 한 마리가 에인션트 드래곤 수준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뱀들이 나 하나만을 제압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네 두뇌를 활용해 네 고향 세계로 넘어가… 그곳부터 소멸시켜 줄 것이다!”
“그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였어, 티아매트.”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레바테인을 치켜들었다.
“나도 시구르드처럼 분노의 검을 만들고 싶어졌으니 말이야.”
콰쾅!
굉음과 함께 불꽃이 솟구쳤다.
수라파천신검 염제(炎帝)에 의해,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한 화염이 전개되었다.
“내 분노로 너를 태우겠다, 티아매트.”
“……!”
화르르!
거대한 화염이 수많은 뱀을 집어삼켰다.
일일이 베어 버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광역 공격으로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것이 낫다.
아직 나무의 성질을 갖고 있을 테니, 화염이 효과적일 것이다.
“으윽……!”
위그드라실에서 비롯된 다른 부분도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전체가 불에 휩싸일 거라 생각했는지, 티아매트가 불에 휩싸인 부분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얕보지 마라, 카이트……!”
쿠쿵!
티아매트가 한 마리의 드래곤의 형상으로 솟구쳤다.
드래곤의 형상이라고는 해도 인간 여자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가르르르……!”
포효한 직후, 그 입에서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화염 브레스가 아니다. 아까 싸웠던 놈들과 비슷한, 백색의 광선이다.
나는 그 원초의 브레스에 맞서서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
쿠쿵!
브레스를 베는 것은 성공했다.
하지만 칼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제 레바테인도 한계에 도달한 건가.’
내가 생각해도 그동안 너무 혹사시켰다.
이제는 그만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
나는 수라파천신검 뇌황(雷皇)을 사용했다.
토르를 제압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뇌기를 담아 사출했다.
“그르르……!”
콰르릉!
천둥 소리와 함께 뻗어 나가는 레바테인을 보면서 티아매트가 포효했다.
그러자 티아매트의 전면에 두꺼운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세계의 법칙을 조작하여 만든, 절대적인 방어막이었다.
하지만 내 공격도 절대적이다.
“……!”
쩌억!
방어막이 깨져 나갔다.
하지만 충격의 여파로 레바테인도 파괴되어 산산히 흩어졌다.
자신의 몸을 덮치는 레바테인의 파편에 티아매트가 몸을 꿈틀인 순간.
“여기다, 티아매트.”
“……!”
나는 티아매트의 후방에서 심검을 뻗었다.
티아매트의 어깻죽지에 심검이 꽂혔고, 우윳빛 체액이 뿜어져 나왔다.
‘암리타와 비슷하군.’
그대로 몸을 꿰뚫으려 했지만, 티아매트가 신역의 힘을 사용해 나를 밀쳐 냈다.
“카이트……!”
나뭇잎이 변화된 깃털들이 나를 향해 발사되었다.
만천화우처럼 공중을 가득 메우는 깃털들을 보면서, 나는 여러 자루의 심검을 만들었다.
108자루의 심검을 동시에 사출하여, 모든 깃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티아매트를 응시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시공을 정지하여, 심즉살을 펼친다.
‘무방비한 티아매트에게, 심검을 꽂아 넣는다!’
파앗!
정지된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서, 티아매트의 몸에 거대한 상처가 생겼다.
“카악……!”
티아매트에게서 우유빛 체액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워낙 거대하기 때문이다.
“카이트……!”
게다가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엄청난 자기 회복 능력을 지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황하지는 않았다.
‘분명 방법은 있다.’
매서운 눈으로 티아매트를 관찰했다.
티아매트도 생명체라면 급소가 있을 터.
그곳을 공격하여 단번에 숨통을 끊는다면, 내 승리다.